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1) 작성
※ 본 페이지의 창작물은 모두 픽션입니다. 실존 인물·단체와는 일절 관계없습니다.
"오, 벌써 6시 반인가... 슬슬 때가 됐군."
짹, 짹,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오고 아침 해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낼 무렵... 어느 맨션의 한 방, 젊은 남자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찬장에서 쌍안경을 꺼내 들고는 마작 테이블을 훌쩍 뛰어넘어 베란다로 직행했다. 함께 밤을 샌 친구 놈도 눈을 비비며 무슨 일인가 싶어 부스스 일어났다.
젊은 남자는 베란다로 뛰쳐나가더니 쌍안경을 옆 맨션 쪽으로 겨눴다. 뒤에서 지켜보던 친구가 혀를 찼다.
"야야, 훔쳐보기는 범죄야, 임마."
"아니야, 아니야. '치녀'가 나온다고, '치녀'가."
"...'치녀'?"
의아해하며 옆으로 다가온 친구에게 남자는 쌍안경을 건네며 말했다.
"자, 저쪽 베란다를 한번 봐봐."
"............오오옷."
쌍안경을 쥔 손이 떨렸다. 건너편 베란다에 여자가 알몸으로 만세를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에 힘을 주니 얼굴이 그럭저럭 보였다. 꽤 귀여운 얼굴이잖아.
베란다에서 떨어질 듯 몸을 내미는 친구를 보며, 젊은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해설을 늘어놓았다.
"어때, 놀랍지? 저 여자, 매일 아침 이 시간에 전라로 서 있어. 나도 우연히 발견했는데, 처음엔 미동도 안 하길래 마네킹인 줄 알았다니까."
설명은 뒷전이고, 친구는 대답도 없이 그저 마른침을 삼키며 여자의 몸을 눈으로 훑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부드러운 머릿결, 균형 잡힌 훌륭한 스타일.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는 동쪽에서 비치는 햇살을 반짝반짝 반사해 마치 도자기 조각상을 방불케 했다.
"...일광욕이라도 하는 건가..."
"글쎄? 항상 30분 정도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는데, 도통 짐작이 안 가. 신종 노출 플레이라든가."
노출 플레이라... 확실히 묘령의 미녀가 지체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이유라면 그 정도가 고작이겠지. 높은 힐을 신고 다리를 살짝 벌린 채 양손을 높이 쳐들고, 전부 봐달라는 듯 계속 서 있는 나녀(裸女). 크게 뜬 그 눈동자 깊은 곳에는 피학의 쾌락이 일렁이고 있는 걸까.
"맞다, 너도 눈치챘냐? 저 여자, 털이 하나도 없어. 요즘은 수영복 때문에 정리하는 경우도 많다지만, 그렇다고 싹 다 미는 건 좀 과하잖아. 그래서 '치녀'라고 부르는 거야."
거기까지 말하고는 남자는 친구 손에서 쌍안경을 홱 낚아챘다. 친구는 뭔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쌍안경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는 남자 옆에서, 친구는 베란다 난간에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노출벽 있는 치녀라면, 저 여자의 무표정은 대체 뭘까. 뭐랄까, 마치 인형 같단 말이지. 노출광이라면 쾌락이 세트로 따라올 텐데, 저런 로봇 같은 차가운 얼굴을 플레이 중인 인간이 할 수 있을까...
문득 주변 풍경을 알아차린 친구는 아연실색했다. 주변 맨션 베란다마다 수많은 '동지들'이 몸을 내밀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큭큭 쓴웃음을 지었다.
『...배터리 충전이 완료되었습니다.』
무표정한 채 그렇게 중얼거린 리사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천천히 돌아 실내로 들어가더니, 전라로 화장대 앞에 앉았다. 몇 초 후, 커다란 눈동자에 푸르스름한 불꽃이 튀고, 깜빡이며 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빨리 준비하고 출근해야지..."
리사는 자신이 전라로 있다는 사실에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았다.
...무대는 바뀌어 카시와라 학원, 소란스러운 아침 교무실. 이미 대부분의 교사는 출근해 있었고, 다들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그곳에 颯爽(삽상)하게 등장한 리사는 단숨에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며칠 전부터 리사의 복장은 대담해져 있었다. 예전에는 수수한 정장으로 몸을 감싸고 다녔는데, 요 며칠 사이 노출이 늘더니 오늘은 거의 팬티가 보일락 말락 한 초미니스커트, 마치 고급 호스티스 출근길 같은 차림새였다. 톡 튀어나온 매혹적인 엉덩이에서 매끄럽게 뻗은 긴 다리가 요염했다. 그러면서도 태도는 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고 있어, 언밸런스한 매력이 넘쳐흘렀다.
이런 리사의 변화에 다른 여교사들의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의 교직 생활도 며칠 안 남았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남자 직원들에겐 환영할 만한 사태였기에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 주위의 복잡한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리사가 자리에 앉자, 옆자리 남자 동료가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타카하시 선생님. 오늘도 멋진 미니네요. 요즘 정말 많이 변하셨어요."
"우후, 감사합니다. 전 그렇게 변한 것 같지 않은데 말이죠."
"그래도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네즈 선생님이 벌써 분개하고 계시던데요... 뭐 일부 학생들이 선생님 몰카를 노린다고 풍기를 문란케 한다나 뭐라나."
네즈 선생님이란 깐깐하기로 소문난 여교사를 말한다. 물론 나이는 리사보다 훨씬 위다.
"그런가요... 사실 저도 요즘 치한을 만나는 일이 늘어서..."
그야 그렇겠지, 하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보다 리사의 대답에서 느껴지는 여유에 가벼운 위화감을 느꼈다.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야한 화제가 나오면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곤 했는데...
"아, 참. 타카하시 선생님,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선생님 송별회 건 말인데요... 일단 역 앞 '산카이'에서 7시로 정해졌으니까, 바쁘시겠지만 부디 참석해 주셨으면 해서요..."
"네, 물론 가야죠. 주인공이 빠지면 실례잖아요."
◆ ◆ ◆
이윽고 잠시 뒤, 학년 주임의 미팅에 이어 교감의 주의 사항 전달이 끝나자, 1교시 수업이 있는 교사들은 각자 교내로 흩어졌다. 그중 리사만이 빈손으로 중앙동을 향했다.
사실 리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미 수업을 거의 맡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퇴직까지 남은 며칠간 이사장실에서 비서 업무를 보게 된 것이다. 동료들도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별 반대 없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학생을 아끼던 그녀치고는 얼마 남지 않은 교사 생활, 학생과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선택을 한 것에 다소 의문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지만.
카시와라 학원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4층짜리 철근 교사 옆에 주차장을 밀어버리고 추가로 지은 신축 중앙동이 있다. 주로 교원용 준비실이 들어서 있는데, 이사장실이 차지하는 최상층은 학생도 오지 않을뿐더러 선생님들조차 좀처럼 발을 들이지 않는 곳이다.
그런 휑한 복도를 로맨스 그레이의 남성이 홀로 걷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야부모토. 미술계 전문학교 외에도 몇 개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카시와라 이사장과는 오랜 지기다. 야부모토는 급한 용무로 오늘 아침 일찍 카시와라에게 약속을 잡고 이렇게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 ◆ ◆
양쪽으로 열리는 문을 노크하고 넓은 응접실을 지나 안쪽 이사장실로 들어서자, 카시와라 이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오, 야부모토 씨.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사장님. 오늘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문득 야부모토가 눈길을 주니, 그는 물감으로 얼룩진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팔레트를 한 손에 들고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곁에 있는 손때 묻은 도구 상자에는 물감 튜브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전화로 부탁하신 서류는, 자, 저기 서류 가방에 챙겨뒀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류를 가방에 넣으며 야부모토는 캔버스 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창가에 부끄러운 듯 가슴을 가리고 고개를 돌린 채 서 있는 전라의 여성이 보였다.
다소 당황하면서도 "(아침부터 사적인 방에서 교내 사생입니까... 모델도 거유고, 역시 수완가 경영자는 호사스럽구만...)" 하고 눙치려던 야부모토였지만, 모델 여성의 옆얼굴을 보자마자 헉 하고 숨을 삼켰다.
"아... 저건... 타카하시 선생님 아닙니까!!"
"예에, 전부터 모델을 부탁하긴 했었는데, 퇴직을 계기로 드디어 꼬셔냈죠..."
타카하시 리사는 야부모토 같은 외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으니 그의 동요도 무리는 아닐 터였다. 카시와라는 자랑스레 얼굴을 붉히며 리사를 불렀다.
"어이 리사 군, 잠깐 이리 와보게!"
창가에 놓인 단상 위에서 어색하게 가슴을 가리고 있던 리사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체념 섞인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와 샌들을 신고 의자에 걸쳐져 있던 얇은 가운을 걸쳤다. 볼륨감 넘치는 육체는 등 뒤에서 쏟아지는 햇살에 실루엣이 비쳐 보였고, 그 모습을 야부모토는 여신 같다고 진심으로 느꼈다.
"오, 오랜만입니다, 야부모토 씨."
눈을 내리깔고 인사하는 리사.
"너무하십니다, 타카하시 선생님! 모델은 제가 훨씬 전부터 몇 번이나 부탁드렸는데..."
야부모토는 리사의 얼굴도 보지 않고 터질 듯한 가슴만 쳐다보며 푸념했다.
"죄, 죄송해요. 사실 저도 맡을 생각은 없었는데..."
그랬다. 리사 자신도 아는 사람의 누드 모델이 된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요 며칠 매일같이 이사장이 부탁할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더니, 며칠 전 왠지 모르게 입에서 OK라는 말이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엎질러진 물, 지금도 리사는 자신이 왜 동의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허허, 분명 지금이라면 리사 군도 모델을 기꺼이 맡아줄 겁니다. 그렇지 않나, 리사 군?"
『무, 물론입니다...』
무책임한 카시와라의 물음에 그럴 생각 없다고 단호히 거절하려던 리사였지만, 또다시 입에서 나온 건 정반대의 말이었다.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는 리사 앞에서, 그 말을 들은 야부모토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기세였다.
"정말입니까! 그, 그럼 동료들에게도 말을 좀 해놓겠습니다!"
"그래요, 가능한 한 많이 모아서 우리끼리 한번 합시다. 여러분께 이 훌륭한 몸을 꼭 보여드리고 싶군요."
카시와라는 그렇게 말하며 리사의 가운을 거칠게 젖혔다.
『앗...』
가운 사이로 백도 같은 젖가슴이 툭 하고 두 사람 앞으로 튀어 나왔다. 앞이 완전히 열려 가슴은커녕 하반신까지 드러났는데도, 리사는 딱히 저항도 하지 않고 축 늘어뜨린 양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피부는 왁스를 바른 듯 매끄럽고, 한 줄기 선이 달리는 매혹적인 사타구니에는 털 한 올 없었다. 마치 살아있는 조각상 같았다.
"이, 이건... 훌륭해..."
뻐끔뻐끔 입만 움직이는 야부모토 앞에서, 카시와라는 리사의 커다란 가슴 한쪽을 들어 올려 보였다.
"어떻습니까, 큰 가슴이죠. 이런 몸이다 보니 요즘은 전철에서 치한을 자주 만나는 모양입니다."
아으으... 하고 리사는 가냘프게 반쯤 벌린 입으로 오열을 흘리며 원망스레 눈만 카시와라에게 향했다.
"리사 군, 오늘도 지시대로 미니스커트 입고 출근했다가 치한 만났다면서?"
『네, 하는 대로 내버려 뒀더니 내릴 때는 세 명으로 늘어 있었습니다...』
와하하, 하고 카시와라와 야부모토는 큰 소리로 웃었다.
◆ ◆ ◆
카시와라를 따라 야부모토도 눈을 번들거리며 리사의 가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엎드리게 해서 젖이라도 짜고 싶은 가슴이네요. 공개 사생 이벤트라도 할까요."
"그거 좋지. ...사실 리사 군은 말이야, 예전부터 다소 노출증 기가 있었거든."
"다소, 말입니까..."
