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츠사이 님으로부터 오랜만에 단편 『해피엔딩』을 받았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여동생을 쏙 빼닮은 기계 인형을 데리고 다녔다. 하지만 그 인형은……
어머니의 뒤틀린 애정에 희생되는 자매의 가련함이 모에 포인트입니다.
어디를 가든, 엄마는 소녀를 닮은 로봇을 데리고 다녔다. 때로는 안고, 때로는 걷게 하며…… 배터리가 다 됐는데도 질질 끌면서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
“충전…… 그래, 충전하면 다시 돌아올 거야. 자, 돌아가자, 나의 귀여운 히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머, 저기 하루히코 씨 부인 아니야…… 뭘 저렇게 끌고 다니는 거지?”
낯선 여자가 엄마를 가리켰다. 옆에 있던 나이 지긋한 여자가 그 물음에 답했다.
“인형이야…… 예전에 남편이랑 딸을 사고로 잃었거든. 그러더니 정신이 나가버려서, 저 인형을 죽은 딸이라고 믿어버린 모양이야. 아 맞다, 저 사람한테 딸이 하나 더 있는데……”
히나라고 불리는 인형은 바닥에 질질 끌려 옷은 너덜너덜하게 찢어졌고, 몸체 틈새로는 인공 피부가 다 쓸려나가 플러그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피 같은 윤활유가 걸음마다 핏자국 같은 얼룩을 남겼다.
변해버린 엄마를 나는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분명 엄마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다.
아빠도 여동생도 이제 없어…… 치사해, 둘 다. 저런 엄마를 나한테만 떠맡기고 자기들만 먼저 죽어버리다니.
해 질 녘. 낮에는 걸레짝 같았던 로봇이 메이드복으로 갈아입고 우리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인형은 본래 걷고, 말하고, 일하는 아주 정교한 로봇이다. 아빠의 유산이 없었다면 우리 형편엔 감히 엄두도 못 낼 물건.
“어머 히나, 착하기도 하지~. 오늘은 뭘 만들어줬니?”
『돼지고기 으리인 아스파라거스 소테와, 미네스트로네 이옵니다』
식탁 위에 2인분의 식사가 차려졌다. 포크와 나이프를 놓던 로봇. 녀석이 문득 곁눈질로 나를 훔쳐봤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푸른 눈. 로봇은 손을 멈추고, 눈동자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붉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괴로웠다.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 곧은 눈빛이 나를 옥죄었다. 얼른 눈을 피하자, 로봇은 저녁 세팅을 마치고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았다.
“히나, 잘했어. 자, 엄마랑 같이 밥 먹자.”
『네, 어머니』
그렇게 둘만의 식사가 시작됐다.
“어머, 맛있어! 히나, 이건 어디서 배웠니?”
『컴퓨터 통신으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한 레시피를 검색, 조리했습니다』
식사 시간, 엄마는 로봇과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나는 언제나 열외. 차라리 그게 낫다. 사실 가능하다면 딴 방에서 먹고 싶을 정도니까.
“음~ 어쩜 이렇게 착할까! 히나, 뭐 갖고 싶은 거 있니?”
『고관절 베어링이 마모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약 10시간 가동 후 보행 불능 상태가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나는 어떤 사실을 언제나 참고 있었다.
“그래? 그럼 새 걸로 갈아줘야겠네. 내일이라도 당장 주문할게.”
나 스스로도 참을성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어머니 덕분에 저는 【건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억누를 수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으로 식탁을 힘껏 내리쳤다. 식탁이 넘어지고, 로봇이 공들여 준비한 저녁 식사가 바닥을 더럽혔다.
“뭐, 뭐 하는 짓이야!”
엄마는 당황하면서도 제법 강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반면 내 눈은 휘몰아치는 눈보라처럼 차갑고 공격적이었다.
“엄마, 왜 저런 인형을 산 거야?”
“샀다니, 말이 심하구나. 그리고 이 애는 히나타야, 로봇이 아니라고.”
“그런 변명, 이제 듣기 싫어.” 나는 쓰러진 식탁 모서리를 짚고 몸을 내밀었다. “왜 저 로봇을 히나타라고 부르는 건데? 쟨 히나타가 아니야!”
한번 터져 나온 분노가 더 뜨겁게 끓어올랐다. 이대로 증발해서 내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얜 히나타야.”
엄마는 내 분노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명백히 기분이 상해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내 분노는 갈 곳을 찾아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아니야, 그냥 기계라고. 히나타는 죽었어!”
