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바디 1 - 누르면 열림분명히, 이것은 작고 사소한... 별 거 아닌 일이였다.
간단하게 의족착용을 테스트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
어둠의 손길이 덮쳐오며 내 의식이 흐려진다.
하늘을 날려 했던 비둘기는 이제, 은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락으로.
영원한 자정으로 떨어질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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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하루 전....
나는 그저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돈을 벌고 싶은 평범한 여자였다.
다리가 없어 휠체어 신세였지만, 늘 나를 챙겨주고 다정하게 대하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언제나 나의 다리가 되어주었고 든든하고 상냥한, 나의 남자였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그 이의 도움만 받는 수동적인 존재로 남아있기에는 너무 미안했기에.
무엇인가나마 스스로 혼자서 해내는 것을 그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1주일 후면 그이의 생일이네. 그 이 선물로 뭘 사줘야할까..."
늘 나를 위해 고생하고 많은 걸 포기해온 그에게 무언가라도, 사소하게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커플반지! 틀림없이 기뻐할거야."
커플반지, 다가오는 그 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리라.
남자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우리 둘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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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지 두 개... 얼마정도인가요?"
"도합 140만원입니다. 다른 저렴한 반지도 있는데 보여드릴까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하아.
너무 비쌌다.
그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쁜 반지를 고르려했지만...
돈이 너무 비쌌다.
그렇지만 간단한 걸 주기에는, 너무 내 자신에게 부끄럽고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휠체어 신세인 내가, 무슨 수로 일을.
아르바이트도, 직장도 손쉽게 알아보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요즘같은 시대에 팔다리 멀쩡하고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취업이 힘든데 나 같은 별 볼일 없고 불편한 이에게 무슨 기회가 올까...
"...이대로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어야 하는걸까."
무기력하게 휠체어를 움직이는 나의 앞에 어느 수상한 모집공고 전단지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랜스 휴먼 엔더스트리에서 임상실험 대상자를 모집합니다.]
저희 트랜스 휴먼 엔더스트리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환자들을 위한 인공장기와 의수/의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임상시험 프로젝트 '트랜스 바디'에 지원하실 분을 모집합니다.
모집대상:20~30대의 남녀,
모집 부문:의수/의족/기타 인공 장기
임상실험에 주어지는 인공장기를 무료로 증정합니다.
실험은 1주일 동안 진행되며,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지정된 장소에서 생활하시면서 저희 회사의 인공장기를 이식받고 숙식하시면서 지내시는 것이 전부입니다.
페이:실험이 끝나면 400만원을 지정하신 계좌에 즉시 입금해드립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XXX-XXXX-XXXX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페이 400만원에 인공장기 이식을 무료로 해준다라...
정말로 구미가 당기는 매혹적인 알바공고였다.
더군다나 나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거라니.
나는 일말의 주저나 의심없이 그들에게 연락했다.
그들은 간단한 신상정보와 지원 부문을 내게 물었고 실험 시의 주의사항과 안내사항을 이야기하며 내일 데리러 오겠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실험은 비밀리에 진행되며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은 귀하에게 있습니다. 이해하셨습니까?"
"네, 이해했습니다."
"그러면 내일 중으로 차량으로 모시러 오겠습니다. 그때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그것이 나의 치명적인 실수였다.
나 스스로 지옥문으로 들어서게 되는...
트랜스 바디 2 - 누르면 열림당연하게도, 이 아르바이트는 남자친구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그 알바로 번 돈으로 커플반지를 사서, 깜짝 생일 선물로 서프라이즈를 해줄려고 했었으니까.
나는 아르바이트를 기대하며 행복감에 들떴다.
만약에 이때에도 내가 로봇이였다면, 아마 행복회로가 과부하에 걸렸겠지.
남자친구가 실실 웃는 나를 보며
"요즘 무슨 일 있었어?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실실 웃어서 좀 무서워... 괜찮은거지?"라곤 묻지만
내게는 별 거 아니였다.