믿기지 않는 소리를 해대는 카시와라와 그걸 짐짓 믿는 척하는 야부모토에게 리사는 분노가 치밀었다.
"하긴 뭐, 이 정도로 훌륭한 몸이라면 그 기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 그런 거 아닙니다!!』
엄청난 고함과 함께 이마에 핏대를 세울 정도의 형상으로 리사는 소리쳤다.
그 순간, 리사의 눈동자에 퍼런 불꽃이 튀는가 싶더니 그녀는 인사하는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피이이잉... 하는 작은 구동음이 들리고, 리사는 산업용 로봇이 갑자기 전원이 뽑힌 것처럼 급정지해 버렸다.
"...예? 무, 무슨 일입니까? 타카하시 선생님??"
놀라는 야부모토에게 카시와라는 드물게 당황하면서도 상황을 수습했다.
"아니, 리사 군도 좀 피곤한 모양이야! 모델 건은 승낙했으니까, 오, 오늘은 일단 이걸로 돌아가 주게. 부탁하네, 갑자기 볼일이 생각났어!"
허둥지둥 강제로 야부모토를 방에서 쫓아낸 카시와라는 문에 등을 기댄 채 혼자 식은땀을 닦았다.
카시와라가 테이블로 돌아오자, 인사 자세 그대로 꼼짝 않던 리사가 천천히 직립 자세로 돌아왔다.
『...제어 시스템과 자아의 충돌로 과부하가 걸려 시스템을 강제 리셋했습니다...』
정말 골치 아픈 물건이군, 하는 태도로 카시와라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흥, 놀라게 하기는... 뭐 좋아, 놈도 갔으니 아까 보고 계속해. 신변 정리는 진행되고 있나?"
가운이 흘러내려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인 리사는 웬일인지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적어도 지금은 카시와라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그 커다란 눈동자에는 지성이나 의지의 빛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네. 현재 거주 중인 맨션은 이번 달 안으로 퇴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가구는 내일 재활용 센터에 전부 매각할 예정입니다. 보증금, 매각 수익 및 은행 계좌 자산은 마지막 날 카시와라 님의 계좌로 이체하겠습니다.』
"재산 따위 너한테는 이제 무용지물이니까. ...그리고 본가 연락은?"
『네, 큰아버지께 편지를 썼습니다. 내용은 지시하신 대로 일신상의 사유로 귀향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보고를 듣고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카시와라는 만족스레 눈앞의 아름다운 창조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이목구비 뚜렷한 여교사의 분홍빛 입술을 가볍게 훑었다. 민감한 입술에 손이 닿았는데도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시험 삼아 카시와라는 반대 손으로 사타구니의 민감한 돌기를 집거나 안쪽의 부드럽게 닫힌 고기 벽에 손가락을 넣어보기도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역시 기본 프로그램만으로는 재미가 없군. 주인격을 깨우면 리셋될 위험이 있고, 빨리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은데... 뭐, 즐거움은 나중을 위해 아껴두는 게 좋겠지...)"
그 후 카시와라는 알몸의 리사를 데리고 같은 동 회의실로 향했다.
안에는 예의 연구소에서 보내온 커다란 골판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중량물이므로 2인 이상 취급 요망'이라는 주의사항이 붙은 그 상자를 카시와라는 리사에게 테이블 위로 옮기라고 명령했다.
전라의 리사는 군인처럼 절도 있는 동작으로 다리를 크게 벌려 쩍벌 자세를 취하더니,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상자를 혼자서 들어 올렸다. 카시와라는 일부러 그 자세로 리사에게 멈추라고 명령하고는 리사의 하반신을 실컷 감상했다.
"역시 여자의 근육미라는 건 좋구만... 특히 이 하반신 조형은."
『카시와라 님, 작업 중에 거기를 만지는 건 위험합니다. 멈춰 주십시오.』
무릎이 떨리기 시작한 리사를 보고 황급히 카시와라가 몸을 떼자, 쿵 하고 커다란 상자가 책상 위에 올라갔다. 곧바로 상자의 테이프를 뜯고 안을 열자, 포장재에 싸인 수수하고 지극히 평범한 마네킹 몸통이 들어 있었다.
등신대에 팔다리, 머리가 없는, 양재에 쓰는 토르소 같은 심플한 구조의 물건이었다.
"오늘 이제 곧 우리 이사장님이 그 마네킹을 보러 일부러 오신다. 너는 3교시 시작 전이 되면 주차장으로 마중 나가서 회의실까지 안내하도록."
『알겠습니다.』
리사가 그렇게 대답했을 때, 다시금 그녀의 눈동자에 푸른 불꽃이 튀고 의식은 깊은 골짜기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학원 직원 전용 주차 공간에 유난히 눈에 띄는 독일차 한 대가 유유히 모습을 드러냈다.
독일차는 국산차들 사이에 정차하더니, 그 중후한 문에서 백발의 노인이 내렸다. 노인은 마르고 체구는 작았지만 생기가 넘쳐흘러 겉보기보다 훨씬 젊을지도 모른다. 그는 주차장을 휘둘러보더니 급한 듯 키의 도어록 버튼을 누르고는 곧장 내빈용 현관으로 걸어갔다.
◆ ◆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쥬인 이사장님."
그렇게 말하며 노인을 맞이한 건 리사였다. 아까까지 입고 있던 초미니스커트가 아니라 무릎 아래까지 오는 스커트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수수한 의상에 감싸인 가련한 용모에 이쥬인의 얼굴도 헤벌쭉 풀어졌다.
"타카하시 선생님, 일부러 마중까지 나와 주시다니 송구하구려."
이쥬인 이사장은 싱글벙글하며 리사와 나란히 걸었다. 당연히 리사 쪽이 키가 커서 언밸런스한 조합인 두 사람, 그들은 그대로 회의실로 향했다.
"타카하시 선생님은 오늘 수업 없으신가?"
"네, 학원장님 명령으로 오늘 이사장님 안내를 맡으라고 하셔서요."
"흠, 생각해보니 당연하구만. 그, 뭐냐, 오늘은 예의 그 인형을 보러 온 거니까..."
예의 그 인형이란 물론 이전에 리사가 모델이 되었던, 학원에 배치될 성교육용 로봇을 말한다. 그 프로토타입이 드디어 완성되어 오늘 학원에 도착한다고 하니, 그 소문을 들은 이쥬인이 냉큼 달려온 것이었다.
"...그 성교육용 인형, 자네가 모델이 되었다면서? 어? 얼마나 똑같은가?"
"시, 싫어요... 사실 엄청 부끄럽거든요... 말씀하지 마세요..."
이사장의 성희롱성 발언에 리사는 볼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젊은 여교사의 수치심에 이쥬인의 혈압은 끝없이 상승했고, 그만 평소 버릇대로 리사의 엉덩이를 가볍게 터치하고 말았다.
"(.........어라?)"
하지만 그때, 그의 손에는 묘한 감촉이 남았다. 의아해하는 이쥬인을 신경 쓰지 않고 리사는 그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 중...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팻말이 걸린 문은 소리 없이 천천히 닫혔다.
"이쥬인 님을 모셔왔습니다."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사장님."
그렇게 말하며 카시와라 학원장이 들어온 이쥬인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그는 모자를 들어 올리는 가벼운 인사로 대신하고 카시와라를 무시한 채 두리번두리번 실내를 둘러보았다.
"저, 저게 그 인형인가?"
재빨리 목표물을 발견한 이쥬인은 하얀 시트를 뒤집어쓴 물체로 달려가 뚫어져라 쳐다봤다. 딱 사람이 테이블에 무릎 꿇고 앉은 정도의 크기일까. 바닥에는 운송용 골판지 상자가 널려 있었다.
"먼저 상자에서 꺼내 조립해 뒀습니다. 곧 보여드릴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빨리, 빨리..."
하얀 시트가 벗겨지자 그곳에는 몸통뿐인 전라의 리사가 나타났다. 리사와 붕어빵인 얼굴을 가진 인형은 팔다리가 팔꿈치, 무릎까지만 있었고... 딱 옛날에 리사가 동료와 옮겼던 외국제 인형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훌륭한 곡선미로 구성된 표면에 희미하게 이음새가 보이는 것 말고는 거의 실물과 판박이였다.
자신이 오뚝이가 된 듯한 착각을 느낀 리사는 저도 모르게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 ◆ ◆
한 걸음, 두 걸음 인형에게 다가간 이쥬인은 떨리는 양손으로 인형의 어깨를 만져보았다.
"...대, 대단해..."
그대로 에로틱하게 솟아오른 두 유방을 뒤에서 들어 올려 그 훌륭한 탄력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이,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눈을 핏발 세우며 한참을 탐닉하던 이쥬인은 이윽고 힐끔힐끔 리사 쪽을 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더 엄청난 짓을 하고 싶은데 뒤에 본인이 있으니 아무래도 껄끄러운 모양이었다. 그걸 눈치챈 카시와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리사에게 넌지시 재촉했다.
"리사 군, 이사장님께 차 좀 내오게."
"아, 네!"
허둥지둥 옆 탕비실로 달려가는 리사를 곁눈질하며 카시와라는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꺼냈다.
"이사장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자, 지금 스위치 켰습니다. 계속하시죠."
옳다구나! 하고 이쥬인은 리사 인형의 사타구니를 아래에서 들어 올리며 비부에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안에서 미끈미끈 애액이 흘러나와 과연 리얼한 만듦새라고 감탄하기 바빴다.
그때 갑자기, 왠지 탕비실의 리사가 비명을 질렀다.
"(아, 아앙...!!)"
저도 모르게 다리가 풀려버린 리사는 새파랗게 질린 채 간신히 싱크대를 붙잡았다.
"(무, 무슨 일이지, 지금 내 이상한 곳에 손가락 감촉이...)"
리사의 이변도 눈치채지 못하고 이쥬인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살살 만져보았지만 인형이 아무 반응도 없자 점차 손놀림이 거칠어져 갔다.
마디 굵은 노인의 손가락이 격렬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노출된 민감한 돌기를 벅벅 문질러댔다.
"꺄악!!"
그 순간 또다시 탕비실에서 터져 나오는 리사의 비명. 놀라서 돌아보는 이쥬인과 카시와라.
"무, 무슨 일인가?"
"아우으... 아, 아니에요... 잠깐 넘어져서..."
리사는 비틀거리며 쟁반에 차를 받쳐 왔지만 분명 상태가 이상했다.
"리사 군은 인형의 완성도에 동요한 모양입니다. 이사장님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계속하세요..."
그렇게 말하며 카시와라는 다리 풀린 리사를 부축했다. 혼자 서 있지도 못할 만큼 후들거리는 리사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이쥬인은 인형에게 흥미를 돌렸다.
그 후 이쥬인은 갤러리의 존재도 잊고 오로지 인형을 가지고 노는 데 몰두했다. 가끔 움찔움찔 경련하는 것 말고는 아무 반응 없는 더치와이프라지만, 동경하던 여교사를 장난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감동은 각별했다. 리사 인형을 엎드리게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에서 덮치고 있었다.
한편 리사를 덮치는 원인 불명의 쾌감도 점점 격렬해져, 그녀의 사타구니에서는 애액이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쥬인이 인형에게 장난질을 칠 때마다 거의 동시에 리사의 억눌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 저 인형이랑 내 몸 감각이 연결된 것 같아...)"
리사는 이쥬인의 행위를 멈출 수도 없어 그저 소리를 죽이는 데 급급했다.
"리사 군, 아까부터 왜 그러나?"
"아...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좀 속이 안 좋아서..."
이러다간 미쳐버릴 것 같아... 리사가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카시와라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속이 안 좋으면 여긴 됐으니 양호실에 가보게."
"아, 감사합니다... 마, 말씀대로 시, 실례하겠습니다아..."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을 띄운 리사는 겨우 그 말만 남기고 방을 나섰다.
비틀비틀 나가는 리사의 뒷모습을 뭔가 사연 있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카시와라.
"자... 그럼 이사장님, 저도 업무가 있으니 나머지는 적당히 즐기다 가십시오. 아 참, 그전에 일단 규정대로 이 인형 사양을 설명해 드려야겠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리사의 아랫배 해치를 열었다. 안에는 고무 같은 재질로 된 생식기 모형이 박혀 있었다.
