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R0cHM6Ly9raW8uYWMvYy9hR04wUnp2Q1FqTFpYM21MNHdwNVNi
유료구독자수 1만 이상
#워해머40K #빙의물 #차원이동 #다중 주인공 #스페이스마린 #인류제국 #시스템 #밀리터리 #SF판타지 #2차창작 #다크판타지 #먼치킨성장 #제국의 재건 #어둠 속 희망
이것은 우리의 워해머 여정이다.
저자: 퇴색무우
어둡고 절망적인 시대다.
어둠만이 가득한 41번째 천년기, 황제는 이미 인간의 세상을 떠났고 신의 후예들은 더 이상 지상을 거닐지 않는다.
인류의 미래에는 끝없는 어둠과 전쟁만이 남았으며, 인류의 운명은 비대해지고 경직된 제국 위에서 서서히 부패해갈 운명인 듯 보였다.
다른 세계에서 온 영혼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봐 친구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좋은 소식부터.”
“좋은 소식은 우리가 빙의했다는 거야. 광활한 성간 시대에, 심장은 두 개고 폐는 세 개인 고귀한 스페이스 마린이 됐지. 덤으로 아주 ‘와아아아!(Waaagh!)’스러운 치트까지 딸려온 것 같아.”
“대박인데? 이거 완전 이세계 먼치킨 주인공 대접 아냐? 벌써 이세계 생활이 기대되는데. 가능하다면 부모님도 모셔올 수 있을까? 아, 맞다.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은, 이 세계가 우리가 알던 ‘워해머 40K’라는 거야.”
“……어?”
그들은 냉정하게 생각하며 낯선 세계를 탐색한다.
현실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그들은 운명에 순응한다.
발가락을 밟힌 피징처럼 울어대면서도, 여전히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간다.
어두운 41번째 천년기, 인류는 다시 한번 부흥의 기회를 맞이했다.
과연 이번에 인류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
전쟁을 시작하라!
테라의 하늘에서 은하의 끝자락까지.
성계의 바다를 끓게 하라.
뭇 별들의 눈을 감겨라.
은하가 해방되는 것을 다시 한번 목격하라.
인류에 의해 해방되는 것을.
**제1장 빙의, 그런데 워해머**
아서는 빙의했다.
기억의 마지막 순간, 그는 41번째 천년기에서 황제를 위해 분투 중인 단톡방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매일 하던 집필 업무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황홀경 속에서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강철로 주조된 방 안에 있었다.
고개를 들어 강철 벽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쌍두독수리를 바라보았다. 향초와 촛불이 방 안에 따스한 색감을 더하며 공기 중의 눅눅하고 부패한 기운을 몰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서의 마음은 이미 반쯤 얼어붙어 있었다.
“꿈인가?”
쾅—
철제 장화가 바닥에 닿으며 메아리를 남겼다. 아서가 타오르는 화로를 지나 거울처럼 매끄러운 벽 앞에 서자, 그곳에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체구가 비쳤다.
칠흑 같은 갑주에 온몸을 감싼 형상이었다.
회색 로브가 겉을 감싸고 있었고, 틈새로 드러난 갑옷 면에는 정교하고 화려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해골과 성상으로 덮인 견갑 아래로 날개 달린 검의 휘장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일어난 침대 옆, 수정처럼 맑은 성유가 담긴 연못 안에 검과 방패 한 세트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
검날은 서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빛나고 있었다. 문외한인 아서가 봐도 그 정교한 주조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방패 위에는 교차된 두 자루의 날카로운 검이 면을 넷으로 나누고 있었고, 상단에는 황금빛 제국 아퀼라가, 나머지 부분은 두 명의 회색 로브를 입은 형상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전쟁터가 아니라 가장 존엄한 전시함 속에 놓여 사람들의 공양을 받아야 할 물건처럼 보였다.
아서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일곱 개의 폐엽이 한계까지 확장되었고, 펌프질하는 심장은 마치 두 개의 타오르는 동력로처럼 넘치는 열기를 사지육신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아서의 기분은 여전히 참담했다.
