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자고 있는데, 창문을 콩콩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요즘 이른바 영적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일주일 전, 친구와 담력 시험 삼아 심령 스폿에 다녀온 이후부터다.
뭔가가 따라와 버린 모양이다.
요즘은 매일 밤이 되면 창문이나 벽을 두드리거나,
“들여보내 줘” 하고 말을 건다.
그 때문에 일주일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다.
더 골치 아픈 건, 그 노크 소리와 목소리가
나 말고는 아무도 듣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신적인 병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신적인 문제는 아니다.
한 번은 창문 잠그는 걸 깜빡했더니,
창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황급히 닫고 잠그자
“왜 안 들여보내 줘?”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쯤 되니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가 동창회가 있다며 외출하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출장으로 집에 없는데,
어머니마저 집을 비운다니, 말도 안 된다.
어떻게든 말려 보았지만,
“11시엔 돌아올게”, “좋아하는 초밥도 사 올게”라는 말로 밀어붙였다.
그래도 나는 이미 대학생이다.
이런 투정만 부릴 수는 없다.
오후 6시 즈음이 되자 어머니는 나가셨다.
괜찮아. 대략 다섯 시간만 버티면 된다.
어머니가 외출하시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이불을 뒤집어썼다.
창문과 문이 모두 잠겨 있는 것도 확인했다.
잠을 거의 못 잔 탓인지,
잠깐 꾸벅거리다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다.
심장이 한순간에 요동친다.
아직 7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유령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혹시 내가 혼자 있는 걸 알고 노리고 온 걸까?
다시 인터폰이 울린다.
겁을 내며 현관문 눈구멍으로 보니 택배 기사였다.
문을 열어 물건을 받는다.
아, 배송이 올 거면 미리 말해 주지…
안도하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눈을 떠 보니 밤 11시.
슬슬 어머니가 돌아올 시간이다.
이 시간이라면 아직 유령은 안 나타나겠지.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를 걷는데,
거실 불이 켜져 있다.
문 너머로 어머니께 말을 건다.
“어? 엄마, 벌써 돌아왔어?”
“응. 일찍 끝났어. 그보다 배고프지?”
“아, 응. 좀.”
“함박스테이크 해놨으니까 밥 먹자.”
“화장실 다녀와서!”
화장실로 향하던 순간,
갑자기 쿵쿵쿵 하고 현관문이 거세게 두드려졌다.
심장이 튀어 오를 듯 뛰기 시작한다.
“아들! 거기 있지? 현관문 좀 열어 줘!”
어머니의 목소리다.
말도 안 돼.
이런 짓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열쇠 떨어뜨렸어. 열어 줘.”
위험했다.
만약 어머니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와 있었다면,
속아 넘어가 문을 열 뻔했다.
그런데도 문은 계속 거세게 두드려진다.
어서 어머니가 있는 거실로 돌아가려던 순간.
“열면 안 돼! 빨리 이쪽으로 와!”
거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현관문을 열었다.
유령이 내는 소리는 화자만 들을 수 있다.해설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분명 초밥을 사오겠다고 하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