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몹시 가난해서,
가전제품도 중고품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 나와 아내가 돈을 모아
처음으로 새 제품으로 산 것이 바로 에어컨이었다.
그전까지 선풍기로만 버텨 오던 우리는
에어컨의 쾌적함에 서로 손을 맞잡고 기뻐했었다.
너무나도 편안한 탓에
나는 금세 에어컨에 의존하게 되어 버렸다.
툭하면 온도를 낮추고,
켜 둔 채로 잠들고,
어쨌든 굉장히 게을렀다.
아내는 그때마다
온도를 조절하거나 전원을 끄는 등 신경을 써 주었다.
나는 줄곧
전기요금이 나와서 그렇게 해 주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 건강을 걱정해서였다고 한다.
만약 전기요금을 아끼려는 거였다면
애초에 에어컨을 켜게 두지도 않았을 거라며.
……확실히 그렇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아내가 나에게 쏟아온 헌신은
정말 대단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식사도 영양 균형을 고려했고,
게다가 질리지 않도록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썼다.
세탁도, 청소도……
생활의 모든 것이
아내의 배려로 감싸여 있었던 것이다.
이런 건 정말 알기 힘들다.
직접 해 보지 않으면 말이다.
그래서 부부 사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 번쯤은 집안일을 전부 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고 있었는지,
얼마나 사랑받고 있었는지를
분명히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추천하니까, 꼭 한번 해 보길 바란다.
이야기가 좀 바뀌지만,
지금은 생활이 나름 안정됐다.
극빈 생활을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월급은 두 배 이상이다.
게다가 당시 아내가 벌던 돈까지 포함한 이야기다.
그동안의 일을 되찾기라도 하듯
나는 가전제품을 하나둘 새로 바꿨다.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최신 가전은 성능이 좋아서
생활이 훨씬 편해졌다.
그때 이런 식으로 살 수 있었다면
생활도 꽤나 수월했을까?
뭐, 지금 와서 말해 봐야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바꿀 수 없는 가전이 하나 있다.
……그래, 에어컨이다.
뭐랄까,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서
도저히 바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다행히 에어컨은
사용법을 바꾸지 않아도 아직 현역이다.
지금도 쾌적하게 잘 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에어컨 전원을 켠다.
오늘은 조금 더워서
온도를 24도로 낮춘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도시락은 지금은 솔직히 무리지만,
언젠가는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저녁도 예전에는 도시락으로 때웠지만,
지금은 재료를 사 와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다만, 역시 아직 레퍼토리는 적다.
이것도 차차 늘려 가야겠지.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덥네.
나는 에어컨 설정을
24도로 낮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