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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국룰
작품 소개 :
인류 섬멸 계획은 대마녀 '츠키시로 유키'에 의해 수립되었다.
하지만 지금 대마녀의 계획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버렸다. 그녀가 일개 인간에게 납치당했기 때문이다.
"네가 잘못된 일을 하려 한다면, 납치를 해서라도 널 막겠어."
어느 날 대마녀는 깨달았다. 알고 보니 납치와 감금은 인간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차가운 지하실에 갇혀버린 카나메 타쿠마는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문밖에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으며, 그는 자신이 다른 마법소녀들과 맺은 관계가 결국 들통났음을 직감했다———.
"사랑해, 미안해, 사랑해, 미안해, 사랑해, 미안해, 사랑해, 미안해———"
1화
제1화: 밥 먹을 시간이야, 츠키시로 유키!
"여기 100만 엔이 있어."
"이 시간부로 유키 쨩에게서 떨어져. 그럼 아무도 다칠 일은 없을 테니까."
[알리페이 입금, 100만 원~]
그런 경쾌한 알림음을 듣고 싶었지만, 무척 아쉽게도 일본에서는 알리페이를 잘 쓰지 않는다.
게다가 100만이라는 단위도 위안화가 아니라 엔화일 뿐.
"딩동, 페이페이(PayPay)~!"
물론 100만 엔도 엄청나게 큰돈이긴 하다.
특히나 아직 고등학생인 신분이라면 더더욱.
우아한 자태의 흑발 생머리 아가씨는 철들지 않는 자식을 보는 듯한 원망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너는 이제 고작 열다섯 살이야.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타락한 거니?"
"글쎄?"
카나메 타쿠마는 어깨를 으쓱하며, 거액이 입금되었다고 계좌가 동결되지는 않았는지 폰을 내려다보며 페이페이 앱을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했다.
"당연히 도박쟁이 아빠, 알코올 중독자 엄마, 병든 여동생, 그리고 박살 난 나를 위해서지."
아가씨: "……."
"안심해. 앞으로는 네가 츠키시로 유키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돌봐달라고 싹싹 빌어도 안 할 테니까."
아가씨는 화가 나서 예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천박해! 너무 천박하잖아!"
"아무튼 앞으로 두 번 다시 유키 쨩에게 질척거리지 마!"
카나메 타쿠마는 정의감 폭발하는 이 아가씨의 말을 가볍게 씹어 넘겼다.
그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숫자 '157'을 힐끗 확인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휴대폰 화면에 찍힌 금액의 자릿수를 세어볼 뿐이었다.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게 뭐 어때서?
웃기네, 누구는 엉덩이 안 달고 태어났나?
아, 아니지. 내 눈앞에 있는 이 니카이도 가문의 아가씨는 이제 곧 열다섯인데도 몸매가 저러니, 진짜 엉덩이가 없긴 하구나.
"이 100만 엔은 네 치료비 명목으로 주는 보상금이야."
"그거 참 아쉽네. 내가 좀 더 심하게 다쳤더라면 보상금을 더 뜯어낼 수 있었을 텐데."
카나메 타쿠마는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부터 차갑고 정교한 외모에 속세와 동떨어진 듯 과묵한 성격의 '츠키시로 유키'를 주시해 왔다.
타쿠마의 눈에 그녀는 그저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일 뿐이었지만, 눈에 띄는 미모와 그녀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잡음들 탓에 한동안 학교에는 온갖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었다.
언제부터인가 츠키시로 유키의 곁에는 끊임없이 불운이 맴돌았고, 헛소문은 머지않아 노골적인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변질되었다.
이런 상황을 카나메 타쿠마가 당연히 좌시할 리 없었다.
자신이 오랫동안 주시하며 점찍어둔 사냥감인데,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애새끼들이 함부로 망가뜨리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일촉즉발의 갈등이 터져버렸다!
타쿠마는 같은 반 녀석들의 절반 이상을 때려눕혔고, 그 대가로 영광스러운 상처들을 얻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이 아가씨 ——— 니카이도 히로에게 덜미를 잡혀 그녀의 집으로 끌려갔고,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돈다발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그와 츠키시로 유키라는 불쌍한 커플(?)을 돈으로 갈라놓겠다는 뻔한 수작이었다.