"호오, 이게 타카하시 선생님 속이란 말이지. 왠지 배덕적인 자극이 느껴지는구만."
"원래는 성교육용 모형 로봇이니까요. 안의 질이나 자궁은 꺼낼 수 있습니다."
"속도 잘 만들었네... 진짜 같아."
"물론 오리지널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형상입니다."
"다른 내장은 들어 있나? 가슴이나 배 해치도 꼭 열어보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하반신 일부뿐입니다. 그 외에는 여러 가지 다른 기계가..."
거기까지만 말하고 카시와라는 말끝을 흐렸다. 성교육용 단순 모형치고는 꽤 블랙박스가 많다.
"아무튼 알았네. 나중에 속도 좀 만져보지. 알았으니 자리 좀 비켜주게."
"일단 미완성인 대여품이니 적당히 다뤄주세요."
중앙동을 지나는 거울처럼 닦인 리놀륨 타일 복도. 그 도중 리사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웅크려 자신의 모습을 대칭으로 비추고 있었다. 몇 걸음 걷다 벽에 기대어 어깨로 숨을 쉬고, 또 몇 걸음 걷다 멈춰 섰다.
"아, 아하아... 우후으으..."
바닥에는 점점이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뚝뚝 떨어진 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내 리사는 견디지 못하고 아랫배를 움켜쥐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배, 뱃속이, 아, 안 돼...)"
갑자기 하반신을 마구 휘젓는 듯한 불쾌감이 덮쳤다.
◆ ◆ ◆
그때 뒤에서 누군가 리사를 불러세웠다.
"...선생님... 타카하시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리사가 돌아보니 그곳에는 담당 학생인 시마다 사쿠라코가 있었다.
사쿠라코는 소위 말하는 우등생으로, 요즘 보기 드물게 조용한 성격에 운동부와 학생회 임원도 겸임하는 여학생이었다. 리사에게 자주 상담을 청하는, 사이좋은 후배 같은 존재였다.
평소 좋아하던 여교사의 심상치 않은 모습을 사쿠라코는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누구 불러올까요?"
"아, 시마다 양... 괜찮아, 걱정하지 마..."
"괜찮다니요,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 어디 편찮으세요?"
"아, 아니야... 정말 괜찮아..."
리사는 본능적으로 사쿠라코를 멀리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사쿠라코를 걱정시킬 뿐이었다.
"선생님, 제가 부축해 드릴 테니 양호실 가요."
"됐어, 정말 됐어... 혼자 갈 수 있어... 윽!"
리사가 사쿠라코의 손을 부드럽게 뿌리치려던 순간, 자신의 깊은 곳에 육봉이 꽂히는 감촉을 느꼈다. 저도 모르게 리사는 다리가 풀려 사쿠라코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바닥에 엎드렸다.
"으, 으으으으..."
"서, 선생님! 저, 정신 차리세요!"
"저,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부탁이니까 저리 가!"
필사적으로 내뱉은 리사는 격렬하게 드나드는 사타구니 자극에 도저히 평정을 가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마에는 다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아... 조, 좋아..."
"뭐가 좋아요, 선생님?"
너무 기분 좋은 나머지 사쿠라코가 점점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진 리사. 그래도 힘껏 자제심을 발휘해 어떻게든 사쿠라코를 멀리하려 노력했지만, 마침내 한계가 오고 말았다.
"아, 아... 이, 이제 안 돼... 부탁이야, 보지 마..."
"무, 무슨 일이에요, 서, 선..."
"가, 간다아아아---!!"
멍하니 있는 사쿠라코 눈앞에서 리사는 온몸을 활처럼 젖히며 복도에서 절정을 맞이했다. 저도 모르게 일어서는 사쿠라코.
...모든 게 끝났을 때 발밑에는 움찔움찔 경련을 반복하는, 실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이 누워 있을 뿐이었다.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린 리사는 그대로 기절했다.
남몰래 동경하던 선생님의 추태에 충격으로 굳어 있던 사쿠라코가 제정신을 차리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면 실제로는 수십 초의 일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쿠라코에게는 길고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겨우 침착함을 되찾고 바닥에 기절해 있는 여교사를 간호하기 시작한 사쿠라코는 큰일 났다는 걸 깨달았다.
"서, 선생님, 숨을 안 쉬어...!"
황급히 안아 일으켰지만 리사는 눈을 부릅뜨고 동공이 풀려 있었다. 사쿠라코는 손목으로 맥을 짚어봤지만 고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크, 큰일이다...)"
사쿠라코는 즉시 리사를 양호실로 옮기려 했지만 여교사의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서, 선생님이 이, 이렇게 무겁다니..."
결국 질질 끌고 가는 걸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심장 소리를 확인하기로 했다. 사쿠라코는 누워 있어도 모양 좋게 솟아 있는 리사의 유방에 귀를 갖다 댔다.
"(...어라?)"
그전부터 사쿠라코는 리사에게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엔 패드라도 넣었나 싶었지만 살아있는 가슴 특유의 탄력이 전혀 없었다. ...사쿠라코는 죄송하다고 마음속으로 사과하며 긴급 사태니까 하고 블라우스 단추를 풀었다. 그리고 리사의 가슴팍이 드러났을 때 사쿠라코는 경악했다.
블라우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유두도 없는 딱딱한 플라스틱 가슴이었으니까.
서둘러 옷을 전부 벗겨봤지만 타카하시 선생님은 마네킹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뭘 껴입은 건가 싶었지만 이리저리 살펴보니 아무래도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목 아래로는 몸통 전체가 간소하게 만들어진 살색 플라스틱 바디로 바뀌어 있었다. 무릎 아래 스커트를 걷어 올려보니 속옷은 입지 않았고, 사타구니에는 그저 여성기를 본뜬 구멍이 있어 그곳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릴 뿐이었다. 옷으로 가려져 있던 부분은 전부 그렇게 되어 있었고, 손가락으로 튕기니 바디 전체가 싸구려 소리로 울렸다.
"(서, 선생님이 프라모델이 돼버렸어...!!)"
다리가 풀려 맥없이 복도에 주저앉은 사쿠라코 앞에서 인디케이터처럼 격렬하게 점멸을 시작하는 리사의 눈. 잠시 후 곧바로 눈동자에 불꽃이 튀고 몇 번인가 깜빡임을 반복했다.
이윽고 좀비처럼 리사가 벌떡 일어나자 사쿠라코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히익!!"
끼이익...... 컥! 기계적인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사쿠라코 쪽을 본 리사는 찰칵, 하고 작은 소리를 냈다. 그러자 빤히 이쪽을 보고 있는 리사의 눈동자에 점차 이성의 빛이 돌아왔다.
"사... 사... 사... 사쿠라... 코... 양..."
"히익, 서, 선생님...?"
리사는 울 것 같은 얼굴을 사쿠라코에게 들이대며 그녀의 양팔을 붙잡고 호소했다.
"부, 부탁이야 사쿠라코 양... 지금 본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줘..."
그 말만 남기고 리사는 그 자리를 도망치듯 떠났다.
마침 그 무렵, 회의실에서는 이쥬인이 바지 벨트를 고쳐 매고 있었다. 그곳에 카시와라가 상태를 보러 돌아왔다.
"어떻습니까?"
"기술의 진보라는 건 대단하구만. 이걸로 타카하시 선생님이 퇴직하는 아쉬움도 달랠 수 있겠어."
채비를 마친 이쥬인은 만족스레 테이블에 누워 있는 전라 인형의 아랫배를 툭 하고 쳤다.
"그 인형은 일단 연구소에서 최종 조정을 마친 뒤, 이번엔 걷거나 말하거나 진짜와 다름없는 모습이 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사장님, 예전에 부탁드렸던 내구 테스트 건 말입니다만..."
"아아, '백인 베기' 말인가. 걱정 마, 이사회에는 잘 얘기해 둘 테니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리사의 퇴직일이 다가왔다.
방과 후 학년 집회에서 리사는 단상에 올라 학생들과 작별 인사를 낭독했다. 역시 리사의 눈가는 촉촉해졌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럼 여러분, 앞으로도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세요.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피치가 끝날 무렵, 리사는 마지막으로 생각난 듯 덧붙였다.
"...아, 참.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우리 학원에 로봇 교사가 도입되기로 했어요. 인간이랑 똑같고 대단한 능력을 가진, 수업도 보조해 주는 로봇이랍니다. ...사실 저, 얼마 전 그 로봇의 모델이 됐거든요!"
리사의 말에 학생들 사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제가 떠난 뒤에 로봇이 오면 잘 대해주세요. 그리고 그걸 보고 가끔은 제 생각도 해주세요."
와아 하고 터지는 함성 속에 리사는 단상을 내려왔다.
리사가 선생님들 줄로 돌아오자 옆자리 교사가 소곤소곤 말을 걸어왔다.
"로봇 얘기, 소문으로 듣긴 했는데 진짜였나요?"
"네, 저도 완성품을 얼마 전에 봤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똑같더라고요."
다음으로 생활지도 교사가 단상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터라 길게 얘기하지 못하고 그들은 대화를 끊었다. 다만 옆자리 교사는 리사의 체형이나 밀랍 인형 같은 옆얼굴을 보고 그녀 쪽이 훨씬 더 가짜 같다고 느꼈다.
◆ ◆ ◆
이윽고 집회가 끝나자 수많은 학생들의 퇴장이 시작되어 강당에 땅울림이 울려 퍼졌다.
선생님들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 곁에서 시마다 사쿠라코가 꽃다발을 안고 리사에게 말을 걸어왔다.
"선생님, 타카하시 선생님! 오늘까지 지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시마다 양. 나야말로 여러모로 고마웠어."
악수에 기꺼이 응한 리사를 사쿠라코는 빤히 쳐다보다가... 그러다 결심한 듯 갑자기 리사의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선생님, 죄송해요!"
"아, 시마다 양, 뭐 하는 거야..."
말캉.
"(.........부드러워...)"
사쿠라코는 리사의 가슴을 움켜쥐고 감촉을 확인하더니 팟 하고 떨어져 필사적으로 사과했다.
"선생님, 죄송해요! 꼭 확인하고 싶어서..."
사쿠라코는 작은 목소리로 지난번 복도에서의 일을 전하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 만졌다고 해명했다. '리사가 프라모델이 돼버렸다'는 얘기, 누구한테도 상담 못 하고 최근까지 끙끙 앓았는데 아까 단상에서 리사가 로봇 얘기를 했을 때 드디어 납득이 간 모양이었다.
"뭐야, 네가 백합에 눈뜬 줄 알고 선생님 깜짝 놀랐잖아. 근데 봐, 괜찮지? 뭐하면 더 만져볼래?" 리사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잠시 사이좋은 자매처럼 장난을 쳤다.
"근데 선생님, 제가 그때 복도에서 만난 건 말씀하신 로봇이었나요?"
"그건 상상에 맡길게."
그렇게 말하며 떠나가는 리사의 뒷모습을 사쿠라코는 한참 동안 배웅했다.
다음 날, 학원 퇴직 절차를 마친 리사는 그대로 카시와라 학원장과 함께 차를 타고 예의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는 리사에게 있어 예전 데이터 취득 이후 첫 방문이었다. 듣자 하니 각 학교에 배치될 교사 로봇이 드디어 전부 갖춰져서 도입 전에 한 번 관계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모델을 맡은 리사는 최종 조정도 포함해 반드시 오라고 신신당부를 받았다.
카시와라 옆 조수석에 앉은 리사는 드물게 수수한 복장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나무들 사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이윽고 차는 연구소 주차장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곧바로 연구소 로비로 향했다.
◆ ◆ ◆
오늘 건물 안에는 예전과 달리 일반 손님 같은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로비 끝에는 전에는 눈치챌 여유도 없었지만 연구소가 제조하고 있는 로봇이 몇 대 전시되어 있는 듯했다.
