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간단하다. 하치만이 반 대항전에 아예 무관심하다는 설정, 이거 하나로 시작해서 소설이 무너졌다.
처음엔 괜찮았다. 하치만이 반 경쟁 노관심이라 말해봐야 누가 믿겠으며, 얘가 중립국 선언할 체급이 되는지 검증이 안됐으니까. 류엔을 필두로 다들 찔러보고, 이에 하치만이 반응해 무인도 편에서 능력을 보여 활약한다. 거기에 하치만이 기본적으로 개입 안하는 태도는 거짓이 아니므로, 아야노코지가 원작과 동일하게 암약해 원작 전개도 유사하게 일어난다는 점이 신선하기까지 하다.
다른 반 톱들이 주인공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해도 스토리는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D반에는 트롤러일지언정 언제나 사건을 일으키는데다 호랑이도 못알아보고 들이박는 하룻강아지 야마우치가 있으니까. 문제는 야마우치가 퇴학당한 이후, 주인공을 특별시험에 엮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이쯤에서 문제를 자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 연재는 계속되어야 하니 시선을 돌려 다른 구석을 파고든다. 연애다. 이 시점부터 하치만의 미래 꿈에 현재 시점의 히로인들이 말려들어간다. 기존에 크게 비중이 없던 다른 학년 선배나 같은 반의 주변 캐릭터들이 신규 히로인으로 편입된다. 감정은 깊어지고 수라장이 벌어진다. 어느새 히로인이 20명 가까이 된다.
결국 300화 즈음 되어서, 실력지상주의라는 간판은 허울일 뿐 남아있는 건 어디서 많이 본 양산형 하렘 러브코미디. 분량을 억지로 나누다보니 모두가 온전한 매력을 선보이지 못해 역설적으로 메인 히로인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신이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1학년 운동회 이야기가 나올 즈음이 하차 타이밍이다. 그쯤이면 충분히 재밌던 패러디라는 감상을 가지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