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타쿠로가 일을 마치고 독신자 기숙사로 돌아오자 우편함에 편지 한 통이 꽂혀 있었다.
요란하게 밀랍 봉인까지 찍힌, 꽤나 비싸 보이는 무광 검정 봉투. 발신인란에는 듣도 보도 못한 회사 이름이 적혀 있다. 공들인 다이렉트 메일인가? 조심스레 뜯어보니 서면 한 장이 들어 있었고, 간결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월 ×일, 모처에서 어떤 "미술품"의 경매를 진행하오니 부디 참석해 주십시오. 초대받으신 여러분께서는 반드시 만족하시리라 자부합니다. 참가비는 무료이나, 초대받은 분 외의 동반은 삼가 주십시오. 야마모토 타쿠로 님께, 토베 유리코 드림』
토베… 유리코… 타쿠로는 마지막 서명에 시선이 꽂혔다. 자신이 아는 한, 토베 유리코라면 고등학교 동창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반에서 제일… 아니 학년, 아니 학교 전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미소녀. 성적도 우수하고 남몰래 연심을 품었던 남자 놈들도 수두룩했던, 그 토베 유리코 말인가? 흐릿한 기억 속에서 그녀의 단정한 이목구비와 커다란 눈동자를 조립해 본다.
타쿠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벌써 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선거철이나 종교 권유 따위로 동창에게 연락이 오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다. 하물며 이 안내장도 뭐 99%는 뭔가 수상쩍은 권유로 보였다. 넙죽 나갔다가는 그녀를 만나는 대신 고액의 "미술품"인지 뭔지 하는 구매 계약서에 도장이나 찍게 될지도 모른다. 으음…
동창회 말고는 이런 종류의 권유는 거의 무시해 왔던 타쿠로였지만, 고민 끝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일주일 후, 들뜨는 마음을 억누르며 타쿠로는 정시에 회사를 나섰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저녁, 지정된 주택가 한구석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커다란 창문 하나 없는 건물이 서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 외벽. 분명 예전에는 라이브 하우스나 이벤트 홀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 흔적만 벽면에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정면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하나 있고, 벽에는 눈에 띄지 않게 작은 안내도가 붙어 있어 이곳이 오늘 이벤트 장소임을 알리고 있었다. 천천히 어둑한 계단을 내려가자 그 끝에는 덩치 큰 선글라스 낀 사내가 하나 서 있었다.
초대장을 확인한 사내는 천천히 안쪽 문을 열고 정중한 어조로 안으로 안내했다. 통로 안쪽에 빛이 보이자, 나아갈수록 웅성… 웅성… 하는 소음이 커진다. 확 시야가 트인 그곳은 댄스홀 같은 거대한 지하 공간이었다. 벽에는 큼직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간접 조명이 비추고 있다. 행사장 안에는 호화로운 요리가 차려진 원형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었고, 대략 3, 40명 정도 되는 남자들이 서서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이, 야마모토 아니냐!"
타쿠로가 요리를 훑어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고등학교 동창인 이지마가 와인 잔을 한 손에 들고 치즈를 입에 문 채,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었다.
"이지마, 너도 왔냐!"
"그래, 나뿐만 아니라 카토랑 시라이도 와 있어."
결코 밝지 않은 행사장 여기저기로 시선을 돌리자, 확실히 낯익은 남자 몇 명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창회… 같은 건 아닌 모양이네. 모르는 얼굴이 잔뜩 있어."
"아니, 난 저쪽 테이블에서 중학교 때 친구 만났어. 그 녀석도 비슷한 소릴 하던데, 뭔가 안면이 있는 녀석들이 초대된 것 같아."
한동안 이지마와 근황을 주고받으며 고등학교 시절 옛이야기에 꽃을 피운 뒤, 화제는 자연스레 오늘 경매인지 뭔지로 옮겨갔다.
"…그나저나 야마모토, 너 같은 고지식한 놈이 용케 이런 수상쩍은 이벤트에 올 생각을 다 했네."
"남 말 할 처지냐. 너도 토베 유리코 이름 보고 온 거잖아?"
"아하하, 우리 둘 다 걔한테 푹 빠져 있었으니까. 우리 반의 마돈나…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그 호칭이 제일 딱 맞아. 미목수려, 성적 우수…"
"그래, 토베 씨 얼굴이나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와본 거야. 너까지 있을 줄은 몰랐지만."
