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서 개인정보라는 건 아주 중요하게 여겨진다.
나 역시 예전에 개인정보가 유출돼서 스토킹 피해를 당한 적이 있어, 꽤나 고생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뒤쫓긴다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었다.
그래서 보안이 철저한 맨션을 선택했다.
그 맨션은 관리가 상당히 철저해서,
입주민들끼리조차 서로의 개인적인 정보를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입주민들끼리 모이는 일도 없고,
얼굴을 마주쳐도 잡담은커녕 인사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우편물 역시 우편함에 확실히 자물쇠가 걸려 있고,
무엇이 도착했는지도 밖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게 되어 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조차,
밖에서는 어느 층에 정차했는지 알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즉, 그 사람이 몇 층에 사는지도 최대한 알 수 없도록 신경 쓴 구조라는 거다.
게다가 이 맨션은 입주민 수가 적은지,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다.
다른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무섭다거나, 인간관계가 삐걱거릴 것 같다며
불편한 표정을 짓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 맨션에 들어온 사람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입주민과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니,
이건 이것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도 꽤 쾌적하게 살고 있다.
이 맨션에 온 지 몇 달쯤 지났을 무렵의 일이다.
나는 매일 아침 8시, 출근을 위해 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는데,
5층에서 타는 여자와 함께 타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인사도 하지 않았지만,
몇 번 얼굴을 보다 보니 인사 정도는 하게 됐다.
뭐, 상대가 젊고 미인이라는 점도 있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매일 아침 그녀와 마주치는 게
조금은 즐거워졌다.
…인사 말고 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혹시나 퇴근길에도 같이 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나는 귀가 시간이 들쭉날쭉해서
그럴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수요일.
우리 회사에는 아직도 ‘노 잔업 데이’라는 게 남아 있어서
수요일만큼은 일찍 퇴근할 수 있다.
평소엔 바로 집에 갔지만,
그날은 왠지 외식을 하고 돌아왔다.
맨션에 도착해 우편물을 꺼내려고 우편함을 열자,
그 안에는 이상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우편함 안의 물건들이 새까맣게 타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경찰과 소방을 불러 조사해 보니,
나 앞으로 온 우편물 안에
시한식 소형 폭발물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만약 외식하지 않고 바로 집에 돌아왔더라면,
확실히 폭발에 휘말렸을 거라고 했다.
그 폭발로 죽지는 않았겠지만,
자칫하면 화재로 번질 가능성도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걸까 고민하며 잠들었고,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그 여자를 만났다.
늘 하던 대로 인사를 하자,
그녀가 이렇게 말했다.
“어제 괜찮으셨어요?
8층에서 작은 화재 소동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