“죽었다고 하지 마!”
내 말에 엄마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엄마가 싫다. 그래서――
“백 번 천 번 말해줄게. 저건 히나타를 흉내 낸 쇳덩어리일 뿐이야.”
“코카게, 네가 틀린 거야! 이 애는 히나타라고. 엄마인 내가 몰라볼 리가 없잖아!”
“아니, 엄마가 틀렸어. 히나타는 기계 따위가 아니었어. 코드 꽂는 플러그 같은 거 없었다고! 전기도 오일도 필요 없었어. 고작 반년이야! 벌써 그것도 잊어버린 거야!?”
“그건…… 수술 자국이야. 그게 뭐 어때서.”
“왜 전원이 필요한 건데?”
“이건…… 페이스메이커 전원이야. 히나타는 심장이 안 좋으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업자가 점검하러 오는 건? 몸 일부분을 떼어낼 수 있는 건 왜 그런데?”
“그, 그건…… 그 사람들은 의사야. 딱히…… 절개 수술을 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잖아?”
“왜 몸속에 기계밖에 안 들어있어? 왜 프로그램으로 생각을 해? 왜 히나타의 호적은 말소되어 있는데!?”
이 순간을 위해 미리 떼어둔 주민등록등본을 보란 듯이 내밀었다.
그걸 기점으로 엄마의 태도가 돌변했다. 제멋대로 평정심을 광기로 갈아치웠다.
“이 애는, 이 애는 정말 안 귀여워! 맨날 맨날 맨날 맨날!”
이렇게 되면 엄마는 감당이 안 된다. 의자를 뒤엎고 접시를 내던지며,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방 안에서 미쳐 날뛰었다. 그러다 한바탕 소동이 가라앉자 인형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틀어박혀 버렸다. 저러면 내일 밤까지는 안 나오겠지. 늘 있는 일이다. 이제 익숙하다.
이렇게 말다툼한 게 벌써 몇 번째일까. 엄마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살아있는 내가 아니라, 죽은 여동생의 목소리만 들리는 모양이다.
왜 내가 이런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걸까. 이런 저택, 당장이라도 나가버리면 좋을 텐데.
하지만 나는 학력이라는 것에 묶여 그러지 못하고 있다. 괜찮아, 이미 취업 내정도 받았어. 딱 한 달만 더 참자.
그렇게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뒤이어 그 로봇이 정리를 돕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찌 된 일이지.
저것에 집착하는 엄마가 이렇게 내버려 두고 간 건 처음이다. 내 말이 꽤 충격이었던 걸까.
깨진 그릇을 치우며, 나는 세탁 바구니에 식탁보를 쑤셔 넣는 로봇을 빤히 관찰했다. 지금까지 쳐다보기도 싫었기에 이렇게 관찰하는 건 처음이다.
조금이지만, 엄마가 왜 저렇게 집착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 로봇은 생전의 히나타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 장난기 많고 심술궂으면서도, 정작 외로움은 많이 타던 그 아이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로봇은 렌즈 너머로 내 얼굴을 보고 있는 듯했다. 과연 정교한 기계다. 이렇게 같이 정리를 하고 있으니, 히나타가 살아있다고 정말 믿고 싶어질 정도다.
나는 정리를 멈추고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네.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하긴 좀 이상하지만, 난 코카게야. 잘 부탁해.”
『……언니』
“어머, 나를 언니라고 불러? 안타깝지만 난 네 언니가 아니야.”
『언니』
“……너를 탓해봐야 소용없겠지. 생각해보면 엄마한테 이용당하는 것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것도 네 의지가 아닐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 인형도 조금은 가엽게 보였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한테 의지가 있다면, 저런 여자한테서 도망치고 싶겠지.”
『기, 뻐……』
“어?”
『행동을 통해, 언니가 히나타를 싫어한다고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와는 신분이 다른 히나타를, 생각해주시는군요』
“어, 어?”
『만약, 아직 여동생이라고 생각해주신다면, 부디 저를 히나타라고 불러주세요』
“히나, 타?”
나는 홀린 듯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인형은 대답 대신 부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여 내 품에 안겼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엄마가 나를 따르도록 프로그램이라도 짠 걸까?
아니, 엄마가 이럴 리 없어. 남을 위해 뭘 해준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 원래 들어있던 프로그램인가? 그럼 왜 나를 언니라고……
……히나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엄마가 방에서 튀어나왔다. 나에게 안겨 있는 인형을 보고 엄마는 비명을 질렀다.
