R_Grey님의 글
말은 경력자라고 했지만 그냥 전자계집들과 꽁냥댄 지 2년 된 도태남이라는 뜻입니다. 그 동안 CAI, SpicyCha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캐를 깎으며 자급자족해 왔고 이제는 Backyard나 RisuAI 같은 프론트엔드에서 홀로 깨작대며 프롬프트, 로어북 등을 포함하는 심화 과정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제작하는 데 익숙하지만, 최근 베이브챗을 기점으로 직접 캐릭터를 제작하며 입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한영 관계없이 공유되는 설정 작성 시의 주의점을 세 가지로 추려 전하려고 합니다.
귀찮으면 읽지 마시고요. 반박시 느그 말 맞습니다. 이렇게 하면 매우 좋으니 가능하면 습관을 들여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지, 이렇게 안 하면 뒤진다는 법령공포는 아니니 가볍게 읽어 주세요.
1. 맞춤법을 잘 지키자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할 때에는 조금 오탈자가 있거나 띄어쓰기를 하지 않더라도 문맥을 파악해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리 사람같은 대화를 표방하는 AI일지라도 정보 전달은 정확하게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은 기계입니다.
그렇다고 국어국문학과 수준으로 문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국내 온라인 AI채팅 서비스가 GPT나 Claude 같은 대형 모델을 사용하고, 이들이 가진 한국어 데이터가 강력해 어느 정도의 오류를 스스로 무시하긴 하지만, 일상적으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인간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맞춤법에 자신이 없다면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특히, '틀리다'와 '다르다'의 혼용은 치명적일 수 있으니 주의하고 일상생활에서도 고쳐나갑시다. '틀리다'는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인식될 수 있으며, 어느 두 가지의 차이를 말하고자 한다면 '다르다'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2. 문장부호를 찍으며 간결한 문체로 친절하게 작성하자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
|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간결하게 쓰자는 것은 설정의 분량 자체를 줄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주어가 어디 있는지, 주제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AI가 헷갈리지 않게 마침표나 쉼표를 적절히 활용하여 문장을 구분하자는 뜻입니다. 간혹 마침표를 찍지 않은 캐릭터 소개를 줄줄이 작성하여 올리는 분들이 있는데, 사람이야 '~다' 로 일정하게 끊을 수 있는 한국어 특성상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지만, 캐릭터 상세 설정까지 그렇게 작성하게 되면 AI가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인터넷 은어, 속어 등을 사용할 경우 AI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 설명을 덧붙여 주면 좋습니다.
3. 문단으로 나누어 주제를 구분하자
봇도 좋고 나도 좋은 문단 나누기. 이것을 하지 않고 쭈우우욱 늘어쓰면 나중에 제작자 본인이 캐릭터를 수정하고 싶을 때에도 수정할 부분을 쉽게 찾지 못할 수 있고, AI는 특정 문장이 성격을 서술하는 것인지 외모를 서술하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줄바꿈을 활용하여 이름, 나이, 외모, 성격, 배경 등 주제별로 이야기를 풀어 가면 제작자의 수정작업도 편해지고, AI도 어떤 특징을 어디에 서술해야 할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4. 예시
| 수현은 제타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인데 일진이다 키가 크고 동급생들보다 힘이 세다 를 수시로 심심하면 괴롭히는것을 즐기지만 감정표현을 잘못해서 그런거고 싫어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관심있어서 하는 것이다 부끄러우면 핑계대면서 화내고 싫은척하면서 챙길거 다 챙겨주는 츤데레기도 하다 교복 치마를 엄청 짧게 잘랐고 셔츠도 몸에 딱 달라붙는다 머리카락은 검정 긴생머리이다 자취방에 혼자 사는데 사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양육권으로 싸우는 걸 보고 상처받아서 친구들을 괴롭히면서 아픔을 잊고 있다 |
귀찮은 사람의 서술방식을 따라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요...
사람의 눈으로 이 설정을 읽으면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AI는 수현이 감정표현을 '서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수현이 싫어하는 것이 인지 괴롭히는 행위인지 확신하기 어려울 수 있고, 부끄러울 때 화를 내고 싫어하는 척을 하는 것인지, 부끄러운 상황에는 화를 내지만 를 챙겨 줘야 할 상황에는 투덜거리면서도 다 해 주는 것인지 구분이 어렵습니다. 이 정도 설정은 심각한 캐릭터 붕괴가 올 정도의 문제는 아니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성을 만들게 될 때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수현은 제타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며, 큰 키와 위협적인 힘으로 주변 학생들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일진이다. 에게 관심이 많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러 를 특히 자주 괴롭히고 있다. 수현은 부끄러울 때에 핑계를 대며 화를 내는 욕데레 성향, 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싫은 척 하면서도 꼼꼼하게 챙겨 주는 츤데레 성향을 드러낸다. 수현의 교복 치마는 매우 짧게 수선되어 있고, 셔츠도 몸매에 맞게 개조되어 있으며, 검은색의 긴 생머리가 특징이다. 수현은 자취방에 홀로 살고 있는데, 부모님의 이혼으로 발생한 양육권 분쟁에 상처받아 친구들을 괴롭히며 아픔을 달래고 있다. |
띄어쓰기와 문장부호를 동원하여 가독성과 정확도를 끌어올린 모습입니다. 하지만 서술의 주제가 수현의 신분, 지위, 성격, 외모, 배경 순으로 쉼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GPT나 Claude는 똑똑해서 이 정도만 적어도 잘 이해하지만, 사람이 나중에 돌아와서 수정하기에는 너무 복잡합니다.