스페이스 마린이라는 초인적인 육체조차 지금 이 순간 아서의 혼란스러운 영혼에 단 한 줌의 안정감도 주지 못했다.
“제발 꿈이길 빌어야겠어.”
아니라면 차라리 빙의한 시점이 30K 우주거나, 42K 사자왕이 귀환한 시기이길 빌어야 했다.
그러다 그는 테이블 위 아주 눈에 띄는 곳에 놓인 ‘코덱스 아스타르테스’라는 책을 발견했다.
오, 아무래도 사자왕의 귀환이나 빌어야 할 모양이다.
그는 화장지나 다름없는 책을 테이블과 함께 수납함에 처넣고 연못가로 다가갔다. 갑주를 입은 손을 뻗어 게임에서 아주 능숙하게 사용했던 그 검과 방패를 집어 들었다. 동시에 게임을 할 때 왜 그렇게 역할극에 몰입했었는지 뼈저리게 후회했다.
방 안은 고요했다. 일렁이는 촛불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3미터에 육박하는 거구는 검과 방패를 쥐는 순간 마치 정지 화면처럼 굳어버렸다.
의심의 여지 없이, 아서는 멘붕 상태였다.
빙의, 얼마나 가슴 설레는 단어인가.
하지만 그 단어가 ‘워해머 40K’와 결합되는 순간, 모든 것은 결코 아름답지 않게 변한다.
워해머 40K. GW가 창조한 스페이스 오페라 IP이자, 전쟁을 기조로 온갖 종족들이 함께 만들어낸 초거대 오물통. 그리고 서기 41번째 천년기, 이 오물통은 한계까지 확장되어 있었다.
게다가 아서가 뽑은 이 ‘스페이스 마린’이라는 상급 당첨권 같은 신분도 그에게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무려 ‘폴른’이었으니까!
사자왕이 깨어났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는 이제 워해머 40K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광신도 집단과 마주해야 했다.
다크 엔젤. 제국의 20개 스페이스 마린 군단 중 첫 번째로 탄생한 군단으로서, 그 수많은 공적과 ‘제1군단’이라는 명칭에는 특별한 의미와 무수한 영광이 깃들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스페이스 마린의 표본이라 자부하곤 한다.
그런 전단(Chapter)이 오점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아서는 자신의 손에 칠해진 검은 도색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폴른. 바로 다크 엔젤이 자신들의 치부이자 오점으로 여기는 존재들이다.
폴른과 관련된 일이라면, 평소 침묵하고 자율적이며 늘 최고만을 지향하던 이 전단은 가차 없이 가면을 벗어 던진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폴른의 흔적을 지우려 들며, 아군 오사, 사이킥 심문, 금지된 기술 사용, 익스터미나투스 집행 등은 예삿일이다.
만약 폴른이 그들의 손에 떨어진다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잔혹한 수단이 그 광신도들에 의해 동원될 것이다.
‘그냥 죽는 게 낫겠어.’
아서는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워프의 존재를 떠올리니 죽어서도 편히 쉬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이것이 이 세계의 진실이다. 살아서는 오물통 속에서 허우적대고, 죽어서는 더 깊은 똥통에서 수영을 해야 한다.
제길,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 되네.
울화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아서는 검을 챙겨 들고 방 문 앞으로 다가갔다.
절망적인 현상 앞에 선 인간은 이성을 잃기 마련이고, 그 상실된 이성은 이 순간 폭력성으로 변했다.
이 방은 딱 봐도 스페이스 마린 전용 숙소다. 이곳의 책임자를 찾아가 임무나 하나 달라고 해야겠다.
아서는 지금 그저 누군가를 베고 싶을 뿐이었다. 죽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 몇 놈 길동무로 삼아 같이 지옥에 가서 똥이나 먹어야지.
어차피 빙의한 워해머 세계관에서 인생은 이미 망했다.
그나저나 황제 영감님이 빙의자도 받아주려나 모르겠다. 안 된다면 저주받은 군단(Legion of the Damned) 편입이라도 노려봐야지.
