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츠사이 님으로부터 단편 『앰버 리틀』을 받았습니다.
전쟁 때문에 강제 송환된 어머니가 어린 딸을 로봇으로 위장해 밀입국시키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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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가리는 눈보라를 뚫고 구식 여객기 한 대가 착륙했다. 승객들이 하나둘 내린다.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다.
전쟁이 터졌다. 피부색이 다른 두 민족 사이에서. 비행기 승객들은 모두 정부의 명령에 따라 조국의 땅을 밟게 된 처지다.
각자가 일궈온 삶을 생각하면 밝은 얼굴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다.
발걸음이 느린 다른 승객들보다도 한참 뒤처져서, 남의 눈을 피하듯 마지막 승객이 트랩을 내려왔다. 호박색 피부의 소녀와 하얀 피부의 부인이었다.
기묘한 조합이었다. 흑요인(黑曜人)들이 국외 추방된 지금, 이곳에 있는 건 백담인(白淡人)뿐이어야 했다. 게다가 호박색 소녀의 몸에는 부자연스러운 페인팅이 칠해져 있었다.
부인은 페인트가 칠해진 피부를 애틋하게 보듬으며 딸을 안아 올리고 눈을 감았다. 출발 전, 중개인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미세스 스톤, 그 나라…… 아니, 실례. 당신네 나라에선 흑요인은커녕 백담과 흑요의 혼혈조차 생존권을 인정받지 못해요. 딸을 데려가는 건 위험이 너무 큽니다.”
“남편도 없는 지금, 의지할 사람이 없어요. 전 흑요에 머무를 수 없고, 아이를 혼자 두고 갈 수도 없단 말이에요…….”
콧수염을 기른 흑요인 남성은 대답 대신, 대가로 내민 목걸이를 받아 챙겼다.
“알겠습니다. 그럼 따님에게는 위장 처리를 해두죠. 다행히 로봇 반입은 허용되니까, 따님을 로봇으로 속여서 데려가세요.”
“로봇으로 위장을요? 그게, 아이 몸은 괜찮은 건가요?”
“페이퍼 타투 같은 거라 가만히 두면 금방 벗겨집니다. 걱정 마세요. 입국 심사관이 조사하면 들통나겠지만, 백담의 입국 심사는 공정성을 위해 기계화되어 있어요. 더구나 이런 난리통이니 창구에 인원을 배치하진 않겠죠. 무엇보다 컴퓨터는 속이기 쉬우니까요. 다만 구식 모델이면 해체해서 검사할 수도 있으니, 사람과 똑 닮은 스페셜 모델로 위장하겠습니다.”
“……그렇게, 부탁드려요.”
남자는 부인과 악수를 하고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살짝 몸을 내밀었다.
“부인, 당신이 의연하게 행동해서 의심만 사지 않으면 위험할 거 없습니다. 괜찮아요, 잘될 겁니다.”
“네…….”
(아이에게는 흑요인이었던 그 사람의 피가 짙게 흐르고 있어. 속이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부인은 딸을 세게 껴안았다.
그 모습에 불안을 느낀 딸이 엄마에게 매달렸다.
“엄마…….”
“괜찮아, 세라. 로봇인 척하고 있으면 돼.”
“응…….”
부인은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입국 심사가 자동화되면서 창구가 굉장히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1번부터 70번까지는 일반용, 71번부터 99번까지는 업체나 단체를 위한 업무용 게이트다.
모녀는 88번 창구로 안내받았다. 로봇을 검사할 수 있는 설비가 업무용 게이트에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심사관 대신 관리용 컴퓨터가 기계적인 인사를 건넸다.
“입국 심사를 시작합니다. 먼저 여권과 본인 확인을…….”
입국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소지품 검사가 시작되었다.
“소지하신 로봇을 검사하겠습니다. 센서 앞에 놓아주십시오.”
적외선 라이트가 옷 너머로 세라의 몸 구석구석을 스캔해 나갔다.
언제 들킬지 모른다는 공포에 모녀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인증 완료. 케이지 사의 HL 리얼 시리즈군요. 미세스 스톤, 로봇을 엘리베이터에 태워 아래층 독(dock)까지 내려보내십시오.”
예상치 못한 말에 모녀는 귀를 의심했다. 부인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기, 기다려 주세요! 이 아이…… 이 기체는 특수 모델이에요! 정밀 검사는 생략되는 걸로 아는데…….”
“지난주에 본 게이트는 케이지 사의 모든 퍼소네이터(Personator)에 대한 대응을 마쳤습니다. 밀수 방지 검사가 가능해졌으니 범죄 예방을 위해 협조해 주십시오.”
“말도 안 돼…….”
세라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엄마…….”
울 것 같은 세라에게 엄마는 참으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괜찮아, 분명 그 타투만 있으면 검사를 통과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세라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손을 놓으며 엘리베이터로 걸어 나갔다.
“응, 다녀올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딸을 배웅하며, 엄마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긴 시간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길고, 길고, 긴 시간을……. 그렇게 8시간이 흘렀다.