입구에서 수속을 밟고 있는 카시와라를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리사는 전시 공간을 어슬렁거려 보았다.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바퀴 달린 안내 로봇. 연구소 내에서도 사용되는 경비나 작업 로봇. 비교적 인간에 가까운 형태의 로봇도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과도기인지 가동 부분 이음새가 눈에 띄어, 영화에 나오는 레플리칸트나 사이버다인 같은 픽션의 세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시 공간은 설치된 지 얼마 안 된 듯 그중에는 전시대만 있고 본체가 미설치된 곳도 있었다. 리사가 하나하나 보며 걷다 보니 그중에 '카시와라 학원 로봇 교사 아리사'라고 명찰이 붙은 전시대도 있었다. 어머, 여기에는 내가 모델이 된 로봇이 서는 걸까... 그나저나 이 작명 센스, 어떻게 좀 안 되나.
"기다리게 했군, 리사 군."
돌아온 카시와라의 목소리에 리사는 뒤를 돌아봤다. 입소 시 체크는 현재 방문객이 늘고 있어서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리사는 카시와라에게 적당한 화제를 던져 보았다.
그녀는 마침 옆에 있던 비교적 인간에 가까운 외관의 마리오네트에 눈길을 멈췄다. 받침대에 적힌 설명문에는 '중범죄자 교정 프로그램에 의한 봉사 사이보그'라고 적혀 있었다.
"학원장님, 이 봉사 사이보그라고 아세요?"
"아아... 뭐 사형수를 봉사 활동용 로봇으로 개조하는 교정 프로그램이라더군."
"그렇군요... 자유 의지 없는 인형이 되다니 왠지 불쌍하네요."
리사의 말에 카시와라는 눈을 크게 뜨더니 큭큭큭... 하고 웃기 시작했다. 그 태도에 뭐 이상한 말 했나요? 하는 듯 불만스런 얼굴의 리사. 하지만 다음으로 카시와라가 내뱉은 말은 더욱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더는 못 기다리겠어, 슬슬 됐겠지... 리사, 여기서 옷을 전부 벗어라."
...하? 무슨 농담이세요? ...의아하게 카시와라를 본 리사였지만 입이 제멋대로 열렸다.
『알겠습니다.』
말하기가 무섭게 정장 단추로 손을 뻗어 입고 있던 옷을 차례차례 벗기 시작하는 리사. 스스로도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상하게 타인의 명령이 기분 좋았다. 알몸이 되어도 부끄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부터 로비에서 주위의 주목을 끌던 리사가 갑자기 시작한 스트립쇼에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전부 벗었습니다.』
"언제 봐도 여전히 반할 만한 몸이군. 하이힐만은 신고 있어라. 그리고 소란이 되면 곤란하니까 액세서리를 채워주지."
리사가 벗은 옷을 옆구리에 낀 카시와라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꺼낸 목줄을 리사에게 채웠다.
"잘 어울리는군."
둔탁하게 빛나는 목줄을 보고 카시와라는 만족스레 미소 지었다. 목줄에는 '로봇', '실험 중'이라고 양면에 적힌 플레이트가 달랑달랑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겁했던 주위 손님들 사이에서도 그게 눈에 들어오자 장소가 장소인 만큼 "아아, 저건 무슨 실험인가 보네" 하는 안도감이 퍼졌다.
리사는 미소 띤 채 카시와라 곁에 전라로 직립해 있었다. 다리를 모으고 모델처럼 선 모습은 어디까지나 청결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그런 리사가 신기한지 어느새 교복을 입은 중학생 몇 명이 모여들었다. 아무래도 견학 온 일행인 듯했다.
"저기 아저씨, 이 여자(사람) 로봇이에요?"
"아아, 그래. 몸을 잘 보면 이음새가 보일 거다."
"진짜네..."
중학교 1학년이면 거의 초등학생과 구분이 안 가는 아이들도 많다. 그들은 독특한 잔혹함으로 천진난만하게 리사의 매끈매끈한 피부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로봇이라고 소개된 리사는 부정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카시와라는 갑자기 나쁜 꾀가 떠올랐는지 중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 누나, 사실 성교육용 로봇이라서 여자 몸의 구조를 배울 수 있단다. 너희들 관심 있니?"
중학생들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쑥스러운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좋아, 특별 서비스다. 리사, 여기서 물구나무서서 다리를 180도로 벌려라."
전 물구나무서기 같은 거 못해... 라고 생각하려던 리사였지만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재빠르게 움직여 휙 등을 돌리더니, 그 아름다운 지체를 굽혀 양손을 바닥에 짚고 순식간에 물구나무서기로 직립했다.
"오오오! 쩐다!"
조각상처럼 도립한 리사의 긴 다리가 천천히 수평까지 벌어졌을 때, 리사의 비부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이 리사, 너는 이제부터 네 몸을 써서 확실히 구석구석까지 강의하는 거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거꾸로 선 리사는 대답했다.
"그럼 너희들, 난 볼일 좀 보고 올 테니까 이것저것 만지거나 질문하거나 해보렴."
카시와라의 말도 눈을 번들번들 빛내는 중학생들에게 들렸을지는 의심스러웠다.
"이, 이렇게 생겼구나..."
중학생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여성기를 눈앞에 두고 다소 흥분한 기색이다. 처음엔 조심스러워하던 멤버들도 첫 타자가 살짝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나머지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굴기 시작했다.
리사의 모양 좋은 분홍빛 음순이 좌우로 한계까지 당겨졌다.
"쩐다, 남자랑 완전 달라."
"왠지 조개 같네."
"저기, 이 큰 돌기는 뭐라고 해?"
『네, 그건 클리토리스라고 합니다. 여자가 느끼는 부분입니다.』
중학생은 진한 분홍빛으로 물든 육아를 작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몇 번이고 문질렀다.
"아, 조금 커졌다. 저기 저기, 느껴져?"
『네, 무척 느껴집니다. 기분이 좋아서 유두가 섰습니다.』
"진짜다!"
"찌찌 끝이 이렇게 딱딱해지는구나..."
중학생에게 클리토리스와 유두를 집요하게 농락당한 인형은 순식간에 깊은 곳을 애액으로 적셨다.
"왠지 젖어왔어... 질척질척 소리 나..."
『구멍 안으로 부드럽게 넣고 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가락을 써서 넣고 빼주세요.』
인형의 지시에 중학생들은 앞다투어 손가락을 넣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큐, 큐 하고 잘 조이는 최고의 고기 항아리를 각자의 손가락이 사방으로 잡아당겨 하반신은 비명을 질렀다.
이윽고 흠뻑 젖은 질벽의 주름이 로비의 차가운 공기에 닿았을 때, 인형은 눈물을 한 줄기 흘렸다.
『(죽여줘, 차라리 죽여줘...)』
"어라, 누나 운다? 아파?"
『너무 기분 좋아서, 기뻐서 울고 있습니다.』
"누나, 이 큰 구멍 위에 있는 작은 구멍은 뭐야?"
『거기는 오줌이 나오는 구멍입니다.』
"진짜?! 저기 저기, 오줌 싸봐!"
『알겠습니다.』
갑자기 분수처럼 방뇨하는 아름다운 인형에 중학생들의 흥분은 최고조에 달했다. 꺄하하 하고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멀찍이서 지켜보는 다른 어른들을 뒷전으로 아이들의 잔혹한 유희는 계속되었다. 가느다란 발목을 좌우로 세게 당겨져 도망칠 수도 없는 인형은 장난감이 되면서도 꿋꿋하게 물구나무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애써 무표정하게 균형을 잡으며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누나, 이름은 뭐라고 해?"
『네... '아리사'라고 합니다.』
"'아리사'라고 이름 적힌 전시대, 저쪽에 있었어."
"그럼 누나, 이제부터 계속 전시되는 거네."
『제가 전시될지는 저도 모릅니다.』
"만약 전시되면 다음 주에도 오자! 반 애들도 불러서 말이야, 그리고 이 누나 가지고 놀자."
소년들이 로비 한구석에서 너무 떠들어대는 바람에 결국 직원의 등장을 재촉하고 말았다. 씹은 벌레 같은 표정의 여성 직원이 그들에게 한마디 주의를 주려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너희들..., 좀 너무 떠드는 거 아니니! 다른 사람 폐도 생각..."
질타에 움찔한 중학생들 틈으로 살색 물체가 드러났을 때, 그 여성 직원... 리사의 선배인 타가미 료코는 후배의 이상한 모습에 일변 비명을 질렀다.
"리, 리사! 도대체 너희들 뭐 하고 있었던 거야!?"
뿔뿔이 흩어지는 중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료코는 리사에게 달려갔지만, 정작 그녀는 몸을 흔들어도 전혀 물구나무를 멈추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추궁당한 꼴이 된 중학생들도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사정을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클리토리스는 원래 포피에 덮여 있지만, 제 경우는 포피를 절제했습니다.』
"뭐... 뭐야 이거, 예의 그 로봇??"
◆ ◆ ◆
그곳에 용무를 마친 카시와라가 태평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는 료코의 모습을 보자마자 상황을 짐작하고 일단 중학생들을 해산시킨 뒤 다시금 료코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녀도 뚱한 표정인 채 일단은 납득한 모습이었다.
"...그러셨군요... 하지만 아무리 로봇이라도 옷 정도는 입혀주세요."
"미안합니다, 제 취미라서요. 앞으론 조심하죠."
물구나무를 서 있던 전라의 로봇은 카시와라의 명령으로 즉시 직립 자세로 돌아왔다.
"근데 저도 리사 씨 로봇 움직이는 거 본 건 처음이에요. 벌써 완성됐었군요..."
"네, 잘 만들었죠. 본인은 이미 퇴직해서 벌써 귀향했을 겁니다."
"에, 그런가요? 고향에 갔으면 연락이라도 좀 주지..."
적당히 무난한 대화를 나누고 카시와라는 목례를 하고 료코와 헤어졌다. 카시와라 뒤를 말없이 따라가는 리사를 쏙 빼닮은 아름다운 인형에게 료코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연구소 내 보안 체크를 통과한 카시와라와 인형은 제9섹션 직통 엘리베이터에 탔다.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라로 서 있는 성교육용 인형은 카시와라에게 툭 하고 중얼거렸다.
『저, 제 자신을 타카하시 리사 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카피 쪽이었군요.』
"아니 틀렸다. 너는 타카하시 리사 본인이다. 동시에 카피이기도 하지만."
『?????』
◆ ◆ ◆
가슴에 단 VIP 전용 배지를 도중에 몇 번인가 경호 로봇에게 제시한 카시와라는 드디어 제9섹션 연구실에 도착했다. 안에서 일하는 작업 로봇을 곁눈질하며 안쪽 연구실로 들어가니, 요 며칠 사이 완전히 카시와라와 터놓고 지내게 된 책임자 오오코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들은 인사를 마치더니 이번에는 얼굴을 리사에게 향했다.
"아아, 타카하시 리사 군, 잘 와줬네. 기분은 어떤가?"
『네, 양호합니다.』
리사는 자신이 알몸인데도 마치 태연한 태도 그대로 평소와 같은 움직임으로 설치된 메인터넌스 베이스에 올라 딱 멈춰 섰다.
그걸 보고 있던 오오코치는 머릿속으로 말을 고르더니 카시와라를 향해 물었다.
"이미 사정은 설명했습니까?"
"아니~ 지금 여기서 하려고..."
"아직 안 했습니까! 당신이 꼭 하고 싶다고 해서..."
오오코치는 얼버무리며 웃는 카시와라에게 조금 기가 막혀 머리를 긁적이며 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타카하시 군... 자네는 자신이 알몸으로 돌아다니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나?"
『아니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험 중' 플레이트를 매단 인형에게 오오코치는 타이르듯 말했다.
"사실 말이야, 자네 몸은 우리가 사이보그... 아니, 로봇으로 개조해 버렸네. ...자네 허락도 없이."
『.........』
"이제 두 번 다시 원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평생, 영원히 물건으로서 살아가는 거야."
"그리고 학원 비품으로 배치되는 거지."
오오코치 옆에서 뻔뻔하게 카시와라가 덧붙였다.
『.........』
아름다운 전라의 인형은 듣고 있는 말은 이해해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는 듯했다. 오오코치와 카시와라는 서로 난처한 얼굴을 마주 보며 이런이런 하는 표정을 지었다.
