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신 이치다 님께서 70만 HIT 기념으로 투고해 주신 소설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진저리가 난 직장인 여성이 우연히 들어간 가게. 그곳에서 마신 특별한 칵테일의 효과는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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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
“축하드립니다. 손님께서는 저희 가게의 70만 번째 방문객이십니다.”
처음 가보는 바의 문을 열자마자 환영의 목소리가 그녀를 반겼다.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도 박수를 치며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특별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이쪽으로 모시죠.”
마스터가 카운터 중앙석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어머, 고마워요. 기쁘네요. 요즘 정말 안 좋은 일투성이였거든요. 회사에선 실수해서 상사한테 깨지고, 남자친구는 말 안 듣는다고 화내질 않나, 예전엔 예뻤는데 지금은 왜 이 모양이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그렇다면 이 칵테일을 드셔 보시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마스터가 글라스를 내밀었다.
잔 속에는 무지갯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액체가 담겨 있었고, 과일 향이 물씬 풍기는 액체가 찰랑거렸다.
“저희 가게의 스페셜 칵테일, 『인어공주』입니다.”
“고마워요, 친절하시네. 얼마인가요?”
“스페셜 서비스라 대금은 받지 않습니다.”
“정말요? 오늘 운이 좋네. 이제야 좀 일이 풀리려나 봐요.”
그녀는 단숨에 잔을 비웠다.
“맛있네요. 한 잔 더 주실 수 있나요?”
“손님, 그 칵테일은 한 잔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자, 이제 편히 쉬십시오. 눈을 떴을 때는 인생이 바뀌어 있을 겁니다.”
“그, 런가요…? 왠지, 점점, 졸음이….”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가게 카운터 안에 서 있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아…, 잠들었었나 보네요.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그보다 나노머신의 정착 상황은 어떻습니까?”
“나노…? …체표면의 수지화(樹脂化) 완료되었습니다. 뇌세포의 70%가 의사 시냅스로 변환되었습니다. 내장의 43%가 치환 완료되었습니다.”
얼굴과 슈트 소매 밖으로 드러난 손발은 플라스틱 같은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군요.”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꿈이 아닙니다. 현실이죠. 당신은 이제부터 100만 번째 손님이 올 때까지 우리 가게의 마스코트가 되는 겁니다. 성가신 회사도, 남자친구도 전부 잊으세요.”
“네, 현실로 인식합니다. 저는 이 가게의 마스코트가 됩니다. 회사도 남자친구도 잊겠습니다… 데이터 소거 완료.”
“좋습니다. 그럼 외형 변화 프로그램을 실행하십시오.”
“네, 외형 변화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피부 표면에서 배어 나온 나노머신이 입고 있던 슈트를 녹여버렸고, 온몸이 칵테일과 같은 무지갯빛 액체로 뒤덮였다.
무지갯빛 액체는 레오타드처럼 몸을 감싸더니, 이내 메탈릭 블랙의 바디로 변했다.
가슴팍에는 붉은 나비넥타이가 나타났고, 양 손목에는 커프스가 생겨났다.
신고 있던 낮은 굽의 펌프스는 굽이 쑥 솟아오르며 10cm(4인치) 높이의 핀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수리에서 토끼 귀 모양의 안테나 두 개가 길게 뻗어 나오자, 그녀는 생긋 미소 지었다.
“어서 오세요, 『인어공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운터 너머에서 새로운 마스코트 인형이 인사를 건넸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꿈이 아닙니다. 현실이죠. 당신은 회사에서 실수하지 않기를 바랐죠? 당신의 소망을 나노머신이 읽어 들여 몸을 개조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의 뇌는 컴퓨터화되어 어떤 실수도 저지르지 않게 될 것이고, 상사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네, 제 뇌는 컴퓨터화되었습니다. 이제 실수하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외형 변화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회색 슈트가 무지갯빛으로 빛나더니, 옷의 형태는 유지한 채 은색 외장으로 변했다.
머리카락은 하나로 뭉쳐져 검은 헬멧 형태가 되었고, 양 귀는 은색 헤드폰 모양으로 변하며 안테나가 솟았다.
“좋습니다. 당신은 전원만 있다면 휴식도 식사도 필요 없습니다. 이제 회사로 돌아가 업무를 계속하십시오.”
허리 뒤쪽에서 꼬리처럼 콘센트 플러그가 달린 전원 코드가 길게 늘어졌다.
“외부 전원 입력이 없습니다. 체내 배터리 가동 시간은 4시간입니다. 지금 즉시 회사로 복귀합니다. 회사까지 소요 시간 1시간 14분. 가동 시간 내 도착으로 예측됩니다.”
여성형 로봇은 가게 문을 열고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꿈이 아닙니다. 현실이죠. 당신은 남자친구 마음에 쏙 드는 존재가 되고 싶었죠? 당신의 소망을 나노머신이 읽어 들여 몸을 개조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의 몸은 최적의 형태로 셰이프업되어 영원히 아름다움을 유지할 겁니다.”
“네, 제 몸은 나노머신에 의해 최적의 형상으로 변형을 완료했습니다.”
“말을 안 듣는다고 남자친구가 화를 냈다고 했죠? 그런 일이 없도록 당신의 뇌는 전자화되어 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게 됩니다. 기억 속에 있는 그의 데이터를 마스터로 등록하십시오.”
“네, 그를 마스터로 등록합니다. 그의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하겠습니다.”
“그럼 그를 불러내십시오.”
그녀는 건네받은 전화기로 연인이었던 남자를 불러냈다.
“나, 당신이 딱 좋아할 만한 모습이 됐어. 바 『인어공주』로 와줘.”
잠시 후, 한 남자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내가 화낸 거 아직도 뒤끝 있게 구는 거야?”
“아니요, 저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입니다. 어떻게 하셔도 상관없어요.”
“이분은 당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당신 전용 로봇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할 겁니다.”
“그래? 그렇게까지 나를…. 그럼, 집에 가서 나를 위해 저녁밥이나 좀 차려줄래?”
“네, 주인님. 그럼 식사 준비에 최적화된 형태로 변하겠습니다.”
입고 있던 슈트가 무지갯빛으로 빛나더니, 검은 드레스에 흰 앞치마를 두른 전형적인 메이드복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머리에는 작은 램프가 여럿 달린 머리 장식이 나타났다.
“메이드 로봇 스타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주인님.”
목소리에 맞춰 머리 장식의 램프가 깜빡거렸다.
“그럼 집으로 돌아가요, 주인님.”
“어, 어어….”
메이드 로봇은 당황하는 남자의 손을 이끌고 가게를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