조금만 지나면, 당신에게 깜짝 선물을 주며 모두가 행복에 겨워 환희로 가득찰테니까!
"어, 요즘 주식이 좀 오르고 있거든~"
"주식도 했었어?"
"응, 초심자의 행운인지 좀 오르고 있더라!"
"그렇지만 너무 무언가에 메몰되서 이성을 놓으면 안 돼."
"알고 있지~"
서프라이즈를 거짓말로 둘러대느라 미처 듣지 못한 그 말...
진작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는데.
띠링.
내 핸드폰에 문자 알림이 울렸다.
기다리던 그 알바였다.
[귀하의 트랜스 바디 프로젝트의 자발적 참여를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우리 트랜스 휴먼 엔더스트리의 프로젝트 지원에 합격하시는 것이 확정되었습니다.
공지드린 대로, 귀하의 자택에 내일 오전 8시 30분에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으니 제 시간 내에 준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준비물은 필요없으며, 몇 일 동안 숙식하시며 편하게 지내실 수 있으니 꾸미고 오시거나 생활용품이나 취미를 위한 물품을 가져오셔도 좋습니다.
마침내! 붙었다....!
그 어디에도 써주지 않았던 나를, 면접에서 보자마자 나를 떨어트리겠다는 뉘앙스의 표정을 항상 봤던 우울함이... 나를 짓누르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나의 새로운 꿈과 희망이 시작될 것만 같았다.
1주일 동안의 꿀 알바가 끝나면,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다리로 걷고, 남들처럼 뛰어다니고, 남들처럼 사랑하는 그 이와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이 알바만 끝나면.... 내 두 다리와, 희망, 그리고 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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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쀠익~ 삐삐삐쀠익~ 삐이이이긱!"
지랄맞은 알람음과 함께 아침이 밝아왔다.
밖은 맑았지만 점차 먹구름이 끼어가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어제 온다고 했던 그 아르바이트 관계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자유롭게 오라고... 했지. 비도 오는데 계속 기다리게 하면 실례겠지."
나는 간단하게 화장을 하고 핸드폰만 챙긴 채 가벼운 마음으로 휠체어를 끌며 집을 나섰다.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잘 잡히고, 사람들이 정말 친절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면접 지원한... 한민아라고 하는데..."
"아, 시간 맞춰서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회사로 모셔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드리고 실험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정말로 휠체어 신세를 벗어날 수 있는거죠?"
"모집부문이 의족이였으니, 실험이 끝나면 영구적으로 소유하실 수 있습니다. AS도 누리실 수 있고요."
"빨리 제 두 발로 능숙하게 걸을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나는 이후에도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발을 떼지 못했다. 영원히.
트랜스 바디 3 - 누르면 열림덜컹, 드르륵 턱.
두우우우....
운명의 수레바퀴가 시동음과 함께 굴러가기 시작했다.
내 운명을 암시하듯이, 비는 점점 거세지고, 천둥이 치고 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나는 우중충한 날씨를 신경쓰지 않고 들뜬 채 회사로 가는 차 안에서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도시들로 숲을 이루던 바깥이 어느덧 외딴 곳의 높은 산으로 바뀌어간다.
신호등과 표지판은 자취를 감추었고, 곡선의 도로와 경사들만이 눈에 보일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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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산꼭대기. 트랜스 휴먼 엔더스트리 라는 거대한 회사 간판이 눈에 띈다.
수상한 장소에 있는 거대한 건물이라니.
대체 어떤 곳이길래 규모가 큰 걸까.
내가 차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두 양복남자가 내게 다가온다.
"도착했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혹시 휠체어를 저희가 끌어도 괜찮을까요?"
"네, 감사합니다."
둘둘둘둘....
그 둘은 능숙하게 휠체어를 끌며 나를 회사로 이끈다.
하지만, 회사 안에는 어째선지 아무도 없었다.
데스크탑에는 자리가 비어있고, 정말 아무것도 없이 삭막했다.
