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젤.
36살이고,
최근에 이혼했다.
사유가 뭐냐고?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지루한 가족."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꽤 질렸던 것 같다.
양육권 문제로 법정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루카스는 나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열두 살짜리 아들.
그년 없이 지내는 건 꽤 힘들었다.
루카스는 나를 원망하다가,
5분도 안 돼 울면서 사과하곤 했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나는 결국 도시 외곽,
소음과 압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집을 하나 구했다.
아주 단순한 단층집.
부엌, 화장실, 거실,
그리고 침실 두 개.
루카스의 방,
내 방 하나.
새 집 소식을 들은 루카스는 꽤 기뻐했다.
요즘은 울음 말고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마치 새 출발이 꼭 맞는 느낌.
우리는 오후 내내 가구를 옮기고,
루카스의 물건을 방에 들여놓고,
5초 마다 발밑에 끼어드는 우리 집 개,
'쿠키'를 피해 다니느라 바빴다.
쿠키는 꼬리를 흔들며 방에서 방으로 따라다녔는데,
루카스만큼이나 이사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쿠키에게 사료를 주고,
나와 루카스는 피자로 저녁을 때웠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루카스는 자기 방으로,
나는 내 방으로.
말할 것도 없이,
나는 금방 잠에 들었다.
그리고 금방 깼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그 특유의 느낌 때문이었다.
방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어둠 속의 그림자와 낯선 형태들뿐이었다.
'새 집에 오면 흔히들 느끼는 괜한 불안이겠지.'
하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때,
문에서 긁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안 돼, 쿠키. 자러 가..."
내가 말했다.
그러자 소리는 멈췄다.
역시 쿠키였군.
나는 베개에 머리를 떨군 채 눈을 감았다.
순간 발치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쿠키가 침대 프레임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귀를 쫑긋 세운 채였다.
문을 긁는 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놀란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
열쇠구멍에 눈을 붙였다.
안은 새까맸다.
아무것도.
그때,
어둠 속에서 눈 하나가 나타났다.
깜빡이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저,
응시하고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눈꺼풀만 겨우 보일 정도였다.
동공은 비정상적으로 작았고,
홍채 주변에는 짙은 붉은색의 혈관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급히 일어나 문을 벌컥 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 소름 끼치는 눈의 주인도,
어떤 소리도.
길고 비어 있는 어두운 복도만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재빨리 쿠키를 안고 루카스의 방으로 향했다.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 살며시 문을 잠그고,
바닥에 누워 쿠키를 꼭 안은 채 잠들었다.
아침은 대체로 평범했다.
아들이 왜 내가 자기 방 바닥에서 잤냐고 물어본 것만 빼면.
이혼을 겪는 아이에게 그 밤의 공포를 굳이 들려줄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집 꾸미기를 마무리했다.
다시 밤이 왔다.
이번엔 침대 옆 서랍 맨 위에 권총을 넣어 두었다.
루카스는 잠들어 있었다.
나는 쿠키를 안고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쿠키를 침대에 올려놓고,
담요를 우리 위에 덮었다.
천천히 잠들었다.
오래 가지 않았다.
이번엔 긁는 소리가 아니었다.
숨소리였다.
내 옆에서 쿠키가 떨고 있었다.
나는 다시 문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열쇠구멍을 들여다봤다.
그 눈이 거기 있었다.
"꺼져."
나는 최대한 떨지 않고 속삭였다.
제발 떠나주기를 바라면서.
그러자 정말로 사라졌다.
천천히 왼쪽 위로,
복도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안도해야 할지 불안해야 할지.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다시 쿠키를 누워 안아주며,
고요 속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였다.
"아빠, 뭐 하는 거야? 재미없어..."
루카스의 목소리.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나는 전속력으로 권총을 집어 들고,
아들의 방으로 달려갔다.
그것은 분명...
내 아들을 해치려 할 것이다!
용납할 수 없다.
마침내 문 앞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조용히 문을 열자,
아들은 담요를 얼굴까지 끌어올린 채,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아빠? 무슨 일이야?"
루카스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나는 권총을 등 뒤로 숨기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그냥... 그냥... 다시 자렴."
나는 쿠키를 불러 루카스의 침대에 올려주었다.
둘을 달랜 뒤,
거실로 가서 전 아내의 바느질 도구를 찾았다.
열쇠구멍에 쉽게 들어갈 만큼 얇은 바늘.
'다시 와보시지.'
나는 생각했다.
권총과 바늘을 들고 아들의 방으로 돌아왔다.
루카스와 쿠키는 그새 잠들어 있었다.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마침내,
그 무거운 숨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는 바늘을 오른손에,
만약을 대비한 권총을 왼손에 들고,
문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
열쇠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역시,
그 혐오스런 눈이 거기 있었다.
"뭐야? 뭘 원하는 거야?"
나는 속삭였다.
고요했다.
깜빡임도,
움직임도,
단지 그 소름 돋는 시선만이.
"좋아."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좆이나 먹어라."
나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늘을 열쇠구멍 입구에 가져갔다.
그리고,
빠른 동작으로 밀어 넣었다.
뽁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루카스의 방이 아니라,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집은 고요했고,
모든 것이 평범했다.
딱 하나,
내 왼쪽 눈.
사라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