"뇌에 심은 제어용 플랜트는 기대 이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군요."
"좀 더 화내거나 울부짖는 걸 기대했는데 말이야..."
완성된 나상을 앞에 두고 오오코치는 이때 리사가 실수로 코팅되었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 ◆ ◆
한 달쯤 전... 우연히 같은 날 교도소에서 피교정자가 처치를 받으러 왔을 때 착오가 겹쳐 사이보그 가공을 리사에게 시술해 버린 것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신 플라스틱 침투가 이미 끝나 돌이킬 수 없었다. 가공 처치는 CD-R 굽기 같은 거라 한 번 시작하면 도중에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카시와라만은 이 결혼 퇴직하는 젊은 교사에게 남다른 집착을 보였던 것 같고, 정말 착오였는지는 이제 와서는(카시와라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심히 의심스럽다. 어쨌든 책임이 나에게 떨어지는 건 피할 수 없었고, 그렇다면 차라리 예전부터 시도하지 못했던 '어떤 플랜'을 실행하기로 했다.
그건 인간의 로봇화다. 말하자면 인간 가죽을 쓴 인형, 움직이는 박제.
...기담 같은 공상이지만 관계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람 피부를 그대로 로봇 외피로 쓰면 지극히 정교한 디테일의 인형이 완성될지도... 하는 검은 욕망을 머리에 떠올리지 않는다고는 말 못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시체를 이용한 합법 실험도 이미 시작되었다는 소문도 있고, 어차피 어디선가 금기를 범할 거라면 나야말로 해야 한다는 자존심도 있었다.
그런 때 일어난 사고... 타카하시 리사를 박제화하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피드백해서 저렴하고 고성능인 미녀 로봇을 대량 생산하면 안팎으로 혁신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겠지. 큭큭큭.
결심을 굳힌 나는 카시와라와 지옥까지 함께하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는 윤리관에 있어 어딘가 결여된 부분이 있었다.
후일 카시와라를 불러 돌고래 포르말린 절임처럼 된 타카하시 리사에 대한 처치를 개시했다.
"...처음으로 플라스틱 가공한 인간을 봤는데, 예쁘구만..."
수조에서 꺼낸 리사의 전신을 기쁜 듯 비평하는 카시와라. 끌려 나온 매끈매끈한 몸이 수술대로 옮겨졌다. 그러자 주위에서 작업 암이 스르르 뻗어 나와 리사의 목 주위에 차례차례 케이블을 심었다. 동시에 커다란 톱니 달린 암이 회전했다.
"지금부터 두부를 분리합니다. 뇌 수술은 후일 병행해서 진행합니다."
눈을 감은 채인 리사의 목은 허무하게 몸통에서 떨어져 그대로 배양 풀에 담겼다. 뇌파계는 안정되어 있어 뭔가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편 수술대 위에는 목 위가 없는 리사의 훌륭한 지체가 누워 있었다. 카시와라는 냉큼 리사의 몸을 더듬더니 그 독특한 감촉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대단해, 특수 플라스틱이라 해도 쩍 달라붙는 찹쌀떡 피부 같군!"
"처녀의 부드러운 살결을 베이스로 했으니까요. 이 조형, 감촉, 좀처럼 인공물로는 흉내 낼 수 없죠. 나중에 피부 표면에 온도차 발전 처리를 해서 보조 전원으로 쓸 겁니다."
손에 펜을 든 오오코치가 리사의 몸에 선을 긋고 있었다. 그가 말하길 이 선을 기준으로 로봇화할 때의 접합 부분이나 메인터넌스용 해치 위치가 정해진다고 한다. 전부 다 긋고 나자 오오코치는 손에 든 전기 메스로 리사의 몸을 썩둑썩둑 토막 내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보면 스플래터한 그림이지만 바디가 모조품처럼 되어 있어서 마네킹을 해체하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았다. 팔다리는 팔꿈치, 무릎 아래에서 절단되어 소 여물통 상태가 된 리사의 육체에 카시와라도 흥분한 기색이었다.
다음으로 배 부분에 칼집을 넣고 인체 모형처럼 쩍 하고 리사의 속을 열었을 때, 그곳에서 새하얀 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완전 처리된 상태라 냄새나 색깔 등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오코치는 백색화되어 푸석해진 뼈를 재빨리 치우고는 고무처럼 되어버린 폐나 위장을 순차적으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내장은 전부 들어내는 건가?"
복막을 제거한 안쪽에 보이는 탱글탱글한 자궁이나 질, 직장 등에 흥미진진한 카시와라.
"성교육용 로봇이니까 그쪽 기관은 기본적으로 그대로 둡니다. 그리고 일부 소화 기관은 일단 밖으로 꺼내 컴포넌트화해서 다시 항문에 연결해 되돌립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거..."
그렇게 말하며 오오코치가 꺼내 다른 배양조에 넣은 건 리사의 난소 부분이었다.
이윽고 폐기, 대체, 컴포넌트화 등 용도별로 나뉘어 대부분의 뼈나 내장을 뽑힌 리사의 육체는 완전히 텅 비어버렸다.
"이 빈 껍데기에 로봇 골격을 넣어도 꽤 속이 헐렁해지겠는데."
"빈 부분에는 지방 대신 신개발 실리콘 배터리 셀을 주입합니다. 전지 용량은 벌 수 있고 은은하게 따뜻하게 발열하니까 일석이조죠."
적출이 끝나고 리사의 뚜껑을 닫자 카시와라는 사소한 요망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저기, 젖은 좀 더 크게 못 하나?"
"에...? 이대로도 충분히 매력적인데요... 못 할 건 없지만요."
"이렇게, 외국 여자처럼 로켓같이 만들어 줘! ...그리고 거기의..."
소년의 눈동자 그대로 호소하는 카시와라는 누워 있는 리사의 허벅지를 크게 벌리고 페이스 허거 같은 비부를 더듬어 손가락으로 음핵을 노출시켰다.
"클리토리스를 좀 더 크게 해줘... 아예 포피를 없애버려. 청순하고 지적인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초음란한 느낌으로... 그, 그게 그녀도 기뻐할 거야."
결국 오오코치는 카시와라의 희망을 받아들여 뚝딱뚝딱 육체 개조도 마쳤다. 실리콘을 충전해 누워 있는데도 부자연스럽게 솟아오른 가슴. 야하게 뾰족한 사타구니의 육아. 용도 우선으로 개조된 몸통은 가공 장치에 넣어졌고 나머지는 전자동으로 부품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다. 몇 시간 후 별도 공정으로 가공된 팔다리가 연결되면 다시금 몸통 개조는 완료된다.
문제는 오히려 두부 개조였다.
"이 아름다운 얼굴에는 되도록 손을 대고 싶지 않아서 시간이 좀 걸려요. 이렇게 이마에서 턱 라인에 걸쳐 부분 코팅하고 가면처럼 벗겨냅니다. 그것과 별도로 뇌를 사이보그용 두개골 케이스로 옮겨 컨트롤 소자를 심고 세뇌합니다. 원래는 동물 관찰용이지만 원숭이 실험은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그, 그런 걸 넣어도 괜찮은가?"
"뒤에서는 인체 성공 사례도 몇 건 보고되고 있고 아마 괜찮겠죠... 만약 실패하면 다른 인간 뇌나 기성품 인공두뇌라도 넣으면 되니까요."
"어떻게든 리사 군 본인의 뇌가 좋은데..." 툭 하고 카시와라가 중얼거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리스크 큰 방법은 피하고 인격을 남기는 방법을 나중에 검토해 보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자네라는 거지."
"전시회에서 알몸을 선보이는 건 자네 자신이란다."
연구실 메인터넌스 베이스에 서 있는 전라의 리사를 앞에 두고 오오코치와 카시와라는 기쁜 듯 말했다.
"자네 뇌에는 뇌 장애 치료에 쓰이는 인공 뉴런을 주입해서 증식시키고 있는 중이야. 가끔 자기 기억이 날아가지? 지금 자네 뇌세포는 절반 정도 형성된 플랜트로 교체되어 있어."
"그런 줄도 모르고 리사 군은 우리 꼭두각시 인형으로서 잘 일해줬지."
"이대로 인생 경험은 남겨둔 채 그 상위에 섹스 로봇으로서의 프로그램을 덮어씌운다. 최종적으로는 몇 개월 안에 뇌세포 전부가 교체되어 통째로 복제 가능한 인공두뇌로 다시 태어나겠지."
"오오코치 공은 귀중한 임상 데이터를 손에 넣고, 나는 리사 군을 손에 넣는다, 흐흐흐, 그런 거지."
잔혹한 통고를 리사는 한참 동안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이윽고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해... 듣기 싫어, 듣기 싫어...』
간신히 남아 있는 자아가 내뱉게 한 힘껏 짜낸 한마디에 카시와라는 무척 만족스러운 듯했다.
"히히히, 애초에 자네가 나쁜 거야. 멋대로 퇴직해서 결혼이다 뭐다 말을 꺼내니까..."
"카시와라 씨, 슬슬 시간이 됐으니 먼저 전시회용 프로그램을 덮어씌워 버리죠. 어느 정도 인간 사회에서도 꼬리 안 밟히는 걸 알았으니 대폭 개조를 진행하고 싶은데..."
◆ ◆ ◆
눈을 조용히 감는 리사의 머리 위로 헬멧형의 커다란 세뇌 장치가 내려왔다. 오오코치가 경쾌하게 키를 두드리자 리사의 입에서 애절한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한편 탱글탱글 떨리고 있는 미끈미끈한 아랫배에 다른 작업 암이 대형 도장 같은 장치를 들이댔다. 지직 하고 타는 소리가 나고 도장이 물러난 자국에는 형번 등의 프린트 문자가 인쇄되어 있었다. ...이렇게 인격 제어도 이전보다 훨씬 강화되고 사타구니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찍힌 리사는 점점 더 완벽한 섹스 인형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코팅된 전신은 일곱 빛깔로 빛나고 오일 로션을 바른 듯한 메탈릭한 피부가 천장의 빛을 요염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에서는 피부 투과율이나 경도를 제어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기능을 이용하는 건 처음이군요. 위장 모드를 해제해 보죠."
오오코치가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자 베이스 위에 선 리사의 몸에 순식간에 슬릿이 늘어나고 머리카락이 경질화되어 종래의 구세대 로봇 같은 외관으로 체인지를 시작해 버렸다.
"어, 어이, 괜찮은 건가. 내 소중한 인형이 기계처럼 변해버렸는데...!"
당황하는 카시와라를 오오코치가 달랬다.
"안심하세요. 아리사는 통상 광학 조작으로 인간 수준의 용모를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위장을 풀면 그야말로 로봇 인형 같은 겉모습으로 변경하는 게 가능하거든요. 아직 슈퍼 리얼 타입은 시장에도 안 나왔으니까 운송 시에 경찰 문제 되거나 하지 않기 위한, 뭐 보험이랄까 배려죠."
오오코치의 말을 듣고 카시와라는 감개무량하게 아리사의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지금 이 모습을 보고 예전에는 리사가 살아있는 인간이었다고 생각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게 틀림없다.
출품 전 최종 조정이 끝나고 메인터넌스 베이스에 선 리사. 다시 위장 모드가 되었다. 그 표정은 상쾌한 미소다.
그런 그녀 앞에 선 카시와라는 사타구니의 고기 항아리를 애무하며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즐기고 있었다.
『아앙, 아아앙... 아아아...』
"꿈만 같군, 알몸의 타카하시 리사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니..."
"새로운 제어 프로그램은 순조롭게 실행되고 있네요.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이제 학교 도입용 로봇 전시회까지 3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조금 서두르며 오오코치는 꺼낸 실버 레오타드를 리사에게 입으라고 명령했다. 역시 여성 손님도 모일 전시회에서는 옷을 입히는 게 당연하지만, 그 레오타드도 민소매에 가운데 달린 지퍼는 목에서 사타구니를 지나 엉덩이 위까지 닿아 있어 어느 쪽에서든 개폐 가능한 야한 구조를 하고 있었다.