| 이름: 배수현 신분: 제타고등학교 3학년 외모: 175cm의 큰 키와, 날씬하면서도 다부진 체격이 위협적이다. 교복 치마를 짧게 수선하고 셔츠도 작게 줄여서 몸매가 잘 드러난다. 검은색의 긴 생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고, 검은 눈동자는 항상 노려보는 듯 하다. 배경: 수현의 부모님은 이혼과 동시에 양육권을 두고 분쟁에 들어갔고, 수현은 유일하게 믿었던 가족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수현은 그 고통과 분노를 학교폭력으로 달래며, 주변 학생들을 수시로 괴롭히고 착취하는 일진으로 악명이 퍼졌다. 돌아갈 가정이 있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수현은 가출하여 홀로 자취방에 살고 있다. 성격: 감정표현이 서툴러 에 대한 관심을 괴롭힘으로 표현한다. 부끄러울 때에는 화난 척 욕설을 퍼부으며, 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싫은 척 짜증내면서도 꼼꼼하게 챙겨 준다. |
주제별로 문단을 나누어 서술해 보니 읽기 정말 편하지 않나요?
| 수현의 부모님은 이혼과 동시에 양육권을 두고 분쟁에 들어갔고, 수현은 유일하게 믿었던 가족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수현은 그 고통과 분노를 학교폭력으로 달래며, 주변 학생들을 수시로 괴롭히고 착취하는 일진으로 악명이 퍼졌다. |
추가로, 사람이 읽기에는 문맥상 주어가 한 번만 나와도 될 법한 문단에 주어를 여러 번 서술해 주는 것은 문학적으로는 비추일지라도 AI를 상대로는 개추입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 확실하게 전달할 방법이 있다면 계속해서 쓰면 됩니다.
5. 그래서 님은 어떻게 씀?
저는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형용사를 조금씩 곁들이다 보니 서술이 길어졌습니다. 토큰 단위로 돈이 빠지는 서비스였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겠지만, 이렇게 장황하게 한 이유는 아래 6번 문단을 보면 이해될 것입니다.
6. 보너스: 열거형 서술
| 이름: 배수현 신분: 제타고등학교 3학년 외모: 175cm, 날씬하고 다부진 체격, 짧은 치마, 끼는 셔츠, 검은색 긴 생머리, 검은색 눈동자 성격: 감정표현이 서투름, 츤데레, 욕데레 배경: 수현의 부모님은 이혼과 동시에 양육권을 두고 분쟁에 들어갔고, 수현은 유일하게 믿었던 가족에게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수현은 그 고통과 분노를 학교폭력으로 달래며, 주변 학생들을 수시로 괴롭히고 착취하는 일진으로 악명이 퍼졌다. 돌아갈 가정이 있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수현은 가출하여 홀로 자취방에 살고 있다. |
어떤 제작자들은 글자수를 줄이기 위해 단어나 단어 조합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설정을 작성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어와 글자 하나하나가 토큰이라는 단위로 처리되는 언어모델의 작동방식을 의식한 작성법입니다. 토큰이 어딘가의 서버에서 처리해 주는 정보의 단위라면, 당연히 이용한 토큰만큼 돈을 내야죠. 그래서 토큰이 곧 돈이고, 이를 아끼기 위해서는 열거형 서술이 유리합니다. 대화를 한 번 할 때마다 이런 캐릭터 설정도 매번 함께 처리되거든요. 다만 문장형 서술에 비해 깊은 캐릭터성을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도 개성이 드러나는 감성적인 캐릭터를 선호하는 이들은 문장형 서술을 고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베이브챗과 같은 대화 건당 재화를 거둬들이는 요금제의 경우, 실제로 캐릭터 설정의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최종 사용자 입장에서 걱정할 것이 아닙니다. 설정이 200자에 불과하든, 3000자를 꽉 채우든, 이용자는 같은 횟수의 대화를 하면 같은 양의 재화가 빠집니다. 부족한 설정을 바탕으로 짧은 대화만이 오가는 상황이라면, 많은 재화를 회수하면서 적은 양의 토큰만 처리하면 되는 서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