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가족 총출동으로 일을 돕고 있긴 했지만,
예전에는 나름대로 장사가 잘돼서 가족 네 식구를 먹여 살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모두가 집에 틀어박히기 시작하면서 매출은 급감했다.
단골들이 걱정돼서 가끔씩 사 가주는 정도였다.
지금은 고기를 들여오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가 되어, 가게를 접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한 친구가 조언을 해줬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인터넷 안 쓰고 매출 올리겠다는 건 무리야.”
나는 그 조언에 따라 큰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다.
한 마리 통째로 해체해서 온라인 판매를 하는 방법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과연 팔릴까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정말로,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가슴살, 허벅지, 어깨, 갈비, 혀, 안심 등등.
입소문이 점점 퍼지면서 주문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해체 작업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정말 혼자서 가게를 돌리는 건 벅차다.
뭐, 기분 좋은 비명이라는 녀석이지.
그러던 중, 한 통의 주문이 들어왔다.
“다리랑 손도 있나요?”
오~ 꽤 아는 사람이군.
제대로 알고 계신다.
다음 날, 바로 발송했다.
자, 이제 슬슬 고기가 떨어져 간다.
또 들여와야겠군.
화자는 한 마리를 통째로 들여왔다고 말하지만,
무엇을 들여왔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돼지, 소, 닭에게는 '손'이 없다.
즉, 화자는 다른 무언가의 고기를 팔고 있다는 것.
그리고 주문자는 그게 뭔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손'을 주문한 셈이 된다.
또한 처음에는 온 가족이 가게를 도왔지만
지금은 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고기가 거의 다 떨어졌으니
새로 들여와야 한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