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쯤 일어났을 때 부재중 전화가 세 통 있었다.
전부 아빠였다.
새벽 2시 17분, 2시 23분, 2시 31분.
문자도 와 있었다.
— 받아 (02:18)
— 급한 일이야 (02:24)
— 전화 좀 (02:32)
나는 아빠한테 전화했다.
신호음이 길게 울렸다.
받지 않았다.
다시 걸었다.
여전히 받지 않았다.
회사로 전화했다.
"아버지 좀 바꿔주세요."
"지금 회의 중이신데요."
"언제 끝나요?"
"두 시쯤 끝나실 것 같은데요. 메모 남겨드릴까요?"
"아뇨, 제가 다시 걸게요."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초인종이 울렸다.
한 시쯤이었다.
인터폰 화면을 켰다.
경찰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실종 신고 건으로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실종 신고요?"
"네, 확인할 게 있어서요."
나는 문을 열었다.
경찰은 신분증을 보여줬다.
경찰 맞았다.
"어제 밤 몇 시에 주무셨어요?"
"열한 시쯤요?"
"중간에 깬 적 없으세요?"
"네."
"전화 온 거 모르셨어요?"
"몰랐어요. 왜요?"
경찰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사진이었다.
우리 집 현관 앞이었다.
새벽에 찍은 것 같았다.
플래시 때문에 하얗게 날아가 있었다.
"이거 댁 맞죠?"
"네."
"어제 밤 새벽에 신고가 들어왔어요. 누가 이 집 앞에서 계속 초인종을 누르고 있다고."
"누가요?"
"신고자는 익명이었어요. 출동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고요. 혹시 새벽에 누가 찾아온 거 아세요?"
"아뇨."
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CCTV 확인해봐도 될까요?"
"저희 집엔 CCTV가 없는데요."
"복도 거 있잖아요."
"아, 네."
경찰은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잠시 후 관리사무소 직원이 노트북을 들고 왔다.
영상을 재생했다.
새벽 2시 15분부터였다.
복도가 보였다.
우리 집 앞.
아무도 없었다.
2시 20분쯤 누군가 화면에 들어왔다.
아빠였다.
아빠는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렸다.
다시 눌렀다.
전화를 꺼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안 되는 것 같았다.
문자를 보냈다.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2시 35분쯤, 아빠는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화면에서 사라졌다.
경찰이 물었다.
"아버지신가요?"
"네."
"연락 되세요?"
"아까 전화했는데 안 받으셨어요."
"지금 어디 계시는지 아세요?"
"회사에 있을걸요. 회의 중이라고 들었어요."
경찰은 뭔가 적었다.
"아버지가 왜 새벽에 집에 오셨는지 아세요?"
"모르겠어요."
"혹시 요즘 집안에 무슨 일 있으셨어요? 싸우신다거나."
"아뇨."
경찰은 명함을 줬다.
"아버지 연락 되면 전화 주세요. 확인할 게 좀 있어서요."
"네."
경찰과 관리사무소 직원이 나갔다.
나는 다시 아빠한테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회사에 전화했다.
"아까 전화드렸었는데요. 아직 회의 중이세요?"
"잠시만요."
잠시 후 비서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안 계신데요."
"회의 끝나셨어요?"
"아뇨, 오늘 안 나오셨어요."
"네?"
"오늘 연차라고 들었는데요."
나는 전화를 끊었다.
아빠한테 문자를 보냈다.
— 아빠 어디야
— 전화 좀
— 경찰 왔었어
답장이 없었다.
세 시쯤 아빠 친구분한테 전화했다.
김 삼촌.
아빠랑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삼촌, 저예요. 혹시 아빠 봤어요?"
"아니, 왜? 무슨 일 있어?"
"연락이 안 돼서요. 오늘 회사도 안 갔대요."
"...잠깐만."
삼촌은 잠시 말이 없었다.
"어제 저녁에 연락 왔었어. 너희 집 비밀번호 바꿨냐고."
"아뇨, 안 바꿨는데요."
"본인이 눌렀는데 안 열린대. 그래서 내가 관리사무소 전화번호 알려줬거든."
"그게 언제였어요?"
"열한 시쯤? 밤에."
"그 다음엔요?"
"그 다음엔 연락 없었어."
나는 전화를 끊었다.
도어락을 확인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었다.
어제 밤부터였을 것이다.
휴대폰을 보니까 부재중 전화가 하나 더 있었다.
아까 통화하는 동안 걸려온 것 같았다.
아빠였다.
방금 전, 세 시 12분.
나는 바로 다시 걸었다.
연결음이 울렸다.
한참 울렸다.
받았다.
"여보세요?"
아빠 목소리가 아니었다.
남자 목소리였다.
낯선 사람이었다.
"...누구세요?"
"휴대폰 주인 분이세요?"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여보세요?"
"...제 아버지 전화예요."
"아, 그래요?"
"어디서 주우셨어요?"
"강 쪽이요. 산책하다가 풀밭에 떨어져 있길래."
"...언제요?"
"조금 전에요. 한 삼십 분 전?"
나는 손이 떨렸다.
"지구대 위치 알려드릴게요. 여기 맡겨놓을게요."
남자는 주소를 말해줬다.
나는 받아적었다.
전화를 끊었다.
112에 전화했다.
이번엔 바로 받았다.
"실종 신고요."
상황을 설명했다.
상담원은 침착하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보신 게 언제세요?"
"어제 아침이요."
"어제 새벽에 댁을 방문하신 건 CCTV로 확인되신 거죠?"
"네."
"그럼 접수하겠습니다. 연락처 남겨주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까 온몸에 힘이 빠졌다.
잠시 뒤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을 켰다.
"어...?"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CCTV에서 본 것과 똑같은 옷.
어제 새벽에 입었던 옷.
"나야. 문 열어."
나는 입술이 말랐다.
"아빠...?"
"응. 배터리 나갔지? 관리사무소에서 새 거 받아왔어. 문 열어봐."
아빠는 손에 뭔가 들고 있었다.
배터리 같았다.
"아빠 휴대폰은요?"
"잃어버렸어. 나중에 찾아야지. 빨리 열어. 무거워."
나는 문 쪽으로 갔다.
손을 도어락에 올렸다.
멈췄다.
"아빠, 어제 몇 시에 집 왔었어요?"
"...어제?"
"새벽에요."
아빠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빠 회사 오늘 연차라고 했는데."
"...그래, 연차야. 피곤해서 쉬려고."
"그럼 어디 있었어요? 아침부터 지금까지."
"...그냥 좀 돌아다녔어."
인터폰 화면 속 아빠는 가만히 서 있었다.
표정이 안 보였다.
모자 때문에 그림자가 져 있었다.
"문 열어."
나는 뒤로 물러났다.
"아빠, 경찰한테 전화할게요. 같이 얘기해요."
"...왜?"
"실종 신고했어요. 아빠 찾고 있어요."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돌아갔다.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화면에서 사라졌다.
나는 주저앉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받았다.
"실종 신고하신 분이죠? 확인 좀 하려고요."
"네."
"아버님이 어제 새벽에 댁 방문하셨다가 못 들어가셨던 거 맞죠?"
"네."
"그 이후로는 연락이 안 되시고."
"네."
"혹시 아버님 최근에 건강 문제 있으셨어요? 치매라든지."
"아뇨."
"알겠습니다. 주변 수색 들어가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나는 창문으로 갔다.
밖을 내려다봤다.
아파트 단지 입구 쪽에 누군가 서 있었다.
아빠 같았다.
멀어서 잘 안 보였다.
그 사람은 계속 우리 집 쪽을 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