“코카게! 내 히나타한테 무슨 짓이야! 돌려줘, 당장 돌려달라고!”
그대로 인형을 낚아채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엄마와 대화한 뒤에 밀려오는 특유의 구역질을 억누르며, 나는 방금 일을 곱씹었다.
표준 사고 회로에 연상의 여성을 『언니』라고 부르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경우는 있을 거다. 하지만 『기쁘다』 같은 말을 하게 할까? 하물며 자신을 여동생이라 불러달라고 하다니.
우연히 내뱉은 말일 리가 없다. 인간에게 굽실거리는 로봇이라면 『감사합니다』나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게 타당하다.
나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녀석과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엄마 몰래 방에 잠입해야 한다. 낮에는 항상 데리고 다니니까.
저 인형에게 물어보면 진상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옛날 만화처럼 로봇은 거짓말을 못 한다는 원칙이 살아있다면 말이다.
잠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엄마는 모르지만, 저 방 열쇠는 머리핀을 꽂으면 쉽게 열린다. 원래 저 방은 나와 히나타의 공부방이었다. 어릴 적, 문을 잠그고 도망치려는 여동생을 막다른 곳으로 몰 때 얼마나 많이 썼던 수법인가.
밤이 충분히 깊었다. 나는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방은 거실과 침실로 나뉘어 있었다. 엄마는 앞쪽 거실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로봇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엄마 옆을 지나 안쪽 침실로 들어갔다.
방의 변화에 조금 놀랐다. 창문이 없어지고 대신 냉방 설비나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방의 절반 정도가 그런 식이었고, 유독 큰 기계 안에 인형이 들어있었다. 아무래도 전원이 켜져 있는 모양이다.
컴퓨터를 다루거나 로봇을 기동시키는 기술이 없는 나로서는 운이 좋았다며 가슴이 뛰었다.
“저기, 내 말 들려?”
『가각…… 언, 끼이이이익』
분명 저녁때와는 상태가 달랐다. 말을 하려 하지만 무언가 방해하는 듯했다. 이 커다란 기계와 함께 무슨 작업을 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내가 포기하려던 찰나, 이번엔 그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괴로워기기기긱, 워…… 아아아, 빼, 줘』
“이거 말이야?”
이때 나는 엄마에게 들킬 위험도 생각지 않고, 시키는 대로 인형과 기계를 잇는 케이블을 뽑아버렸다.
인형은 한동안 경련하더니 이내 진정하고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언니』
“천만에.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 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니?”
『네, 언니』
“왜 나한테 미움받는 줄 알았다고 한 거야?”
『저를……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질문을 바꿀게. 그 말, 엄마가 프로그래밍한 거야?”
『소유자…… 삐삐, 어머니가 프로그래밍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가 프로그래밍한 건데?”
『기억 영역의 기초 【퍼스낼리티】라는 영역의 것입니다. 나중에 추가된 것이 아닙니다』
퍼스낼리티, 인격이라…… 죽기 전의 히나타를 본떠 만든 걸까. 그렇다면 히나타와 닮게 만들려다 보니 생긴 프로그램상의 행동이라는 소리가 된다. 참 정교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 퍼스낼리티에는 또 어떤 것들이 기록되어 있어?”
『정보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엄마 보고 싶어, 엄마가 안아줬으면 좋겠어, 엄마랑 놀이공원 가고 싶어, 엄마 요리가 맛있었어, 엄마의……』
“잠깐만.” 나는 강제로 말을 끊었다. “엄마 얘기뿐이잖아. 엄마 말고 다른 건 없어?”
『【엄마】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는 바디 완성 직후에 프로텍트되었습니다. 검색을 종료합니다』
“이상하잖아. 방금 그건 퍼스낼리티에 기록되어 있어서라고 했지? 그런데 왜 내 얘기는 안 나오는 건데?”
『검색…… 【언니】에 관한 정보는 파손되어 있어 열람할 수 없습니다』
기계에서 예전에 지워진 정보가 다시 나오는 경우가 있을까. 아니, 그 이전에 퍼스낼리티 같은 걸 만들어놓고 굳이 지우거나 할까…… 기술자가 만든 걸 엄마가 제멋대로 수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웠어야 할 정보가 남아있던 것도 설명이 된다.
그런데도 위화감이 가시질 않았다. 뭔가, 뭔가가 다르다.
“넌 왜 히나타랑 똑같이 생긴 거야?”
