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취조실로 들어섰다.
30대 중반의 여성이 거기 기다리고 있었다.
'와.'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여자가 아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여자였다.
나는 이 절세미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마치 유리벽 너머에 있는 반 고흐의 그림처럼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원초적인 성욕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오직 경외와 숭배만을 받아 마땅한 존재처럼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엄격하고 냉철한 표정으로 자신을 무장했다.
내게 남은 약점이라곤 이제 몇 개 없었지만, 그마저도 감추기 위해서였다.
"래트너 부인, 이 대화를 녹음해도 되겠습니까?"
코트에서 녹음기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다른 누가 듣게 되나요?"
그녀가 수줍은 듯 물었다.
"부인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좋아요, 그럼 녹음하셔도 돼요."
녹음이 시작됐다.
"2025년 12월 10일, 존 스미스 요원, 펠리시아 래트너 부인과의 대화입니다."
나는 부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순간, 그녀의 태도가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가녀린 여인에서...
전혀 다른 무언가로 돌변했다.
"당신은 찾기 힘든 남자네요, 존 스미스."
래트너 부인이 차갑게 말했다.
나는 조금 놀랐지만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 흔한 이름을 가진 장점 중 하나죠. 익명성 속에 숨어 살 수 있으니까요.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람들은 절 귀찮게 하지 않죠."
"하지만 이제 제가 찾았죠."
"노력을 많이 하셨겠군요."
"그랬죠..."
분명히 이상했다.
"알겠습니다, 부인.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당신이 속한 FBI가 노숙자 연쇄 살인마에 대한 제보를 공개적으로 요청했잖아요?"
"그렇죠."
"제보할 게 있거든요."
"뭡니까?"
"당신, 존 스미스 요원. 말해주고 싶어서요. 그 살인 사건 중 8건은 제가 저질렀다고요. 그리고 몇 년 전 미제 사건으로 남은 9건도 제가 했고요."
"아..."
그녀의 목소리는 로봇처럼 감정이 없었고 냉담했다.
"안 믿기죠? 봐요, 바로 그거예요. 제가 그토록 오랫동안 잡히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거라고요."
"래트너 부인, 저는..."
"스미스 요원. 저도 제가 끝내주게 예쁘다는 걸 알아요. 그제 제 무기죠. 당신이 당신의 이름과 직업 뒤에 숨는 것처럼, 저도 이 독보적인 아름다움 뒤에 숨는 거예요."
부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워낙 매력적이라서, 저만의 강력한 현실 속에 살아요. 스미스 요원. 제가 방에 들어서면 한마디도 하기 전에 남자들은 즉시 저를 주목하고 갈망하죠. 여자들은 절 싫어하고요. 제 존재 자체가 타인의 현실을 왜곡해 버리는 거예요. 웃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웃기지도 않네요."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한 얘기예요. 사람들은 제가 너무 예쁘니까, 평생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살아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만큼 고생해 본 적도 없을 테니, 자연스레 머리도 비어 있을 거라 어림짐작하죠. 그런데 알아요? 제게 당첨된 이 유전자 복권은... 미모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지능, 그리고 사이코패스적 성향도 포함하고 있거든요. 그것들이 제 주변 환경에 이렇게나 중력 같은 영향을 미치는데, 남들은 제가 멍청해서 그걸 모를 거라고 생각해요. 이 미친 현실을 뼈까지 발라 먹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음... 그래서 그걸 이용해 얻으려는 게 뭡니까, 부인?"
"죽이는 거요."
"왜요?"
"말했듯이, 전 인생에서 거의 모든 걸 그냥 얻었어요. 딱 하나, 아이들만 빼고요. 전 제 유산을 남길 아이들을 항상 원했지만, 불임이라는 유전자 복권에도 당첨된 몸이거든요. 그래서 계산을 좀 해봤죠. 생명을 주는 걸 대체할 행위는... 오직 죽임뿐이더군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제 인생에서 제가 진정으로 노력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어요. 언젠가 진실이 밝혀진다면, 그게 제 유산이 되겠죠. 희생자들은 제 아이들과 같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노숙자입니까?"
"우린 시애틀에 살잖아요. 노숙자는 널렸고, 예전엔 아무도 신경을 안 썼죠. 하지만 이제 저는 엄마가 된 심정으로 내려다봐요. 내 아이들이, 드디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까."
내가 말했다.
"부인, 지금 살인을 자백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계신 거겠죠."
"노숙자 연쇄 살인 사건 중 8건을 자백하고 있죠. 네."
"...그럼 나머지 세 건은요?"
래트너 부인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
"글쎄... 그건 모방범의 짓이라는 걸 우리 둘 다 알 텐데. 덕분에 내 유산이 더럽혀지고 있잖아,
존 스미스."
"..."
나는 녹음기를 끄고 물었다.
"무슨 말이지?"
"하하, 내가 내 아름다움을 망토처럼 두르듯, 너도 네 익명성과 존 스미스라는 FBI 요원 신분을 망토처럼 두르고 있잖아."
나는 침묵했다.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당신 꽤 하는군, 물론 알고 있지?"
"난 내 분야 최고니까."
"맞아. 당신이 하는 짓은 예술이야."
"그래서, 왜 날 따라하는 거지?"
"그야... 아름다우니까. 어렸을 때부터 그런 충동이 있었어. 법 집행 기관에 들어온 것도 그 때문이지. 합법적으로 그 충동을 해소하려고.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어. 왜냐하면... 거기엔 예술이 없었으니까. 항상 지저분했거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야, 당신이 보여준 아름다움에 매료된 게. 천재적이었어. 당신의 작품은 추적 불가능하고, 완벽하고, 우리 같은 경찰들에게 날리는 거대한 엿이지. 영감을 안 받을 수가 있나?"
그녀가 피식 웃었다.
"외모 말고 다른 걸로 인정 받으니 기분 좋네요."
나는 기기의 녹음 파일을 삭제했다.
그러고는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부인, 나가서 술이나 한잔하실래요?"
"날 그만 따라 하겠다고 약속한다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였다.
"거래 성립."
아무도 모른다면, 무엇이든 그렇게 될 수 있을 터였다.
마치 망토를 두르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