이것이 자본가의 방식인가?
과연 그 유명한 후지와라 남가(南家)의 흑막, 니카이도 가문답다. 카나메 타쿠마는 도쿄의 하늘마저 까맣게 물드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찌 됐든 한탕 크게 벌였으니, 이제 슬슬 손을 뗄 때가 되긴 했다.
"오해하지 마. 네가 유키 쨩에게 또 다가갔다가 반 아이들에게 보복당할까 봐 걱정돼서 이러는 거니까."
"보복당하면 당하는 거지, 까짓것 죽기밖에 더 하겠어?"
"동양의 옛 격언 중에 '죽음은 서늘한 여름밤과 같아 근심 없이 편히 잠들 수 있다'는 말이 있지. 난 원래 생사에 연연하지 않거든."
카나메 타쿠마는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으려 했지만, 찢어진 입술 끝이 당기는 바람에 안면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혼자서 같은 반 녀석들 스무 명 가까이를 상대했으니, 타쿠마가 아니라 '장작의 왕(다크 소울)'이 왔더라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후 처리를 한답시고 교무실에 불려 가 선생님께 잔소리를 듣는 게 조금 짜증 나긴 했지만, 그 정도는 별문제 아니었다. 이 정도 시련쯤이야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아무튼 네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유키 쨩을 챙기는 일은 신경 쓰지 마."
니카이도 히로는 타쿠마의 이 고집불통 같은 뻔뻔한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너도 몸조심해. 다시는 이런 생각 없는 짓 벌이지 말고."
"미리 말해두는데, 난 꽤 강하다고."
"혼란을 틈타 누가 내 머리에 양동이만 씌우지 않았어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을 거야."
니카이도 히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해졌다.
"정말 이상한 녀석이라니까."
"네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사람을 너무 못 만나본 탓이지, 아가씨."
카나메 타쿠마는 뒤돌아서며 손을 들어 휙 흔들었다.
"그럼 난 이만 저녁이나 하러 가볼게. 누구나 너희 니카이도 가문처럼 전속 요리사가 밥을 다 차려놓고 기다려주는 건 아니거든."
"간다."
니카이도 히로는 타쿠마의 터진 입술과 붕대가 감긴 손등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가 이대로 자신과도 완전히 인연을 끊으려는 것만 같았다.
그저 기분 탓일까?
소녀는 멀어지는 타쿠마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자신의 미래 유학 계획을 떠올리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너, 유키 쨩을 좋아해?"
카나메 타쿠마는 호화롭게 장식된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인공적인 방향제 냄새가 나지 않는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당연히 좋아하지———."
"예쁜 미소녀를 보고 육체를 갈망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겠어? 예를 들면 당장 아가씨만 해도 무척 먹음직스럽잖아."
"그러니까, 내일 학교에서 보자고, 아가씨."
"너……!"
쾅!
문이 닫혔다.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려던 "그건 올바르지 않아!"라는 말은 갑자기 문 닫히는 소리에 가로막혀 쏙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타쿠마가 사라진 쪽을 멍하니 응시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뒤.
소녀는 체념한 듯 고개를 내저었다. 카나메 타쿠마 같은 뻔뻔한 성격의 인간은 난생처음이었다.
하지만 방금 그가 한 말에 관해서라면, 니카이도 히로는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녀는 거울을 힐쩍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흑발 생머리, 오밀조밀하게 예쁜 이목구비, 부드럽고 향긋한 머릿결, 만지면 터질 듯 새하얀 피부, 군살 없이 우아한 곡선미, 거기에 꽤나 특색 있는 교복까지.
오늘 그녀의 모습 역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고 세련된 '야마토 나데시코' 그 자체였다.
"유키 쨩에게 마침내 친구가 하나 더 생기나 싶었는데. 뭐, 이편이 저 녀석을 위해서도 낫겠지."
그녀는 귀 뒤로 머리카락 한 가닥을 넘기며, 자신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카나메 타쿠마를 응시했다. 그러자 문득 늘 미소를 띠고 있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녀가 중얼거렸다.