타쿠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이지마는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너 몰랐냐? 토베 씨 올해 초에 병으로 죽었다던데."
"! 저, 정말이야?"
"나도 건너 들은 거지만… 걔네 본가 가업이 작년에 망했다나 뭐라나, 마음고생이 심했나 봐. 오늘 이벤트는 유족이 유품이라도 조금 돈으로 바꾸려고 한다든가, 그런 목적이라고 난 멋대로 상상하고 있는데."
그렇구나… 당연히 결혼이라도 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타쿠로는 반쯤 멍한 표정으로 잔에 남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행사장의 소란스러움도 귀에서 멀어졌다.
쿵! 하고 등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을 때, 타쿠로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스태프로 보이는 검은 양복 차림의 사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조명이 꺼지더니 행사장 중앙의 단상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고조되는 긴장감, 드디어 경매인지 뭔지가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갑자기 조용해진 행사장 안에 마이크 하울링 소리가 삐이익 울려 퍼진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은 바쁘신 와중에 왕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풍채 좋은, 마이크를 든 중년 남성이 벽면 무대에 나타나 유창한 말솜씨로 뻔한 인사말을 늘어놓기 시작하자, 뒤이어 안쪽에서 바퀴 달린 받침대가 스태프들의 손에 의해 스르르 운반되어 왔다. 받침대 위에는 1미터 남짓한 크기로, 새하얀 시트에 덮인 "무언가"가 미동도 없이 실려 있다. 스태프가 묵직해 보이는 그것을 안아 들고 단상의 "조인트"에 설치한다.
"방금 운반되어 온 '상품', 이것이 오늘 유일한 상품이 되겠습니다. 이번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것은 저희 회사에서도 특히 희소성 높은 일품입니다. 일단 찬찬히 봐 주십시오!"
그렇게 말하며 사회자가 기세 좋게 시트를 걷어내자, 행사장 내의 시선은 그 "상품"에 집중되었다.
! 받침대 위에는 알몸의 여자가 떡하니 앉아 있었다. 딱 오줌을 누는 듯한 쭈그려 앉은 자세로, 훤히 드러난 털 없는 가랑이 사이의 은밀한 곳에는 받침대에 고정된 페니스 모양의 딜도가 깊숙이 그녀의 몸 안으로 박혀 있다. 인형의 얼굴은 늠름하게 정면을 향하고 있지만, 조명 탓에 확실히는 보이지 않는다. 라이트를 받은 전신은 광택을 띠고, 유일하게 그녀가 걸치고 있는 에나멜 하이힐과 다를 바 없는 윤기를 뿜어내고 있다.
그 리얼한 조형에 처음에는 진짜 여자가 앉아 있는 줄 알았지만, 차츰 아무래도 플라스틱제 마네킹 인형 같다는 게 서서히 느껴졌다. 다만 그녀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지만, 전신에 오일이나 로션을 바른 듯 번들거리고 있어서 여기서 봐서는 희미한 호흡까지는 판별할 수 없다.
정교한 인형인가? …저런 걸 경매에? …그럼 로봇? 설마… 하고 행사장 안에 술렁임이 이어진다. 요즘 시대에 "움직임"은 꽤 인간에 가까운 도우미 로봇이 가정에 보급되고 있지만, 사용자 측의 거부감도 있어서 굳이 인형 같은 외관을 하고 있었다. 더치 와이프 같은 리얼 돌이라 해도 가동 문제상 어딘가 가짜 티가 나는 분위기는 지울 수 없었고, 이렇게 차원이 다르게 진짜와 똑같은 로봇은 있을 수 없었다. 있다면 영화 촬영용으로 쓰이는 움직이지 않는 더미 정도겠지.
그런 의문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갑자기 인형이 실린 받침대가 수평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같은 자세 그대로 그 훌륭한 보디를 아낌없이 드러내며 초대 손님 전원에게 그 미모를 흩뿌린다. 인형의 얼굴이 정면으로 오자 손님들은 저도 모르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저, 저건!"
"…설마, 토베 씨?"
십 년 가까이 지났지만 저 모습은 틀림없다, 토베 유리코 그 자체였다.