레오타드로 갈아입은 리사는 하이힐까지 합치면 레이싱걸 같은 우아함이다.
카시와라는 리사의 지퍼를 가슴골의 미묘한 위치까지 내리고는 그녀를 데리고 서둘러 전시장으로 향했다. 리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모터 구동음을 내며 대담하게 허리를 흔들며 걷기 시작했다.
아리사가 태어난 연구소, 그 광대한 부지에는 블록마다 다양한 건물이 있었다.
1층 남단에 병설된 체육관은 외래객이 이용하는 것도 상정해 이벤트에도 사용 가능한 다목적 홀로 되어 있다. 평소 잘 쓰이지 않는 이 건물은 유명 건축가의 설계로 전면 유리에 덮여 관내에는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마치 근대 미술관 같은 정취다. 창밖에는 웅장한 짙은 녹음이 이어져 대개 손님들은 눈을 빼앗길 정도다.
오늘은 그 홀에서 열리는 '로봇 교사 프로젝트'의 기념비적인 제1회. 이미 주차장에는 관계 차량 몇 대가 도착해 있는 듯했다. 아마 학교 관계자들일까, 차례차례 주차장에서 직통 슬로프를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도중에 걸린 커다란 간판을 지나면 거기는 이미 행사장 안이다.
내방객은 다들 딱딱해 보이는 사람들뿐이었지만 모임 자체는 평범한 이벤트적인 화려함이 있었다. 경비에도 고릴라 로봇 같은 건 그림자도 안 보이고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2체 있을 뿐.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담당자들은 도입 책임자와의 명함 교환에 여념이 없다. 왜냐하면 각 부문의 싸움은 이미 수면 아래에서는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 관청 주도치고는 드물게 경쟁 입찰 등은 행해지지 않았다. 그건 애초에 경쟁할 만큼 고도화된 로봇을 제조할 수 있는 메이커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회사 독점의 폐해를 우려한 관청이 행한 '사내 공개 컴피티션'이라고나 할 고육지책이 이번 이벤트의 성격일 것이다.
다행히 각 섹션은 독립성이 강해 담당자는 제품 어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잘만 하면 장래적으로 모든 학교 도입 로봇을 일괄 수주... 라는 짭짤한 빅 비즈니스로 이어질지도 몰라 각 섹션은 진심이었다. 또한 겉으로는 어디 섹션이 어느 학교 실험기를 담당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오늘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변경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 ◆ ◆
대리전을 치르는 전시대에 올려진 각 부문의 로봇들이 조용히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그곳에 갑자기 나타난 한 로봇에게 회장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레오타드를 입은 여자가 초로의 남성 뒤를 걷고 있다... 이런 장소에 레오타드로 올 관계자는 없다, 그렇다면 저건 로봇인가? 아니 설마, 컴패니언이겠지... 각 담당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다른 로봇들은 실제로 단순한 마네킹에 털 난 수준이라 빈말이라도 인간의 미의식을 자극할 만한 물건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데생이 미묘하게 어긋난 인형이나 데생 인형 그 자체인 심플한 인형... 어떤 의미로는 식완 피규어가 훨씬 더 꼴릴 만한 그런 현상이었다. 그렇기에 그 레오타드 여자가 몹시 이질적인 현실로 보인 것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저 로봇이 제9섹션 출품작인 것 같다고 중얼거렸을 때, 많은 개발자는 '한 방 먹었구나!' 하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행사장 안을 데몬스트레이션을 겸해 우아하게 걸은 스타일 좋은 여자는 그대로 『제9섹션 개발・카시와라 학원 납입 예정』이라고 적힌 전시대 위에 직립해 멈췄다.
그 로봇은 훌륭한 일체 성형 바디를 가진 여성 인형이었다. 가슴팍이 로켓처럼 튀어나온 관능적인 바디 라인과 그것을 부드럽게 감싸는 레오타드. 관절부에서 쑥 뻗은 긴 팔다리. 관절부에 희미하게 보이는 슬릿만이 그녀가 가짜라는 유일한 증명이다. 깜빡임조차 없이 전방의 한 점을 응시하는 모습에 모여든 갤러리는 저도 모르게 눈을 빼앗겼다.
옆에 선 카시와라 학원장은 시종 기분이 좋았다. 그에게 학교 관계자들의 질문이 빗발쳤다.
"이, 이게 카시와라 씨네 도입 로봇인가?"
"네, 이게 제9섹션 개발의 성교육용 로봇, ArtificiaL Imitation for Study Assistance 'A.L.I.S.A.(아리사)'라고 합니다."
"성교육용? 다목적 용도 아닌가?"
"네, 당연히 윗분들 규정대로 범용 교사 로봇으로서도 충분하고도 남을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범용이고 성교육에도 쓸 수 있다'가 아니라 '범용이고 또한 성교육 용도에 힘을 발휘한다'는 사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묘하게 납득하는 관중을 보며 카시와라는 웅변을 토했다.
"특히 최근 청소년층의 성 문란은 중대하고 심각해 대책이 시급하다고들 하죠. 해외에서는 인형을 쓴 조기 성교육이 당연한 듯 행해지고 있고, 우리도 일석을 던지고자 외관도 극력 리얼하게..."
"그 부분을 자세히 보여줬으면 하는데."
"유감스럽지만 기업 비밀... 아니 부문 비밀이기도 하고, 게다가 회장은 그런 표현에는 어울리지 않아서..."
의외의 감질나는 발언에 일제히 야유가 울려 퍼졌다. 진짜 로봇 맞냐!, 인간이 흉내 내는 거 아니냐! 하는 야유도 날아들었다. 카시와라는 그들을 정중히 달래며 말했다.
"기다려 주십시오, 여러분, 기다려 주십시오... 물론 저희로서도 아리사의 세일즈 포인트를 소홀히 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내일 별도 회장에서 아리사의 구석구석까지 소개하는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으니, 다소 입장료는 들지만 부디 참가해 주셨으면..."
뭐야, 돈 받는 거냐, 하는 분위기가 조금 흘렀지만 그보다 눈앞의 아리사의 훌륭함이 모두의 불만을 억눌렀다. 스무 장 정도 준비한 카시와라가 나눠주는 설명회 전단지가 순식간에 동났다.
◆ ◆ ◆
"자, 그럼 '아리사'! 여러분께 인사드려라."
『네, 알겠습니다.』
불쑥 아리사가 경쾌한 미성을 발하며 또각, 또각 하고 받침대에서 내려와 모델풍의 선 자세를 취하자, 저도 모르게 박력에 눌린 주위 사람들이 일순 물러섰다.
『여러분, 부디 제 바디를 만져보고, 닿아서 감촉을 확인해 주세요.』
수정 구슬 같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연신 오토포커스 조리개를 변경하는 아리사의 제안에 처음에는 주저하던 성실해 보이는 남자도 천천히 리사의 팔뚝으로 손을 뻗었다.
"부... 부드럽군..."
남자는 말문이 막혔다. 상상 이상의, 인간 살결 같은 부드러움이다. 말캉말캉 탄력성 넘치는 아리사의 피부는 은은한 온기가 있어 꽉 껴안으면 꽤 안는 맛이 좋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가슴팍 지퍼가 아래까지 내려져도 아리사는 설명을 계속했다. 답답한 곳에서 해방된 커다란 가슴이 손님들 눈앞에 탱글 하고 튀어나오자 그들 사이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마치 이벤트 컴패니언이 내방객 앞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것 같았다.
『제 몸은 어느 여교사의 몸을 모델로 세부까지 재현되어 있습니다. 내일 설명회에는 오리지널인 그녀도 여러분 앞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다들 아리사의 가슴이나 등을 만지는 데 정신이 팔려 아무도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불쑥 아리사의 하반신이 웅... 하고 빛나더니 아랫배가 점차 투명해져 반투명이 되었다. 등을 심은 형광 마네킹 같은 풍만한 하반신 중앙, 레오타드 너머로 그녀의 자궁이나 질이 입체적으로 표시되었다. 마침 그곳에는 바기나에 들락날락하는 누군가의 손가락이 실시간 합성 영상으로 비춰졌다. 혼란을 틈타 엉덩이 쪽 지퍼로 손을 집어넣은 불한당이 있었던 모양이다. 눈치챈 남자는 뻘쭘한 듯 손을 뺐다.
『손님, 너무 이상한 곳에 손가락을 넣지 말아 주세요.』
과열되는 아리사 주위를 멀찍이서 지켜보며 카시와라의 설명에도 열이 올랐다.
"그녀의 인공두뇌에는 수백만 단어의 학술 용어와 그것을 체계적으로 이론 전개할 수 있는 로직 기능, 각 주요 교과 수업 서포트 및 영어 교과라면 고등 레벨까지 단독 수업이 가능합니다. 보건 체육에서는 자신의 기관을 사용한 의사 체험 수업도 할 수 있고, 그래요, 그녀에게 불가능한 건 이제 '임신'뿐인 겁니다."
사람들의 경악 속에 아리사의 모의 수업 등 수많은 '건전' 기능이 실제로 피로되어 오늘 온 관계자들에게 큰 파문을 일으켰다. 아리사에게는 제조 비용 등 많은 문제가 지적되었지만 그래도 임팩트는 충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로 고기능 로봇이 나올 줄은 예상 밖이었어."
"프로젝트 자체의 의의도 달라질지 모르겠군."
"보조금이 나온다면 우리 도입 로봇도 '아리사'로 변경할 수 없을까..."
...이렇게 전시회는 지체 없이 진행되어 이윽고 막을 내렸다. 참가자들에게는 다가올 차세대 교육 환경을 기대하게 하는 인상 깊은 이벤트였음에 틀림없다.
많은 프로토타입 로봇이 뿔뿔이 분해되어 돌아갈 채비를 하는 가운데 여전히 아리사만이 몇 명의 견학자에게 둘러싸여 붙잡혀 있었다. 빛의 가감으로 메탈릭한 광택을 발하는 반라의 인형은 레오타드를 허리까지 내리고 양손으로 유방을 가린 채 무표정하게 아슬아슬한 반응을 반복하고 있었다.
초조하게 손목시계를 본 카시와라는 적당히 끊어버렸다.
"죄송합니다... 아리사의 상세를 더 알고 싶은 분은 설명회에 참가해 주십시오. 어이 아리사, 연구실로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억양은 없지만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 아리사는 견학자에게 자신의 체내에서 손을 치우도록 재촉하더니, 핀 꽃잎이 닫히듯 천천히 점검 해치를 닫았다.
"이제 분해해서 케이스에 넣는 건가? 도와줄까?"
"아리사는 이대로 걸어서 돌아갑니다."
아쉬운 듯한 견학자의 시선을 적당히 피하고 카시와라와 아리사는 회장을 떠났다.
직통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카시와라는 후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라면 이제 남의 눈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냉큼 카시와라는 조작반 앞에 서서 훌륭한 엉덩이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아리사에게 말을 걸었다.
"후우, 역시 네가 으뜸이었어. 네가 장난감이 되는 걸 보고 있으니 나도 흥분되더군."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한 시간 남짓 구경거리가 된 기분은 어떠냐?"
『네, 현재 제 뇌는 상위 인격의 완전한 제어 하에 있어 타카하시 리사로서의 퍼스널리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령 전라로 세워져도 수치심을 느끼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 ...다만?"
『네, 견학자 중 한 분이 제 사타구니를 집요하게 만지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 때문에 다량의 애액이 분비되어 버렸습니다.』
카시와라는 그녀의 사타구니로 팔을 뻗어 엉덩이 지퍼를 정면까지 당겼다. 찌이익... 하고 지퍼의 둔탁한 개폐음이 울리고 독특한 냄새와 함께 레오타드 아래에서는 아리사의 비오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 말대로 비부는 쩍 벌어져 있고 이미 홍수였다.
"행실 나쁜 계집이군, 어떻게 안 되나?"