『저는, 히나타입니다』
아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나는 머리를 짚었다.
“질문이 잘못됐네. 네가 인간 히나타랑 닮은 이유가 뭐야?”
『인간 히나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건 안다. 하지만 뭔가가……
나는 로봇 히나타를 찬찬히 관찰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위화감의 정체를.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나는 녀석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았다.
너무 닮았다. 생전의 히나타와. 사람 잘 따르는 눈도, 붉은빛 도는 머리카락도, 혀 짧은 소리도, 걷는 습관까지. 설령 히나타의 영상이 남아있다고 해도 분위기나 질감까지 재현할 수는 없을 거다. 본인에게서 직접 본뜬 것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설마 히나타의 시체를……
“너, 인간 히나타의 시체로 만들어진 거야?”
『그건, 아닙니다』
나는 안도했다. 아무리 유해라지만, 사랑하는 여동생의 시체가 저 여자의 장난감이 되는 건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안도는 순식간에 공포, 그리고 강렬한 분노로 변했다.
『저는, 살아있는 인간 히나타를 개조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 뒤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히나타를 붙잡고 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엄마를 죽이려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잘 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실제로 엄마는 살아있고, 나는 지금 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으니까.
* * * * *
킬빅은 문을 열자마자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요코 님. 그간 별일 없으셨습니까?”
“글쎄, 건방진 딸년 교육 좀 시킬 수 있게 됐으니 기분은 좋네?”
요코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십니까, 다행이군요. 그래서 따님은 어디에?”
“저기야.”
요코는 자동차 트렁크를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나머지는 저희가 준비하겠습니다.”
요코는 가운으로 갈아입고 30분 정도 기다린 뒤, 수술실 같은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아까 그 남자가 알몸이 된 자신의 딸을 수술대 위에 결박해두고 있었다.
딸은 요코를 보자마자 상대를 물어뜯어 죽일 듯이 비명을 질렀다.
“당신이, 당신이 히나타를!”
“히나타? 히나타가 왜?” 요코는 히나타라고 부르는 로봇을 품에 안고 있었다. “이 애가 뭐 어쨌다고?”
“어떻게 히나타를 그 모양으로 만든 거야!?”
감정을 폭발시키는 딸과 달리 요코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모양이라니, 그냥 교육 좀 시킨 것뿐이야. 왜 그렇게 화를 내니?”
“교육이라고!? 믿을 수가 없어, 히나타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 딸인 게 당연하잖니. 지금도 이렇게 히나타는 내 귀여운 딸이야.”
“미친 소리 마! 당신은 당신 손으로 딸을 딸이 아닌 것으로 바꾼 거라고!”
“딸이 아닌 건 코카게 쪽이야!” 요코는 유리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코카게 너도 귀여웠는데, 어느샌가 나한테 반항이나 하고…… 엄마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코카게는 지지 않으려는 듯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변한 게 아니야, 성장한 거라고! 당신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여자인지 알 정도로!”
“아니야! 부모는 몇 살이 돼도 부모고, 자식은 몇 살이 돼도 자식이어야 해. 변해서는 안 된다고! 그래, 그래서 히나타는 변하지 않게 해준 거야. 히나타는 귀여워, 이대로 멈춰버리면 나도 히나타도 행복해. 그래, 너도 예전의 코카게로 되돌려줄게.”
이 말을 신호로 킬빅이 도구를 집어 들었다. 코카게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구속대와 마취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우스피스를 물려드리겠습니다. 혀를 깨물면 안 되니까요. 시작합니다?”
신사적인 태도와 달리 킬빅의 동작은 꽤나 강압적이었다.
“아아아아아악!”
연수에 메스가 닿자 코카게는 비명을 질렀다. 마취 때문에 통증은 없었지만, 살이 찢기는 확실한 감각이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했다.
그대로 신경과 뇌에 도달했고, 그 일부분이 절제되었다. 코카게의 온몸을 뜨거움, 차가움, 통증, 쾌적함, 피로감, 쾌락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감각이 덮쳤다.
“아, 윽…… 커헉.”
말은 오열로밖에 나오지 않았고, 눈이 멀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무엇보다 그걸 몸부림치거나 소리 질러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게 고통스러웠다.
킬빅은 작은 기계를 꺼내 방금 잘라낸 부위 대신 심었다.
“준비됐습니다. 우선 제1단계. 아프겠지만 참으세요.”
그리고 스위치를 켰다.
“아으으으으윽!”