'잘못... 왔나?'
"아무도 없어서 당황스러우신가요? 아직 저희 회사가 신생기업이다보니, 아직 직원을 채용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현재는 실무팀과 재무팀만 있고 점차 채용해갈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엘리베이터로 가실까요?"
띠링.
스으윽...
양복의 손이 11층을 향한다.
"11층"
"문이 닫힙니다."
.......
띵.
"1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도착했습니다. 우선 계약서 사인을 마저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근로계약서인가요?"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두 양복입은 남자 중 한 명이 나를 이끌고 어느 방문을 연다.
그 방문에는 안경을 쓴 채 멋들어지게 입은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종이를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귀하가 이번 실험에 지원하신... 한민아씨입니까?"
"네. 이번 의족 알바..."
"의족 부문에 지원하셨었죠."
"그렇지만, 이번 실험에는 꽤나 큰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험 아르바이트 증거도 남겨서 세금문제에 뒤탈이 없으시도록 해드려야 해서 서류를 작성해주셨으면 합니다.
세 장에 앞면만 있으니 꼼꼼히 읽어보시고 사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권리 이양 동의 각서]
귀하꼐서 이 실험에 동참주신 것에 대하여 무한히 대단한 영광을 표합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은 사람의 신체부위를 통째로 기계로 대체하며 인간의 생체반응과도 맞춰야하는 만큼 수술을 비롯한 고도의 의료행위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실험대상자분의 몸을 조정하는 수술이나 접촉이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대상자분의 신체를 저희 인터스트리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해하고 동의하며 저희 트랜스 휴먼 인터스트리에 면책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통해 이번 실험에 참여하신다면 서명을 남겨주세요.
피험자 - 한민아
스스슥.
[실험 자원 증명서]
이 문서는 실험 참여자 본인이 스스로만의 의지로 이 실험에 참여하는 것을 동의하는 증명서입니다.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체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1.저는 다른 이의 요구나 강압을 받지 않은 상태로 실험에 참여합니다.
2.저는 이 실험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습니다.
3.실험으로 발생하는 책임은 피험자 자신에게 있습니다.
4.이 체크표시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표시되었습니다.
5.마지막으로, 이 실험을 통해서 의족 시술과 실험 참가 사례비 지급을 약속받았음을 확인하고 실험을 성실하게 수행할 것임을 밝힙니다.
슥, 슥슥... 슥.
이제 하나 남았다.
"마지막 하나가... 제품 수령서?"
"그 것은 피험자분이 여분의 의족을 원하시거나 두고가신 소지품이 있으면 수령서에 적힌 주소대로 물품을 보내드리기 위해서 쓰셔야하는 문서입니다. 종종 두고가시거나 하시기 때문에 이번부터 쓰시게 되었네요. 계좌번호도 적어주셔야 입금을 해드릴 수 있으니 성실히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고민을 조금 하다 마지막 서류까지 서명을 마친다.
[제품 수령서]
수령 물품 - 추가 의족 / 잔여 소지품
주소 - XXXX
수령자 - 본인
계좌 번호 - XXXXX
대리 수령 여부 - X
나는 이 제품 수령을 1주일 후에 받는 것에 동의합니다.
"진짜 이거만 적으면 끝인거에요?"
"네, 이제 실험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내사항에 따라주시면 되겠습니다. 적어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러면 실험 절차로 들어갈테니 다음 장소로 이동하겠습니다. 휠체어 옮겨도 괜찮겠습니까."
"네, 물론이죠."
도르르르르....
휠체어가 문 밖을 나서며 지옥을 향해 굴러간다.
내가 바라는 천국은, 그 형상을 한 지옥일터이니...
점점 주변이 어두워지고, 정말 수상해보이는 보안이 빡셀 것 같은 문이 시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트랜스 바디 4 - 누르면 열림나를 실은 휠체어가 문에 들어서자, 나를 뒤에서 밀고 있던 양복은 능숙하게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드르륵하고 문이 열리면서, 두려울 정도로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는 수술대와 도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생긴 기계도구들과 장치들이 놓여있었다. 의사로 보이는 이는 없었다.