『네, 프로그램 외 사태에는 타카하시 리사의 뇌를 차용하기 때문에 이런 생리 반응까지는 컨트롤할 수 없습니다. 비대해진 클리토리스 자극에 억제가 따라가지 못해 볼썽사나운 꼴을 보여드리고 말았습니다.』
사정을 들은 카시와라는 아리사에게 쩍벌 자세를 취하게 하고는 자신도 그녀의 비부를 손가락으로 훑기 시작했다. 얼굴 표정은 바꾸지 않고 움찔, 움찔 경련을 반복하는 아리사. 카시와라는 꽤 거칠게 아리사의 관능 스위치를 집어봤지만 정말 아리사는 적어도 표면상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하게 자극할 때마다 확실히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 수가 많아져 갔다.
"너는 섹스로 느끼거나 하지 않나?"
『저는 어디까지나 교육용이므로 살아있는 여성이나 창녀 로봇처럼 자신이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메인터넌스 시 테스트에서는 신경 접속 체크도 겸해 소리를 냈지만 통상은 무성 모드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생리 반응이 있다는 건 자극은 있다는 거잖아?"
『너무 자극이 계속되면 뇌가 스트레스로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상은 그 전에 브레이커가 작동해 강제 리셋되지만, 대책으로는 뇌 접속을 일시적 컷하고 저를 단순한 모형으로 운용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아니, 이건 이대로 좋아. 다음 '성교육용' 설명회에는 안성맞춤일지도 몰라."
이렇게 카시와라와 아리사는 사이좋게 제9섹션 연구실로 돌아왔다.
방에서 커피 한 손에 신문을 읽고 있던 오오코치는 전시회 결과에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어땠습니까? 항간의 반응은?"
"역시 아리사는 별격이었어. 다른 휴머노이드 타입은 색기라곤 티끌만큼도 없고, 몇 개 보인 리얼 타입도 덜 떨어진 밀랍 인형 같더군. 그에 비하면 천지 차이지."
"그야 그렇겠죠, 금지된 수를 썼으니까. 그래서 설명회에는 사람이 모일 것 같습니까?"
"아마 꽤 오겠지. 레오타드 벗겨달라고 에둘러 묻는 놈들도 많았고, 이런 미인이 학교 비품으로 배치된다면... 하고 생각하는 변태 관계자들도 많을 테니, 일단 틀림없이."
카시와라는 아리사의 레오타드를 벗겨 중앙 메인터넌스 베이스로 옮기며 어딘가 건성으로 말했다.
◆ ◆ ◆
"그렇다면 드디어 이 녀석 차례라는 거군요."
그렇게 말하며 오오코치가 안쪽에서 끌고 나온 건 바퀴 달린 큼직한 작업대였다. 방 조명에 비쳐 점차 대 위의 '물건'이 드러나자 카시와라는 조금 놀란 목소리를 냈다.
...작업대 위에는 리사를 쏙 빼닮은 머리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저도 모르게 아리사 쪽을 보니... 아리사의 머리는 그대로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카시와라가 작업대에 놓인 리사의 머리를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아름다운 표정이지만 진짜보다 어딘가 가짜 같았다.
"어이, 뭐야 이건?"
"이건 리사 군 얼굴 본떠서 만든 스페어 헤드예요. 그리고 안에는 '카미죠 시즈에'의 뇌가 이식되어 있죠."
"카미죠 시즈에? 그게 누군데?"
"벌써 잊으셨어요?! 왜, 리사 군이 인형이 된 원인이 된, 원래 교정될 예정이었던 종신범이요."
"아~ 아~ 아~"
카시와라의 나쁜 기억력에 질려하면서 오오코치는 다시금 반복했다.
"내일 설명회에서는 아리사가 본래 목적 이상으로 여러 가지 일에 '쓸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쪽 방면' 접대 프로그램이 아직 미완성이거든요."
"어떤 의미로는 섹스 로봇으로서의 기대가 더 크겠지, 시간 맞출 수 있나?"
"그래서 일단은 이번에 대타로 카미죠 시즈에한테 대역을 부탁하는 거예요. 그녀는 예전에 그쪽 바닥에서 일했던 꽤 테크니션이니까."
요컨대 아리사를 소프 훈련받은 섹스 머신으로 연출할 셈인 거겠지.
"잘 될까..."
"네, 카미죠 본인도 승낙했어요. 원래라면 로봇 교정화로 일생을 마칠 걸 나중에 대체 바디를 마련해 준다는 교환 조건으로 거래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오오코치는 컴퓨터 콘솔을 재빨리 조작해 아리사를 향해 지시했다.
"아리사, 두부를 분리해라."
『이해, 두부 분리합니다. 서브 배터리 전환 완료. 생체 뇌 생명 유지 한계는 약 5분입니다.』
푸슈... 하고 아리사 목 주위 해치가 열리고 살짝 머리 전체가 목 밑동에서 들렸다. 오오코치는 그 아리사의 머리를 떼어내더니 받침대에 놓인 시즈에@아리사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카시와라에게 부탁했다.
"그렇죠, 생명 유지 케이블을 전부 빼주세요. 상성 체크도 겸해 한번 접속해 봅니다."
오오코치는 손에 든 오리지널 아리사의 머리를 곁에 설치되어 있던 가짜 바디에 접속했다. 심플하고 목 없는 토르소 같은 물건이었다. 예전 학원에 이사장이 왔을 때 골판지 상자에 들어 있던 마네킹과 흡사했다. 가짜 바디에 접속된 아리사의 머리는 무기질적으로 배터리 전환을 알렸다.
그리고 카시와라에게 건네받은 카미죠 시즈에@아리사의 스페어 헤드를 살짝 아리사의 바디에 올렸다. 움찔, 하고 경련이 일어나고 아리사의 긴 속눈썹이 천천히 열렸다.
"여어 카미죠 군, 일어났나. ...기분은 어떤가?"
『...서... 생님... 수... 술은 끝난 거야?』
"아아, 무사히. 자네는 서류상 형이 집행되어 봉사 로봇으로 일하고 있는 걸로 되어 있어. 실제로는 뇌만 남아서 전에 말한 대로 당분간은 내 일에 어울려 줘야겠지만."
『응, 알고 있어... 이게 내 새로운 바디네...』
그렇게 말하며 카미죠 시즈에는 주어진 타카하시 리사의 몸을 눈으로 훑고 만족스레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재활 환자 같은 불안한 움직임으로 받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한 걸음 한 걸음 아리사의 바디를 써서 주위를 걷기 시작했다. 아기처럼 위태로운 움직임도 이전까지의 씩씩한 걸음걸이와는 다른 의미로 모에했다.
이윽고 삐걱거리던 움직임은 금세 세련되어지고 사고나 입 사용법도 확실해진 듯했다.
그녀는 전라 그대로 허리에 손을 얹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스타일 좋은 몸이네... 얼굴도 그럭저럭이고. 이 몸으로 서방님들께 실컷 서비스하면 되는 거지?』
"그 말대로. 내일 설명회가 있으니까 거기서 '어디까지나 섹스 로봇인 척' 해줬으면 해."
『로봇인 척이라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데.』
"평범하게 해주면 돼. 어려운 건 이쪽에서 할 테니까."
이야기를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시즈에는 제멋대로 그 커다란 가슴을 양손으로 들어 올리거나 거울 앞에서 몸을 좌우로 젖히며 만족스레 리사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몸 마음에 들었어. 저기, 교환 조건으로 나한테 줄 바디, 이걸로 해줘.』
"그건 특별제라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바디야. 그래서 안 돼."
『짜기는... 뭐, 생각해 둬. 남의 몸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떤 야한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나저나 이 몸의 원래 주인은 어디 있어?』
"저기 머리가 그거다."
가리킨 장소에 가짜 바디에 접속된 리사의 머리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굳게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는, 거울 속 자신과 쏙 빼닮은 아름다운 생머리를 시즈에는 질린 얼굴로 보았다.
『저, 저기, 저 사람 죽은 거야?』
"하하, 물론 살아있지.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자네와 달리 억지로 인격 제어하고 있으니까. 머지않아 지금 남아 있는 얼마 안 되는 자아도 소거되고 완전한 섹스 로봇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
『(...나도 자칫했으면 저렇게 됐을지도 몰라...)』
떨면서 자신의 양팔을 껴안고 있던 시즈에였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정은 금물... 저 여자가 죽으면 이 바디가 내 것이 될 찬스가 생길지도...)』
시즈에가 그런 꿍꿍이를 꾸미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는 오오코치와 카시와라였다.
메인터넌스 베이스 옆에는 커다란 수술실이 있다. 수술실로 가라고 지시받은 아리사는 중앙 수술대에 엎드려 엉덩이를 높이 쳐들었다.
물론 지금 아리사에게는 카미죠 시즈에의 뇌가 들어 있다. 시즈에는 요염하게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세워 뒤에서 음부와 항문이 훤히 보이는 포즈를 취했다. 그대로 스스로 엉덩이 살을 잡아당겨 비부를 벌려 보였다.
『어때, 내 거기는... 로봇인데 애널 섹스도 제대로 할 수 있네.』
"일부 내장을 유지하기 위해 소화 기관은 조금 남겨뒀어. 지금부터 영양 보급해야 해."
대답하며 오오코치는 서서히 손에 든 총 모양 노즐을 아리사의 항문에 꽂았다. 부부부부... 하고 이유식 같은 '특별식'이 아리사의 항문으로 흘러 들어갔다. 저도 모르게 시즈에는 숨을 거칠게 쉬었다.
『읏, 흣, 흣... 이, 이건, 좀, 빡세네...』
게다가 오오코치는 페니스 모양을 본뜬 커다란 소켓을 노즐이 박혀 있는 아래에서 침을 흘리고 있는 꽃잎에 우지끈 소리를 내며 안쪽까지 삽입했다.
"이쪽은 내부 배터리용 충전 커넥터야. 휴대전화 충전기처럼 내부에서 비접촉으로 되어 있어. 소켓은 굳이 자X 모양으로 할 필요는 없었지만 저쪽 아저씨의 강력한 희망이라서."
한편 카시와라는 가짜 바디에 접속된 오리지널 리사의 입에 자신의 물건을 격렬하게 넣다 뺐다 하고 있었다. 양손으로 머리를 잡힌 리사의 얼굴은 마치 전용 변기처럼 굵은 카시와라의 물건을 넣었다 뺐다 츄파츄파 음란한 소리를 흘려대고 있었다. 침은 줄줄 흐르고 눈동자는 반쯤 풀려 비참한 상황이다.
완전히 이라마치오에 열중한 카시와라에게 오오코치는 이런이런 하는 어조로 말을 걸었다.
"카시와라 씨, 슬슬 아리사 주전원 끕니다..."
"아, 미, 미안... 조, 조금만 더..."
윽, 하는 마지막 외침과 함께 겨우 카시와라는 육봉을 리사의 입에서 뽑아냈다.
◆ ◆ ◆
"...이야, 지금 아리사에 들어 있는 기본 소프트만으로도 꽤 혀 놀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도 없고 진동도 하고."
"하지만 그래선 단순한 명령대로밖에 행동 못 하는 꼭두각시 인형이니까요. 본래 아리사는 인간을 베이스로 한 만큼 좀 더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어서 그 부분을 설명회에서는 어필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 바디로 유연하게 고객님 니즈에 답해드린다 이거야!』
수술대에 엎드려 있던 시즈에는 아리사의 얼굴로 미소 짓고 꼰 팔에 얼굴을 묻었다.
"........."
"일단 접속에 문제없는 걸 알았으니 슬슬 카미죠 군은 본방까지 자고 있어 줘."
『아앙, 조금만 더...』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오오코치에게 주전원을 꺼진 아리사의 목은 털썩 앞으로 꺾였다. 전신 피부 표면이 깜빡깜빡 플래싱하고 슬릿이 눈에 띄는 본래 바디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시즈에의 목은 분리되고 대신 리사의 목이 부착되었다. 새지 않도록 애널 마개가 채워진 아리사는 적당히 전신 세정된 후 그대로 수술대 침대에 방치되었다.
"요 며칠 아리사도 연속 가동이 계속됐으니 오늘 밤은 좀 쉬게 하죠."
"아아 마침 잘됐군, 그럼 별실에서 내일 설명회 절차를..."
