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AI 덕분에 정말 별의별 중국 웹소설을 다 접해봤는데 그중에서도 지금 소개할 작품은 제 기준에서 올해 최고, 아니면 최소 탑3 안에 드는 소설입니다(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제목은 문호 1879: 홀로 프랑스를 가다
이 소설을 처음 알게 된 건 읽을 만한 게 다 떨어져서 중국 사이트를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이 작품의 평을 본 것이 계기였습니다.
연재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퀄리티와 자료 조사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이 많더군요. 읽어본 몇몇 독자들은 최근 본 대역 소설 중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솔직히 과장된 평가를 너무 많이 봐서 큰 기대는 안 하고 그냥 가볍게 찍먹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소설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확 왔습니다. 대충 넘기기 아까워서 번역 프롬프트를 따로 맞추고 검수도 아주 빡세게 하면서 다시 작업해서 읽었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프랑스. 수많은 거장 문호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입니다.
현대의 문학 강사가 1879년 파리의 가난한 대학생으로 깨어나, 미래의 지식을 무기로 당대 문호들과 어울리며 낯선 시대에서 생존과 성장을 이루어 가는 이야기입니다.
장르는 문호/대역 계열인데 사실 저는 원래 문호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창작 문호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없고 대부분 ‘문초공(文抄公)’이라 불리는 카피 계열이거든요.
보통 현대인이 과거로 가서 자신이 알던 명작이나 문학사 지식을 이용해 미래의 작품을 베끼거나 응용해 명성을 얻는 식입니다.
이런 설정이 왜 인기 있는지는 이해하지만 공감이 생기려면 결국 그 시대 배경과 환경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관건인데 이 점을 설득력 잇게 잘 살린 작품을 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확실히 다르네요. 비록 문초공 계열이지만 19세기 프랑스라는 시대적 특성에 맞춰 각색과 상황을 정말 잘 살렸습니다. 덕분에 기존 작품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설득력 있게 잘 풀어냈습니다.
제가 문호물을 꺼렸던 또 다른 이유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중뽕이 지나치게 심해서 보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는데 이 소설은 중뽕이 크게 없고 있어도 큰 거부감 없이 스쳐 지나가는 정도라 다행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무겁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았고 당시 프랑스와 유럽의 시대적 분위기를 철저한 자료 조사 덕분에 훌륭히 재현했습니다.
대부분의 문호물이 중국 내부, 문혁 이후 1980~2000년대 초반을 무대로 삼는데 이 작품은 드물게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예전에 영국 문호물은 본 적이 있지만 프랑스 배경은 거의 처음이라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번역 검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시의 배경 지식까지 공부하게 된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단점도 분명 있지만 장점이 훨씬 큰 작품입니다.
올해 연재가 시작된 탓에 분량은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강추합니다.
아직 최신 업데이트까지는 못 따라갔지만 최신판까지 검수를 마치는 대로 여기에 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