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어머니의 그림자
어두운 방 안에서 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오모리의 겨울 밤은 차가웠다. 집 너머 고가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들의 불빛이, 목적지도 모른 채 시야를 가로질렀다. 규칙을 잃은 빛의 흐름은, 그대로 내 안쪽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내가 머물던 자리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는 것도.
모든 일의 시작에는 타키가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였다. 진로와 입시, 새로 얽히는 인간관계들. 그런 압박 속에서 타키와 나는 자연스럽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였고, 그래서 더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거리감이야말로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내 어머니, 야치오는 늘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여자 문제가 잦았다고 들은 아버지는, 어머니와 나를 남겨둔 채 사라졌다. 그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다만 술에 취한 어머니가 흘리듯 내뱉던 말들의 파편을 이어 붙였을 뿐이다.
임신 사실이 알려졌을 때, 어머니의 부모는 아이를 지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피해 어머니는 규슈를 떠나, 아오모리까지 올라왔다.
어릴 적 나는 밤을 무서워했다. 잠들지 못하고 울던 나를 어머니는 품에 안고, 망설임 없이 젖을 물렸다. 그 체온과 냄새를 아직도 기억한다. 한때는 안식이었던 기억이, 이제는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타키가 우리 집에 자주 오기 시작한 건 입시 준비 때문이었다.
함께 공부했고, 가끔은 레코드 가게에서 음악을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가 타키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나는 알아차렸다.
그 시선에는 설명이 없었다. 다만 이전보다 오래 머물렀고, 불필요할 만큼 부드러웠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타키는 나보다 컸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또렷한 얼굴선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신뢰를 주는 외형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럴 리 없다고.
하지만 부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가 타키를 식탁에 붙잡아 두는 시간, 현관에서 그의 옷깃을 고쳐주는 손길, 공부하는 사이 조용히 놓고 가는 간식들. 그 모든 장면에서, 나는 분명 그 자리에 있었지만 동시에 제외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이미 완성된 장면에, 뒤늦게 끼워 넣어진 존재처럼.
그럴수록 내 안에서 이상한 감각이 자랐다.
불쾌함이었고, 분노였으며,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열감이었다.
어머니를 향한 감정과 타키를 향한 감정이 서로 얽혀, 구분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무렵, 사건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그날 우리는 학교에서 진학 희망 대학 서류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이 깊도록 지망 순서를 고민했고, 어머니가 방 한쪽에 두고 간 과자와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그대로 잠들었다.
밤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깬 나는, 안방에서 낮게 오가는 목소리를 들었다.
문은 닫혀 있었고, 그 틈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허락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타키 군, 지망 대학을 우리 아들과 같은 곳으로 쓴 거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이, 나에게 향하던 것과 같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네. 쇼우는 혼자 두면 어딘가에 휘말릴 것 같은 타입이라서요.”
타키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제가 옆에 있어주고 싶어요.”
그가 내 이름을 그렇게 말하는 순간, 가슴 안쪽이 미묘하게 뒤틀렸다.
보호라는 말이, 다른 의미로 들린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문 너머에서는 더 이상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문을 열지도, 돌아서지도 못한 채.
그 침묵 속에서,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쓰고 재밌겠다 싶으면 떡인지로도 그려볼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