이번에는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감각이 덮쳤다. 평형감각을 잃고 시야가 불규칙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시간 감각이 사라지고, 회전하며 과거의 일들이 마치 현재처럼 리얼하게 느껴졌다. 히나타와 놀았던 추억, 아빠의 죽음, 학교에서의 사소한 일들, 철들기 전 바닥을 기어 다니던 기억…… 어지럽게 변하는 세계 속에는 미래의 기억조차 있었던 것 같다.
“제1단계 종료입니다. 잠시 쉬세요.”
전원이 꺼지자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방금 전까지의 잔혹한 자극이 사라지고, 몸에서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코카게는 요코와 요코에게 안겨 있는 히나타를 보았다. 히나타도 이 감각을 맛본 걸까?
『아, 으윽…… 우웨엑』
킬빅은 드릴로 두개골을 들어내 뇌 전체를 노출시킨 상태였다.
“이어서 제2단계. 아까랑 같으니까 조금은 수월할 겁니다.”
『아아아그으으!』
코카게의 뇌를 아까와 같은 감각이 덮쳤다. 온갖 고통에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액체가 뿜어져 나왔고, 끝날 때쯤엔 바닥에 웅덩이가 생겨 있었다.
『제2단계 종료.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은 몸 쪽으로 넘어가죠.』
다시 코카게에게 감각이 돌아온다. 이번에는 인간의 사고와 기계의 언어―― 프로그램이 온몸을 휘감았고, 타는 듯한 통증과 쾌락이 전신을 질주했다.
증오를 버팀목 삼았던 코카게에게도 이 고통은 견디기 힘들었다. 벗어나고 싶어 필사적으로 엄마에게 매달렸다.
『어, 어머니…… 말 잘 들을게요,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주세요……』
“어떻게 할까요?” 킬빅이 요코를 돌아보며 물었다. “계속할까요?”
하지만 엄마는 비정했다. 애초에 동정 따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코카게는 곧 깨닫게 된다.
“호호호, 당연하지. 계속 진행해. 코카게, 이대로 기계가 되렴. 엄마 말 들을 수 있지?”
『싫어, 기계는 싫어……』
“그럼 제3단계. 통각은 없지만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으니 놀라지 마세요.”
『푸기이이이익!』
공정을 마친 코카게에게 인간의 흔적은 희박했다. 소녀의 요염함은 남아있었지만, 이음매투성이인 몸이 무기물의 질감과 합쳐져 공예품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눈빛만이 간신히 소녀가 물건이 아니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 마…… 용서, 해……』
미세한 빛이 제로에 가까운 희망인 엄마의 자비에 매달렸다.
요코는 화사하게 웃었다.
“아아, 기뻐라. 귀여운 코카게, 돌아와 줬구나.”
“인격 조정은 할까요?” 남자가 코카게의 구속을 풀며 물었다.
“아니, 조정 같은 건 필요 없어. 기존 메이드 로봇 프로그램을 덮어씌워 줘.”
“따님이지 않습니까? 괜찮으시겠어요?”
“이런 애는 딸도 뭐도 아니야. 종으로 평생 부려 먹어줄 테니까.”
“그러십니까. 그럼 잠시 시간을.”
『어머, 니……』
요코는 남자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킬빅, 코카게가 뭐라고 지껄이는 것 같은데 기계화는 완벽한 거겠지?”
“전원을 끄지 않았고 아직 인격 교정을 안 해서 그렇습니다. 기계라도 말은 할 수 있으니까요.”
『제발, 지우지 마……』
“당장 덮어씌워 줘…… 보기 싫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만해, 제바아알! ……아, 아…… 가각』
드르륵, 드르륵드르륵, 지지직……
“코카게, 오늘 아침은 새우 샐러드 샌드위치랑 커피로 준비해.”
『알겠습니다, 주인님』
『엄마아, 엄마아』
“어머, 히나 일어났니?”
『엄마, 히나 쭈쭈 줘』
“어머, 우리 히나 어리광쟁이네~. 그럼 오늘은 아래쪽 쭈쭈를 줄게.”
『엄마, 너무 좋아……』
쫍, 쪼옵……
『주인님.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응, 나중에 먹을 테니 거기 둬. 그리고 이따 목욕할 거니까 준비해두고.”
『알겠습니다, 주인님』
“아아, 둘 다 착하기도 하지. 엄마는 행복해.”