마치 토베 유리코 자신을 박제해 놓은 듯한, 그녀와 똑 닮은 아름다운 전라 인형은 천천히 음란한 포즈를 취한 채 요염하게 계속 회전했다. 옛날의 지적인 분위기를 띤 미소와 딜도를 하반신에 물고 있는 파렴치함의 갭에, 타쿠로 일행은 악취미적인 구경거리라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인형은 그대로 천천히 세 바퀴를 돈 뒤 회전을 멈춘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 행사장 안… 그 정적을 깨고 갑자기 큰 소리의 BGM이 리드미컬하게 흘러나왔다.
쿵쿵쿵쿵쿵… 드럼 리듬과 동시에 토베 유리코를 쏙 빼닮은 인형의 목이 컥, 컥 하고 움직이나 싶더니, 그녀의 매끄러운 보디 전체가 크게 뒤로 젖혀졌다. 부르르 떨리는 그 몸은 지금 여기서 생명을 부여받은 것처럼, 삐걱거리던 움직임이 점차 세련되게 변해간다.
"어, 어이… 움직인다…"
동요하는 행사장 안을 곁눈질하며 토베 유리코 인형은 요사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주위를 한번 쓱 훑어보고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그 긴 다리를 우아하게 벌려 하이힐을 비비적거리며 발판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리고 엉거주춤 일어서자, 받침대에 고정되어 지금까지 그녀의 체내에 수납되어 있던 딜도가 번들거리며 그 긴 본체를 드러낸다. 다음 순간, 토베 유리코 인형은 털썩 주저앉아 온몸으로 다시 딜도를 삼켰다.
『응, 으응, 아아아아…』
뇌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아, 저건 토베 유리코의 목소리다… 옛날에 들었던 그립고 서늘한 목소리 그대로, BGM을 묻어버릴 정도의 교성을 지르며 토베 유리코는 딜도를 자신의 질에 넣었다 뺐다 했다. 힐을 꽉 딛고 가늘고 긴 우아한 팔로 균형을 잡으며 찔꺽, 찔꺽 하고 음란한 소리를 내는 옛 마돈나의 모습을 초대 손님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았다.
자위에 열중한 미녀의 박력에 압도당하는 와중에, 어느새 토베 유리코 바로 뒤에 선 사회자를 행사장 안의 누구라도 갑자기 거기 나타난 것처럼 느꼈으리라. 사회자 사내는 일심불란하게 피스톤 운동을 반복하는 그녀를 향해 손에 든 작은 리모컨을 조작했다. 딱 MP3 플레이어 같은 간소한 전자기기다.
『읏, 으앗』
사회자의 엄지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토베 유리코의 움직임은 멈췄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동작을 이어가 버린다.
"어라, 이상하네… 어이, 즐거운 시간은 끝이다. 이 음란한 인형 년아, 멈추라고!"
『아, 흐아아아… 알겠습니다·프로그램 동작을·정지합니다』
몇 번째인가의 리모컨 조작에 토베 유리코… 인형이 움찔 반응하더니 그녀의 고개는 푹 꺾이고 동작은 완전히 정지했다. 후우, 하고 사회자 사내는 자신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는다. 행사장 안이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에, 여러분. 갑자기 꼴사나운 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어렴풋이 아시겠지만, 이 여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로봇입니다. 하지만 물론 그냥 로봇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회자 사내가 다시 리모컨을 조작하기 시작하자 토베 유리코 인형은 움찔 반응하고, 무표정한 채 양손을 앞으로 짚고 우아하게 몸을 일으켜 천천히 질에서 딜도를 뽑아낸다. 이윽고 받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서더니 차려 자세에서 빙그르르 뒤로 돌아 씩씩하게 벽면 무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테이블 사이를 빠져나가는 그녀의 걷는 모습은 옛날 토베 유리코 그대로였다.
"이 로봇은 사실… 토베 유리코 씨 본인의 보디를 사용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섹스 로봇입니다."
사회자의 폭탄 발언에 행사장 안의 술렁임은 더욱 격해졌다.
커다란 유방을 흔들며 마치 모델처럼 전라로 걷는, 토베 유리코 본인의 보디를 썼다는 섹스 로봇… 행사장 안의 반응은 사회자의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였다. 토베 유리코 인형은 방금 전 추태의 여운으로 가랑이에 애액을 질질 흘린 채 정면 무대에 올라 멈춰 서더니, 거기서 정면으로 돌아섰다. 그녀의 눈은 퀭하니 의지의 빛이라곤 거의 없다.