문 열림 버튼을 힘껏 눌렀지만, 문은 무언가에 막힌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서는 안면 근육을 굳히고 문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쾅!
퍼억—!
금속이 끊어지는 날카로운 소리에 이어, 거대한 힘에 연약한 조직이 짓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취를 풍기는 파란색 액체가 안면 갑창으로 뿜어져 나왔고, 아서의 눈앞에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그곳은 넓은 전함의 복도였고, 차가운 벽등이 진동 속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아서가 고개를 숙였다. 난간 밖 넓은 통로에서는 온몸이 초록색인 오크들이 ‘와아아아!’를 외치며 조잡한 무기로 무장한 인간들과 살육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서가 고개를 들었다. 천장에는 세 쌍의 팔다리를 가진 기이한 생물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고, 등불 빛 아래 분홍색 근육이 투명하게 비쳤다. 골질의 갑각은 호흡에 맞춰 팽창과 수축을 반복했다.
아서가 옆을 보았다. 뾰족한 귀를 가진 엘프 같은 생물들이 뒤틀린 절망의 표정으로 난간가에 쓰러져 있었다. 이미 저항할 힘을 잃은 그들 곁으로, 매혹적인 냄새를 맡고 찾아온 분홍색의 화려한 형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서의 바로 정면, 일그러진 금속문 아래에 파란색 호러 한 마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비대한 몸집이 터져나간 채 눈앞의 천사를 바라보는 혼란스러운 눈동자에는 끝없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꺾여 쓰러진 지지 기둥은 놈이 방금 어떤 파괴를 겪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거대한 소동은 당연히 전장의 구성원들의 주의를 끌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일 뿐, 시선이 다시 부딪히자 혼란스러운 전장은 다시 박동하기 시작했다.
이 우주의 기조가 그러하듯.
죽음, 그리고 혼돈.
“……하하.”
눈앞의 온갖 괴물들을 바라보며 아서는 입꼬리를 실룩였다.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이 터져 나왔고, 마음속의 화는 순식간에 흩어졌다.
이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쓴웃음이라는 표현이 딱 적당했다.
극도로 어이가 없어서 정말 멘탈이 나갔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그저 입꼬리만 당기는 그 웃음이야말로 진정한 쓴웃음이니까!
뒤를 돌아보니 자신이 깨어났던 방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서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쾅!
방패를 앞으로 밀어붙여 이교도의 몸을 가볍게 터뜨렸다. 검날에서 파란색 번광이 뿜어져 나왔고, 순식간에 진스틸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육중한 금속 장화는 다크 엘다의 신체를 손쉽게 짓밟아 쾌락의 왕 곁으로 보내주었다.
인간, 엘프, 오크, 데몬 등 온갖 판타지적 존재들이 공존하는 다종족 세계.
휘익!
푸른 불꽃이 불어와 복도의 금속을 녹였지만, 밝게 빛나는 견고한 방패에 부딪혀 흩어졌다. 아서는 손을 들어 불꽃을 쳐내고 왼손을 높이 들었다. 방패 뒤에 숨겨진 플라즈마 무기가 푸른 전장을 내뿜었고, 순식간에 군중 속에 숨어있던 마법사를 녹여버렸다.
마법과 기계가 공존하는 세계.
“피의 신께 피를!”
선홍색 피부를 드러낸 블러드레터가 대검을 휘두르며 필멸자들의 머리를 수확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멜타 폭탄을 품에 안은 아스트라 밀리타룸이 데몬 무리 속으로 돌진했다.
신과 필멸자가 함께 세상에서 활동하는 세계.
치이익!
선체가 무형의 힘에 찢겨 나가며 선박 외부의 풍경이 드러났다.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균열을 따라 서리가 번져나갔고, 투명한 역장은 뒤틀린 폭풍의 충격 아래 명멸을 반복했다.
내일이 어떻게 다가올지 영원히 알 수 없는 세계!
아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요괴와 귀신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것이 바로, 워해머 40K다!
(1장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