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저희 매직 쇼의 메인 이벤트! ‘인체 해체술’에 도전해 주실 관객분 없습니까?”
거대한 홀 무대 위, 턱시도에 실크햇을 눌러쓴 신사가 객석을 향해 물었다.
“아무도 없으신 모양이군요. 그럼 이쪽에서 직접 지명하도록 하죠.”
잘게 쪼개지는 드럼 소리가 울려 퍼지고, 객석을 훑던 스포트라이트가 멈췄다.
빛이 비춘 곳엔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오, 아름다운 아가씨.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학교 교복일까, 초록색 블레이저를 입은 소녀가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무대 위로 모시겠습니다.”
피부에 착 달라붙는 은색 레오타드에 붉은 재킷. 화려한 코스튬을 입고 흰 장갑에 하이힐을 신은 스태프의 안내를 받으며 소녀가 무대에 올랐다.
“이제부터 몸을 갈기갈기 찢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치는 대마술에 도전할 건데, 무섭진 않나요?”
“무서워요…. 하지만 절 뽑아 주셨으니까, 열심히 해볼게요.”
“용감한 아가씨에게 박수를!”
마술사의 말에 객석에서 커다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자, 여기 누워 주십시오.”
마술사의 지시에 따라 소녀가 무대 위 테이블에 몸을 뉘었다.
“그럼, 지금부터 메인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용장한 행진곡이 흐르고, 소녀의 목 아래부터 무릎까지 교복을 덮듯 은빛으로 빛나는 천이 씌워졌다.
“자, 아가씨. 눈을 감으세요.”
소녀가 눈을 감자 침대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기괴한 음악과 함께 ‘가샹, 가샹’ 하는 기계음이 울리고, 조명이 번쩍이는 가운데 은색 천이 위아래로 꿈틀거렸다.
음악과 조명이 서서히 잦아들고 침대의 회전이 멈췄을 때도, 소녀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럼 먼저 다리부터 분리하죠.”
마술사는 은색 천 밖으로 삐져나온 오른발을 양손으로 잡더니 비틀어 당겼다.
‘쟝!’ 하는 효과음과 함께 오른다리가 쑥 뽑혀 나갔고, 객석에선 거대한 웅성거림이 일었다.
뽑혀 나간 다리는 조수에게 전달되어 무대 뒤로 옮겨졌다.
왼다리 역시 똑같이 뽑혀 나갔다.
“다음은 팔입니다.”
몸 왼쪽의 덮개를 걷어 올리고, 마찬가지로 팔을 뽑아 조수에게 넘긴다.
침대를 180도 회전시켜 오른팔까지 뽑아냈다.
무대 위로 소녀의 어깨높이만 한 파란 상자가 들어왔다.
마술사는 소녀의 얼굴 양옆을 꽉 움켜쥐더니, 음악에 맞춰 그대로 뽑아 올렸다.
눈을 감은 채 무표정한 소녀의 머리를 객석으로 향하게 하고 천천히 좌우로 흔들자, 객석에선 비명 섞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마술사는 소녀의 머리를 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침대 곁으로 돌아와 은색 천을 홱 걷어내자, 그곳엔 주인 잃은 교복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어떠셨습니까? 에이, 인형으로 바꿔치기한 거 아니냐고요? 설마요, 그런 짓 안 합니다. 아가씨, 눈을 뜨세요.”
상자 위의 머리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끝났습니다. 어디 이상한 데라도 있나요?”
“아뇨…. 전… 괜찮… 아요….”
소녀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자, 머리만 남게 된 아가씨의 운명은 과연!”
마술사가 외치자 상자 정면에 틈이 생기더니 천천히 양옆으로 열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상자 안에서, 조수들과 똑같은 레오타드와 재킷 차림에 장갑과 하이힐까지 갖춰 신은 소녀의 몸이 나타났다.
“마술은 훌륭하게 성공했습니다! 아가씨의 협력 덕분이죠. 아가씨에게 뜨거운 박수를!”
공연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전… 어떻게 된 거죠?”
소녀는 자신의 손발을 내려다보며 당혹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쇼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자, 아가씨도 손님들께 인사해야지?”
