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아헨 (아카라이브 최면세뇌 채널)
1편
●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끔찍한 실험의 기록들을 공개하고자 한다.
실험이라고는 하지만 몇몇 추악한 권력자들과 재벌들의 욕망을 채우기위해서 이용된 악행에 불과하다. 과거 마루타 실험이나 나치의 수용소에서 자행됐던 각종 인체실험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것이다.
과학이란 이름을 빌어, 한 여자의 인생은 물론이고 그녀의 자유의지까지 송두리채 앗아 간 악마들.
나는 그들이 실험기록이랍시고 컴퓨텨에 입력한 기록과, 음성 파일을 비밀리에 입수했다.
지금 보게 될 글은 이 파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편집한 것이다.
[20××.04.18]
연구자: 히카리 나츠미(光 夏海)
실험체 확보 후 첫 번째 실험을 기록하기 위해 해당 문서를 작성할 것이다.
이 실험은 공식적으로는 특수 제작된 프로그램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일종의 소체로서 여성을 모집하였다.
아직 시중에 팔리지 않았지만 안전성이 검증된 '명상 및 휴식 프로그램'의 효과를 실험한다는 명목으로 몇 개월 간 광고한 결과, 스키사키 코유키(杉咲 小雪, 36)가 실험대상으로 최종선별되었다.
그녀는 남편이 없이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로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이런 임상실험에 지원하였다고 면접이유를 밝혔다.
되도록이면 합법적인 영역에서 해당 실험을 실시하고 싶기에, 납치나 인신매매와 같은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따라서 광고를 통해 대상자를 모집하고자 했으나, 임상실험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두려움이 무시하지 못할 장애물이었다.
그렇게 높은 사례비를 제시했음에도 마지막에는 실험을 거부하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실험의 시작조차 못하던 그때, 지원서류를 제출한 것이 바로 코유키씨였던 것이다.
아마 자식을 부양해야 한다는 모성애가 실험대상으로 이용된다는 두려움과 수치심을 이겨냈으리라 생각하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코유키씨에게 감사하면서도 한없는 죄악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그녀를 속였기 때문이다.
과학자와 개발자랍시고 흰색 가운을 입었지만, 우리가 한 평범한 어머니의 얼굴에 씌운 것은 '힐링 프로그램'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을 덮은 바이져에서 나올 것은, 그녀의 의삭을 마비시켜 우리의 명령대로 움직이게 하는...자유의지를 말살시키는 프로그램이니 말이다.
이것이 내가 과학자를 선택한 이유와 부합하는 일인가 개인적인 회의감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대한 물주의 관심과 흥미가 절실했기에, 우리는 악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이 희생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거름이 되기를.
이 프로그램의 위력과 영향력을 피드백해서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이 정도의 희생은 감내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속여 본다.
부디 날 용서하지 말기를....
◇ [20××.04.18] 음성기록
나츠미: 안녕하세요 해당 실험을 진행하게 될 나츠미입니다. 거창하게 임상실험이라고 했지만 그저 바이져를 낀 채 한 시간 정도 주무시면 되니까요. 너무 부담 안 가지셔도 될 거 같아요
코유키: 네 감사합니다. 한 시간 정도면 끝나는 거죠?
나츠미: 네. 특별히 약을 투여한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어서 금방 끝날 거 같네요. 혹시 뒤에 일정이 있으세요?
코유키: 아...일정이랄 것은 없는데요. 저희 딸과 저녁약속이 있어서요. 이번에는 받은 돈으로 꼭 맛있는 걸 먹이고 싶어서...아아 제게 푼수지 괜한 말을 했네요.
나츠미:(.......)
코유키: 선생님? 왜 그러세요?
나츠미: 아...아뇨 이제 시작할게요. 편하게 힘 빼시고, 한 시간만 그저 이 바이져에 나오는 음성에 따라 움직이시면 따님을 만날 수 있으실 거에요. 아마 10분 후에는 주무시느라 시간 가시는 줄도 모르실 거고요.
코유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츠미: 이제...이거 쓰시면 됩니다.
● 그렇게 코유키씨는 이 세뇌 바이져를 쓰고야 말았다.
입수한 기록을 분석해 볼 때 나츠미는 사실상 코유키의 인격을 지우는 일에 대단한 죄책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마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코유키에게 바이져를 건내준 이는 다른 이도 아닌 나츠키 본인이다.
더구나 세뇌 프로그램과 장치를 만들고 해당 실험의 정보를 물주들에게 흘린 것또한 그녀이니 동정의 여지는 없다.
후술하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고야 만다.
어찌 되었든, 나츠미의 친절한 설명에 아무 의심도 없이 이 장치를 장착하게 된 그녀는 장착한지 3분도 안되어서 이상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 [20××.04.18] 음성기록
코유키: 선...선생님? 빛이 너무 강해요...눈을 감을 수가...선생님...!!!
머릿속에 말이 울려요...인격 제거...안돼...이건 내가 들었던 게 아냣...!!?
나미리야 아유무(成宮 歩): 선배님 더 진행해도 되는 겁니까? 첫 실험부터 너무 강한 것...
