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야간 점검 공지가 떴다.
전기 설비 확인이니, 밤 12시 이후에 순차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혼자 산다.
그래서 문은 항상 이중 잠금, 인터폰은 무음이다.
괜히 열어줬다가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점검 당일 밤,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복도에서 발소리가 났다.
느릿한 걸음.
한 집 앞에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다.
우리 집 앞에서 멈췄다.
문 손잡이가 아주 약하게 흔들렸다.
잠겨 있다.
인터폰은 울리지 않았다.
대신 문 바깥에서 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발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한참을 기다린 뒤
현관으로 갔다.
문 아래로 종이 한 장이 밀려 들어와 있었다.
야간 점검 완료
이상 없음
이상했다.
문을 열어 준 적도 없고,
인터폰도 울리지 않았는데
점검이 끝났다는 것이다.
찝찝했지만,
요즘은 비대면 점검도 많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다음 날 아침,
관리실에서 전화가 왔다.
“어젯밤 점검은 괜찮으셨어요?”
“네. 이상 없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잠깐의 침묵.
“……어느 집에 그런 종이가 들어갔다고요?”
나는
우리 집 호수를 말했다.
관리실 직원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어젯밤 점검은
12층까지만
진행됐습니다.”
우리 집은
14층이다.
전화를 끊고
현관을 다시 봤다.
종이는 그대로 있었다.
그제야
문 아래쪽이 아니라,
문 안쪽 손잡이에 걸려 있었다는 것
이
눈에 들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