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는 평소 누군가 자신의 공간에 침입하는 것을 병적으로 불안해하는 성격이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사하자마자 창가와 현관 등 외부와 통하는 모든 곳에 CCTV를 설치했다.
어느 날, 남자는 늘 그렇듯 CCTV에 기록된 영상을 되감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영상 속에서, 그의 집 창가 쪽으로 한 여자가 떨어지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 아닌가.
남자는 ‘곧 시끄러워지겠군’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영상을 종료했다.
그러나 영상을 끈 직후,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갑자기 밀려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집을 뛰쳐나왔다고 한다.
2.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자가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길가에 서 있는 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 역시 남자를 알아본 듯,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리고 뜻밖의 제안을 꺼냈다.
“내기를 하나 하지. 이 나무 상자 안에는 6천만 엔이 들어 있네.
자네가 어떤 방법으로든 이 상자를 열 수 있다면, 안에 든 돈은 전부 자네 것이야. 어떤가?”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인이 가리킨 나무 상자는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 있었지만, 그 옆에는 도끼와 칼 등 여러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손해 볼 것은 없다고 판단한 남자는 곧바로 내기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덧붙였다.
“단, 5백만 엔을 내면 상금 바로 앞에서 시작하게 해 주지.”
남자는 5백만 엔을 지불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상자는 그의 눈앞에 놓여 있었다.
3.
한 아이돌 가수에게 팬레터가 수만 장이나 도착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불쾌한 기운이 느껴지는 소포 하나가 있었다.
안에는 비디오 테이프가 들어 있었다.
혼자 볼 용기가 나지 않아, 그는 동료들과 함께 보자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 속에는 어딘가 기분 나쁘게 생긴 사람이 등장했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노래를 불렀고,
갑자기 울다가 웃다가,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동료들은 “저게 뭐야?”, “완전 바보 아냐?”라며 깔깔거리며 웃어댔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의 눈에서는, 공포에 질린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4.
방에 혼자 있을 때마다,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졌다.
가족들이 있는 거실이나 밖에 있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방 안에서 책상에 앉기만 하면, 반드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상 앞 창문의 커튼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 순간, 내 등 뒤로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 보여 깜짝 놀랐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창문 맞은편에 놓인 큰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친 것뿐이었다.
‘아, 그렇구나.’
평소 느껴지던 시선의 정체는 이것이었구나.
나는 안심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