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집에 누가 왔는지는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
택배, 점검, 관리인.
대부분 현관 인터폰 기록과도 일치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관리 앱에서
방문 기록 하나
를 발견했을 때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기록은 이랬다.
방문 시각: 어제 오후 3시 12분
체류 시간: 4분
현관 개폐: 없음
‘문을 안 열었는데 방문?’
아마 초인종만 누르고 간 거겠지.
영업이거나 착오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방문자 이름이
‘거주자 확인’으로 되어 있었다.
관리실에서 왔나 싶어
CCTV 기록도 확인해 봤다.
현관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
카메라를 정확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깐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확인하더니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때
집에 있었다.
그 시간에
분명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인터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찝찝했지만
그냥 넘기기로 했다.
요즘은 이상한 사람도 많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출근하려고 현관에 나섰을 때,
문 손잡이에
작은 종이 쪽지가 붙어 있었다.
어제는 부재중이셔서
내부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손글씨였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
‘부재중?’
나는 분명
어제 집에 있었다.
하루 종일.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혹시
시간을 착각한 걸까 싶어
쪽지를 다시 봤다.
날짜는
정확히 어제였다.
갑자기
어제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오후 3시 무렵.
TV 소리.
커튼이 쳐진 거실.
휴대폰을 보고 있던 나.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시간대만
소리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TV에서
무슨 프로그램이 나왔는지도,
어떤 소리가 있었는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그 구간만
통째로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 끝,
엘리베이터 앞에
어제의 그 남자가 서 있었다.
이번엔
모자도 마스크도 없었다.
그는
나를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
이번엔
안에 계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