이렇게 카시와라와 오오코치는 연구실을 떠났다. 어두운 실내에는 엎드려 놓인 마네킹만이 남겨졌다.
몇 시간 후... 빨강과 초록 인디케이터만이 삑, 삑, ...하고 규칙적인 소리를 내고 있다.
인형 말고 아무도 없는 수술실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림자는 한참 여기저기 헤매다 눈이 익숙해졌는지 수술대 마네킹을 알아차렸다. 마네킹 몸을 안아 일으켜 한참 흔들어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그림자는 바로 옆에 있던 콘솔로 손을 뻗었다.
타타타타타...
"...좋아, ...다음은... 이거네... 주전원 온, 시스템 기동..."
쥐 죽은 듯한 실내에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섹스 돌 아리사의 기동에는 패스워드가 필요합니다. 패스워드를를를를를를』
입력을 재촉하는 컴퓨터에 그림자는 가지고 있던 단말기로 해킹을 걸었다. 잠시 후 아리사가 눈을 떴다.
◆ ◆ ◆
『으음...』
"리사, 리사! 알겠어? 나야, 나!"
『료... 료코... 선... 배...』
인형을 와락 끌어안은 건 리사의 학창 시절 선배 타가미 료코였다. 료코는 요 며칠 오오코치 일당의 행동을 수상히 여겨 제9섹션의 비밀을 조사해 냈고, 홀로 리사를 구하러 온 것이다.
"이런 모습이 돼서... 사과해서 될 일이 아니지만 전부 내 탓이야,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료코는 아리사의 육감적인 몸을 더욱 세게 껴안았다. 인간과는 미묘하게 다른 비닐 인형 같은 감촉... 거대하게 풍흉된 모습... 귀여운 후배의 변해버린 모습에 료코는 눈물이 났다.
"자,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어쨌든 여길 나가자! 일단 이거 입어."
『안 됩니다... 저는 섹스 돌입니다. 지정 외 착의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리사의 말에 료코는 아연실색했다. OS를 속여서 기동했기 때문인지 그녀에게는 로봇 때의 제한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료코는 어쩔 수 없이 전라의 아리사를 방에서 데리고 나갔다.
캉, 캉, 캉... 하고 아무도 없는 제9섹션 복도를 료코와 아리사는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아리사는 명령을 잘 들었고 탈출에는 적극적이었다. 오히려 로봇인 만큼 숨도 헐떡이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었다.
도중에 몇 개의 체크 게이트나 엘리베이터를 지났지만 미리 료코는 건물 내 보안 서비스에 바이러스를 퍼뜨려 소내 보안 기기를 침묵시켜 뒀기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인간 경비원을 만났을 때는 재빨리 아리사에게 로봇인 척하게 해서 넘겼다.
"헤헤헤, 잘 만든 인형이구만."
히죽거리며 경비원이 아리사의 유방이나 사타구니에 손가락을 기어 다니게 해도 아리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쳇, 아무 반응이 없으니 재미없네."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로비 앞에 도착했을 때 현관 앞에 몇 명의 경비원이 서 있는 게 보였다.
여기서부터가 고비다. 이번에는 기계와 인간을 양쪽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만큼 지금까지의 속임수는 통하지 않는다. 난소에 도전하기 전에 료코는 고개를 갸웃하고 서 있는 늘씬한 인형에게 절차를 설명했다.
"알겠어? 야간에는 출구 초소에 경비원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너는 인형인 척하고 있어 줘. 네가 주의를 끄는 동안 내가 가짜 명령 인증을 통과시킬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료코는 개조한 ID 플레이트를 팔락팔락 눈앞에 꺼냈다.
"내일 너를 설명회에 출품하기 위해 이송 신청이 나와 있는 건 호재네. 보안 허술한 초소 단말기에서 소내 서버로 해킹 걸어서 이송 일시를 지금으로 바꿔둘 테니까."
『액세스 코드 서치는 제가 직접 서포트할 수 있습니다만.』
"그, 그렇네... 그게 빠를지도. 이상한 얘기지만 이때만큼은 리사가 로봇이라 다행이야."
◆ ◆ ◆
슬슬 야근 교대가 올까 싶을 무렵...
몇 명의 졸린 경비원이 초소에서 잡담하고 있는데 순식간에 잠이 달아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복도 저편에서 직원 중에서는 이름난 재원인 타가미 료코와 하이힐만 신은 전라의 여자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저도 모르게 쏟을 뻔한 자, 침을 꿀꺽 삼키는 자...
하지만 아리사가 가까워짐에 따라 아아 이건 예의 그 로봇이구나 하고 초소는 평정을 되찾았다.
"...타가미 씨, 밤늦게 고생 많으십니다. 외출입니까?"
"바쁜데 미안해요. 급히 이 로봇을 이송하게 돼서 본사에 가야 하거든요. 저는 이 인형이랑 좀 관련이 있다고 오오코치 쪽에서 직접 지시를 받아서..."
"아아, 확실히 제작에 친구분이 관여하고 있다고 했었죠. 자, 이쪽에서 인증받으세요."
"고마워요, 직접 할게요."
연장자 경비원과 료코가 별실 단말기로 향하는 걸 뒷전으로 걸어온 아리사는 전라 그대로 다리를 살짝 벌리고 직립 자세를 취했다. 그게 그녀의 존재 이유라고나 하는 듯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곧바로 몇 명의 젊은 경비원들이 신기한 듯 아리사를 둘러쌌다.
"이게 소문의 신형 섹스 로봇인가... 쩐다, 몸에 '선'이 눈에 띄긴 하는데 거의 인간이랑 다를 게 없잖아. 옷 입으면 언뜻 봐선 모르겠어."
"얼마나 할까요, 이런 거 팔게 되면 나도 갖고 싶을지도."
"아마 고급 수입차 정도는 할걸. 우리 월급으론 얘깃거리로 사기엔 좀 빡세지..."
"같은 탈것이면 난 차를 사겠네."
아리사는 여전히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시점을 고정시킨 채 있다. 160cm대의 키에 달콤한 냄새가 나는 머리카락. 매력적으로 튀어나온 분홍빛 유두. 사타구니에 보이는 요염한 갈라진 틈에는 있어야 할 숲도 없고, 미녀를 밀랍으로 굳힌 듯한 살아있는 조각상은 젊은 남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용모다.
『(시간을 벌어야 해...)』
아리사는 결심하고 경비원들에게 애교를 부렸다.
『여러분, 밤늦게 고생 많으십니다. 저는 아리사, 섹스 전용 로봇입니다.』
"오오, 말했다..."
『저는 현재 많은 실증 데이터를 원하고 있습니다. 부디 사양 말고 제 몸을 이용해 주세요.』
...일순의 정적 후 경비원 중 한 명이 흥미 위주로 아리사의 커다란 유방을 주물러댔다. 찰나, 믿기지 않는 쾌감이 리사의 뇌로 파고들었다. 분명 쾌락 과다로 성감대가 조정되어 있는 거겠지.
『으...... 으아아아앙......』
달콤한 신음 소리를 지르는 아리사. 그 소리를 신호로 차례차례 다른 경비원들도 아리사의 몸으로 손을 뻗어왔다. 양쪽 유방, 엉덩이, 그리고 사타구니로... 하지만 아리사는 동시에 지금 탈출을 위해 무선으로 액세스 코드를 해킹 서치 중이다.
너무나 큰 쾌락에 작업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한 리사는 잠깐 기다려! 하고 외쳤다. 그런데...
『하으으..., 기분 좋아요오, 좀 더, 좀 더 만져줘...』
입에서 나온 건 정반대의 말이었다. 그러고 나서 몇 번이나 거부의 말을 하려 했지만 아무리 해도 말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좀 더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고 바닥에 허리를 낮춰 크게 다리를 벌렸다.
"엄청난 조임이야, 손가락이 안 빠져..."
"어이, 선배도 이리 와서 즐기지 그래요?"
『(큭... 아, 안 돼...)』
도저히 액세스 코드 해석 따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덜덜 하반신이 경련했다.
아리사는 자신의 의지로 남자들에게 애교를 부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단순히 프로그램에 의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아아... 나는 이제 자유 의지 없는 그저 인형이구나... 차라리 이대로 섹스 돌로서 연구소에 사육당하는 게 나한테 행복한 거 아닐까...)』
공허한 눈을 헤매며 자학적인 생각에 잠겨 있는 아리사를 현실로 되돌린 건 별실에서 돌아온 료코의 외침이었다.
"잠깐, 당신들! 이 로봇은 아직 미완성이라고요, 너무 무리하게 하지 마세요!"
료코의 질타에 경비원들은 일제히 아리사에게서 손을 뗐다. 농락당하다 도중에 멈춰진 아리사는 몇 초도 안 되어 다시 직립 자세로 돌아와 명령 대기 포즈를 취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용해 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어떻게든 무사히 가짜 인증을 얻은 료코는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탈출을 들키지 않도록 당당하게 걸어가는 두 사람. 넓은 주차장에는 이제 차는 다른 게 없고 밤바람이 몸에 스며들었다.
"저기 리사, 너 안 추워?"
『.........전혀 춥지 않습니다.』
"미, 미안해..."
알몸의 아리사를 데리고 애차 옆으로 온 료코는 뒷좌석에 아리사를 눕히고 다시 단말기로 아리사의 인격 제어를 해제하려 시도했다. 몇 번째인가 도전 끝에 겨우 프로텍트가 풀렸다. 숨을 헐떡이며 몸을 일으킨 아리사는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으으으... 아직 머리가 멍해서...』
"무리도 아니야, 뇌 클럭을 억지로 떨어뜨려 놨던 거나 마찬가지니까."
아리사는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자신의 가슴이나 사타구니에 손을 기어 다니게 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가슴은 남자의 욕망으로 부풀려졌고 클리토리스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게 멍울져 있다. 다리를 오므리고 걸으면 스치기 때문에 정사 발정하고 있는 지금의 자신... 성의 욕망을 구현화된 육체에 아리사는 오열을 멈출 수 없었다.
그걸 본 료코는 분명 어떻게든 해보일게, 하고 상냥하게 아리사를 위로했다... 아무 근거도 없었지만.
◆ ◆ ◆
료코는 재빨리 단말기를 품에 넣더니 운전석에 올라타 아리사를 태우고 연구소를 떠났다.
부르르르르릉... 야간 산길에 독특한 낮은 배기음이 울렸다.
십 분 정도 지나 산길을 내려와 기슭에서 멀리 거리의 불빛이 보일 무렵, 료코는 급히 차를 갓길에 대고 정차했다. 품을 뒤적거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휴대전화가 진동한 모양이었다. 걱정스레 바라보는 아리사 곁에서 료코는 휴대전화를 열고 도착한 메일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윽고 결심한 듯 그녀는 말했다.
"...리사, 여기서부터는 따로 행동하자."
『선배, 무슨 일이에요?!』
"지금 메일이 왔는데 내 컴퓨터에 부정 액세스가 있어서 아무래도 네 도망이 들킬 것 같은 분위기야. 먼저 손쓰기 전에 내가 지금 연구소로 돌아가서 시간을 벌어볼게."
『하, 하지만 저 혼자 어디로 도망치라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아리사에게 료코는 한 장의 메모리 카드와 지갑을 건넸다.
"이 메모리 카드에는 이번 전말의 자초지종이 기록되어 있어. 이 증거를 가지고 아는 ○○ 텔레비전에 있는 스즈카와라는 디렉터한테 전해줬으면 해."
『이... 이 안에?』 아리사는 건네받은 작은 메모리 카드를 꽉 쥐었다.
"소내 서버를 경유해서는 너무 위험하고 불특정 넷에 흘리기에는 여러모로 미묘한 정보도 많고 말이야. 결국 '너' 자신을 증거로 직접 건네는 게 빠를 것 같아."
아리사와 료코는 차에서 내리더니 료코는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아리사에게 걸쳐주었다. 서로 확실히 마주 보고 한 번 끄덕인 후 료코는 차로 돌아갔고, 그녀의 차는 다시 산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멀어지는 료코의 차 테일 램프를 보며 아리사는 거리의 불빛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