"…자, 오늘 모이신 초대 손님 여러분께는 전원 어떤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여기 서 있는 토베 유리코 양을 실제로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회자 사내는 행사장 안을 만족스레 둘러보더니 미소 지으며 말을 잇는다.
"초등학교·중학교, 고등학교·대학교·직장, 혹은 소꿉친구, 이웃 주민, etc, etc… 아마 여러분께서는 이 토베 유리코 양과 가까이서 접하고, 배우고, 놀고, 웃고, 일부 생활을 함께하고, 혹은 어떻게든 그녀를 따먹고 싶다, 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오늘 이벤트는 그런 손님들을 엄선했습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사회자 사내는 다시 들고 있던 리모컨을 인형에게 겨눴다. 조작과 함께 토베 유리코 인형은 또다시 움찔 반응하더니 무표정한 채 몇 걸음, 그 자리에서 앞으로 나온다.
『여러분·저를·기억하고·계신가요? 제·이름은·토베 유리코. 예전에·여러분과·같은·시간을·공유했던·여자·입니다. 하지만·지금의·저는·더 이상·인간이·아닙니다. 스스로의·의지로·더치 와이프·로봇으로·다시·태어난·것입니다』
목소리는 똑같지만 유창함은 결여된, 지극히 기계적인 끊어 읽기로 그녀는 전라로 자기소개를 했다.
『지금부터·여러분께·그·증거를·보여·드리겠·습니다. 부디·안쪽까지·잘·봐·주십시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긴 다리를 벌려 쩍벌 자세를 취하고,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자신의 보디가 행사장 안에 잘 보이는 포즈를 취해 구석구석까지 드러냈다. 격렬한 행위의 흔적인지 툭 튀어나온 클리토리스가 크게 도드라져 있다. 번들거리는 그녀의 몸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라 정지한 마네킹 그 자체로 보였다. 도저히 예전의 그녀가 연기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보십시오, 소유욕을 자극하는 훌륭한 보디 아닙니까. 저희는 그녀를 '유리코 돌'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희는 가정용 서포트 로봇 개발·제조·판매를 하고 있는 주식회사 돌스 재팬의 직원입니다."
돌스 재팬이라 하면 기술력으로 정평이 난 국내 유수의 메이커다.
"…통상 저희 제품에는 티타늄이나 실리콘 등을 사용합니다만, 그녀의 경우는 특별했습니다. 자세한 건 개발 본부장님께서."
무대 뒤에서 올라온, 흰 가운을 입은 남성이 드문드문한 박수를 받으며 맞이된다.
"…방금 소개받은 동사 개발 본부장 이와타니입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죄송합니다. 사실 유리코 돌은 거의 살아 있는 몸인 토베 유리코 씨 본인에게 약간의 컨트롤 칩을 뇌내에 심었을 뿐인 사이보그입니다. 전문적인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그녀의 뇌를 세뇌하고 외부에서 전자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외과 처치를 가하고, 게다가 보디에는 특수 머티리얼로 전신 코팅을 입혀 '살아 있는 섹스 머신'으로 개조했습니다."
설명과 함께 개발 본부장이 유리코 돌을 만진다. 살아 있는 유방의 탄력과 고무 인형을 합친 듯한 묘한 감촉인 듯하다.
"그녀의 본가가 모종의 사정으로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되어, 유리코 씨도 납득한 상태에서 얼마간의 보수와 가업에 대한 융자를 대가로 그 몸을 로봇 소체로서 제공받은 겁니다."
사회자와 개발 본부장의, 뻔뻔할 정도로 담담한 상황 설명에 행사장 안은 말을 잃었다.
"공적으로는 그녀는 올해 2월에 병사한 것으로 되어 있고, 더치 와이프용 돌의 국가 등록 번호를 바꿔치기해서 등록해 두었으니 서류상의 문제는 일절 없습니다. 이미 그녀는 법적으로 청소기나 세탁기와 같은 단순한 전기 제품입니다. 그녀의 뇌에는 예전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자발적 행동은 일절 할 수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그저 소유자의 명령만을 충실히 실행합니다. 단순 작업 레벨의 명령은 모두 실행 가능합니다."