나츠미: 아냐. 비록 반영구적인 손상을 입더라도 진행해야 돼.
아유무: 실패하면 실험대상을 더 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나츠미: 지금 우리에게 연구비와 시설을 마련한 분들이 대기 중이야. 목소리 낮춰 아유무.
아유무: 하...선배는 정치인하셔도 잘 하시겠네요.
나츠미: 칭찬으로 들을게.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나는 이 실험을 완수 할 책임이 있어. 명령대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아유무: 아들 때문입니까?
나츠미: 뭐...?
아유무: 3년 째 혼수상태로 있는 선배님의 아들과 이 실험이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 사람의 인생을 박살내면서까지...
(철썩)
나츠미: 한 마디만 더 해봐. 이 실험에서 퇴출이야. 그리고 너가 나가면 과연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높으신 분들은 자신의 치부를 건드릴 수 있는 자를 용납하지 않아. 신중하게 처신해.
아유무: 하, 선배님의 싸대기는 여전하네요. 죄송합니다.
코유키: [전뇌화 프로세스 80%]
아유무: 그녀의 뇌와 기기가 동기화 된 것 같습니다
음성 인식 프로토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나츠미: .....
코유키: [전뇌화 완료. 성처리 기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합니다]
나츠미: 뭐...? 성처리 프로그램? 추가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장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코유키: [유두 및 클리토리스를 자극합니다. 펠라치오 기능을 다운로드합니다.]
아유무: 저길...보세요 선배님. 실험체가 스스로 자위를...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상 외로 빠르게 습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 여자의 두뇌 기능이 상당히 활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츠미: 너...설마...?
(덜컥)
○○전자 회장: 아 벌써 즙을 흘려대면서 자위하고 있구만. 평소에 이 여자의 기록과 너무 달라진 모습이 마음에 들어. 무슨 개구리처럼 딱 벌려서 쑤셔대고 있구만.
나츠미: 오셨습니까...회장님...
회장: 이제 내 명령대로 움직이는 섹스로이드가 탄생한 건가?
나츠미: 아...네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 내로는 실험...을 마치고 복귀시켜야...
회장: 돈이 풍족한가봐? 내 명령에 토를 달고.
나츠미: 아 아닙니다. 이제는 마음대로 쓰셔도 될 인형이나 다름없습니다.
회장: 그래. 그래야지. 가슴도 만져줄만 하고. 이 년이 벌거벗은 채 차렷자세로 서 있는 걸 생각만해도 꼴리는 구만.
나츠미:....
코유키: [세뇌가 끝났습니다. 섹스로이드 xgh3478756. 과거의 기억 및 인격이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회장님']
회장: 바이져를 벗기게
나츠미: 네...
회장: 하...저건 사람의 눈이 아니구만. 눈 가운데가 빨간 게 진짜 기계의 전원 버튼이 아닌가 말이야. 그럼 섹스로이드 명령이다. 일어서서 옷을 벗어라.
코유키: 네 회장님.
회장: 먹어줄 만한 몸이구만...그럼 내 저택으로 이 '기계'를 옮기도록 하겠네. 뒷탈 없도록 하게.
나츠미: 네...알겠습니다...
2편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형식으로 각색한 글입니다.
[20××.04.19]
연구자: 나미리야 아유무(成宮 歩)
◇ 실험체 스키사키 코유키(杉咲 小雪, 36)와의 대화 기록.
"코유키씨 안녕히 주무셨나요? 비록 침대가 아니라 아크릴 상자지만 뭐 피곤하시거나 힘드시진 않으시죠?"
내가 알몸으로 서있는 이 여자에게 던지는 말은 지극히 쓸데 없고, 또 돌아오는 답변도 뻔할 것이다.
"...."
무안할 정도의 침묵이 바로 그것이다.
깜빡임도 없이 허공의 한 지점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동자 안에는 그 어떤 인간성의 편린조차 남아있지 않은 듯 오싹한 순수함만이 엿보였다.
어제 그녀의 머리와 얼굴을 덮었던 기계장치가 그녀가 36년 동안 쌓아왔던, 말 그대로의 모든 것을 지워놓았기에 코유키라고 불렸던 인간의 껍데기만이 박제되어 있을 뿐이다.
그녀가 내 말에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더 이상 그녀는 스키사키 코유키가 아니기 때문이다.
"섹스로이드 xgh3478756."
"네 섹스로이드 xgh3478756. 아유무 연구원의 음성을 인식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녀를 낳고 또 기쁨과 사랑으로 이름을 붙여준, 그녀의 부모님이 있었을 것이다.
코유키(小雪)이란 이름은 겨울철에 잠깐 날리는 첫눈을 연상하게 한다.
분명 고운 눈 결정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기를 희망한 부모님의 바람이 담긴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 이 여자의 일생을 날려버렸다.
방금 전처럼 그녀의 소중한 이름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이제는 모델명만이 그녀의 정체성이자 전부인 셈이다.
"불쌍한 여자네. 어쩌다 임상실험같은 걸 한다고 해서."
"몇가지 실험을 할거야. 섹스로이드 씨"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모유를 분비해"
"모유 분비 시퀀스 가동. 유두 자위를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