마술사의 목소리에 맞춰 소녀의 목을 장식한 보석 같은 액세서리가 둔탁하게 빛났다.
“어? 어…? 삑… 감사함다… 담에 또… 오십쇼… 기다리겠슴다….”
소녀는 생긋 웃으며 객석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들었다.
무대 막이 내리고 무대 장치를 정리하기 시작했는데도 소녀는 멈추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이제 됐다.”
액세서리의 빛이 꺼졌다.
“삑, 저기… 저 어떻게 된 거예요? 이제 집에 가도 돼요?”
소녀는 침대로 달려가 교복을 집어 들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넌 이 매직 쇼의 꽃이잖아. 네가 돌아갈 곳은 여기라고.”
“아니에요! 전 친구랑 같이 이 쇼를 보러 왔는데….”
“그 친구라는 게 누구지? 친구라면 네가 돌아오길 객석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거 아냐.”
그 말에 소녀는 무대 옆에서 객석을 살폈지만, 객석엔 아무도 없이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 친구 이름이 뭐야?”
“그건… 그건… 아앗, 왜 이러지? 기억이 안 나요!”
소녀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됐어요. 저 혼자서라도 집에 갈래요.”
소녀가 재킷을 벗어 던지자, 팔꿈치 위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과 금속 광택이 도는 레오타드에 감싸인 몸이 드러났다.
소녀는 이어서 장갑을 벗으려다 위화감을 느꼈다.
장갑이 피부에 딱 달라붙어 있어서 천을 꼬집어 잡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어라? 왜 이러지?”
왼손 끝부터 팔을 타고 오른손가락을 미끄러뜨리자, 손목 부분에 닿는 순간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플라스틱 같은 감촉으로 변했다. 플라스틱 팔꿈치 부분엔 이음매가 있어 팔을 굽히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팔꿈치와 어깨 중간쯤엔 금속 고리가 박혀 있었고, 그 위로는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저기요, 이거 왜 이래요?”
소녀는 금속 고리를 비틀거나 밀어내려 했지만, 마치 접착제로 고정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급하게 하이힐도 벗으려 했으나, 이 역시 발에 착 달라붙어 아무리 잡아당겨도 벗겨지지 않았다.
다리 역시 장갑과 마찬가지로 무릎 부분에 이음매가 있는 플라스틱 스타킹에 덮여 있었고, 허벅지 부분엔 똑같은 금속 고리가 채워져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배와 가슴을 만져보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레오타드처럼 보였던 부분은 피부에 밀착된 금속 장갑판이었다.
“제발, 이것 좀 벗겨 줘요!”
소녀는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
“볼 때마다 네 그 반응은 참 재밌단 말이지. 하지만 슬슬 정리를 끝내야겠어. P05-B, 대기 모드.”
목의 램프가 다시 빛났다.
“삑, P-05B, 대기 모드로 전환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녀의 몸이 천천히 직립 자세를 취했다.
“몸이 안 움직여…. 나한테 뭘 한 거야….”
부릅뜬 두 눈에서 생기가 사라지더니, 소녀의 몸은 무대 옆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기요, 어떻게 된 건지 말 좀 해줘요! 제발!”
소녀의 몸은 멈추지 않고 걸어 출구 옆에 주차된 트럭 짐칸에 올라탔다.
짐칸 안에는 투명한 관 같은 케이스들이 늘어서 있었고, 소녀와 똑같은 코스튬을 입은 조수들이 눈을 감은 채 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소녀는 단 하나 비어 있던 케이스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삑, 전용 스토어에 격납되었습니다. 제발, 누구 없어요? 도와줘요! 전원을 차단합니다.”
소녀는 다른 소녀들처럼 눈을 감았다.
“이게 마지막이군.”
소녀가 들어간 케이스 옆으로 살색 손발과 교복이 담긴 나무 상자가 옮겨졌다.
“자, 다음 공연지로 출발하자고. P-05B의 오늘 기억 삭제하는 거 잊지 마. 또 일반 관객 틈에 섞어 놔야 하니까.”
짐칸 문이 닫히고, 트럭이 달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