"유키 쨩이 저 애랑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내가 유학을 가더라도 마음이 놓였을 테니까."
"새로운 친구분이십니까, 아가씨?"
줄곧 곁에서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집사가 갑자기 입을 열며 물었다.
"아니, 그냥 반 친구야."
"하지만 아가씨께서 그렇게 진심으로 즐겁게 웃으신 건 무척 오랜만인걸요."
"집사님의 착각이야!"
카나메 타쿠마는 결코 돈을 밝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예전 같았으면 자기 한 몸 챙기기만 하면 그만이었기에 돈은 적당히 살 만큼만 있으면 충분했다. 어차피 마트에 가면 떨이로 파는 할인 상품들이 널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카나메 타쿠마는 이왕 목숨을 걸고 목이 달아날 만한 미친 짓을 벌인 마당에, 니카이도 히로에게서 돈이라도 조금 뜯어내는 게 지극히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다녀왔어."
타쿠마는 자신의 머리 위에 둥둥 떠 있는 숫자 '157'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그 숫자가 아까 니카이도 히로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숫자와 똑같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텅 빈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청자 여러분, 뉴스 속보를 전해드립니다.】
【최근 도쿄도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연쇄 실종 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이 방금 최신 수사 진행 상황을 발표했습니다. 피해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경시청은 특별 수사 본부를 꾸리고 용의 차량을 전력을 다해 추적 중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가급적 심야에 홀로 외출하는 것을 자제해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수상한 자를 발견할 경우 즉시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후속 보도가 들어오는 대로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짜 미친놈들이 널렸네. 세상 말세야. 저놈의 무능한 일본 경찰들 일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해결하는 데 또 20년은 걸릴 미제 사건이 하나 더 늘어나겠군."
"그래도 오늘 수확은 꽤 짭짤했으니까 맛있는 거나 해 먹어야지."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실 안에는 밀폐 용기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각각의 통 위에는 유성 매직으로 날짜와 고기 부위가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갈빗살부터 안심까지 없는 부위가 없었고, 전부 연하고 부드러운 살코기였다.
【네 번째 피해자는 14세 여성으로 방과 후 귀가하던 중 실종되었습니다. 경찰은 시민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글이나 올려볼까. 집에 악취가 너무 심한데 성능 좋은 방향제 추천 좀 해달라고."
게시글이 등록되는 그 순간———.
쾅!
거침없이 뼈를 자르고 고기를 썰어낸다!
카나메 타쿠마는 뉴스를 배경음 삼아 갈비를 자그마한 크기로 숭덩숭덩 토막 내며 본격적인 요리를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요리 속도를 가늠해 보았다. 며칠만 부지런히 해치우면 냉장고에 쌓인 고기들을 싹 다 비울 수 있을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아깝긴 했다. 전부 타쿠마가 심혈을 기울여 엄선한 부위들이었으니까.
하지만 헌것이 가야 새것이 오는 법.
신선한 고기가 볶아지며 식욕을 자극하는 군침 도는 냄새를 풍겼다. 카나메 타쿠마는 그제야 짬을 내어 고기를 다지느라 입가에 튄 핏방울을 슥 닦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먹음직스러운 돼지고기 생강 구이가 완성되어 접시에 담겼다.
카나메 타쿠마는 10kg에 5,000엔짜리 쌀로 지은 따끈한 밥을 푸짐하게 곁들여,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당연히 화장실 변기에 앉아 식사를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에게는 그런 해괴망측한 취미는 없었다.
카나메 타쿠마가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욕조 안에는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인형처럼 정교한 외모를 지닌 은발의 소녀가 버젓이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그녀의 몸에서는 하수구의 나방파리들조차 미친 듯이 이끌려 역류해 올라올 만큼 끔찍한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머리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숫자 '23'이 카나메 타쿠마를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것처럼 말이다.
그 역겨운 냄새는 어떤 비위 좋은 사람이라도 구역질을 쏟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최근 타쿠마의 집에서 방향제 소비량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원인이기도 했다.
"밥 먹을 시간이야, 츠키시로 유키 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