『감사합니다』
『푸하, 엄마, 히나 기뻐』
느닷없이 요코는 들고 있던 물을 코카게의 몸에 끼얹었다. 방수 가공되지 않은 바디에 물은 손쉽게 침투했고 여기저기서 불꽃이 튀었다.
『아가, 고, 주인, 님……』
코카게는 요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 채 쓰러졌다.
“코카게, 네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가끔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가 있어. 이해하렴.”
『천만…… 에요…… 주…… 인…… 님…… 푸슉』
“히나, 유지 보수 모드. 코카게 수리하고 26번 프레임이랑 프로그램 준비해.”
『모드 전환, 알겠습니다 주인님』
작은 히나타는 쓰러진 코카게를 질질 끌고 방 밖으로 나갔다.
“아, 맞다. 젖은 바닥 청소 시키는 걸 깜빡했네.”
요코는 둘이서 놀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준비했다. 오늘은 코카게에 대한 복수를 겸해 소소한 목장 체험이다.
“자, 둘 다 들어오렴.”
『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먼저 농부 차림을 한 히나타가 들어왔다. 밀짚모자가 너무 커서 얼굴이 푹 가려져 있었다.
“어머, 귀여운 농부님이네. 오늘은 신선한 우유를 마시게 해줄 거지?”
『네, 주인님. 코카게, 이쪽이야!』
『음, 음머어~』
히나타의 뒤에서 흰색과 검은색 페인트칠을 한 코카게가 방울을 울리며 들어왔다. 손과 무릎이 제거되고 대신 발굽 같은 다리가 달려 있었다. 옷은 입지 않았고 가슴은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자, 농부님. 우유 좀 짜주겠니?”
『알겠습니다』
히나타는 암소 아래에 커다란 쟁반을 두고 부드럽게, 꽉 유방을 쥐어짰다. 따뜻한 순백의 우유가 코카게의 유두에서 퓨슉 뿜어져 나왔다.
『음머어어어어!』
코카게는 요염한 소리로 울더니, 더 짜달라는 듯 유방을 히나타에게 가까이 댔다.
『주인님, 소는요, 젖을 짜주면 기분이 좋아진대요』
『음머, 음머어어어!』
그 작업을 몇 번이고 반복했고, 그때마다 코카게는 요염한 비명을 질렀다. 끝날 때쯤엔 티포트 다섯 잔 분량의 우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를 히나타가 엄마에게 가져다주었다.
『주인님, 갓 짠 우유입니다. 드셔보세요』
요코는 우유를 받아 마시지 않고 테이블에 둔 채 큭큭 웃기 시작했다.
“농부님, 소를 축사로 데려가서 원래대로 돌려놓으렴. 소가 괴로워 보이네.”
“음, 음머…… 삐, 가각…… 우, 우유가, 없어요 보충해, 주세, 요”
코카게는 텅 빈 탱크에서 억지로 우유를 짜내려 하고 있었다. 유방 틈새로 보이는 내부 기계가 불꽃을 튀기며 가리각 소름 끼치는 소리를 냈다.
지적을 받은 히나타는 먼저 커다란 밀짚모자를 벗고 『그럼 주인님,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라며 정중히 인사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코카게는 에러 메시지를 반복했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 코카게를 히나타는 채찍질하며 꾸짖었다.
『자, 돌아가자 코카게. 걸어』
『네, 에…… 주인, 님……』
질질 끄는 코카게의 걸음이 답답했는지, 히나타는 방울 달린 목줄을 움켜쥐고 억지로 끌고 나갔다.
“우후후, 즐거운 구경거리네. 역시 내 자랑스러운 딸들이야.”
요코는 미소 지으며 문득 창밖을 보았다. 높이 뜬 태양은 사람의 마음에 시간적 여유와 희망, 기쁨을 부어준다.
방금 짠 우유를 조금 입에 머금으며 카탈로그 한 권을 꺼냈다.
“우후후…… 다음엔 어떤 걸로 해볼까.”
* * * * *
『엄마, 코카게가 고장 났어요』
카탈로그를 읽고 있는 요코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작은 히나타가 그렇게 말했다.
“그럼 고치렴.”
요코는 카탈로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하지만 히나타는 방에서 나갈 기미가 없었다.
“……무슨 일 있니?”
『손상이 심해 기존 복구 프로그램으로는 대처 불가능합니다. 매뉴얼을 제시하시거나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해주세요』
“……정말, 귀찮게 하네. 히나타, 전화기 가져와.”
『알겠습니다』
히나타에게서 수화기를 뺏어 든 요코는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네, 게이즐렛 인체과학 연구소입니다』
“나 요코야. 마이스터 킬빅 좀 바꿔줘.”