“딩동! 88번 게이트에서 대기 중인 분, 로봇 검사가 종료되었습니다. 게이트로 와주십시오.”
위이이잉, 위이이잉.
게이트 쪽에서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은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 소리에 이어 부인을 호출하는 두 번째 안내 방송이 공항 내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단숨에 게이트로 달려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결함 부위를 수정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파손 부위 비용은 저희 쪽에서 부담하니 안심하십시오.”
“아아, 세라! 왔구…… 나?”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네, 마…… 주, 주인, 님……』
그게 무엇인지 부인은 알 수 없었다.
나온 것은 세라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명백히 이질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이를 감싸고 있던 옷은 온데간데없고, 살색의 사지와 프랑스 인형 같은 관절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그 틈새로 인간에게는 있을 리 없는 무언가가 언뜻언뜻 보였다.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자신의 주인을 확인하더니, 익숙지 않은 몸을 필사적으로 움직여 비틀비틀 다가왔다.
어머니는 컴퓨터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컴퓨터는 디스플레이 영상을 띄우며 담담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각 부품을 해체할 때 부품이 손상되어 순정품으로 교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이오 컴퓨터에 오류가 발생하여 백업 후 시스템 재구축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설명해 드릴까요?”
“당장 해!”
【검사 현황】이라는 문구와 함께 영상이 지하 독으로 전환되었다.
“싫어! 오지 마…… 아아악!”
그곳에는 구속대에 묶인 딸의 피부를 메스로 절개하고, 그것을 파손으로 인식한 컴퓨터가 내장을 기계 부품으로 갈아 끼우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것이 살점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는 소녀의 몸을 인간의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 주저 없이 움직였다. 타투 때문에 세라가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내부 검사가 끝날 즈음에는 피부 밑이 기계로 가득 찼다. 성대가 교체된 탓인지 목소리 톤이 변해 있었다.
『아, 아아, 윽…… 후우』
컴퓨터는 세라의 뇌신경을 통해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세라의 뇌는 0과 1의 신호를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컴퓨터는 그것을 시스템 결함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OS가 손상되었습니다. 백업 후 시스템 재구축을 시작합니다.”
『초기화 실행…… 초기? 아, 머리가…… 부아악?!』
관리 컴퓨터는 세라를 똑같은 기계로 취급하며 대했다. 데이터를 밀어 넣고 동작을 확인하다가 에러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시스템 재구축 완료. 파일 체크 시작.”
『가…… 퍼소네이터…… 가흑, 아니야, 나……』
“에러 검출. 재포맷 후 시스템 재구축을 시작합니다.”
『에아아악!! 삑! 드르르륵……』
……몇 번이고.
“포맷 완료. 시스템 재구축을 시작합니다.”
『……나느 퍼소네이타…… 아니, 인가……』
“에러 검출. 재포맷합니다.”
“아아아아악! 가삑!”
…………몇 번이고.
“포맷 완료. 시스템 재구축을 시작합니다.”
『피가…… 나, 는…… 퍼소네이타…… 가가가삑』
“에러 검출. 재포맷합니다.”
『가삐이이익! 가삑, 삑삑, 가삐가아아악!! ……삐, 피가가가가, 가, 드르륵 드르륵……』
………………몇 번이고.
긴 시간에 걸쳐 반복되었다. 그럴수록 세라는 말을 잃어갔다.
그리고…….
“재구축을 정상적으로 종료했습니다.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십시오.”
『에…… HL, 리얼…… 넘버 세라…… 알겠, 습니다』
영상은 거기서 끊겼다.
“…….”
디스플레이에는 이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인은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부인의 옷자락을, 딸이었던 퍼소네이터가 붙잡고 끌었다. 그리고 표정 없는 얼굴로 자신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나느, 퍼소네이터, 세라. 주…… 마, 마mama mama 가가가삑! 주인, 님…… 명령, 을, 내리십시오』
부인은 대답하지 않았고, 결코 눈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이상이 검사 내용입니다. 의문 사항 있으십니까, 마담?”
“……아니요, 비용을 부담해 주신다면 됐어요. 문제가 생기면 이쪽에서 연락하죠. 이걸로 절차는 끝난 거죠? 수고했어요. 자, 가자 세라.”
『네, 마마마마…… 주인, 님』
위이이잉, 위이이잉, 위이이잉.
따라오기는 하지만 세라의 걸음은 너무나 느렸다. 그래서 부인은 세라를 접어서 보스턴백 안에 집어넣었다. 리얼 시리즈는 또래 인간과 비슷한 무게밖에 나가지 않기에, 바퀴 달린 가방이라면 여자의 힘으로도 운반할 수 있다.
세라는 옷조차 입지 못한 채 가방에 담긴 채로 부인과 함께 거리로 사라졌다.
공항 폐쇄 후, 피범벅이 된 88번 독이 작업자에 의해 발견된다. 경찰국은 스톤 부인을 살인 및 밀입국 혐의로 지명 수배했으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행방은 묘연하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