"생체 유지에는 하루에 한 번 이 영양제와 요구에 따라 물을 주십시오. 물은 수돗물이나 맥주나 오줌이나 상관없습니다. 배설은 하지 않지만 그런 플레이의 경우 유연하게 대응합니다. 뇌의 성 중추는 3배로 증량해 두었고, 수많은 플레이 패턴을 신피질에 기억시켜 두었기 때문에 성욕은 왕성하며 어떤 취향에도 응할 수 있습니다. 그녀 자신의 '명기'도 더욱 다양하게 개조를 가했으니 조임도 일품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개발 본부장은 초점 없는 눈으로 우두커니 서 있는 유리코 돌 곁에 서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집어 올리고 질 속에 나머지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질척한 구멍은 손가락을 받아들이자 꽉 조여들었다.
"…어떻습니까, 이 조임. 리모컨으로 자유롭게 젖게 할 수 있고 성욕은 끝이 없으며 지칠 줄 모릅니다. 게다가 그녀는 소유자의 허가가 없으면 절정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완전한 욕망 처리 머신, 그것이 유리코 돌입니다."
유리코는 그 설명 중에도 치매 노인처럼 꾹꾹 가랑이를 조이며 허리를 위아래로 계속 흔든다.
"반복합니다만, 이건 토베 유리코 씨 동의하에 이루어진 지극히 특수한 케이스이며 위법 행위가 아닙니다. 하지만 발설은 삼가 주시길 바랍니다. 도의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무엇보다 유리코 돌이 당국에 몰수당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일련의 설명이 끝난 돌스 재팬 측은 다시 리모컨을 조작했다. 그러자 유리코 돌은 표정을 싹 바꾸더니 머리 위에 얹고 있던 손을 자신의 가랑이로 뻗어 자위를 시작한다. 미간을 찌푸리며 유리코는 잘 손질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까뒤집자, 금세 고기 항아리에서는 애액이 넘쳐흐르고 주변에 독특한 음란한 냄새가 감돈다.
한때 우수한 성적과 보기 드문 미모를 자랑했던 미인이 과학의 힘으로 생체 섹스 머신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응, 으, 아, 앗 으으음…』
"자위는 기분 좋은가?"
『네·최고로·기분이·좋·습니다… 너무·기분·좋아…』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유리코 돌은 어떤 질문에도 대답해야만 한다.
"자네의 정식 명칭은?"
『네·에… 저의·정식·명칭은·섹스·돌·유리코입니다·형식 SSD-YURIKO-2000·등록 번호 JS550H04526·슈퍼 리얼 타입의·여성형·더치 와이프 돌입니다·신장 164cm·체중 55kg·스리 사이즈는·90-60-88…』
"음, 자네의 예전 이름은?"
『삑·질문자의 인증 확인… OK·레벨 S 사항의 답변 가능합니다·저의·진짜 이름은·토베 유리코·입니다… 반년 전·돌스 재팬 시즈오카 공장·에서·생체 개조 수술을·받았·습니다…』
"단순한 장난감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은 어떤가?"
『네… 저·자신·예전부터·섹스를·너무 좋아해서·그것 전용의·인형이·되고 싶었기 때문에·지금은·최고의·기분·입니다』
"…그럼, 자네 인생에서의 지금까지 총 섹스 횟수를 모두에게 신고하게."
『삑·네·총 횟수 2,854회·내역·오럴 섹스 횟수 523회·애널 섹스 횟수·129회·입니다』
"적나라한 고백이군. …그럼 그대로 자위를 계속해라, 좀 더 격렬하게. 하지만 가는 건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
『삑·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유리코 돌은 긴 손가락을 한층 더 격렬하게 질에 쑤셔 박으며 음란한 소리를 주변에 울려 퍼지게 했다. 긴 다리 안쪽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지만, 절정을 맞이할 수 없는 인형은 슬픈 듯 입을 뻐끔거릴 뿐, 온몸을 비틀며 견딘다.
그곳에는 전직 학원 마돈나로서의 자존심은 그림자도 없고, 욕망의 대상으로 개조된 불쌍한 인형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인형의 추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자는 초대 손님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 볼까요. 이번 경매는 고성능 섹스 로봇인 '유리코 돌'의 렌털 권리입니다. 매월 10일부터 월말까지 약 20일간, 이 야한 인형을 낙찰자에게 빌려드려 고객님 마음대로 하게 해드린다, 는 취지입니다.
다음 달 초에 저희가 유지 보수를 실시하고, 1개월 텀으로 임대를 시작합니다. 렌털 사업은 반년은 계속할 예정입니다만, 상황에 따라 매각도 검토하고 있으니 부디 여러분, 분발해서 입찰해 주십시오!"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