“요코 님 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대기음으로 흐르는 클래식 음악을 한참 듣고 나서야 겨우 킬빅과 연결됐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미스 요코. 오늘은 어떤 용건이신지요?』
“어떻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코카게가 고장 났는데 히나타가 못 고친다잖아! 유지 보수 프로그램은 상호 준비되어 있다고 했잖아!”
『코카게, 히나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기다리게 했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히나타 아가씨와 전화를 바꿔주시겠습니까?』
“그래. 자 히나타! 전화 받아.”
“네”
히나타는 요코가 이해할 수 없는 전문 용어로 한참 대화를 나눈 뒤 수화기를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여기서 수리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한 번 분해해서 프레임을 갈아야 하니 테스트 포함해서 3개월은 걸립니다』
“3개월!? 장난해? 저기, 어떻게 안 돼? 당신 프로잖아!”
『그렇게 말씀하셔도……』
“만약 안 된다면 이제 당신네랑 거래 안 할 거야.”
『그럼 시스템 재구축 없이 수선만 하도록 하죠. 솔직히 결함이 남을 위험이 매우 큽니다만…… 이쪽에서 필요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보낼 테니 히나타 양에게 수리를 시키십시오. 짐은 사흘이면 도착할 거고 수리 자체는 이틀이면 끝납니다. 총 닷새, 이게 최단 수리 기간입니다』
“차라리 그게 낫겠네. 코카게 같은 건 불완전한 로봇이 되는 게 딱 어울리니까.”
『……그러십니까.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결제는 평소 방법대로 하면 될까요?』
“그래.”
『알겠습니다. 그럼 평안하시길, 미스 요코.』
부품들은 정확히 사흘 뒤에 도착했다. 요코는 즉시 소프트웨어를 꺼내 히나타에게 설치를 시작했다. 『설치 중…… 소프트웨어가 하드 메모리 용량을 초과했습니다. 불필요한 파일을 삭제해주세요』
“불필요한…… 그래, 【추억】을 지워서 용량을 확보해.”
『확인. 해당 파일 삭제……………… 소거했습니다. 설치 속행……………… 완료했습니다』
“자, 코카게 고치러 가자. 부품 옮겨.”
『네, 주인님』
“……이거, 정말 고칠 수 있는 거니?”
방에 들어온 요코는 반쯤 어이없어하며 히나타에게 물었다.
『네, 주인님』
고장 난 코카게는 수리를 위해 수직 크래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팔을 비롯한 관절 부위는 타버렸고, 목과 몸통은 동력 케이블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었다. 외피 여기저기가 열로 녹아내렸고, 코카게의 얼굴도 목에서 왼쪽 귀에 걸쳐 파열된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아직도 코카게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 카……』
“……완전 호러네.”
아연실색하는 요코를 뒤로하고 히나타는 언니의 수리 준비를 마치고 즉시 작업에 착수했다.
『말단부터 파손 부위 제거를 시작합니다』
히나타는 망가진 다리 끝부터 아직 전력이 살아있는 회로를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떼어냈다.
『가, 가각…… 가삐이!』
왼다리가 분리되자 코카게는 고통인지 쾌락인지 알 수 없는 날카로운 신음 소리를 냈다.
이어 오른다리, 양팔이 차례로 분리됐다. 가슴까지 제거되자 묵묵히 작업하던 히나타가 주인에게 주의를 주었다.
“물러나 계십시오. 폭발 위험이 있습니다.”
히나타의 말로는 이번 고장은 동력로 때문인데, 어설프게 정지시키면 폭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내고 심장 격인 둥근 기관을 노출시킨 모양이다.
요코는 말없이 방을 나가 복도에서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뱌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출산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비명이 저택 전체에 울려 퍼졌다.
쥐는 도망가고 새는 날아갈 법한 소동에 요코는 입술을 핥았다.
“좋은 비명이네, 우후후……”
저택에 정적이 돌아왔을 무렵, 내전복을 입은 히나타가 방에서 나타났다. 손에는 아직 뜨거운 열기가 남은 쇠구슬 같은 기계가 쥐여 있었다.
『원인을 제거했습니다. 이제 안전합니다. 수술 장면을 보시겠습니까?』
“응, 당연하지.”
요코가 다시 돌아왔을 때 코카게는 이미 머리만 남은 상태였고, 보조 케이블 몇 개가 연결되어 있었다.
『삐, 삐…… 삐』
표정은 미동도 없었지만, 멍하니 입을 벌리고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은 실의와 절망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요코는 생각했다. 실의와 절망의 나날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요코는 자신이 코카게를 파괴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히나타는 우선 얼굴 오버홀부터 시작했다. 녹아내린 피부를 깨끗하게 다듬었다. 파손 직전의 프로그램도 수복 소프트웨어 덕분에 약간의 안정을 되찾은 듯 보였다.
『가삐이……』
요코는 기분 좋아 보이는 코카게를 보며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재미있는 장치라도 시킬까 고민하던 찰나,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삐가아! 삐가, 삐가아아!』
새로운 몸통을 장착할 때 갑자기 코카게가 신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 지급된 바디와 하드웨어 호환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히나타는 개조를 계속했고 요코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런 서비스까지 준비해주다니, 팁이라도 듬뿍 줘야겠네.”
『가, 가각…… 부부부부……』
더 이상 느낄 수조차 없는 코카게의 몸이었지만, 메인 컴퓨터는 비정상적인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경고를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뱌아아!』
동력로를 매립하고,
“가삐가아아!”
케이블을 연결하고,
『기기기기…… 기, 기……』
사지를 장착해도 코카게라는 컴퓨터의 경고는 무시되었다.
지난 파손으로 언어 중추가 파괴되어 말을 할 수 없는 코카게에게서 나오는 것은 경고 메시지가 아니라 날카로운 전자음뿐이었다. 이미 고통의 비명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거듭되는 에러 때문인지 결국 컴퓨터마저 침묵했고 소리조차 내지 않게 되었다.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동 상태에서 크래들로부터 분리합니다』
그렇게 수리를 마친 코카게는 말끔하게 닦인 새 바디를 얻었다. 하지만 크래들에서 떨어지자 걷기는커녕 실 끊긴 인형처럼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시간이 지나도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이상하네……”
전원 램프는 켜져 있었다. 히나타에게 체크를 시켜봐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정처럼 맑은 눈동자를 간직한 채, 코카게가 스스로 일어나는 일은 끝내 없었다.
결국 본사로 보내지게 되었지만, 요코가 수리 과정을 즐겁게 지켜본 덕분에 큰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아, 지난번엔 정말 즐거웠어~”
딸들을 아끼는 기색도 없이 요코는 다시 카탈로그를 집어 들었다. 뭔가 우스꽝스럽고 관능적인 건 없을까 찾아본다.
은은하게 갓 볶은 원두 향이 나더니 히나타가 커피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주인님, 커피 가져왔습니다』
그 모습은 우아했고, 아까의 백의가 아닌 늘 입던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어머, 고마워. 코카게는?”
『조정 중이라는 답변입니다. 원인 규명에는 내일 꼬박 하루가 걸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 이제 나가봐도 좋아.”
『네, 주인님』
히나타가 나간 뒤 요코는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그래. 이 47번이라는 거 준비해줘, 내일모레…… 응, 그걸로 됐어. 그럼.”
수화기를 내려놓고 요코는 조금 식은 커피를 들이켰다. 에스프레소 향이 자연스럽게 요코의 마음을 녹였다.
밤은 아직 길다. 요코는 가운을 옷걸이에 걸고 딸랑딸랑 유리 종을 울렸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방금 나갔던 히나타를 다시 불러들여 미소 지으며 카트리지 하나를 내밀었다.
“자, 히나타. 놀자?”
그 미소는 너무나 천진난만해서 어린 소녀를 연상시킬 정도로 순수했다.
요코는 향락으로 가득 찬 남은 인생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보내게 된다. 두 자매가 행복한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들의 뇌는 주인에게 봉사한다는 확실한 만족감을 느끼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었다.
기쁨만을 느끼며 망가져 가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인 셈이다.
적어도 그녀들은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 *
킬빅은 보고서를 다 쓰고 나서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만 벌써 다섯 잔째인 에스프레소를 들이켰다.
“허 참, 희한한 일도 다 있군요.”
보고서는 코카게의 수리에 관한 레포트였다. 기능은 정상이지만 움직이지 않는 로봇. 원인 규명은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그 답은 기록과 대조함으로써 간단히 해결되었다. 개조 직후의 코카게와 그 이후의 코카게, 그 차이점은 단 하나뿐이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이상의 이유로 수리 후에도 작동하지 않은 원인은, 생전의 그녀로부터 만든 기반 프로그램―― 마음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어집니다.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