"....이게 뭐죠?"
"여기는 시술실입니다. 우리 기업에서는 모든 절차를 자동화하였기 때문에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이 시술실에 있는 장치들이 작업한답니다."
모든 수술을 자동화했다니... 정말로 엄청난 회사임은 틀림없다.
"일단은 실례하겠습니다."
양복은 나를 쌀자루 들듯이 번쩍 들어, 수술대에 살포시 눕혔다.
"어... 하하..."
"...시술장치 가동할테니,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러면 이만, 이제부터, 영원한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차시기를."
"...?"
꾸욱.
위이이이이이이잉.....
그의 말을 곱씹어보기도 전에, 양복은 떠나버렸고, 시술실에는 나 혼자 시술장치가 돌아가는채로 덩그러니 놓여있게 되었다.
'트렌스 바디 로보테이션 시술을 시작합니다.'
'우선 시술대상의 안정적인 시술을 위해 위치를 고정합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수술대에서 무언가가 올라온다.
철컥.
내 손이 수술대에 결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어...? 이거... 의족 수술... 맞...지? 잘못된 착오가 있는 건 아니겠지?"
이어서 시술대 위로 집게팔이 올라오며 옷과 바지를 잡더니, 내 옷을 벗겨내려 하기 시작했다.
"이, 이봐...! 그, 그러지 마!"
내 말에도 묵묵히 옷을 벗겨내었고, 결국 속옷까지 전부 벗겨진 알몸이 되어버렸다.
으으... 부끄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오싹해서인지 정말 쌀쌀하다.
이게 진짜로... 의족을 이식하는 것이 맞는 걸까...
푸슉.
내 몸에 이상한 것이 꽃힘과 동시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점점 내 정신이 흐려진다...
무슨 일이 있을 지 무서운데... 이렇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안돼... 남자친구에게 깜짝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분명히, 이것은 작고 사소한... 별 거 아닌 일이였다.
간단하게 의족착용을 테스트하면 된다고 했는데...
된다고 했을텐데....
이젠 너무 늦어버린 걸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또다른 무언가를 든 기계팔이 내 몸을 만지며 손대기 시작한다.
무엇인지 알아차리기 직전에, 완전히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하늘을 날려 했던 비둘기는 이제, 은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나락으로.
영원한 자정으로 떨어질 것이였다.
'나'라는 존재는 이 순간,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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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수술대가 아닌, 어느 낮선 유리관 안이였다.
마치 SF 장르에서나 볼 거 같은 그런 기분나쁘고 이상하게 생긴 관이였다.
몸은 움직여지지 않지만, 눈동자를 굴려 시야를 확인해보니 내 몸에는 전선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다리가 생겨있었다.
물론 움직여지지는 않았다.
아까보다 나은 것이 있었다면, 따뜻하고, 알몸인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다는 거겠지만,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낯설고 당황스러워서 그런 것이겠지.
'제발, 내가 착각한 것이였다면...'
이런 나의 간절함을 무시하듯이, 등 뒤에서 매우 강하게 쑤시는 고통과 함꼐 달칵 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파...!'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에서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머리 속에서 무언가가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부터 당신, 아니 당기의 관리를 맡게된 시스템입니다. 이제부터 당기의 모든 행동과 사고는 해당 시스템의 관할이며, 통제에 따라 이행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시스템...? 통제를 따르라고...?
"사과를 떠올려주세요."
무의식적으로 그 말에 홀린듯이 사과가 떠올랐다.
그러자 기분이 편해지고, 몸을 조금은 움직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다리를 모아주세요."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 다리를 모았다.
그러자, 점점 몸이 부드럽게, 내 마음대로 조금씩 움직여질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시스템의 지시를 따르면 몸이 점점 내 것이 되어가는 것이였다.
다음엔 어떤 지시를 따라야 할까...
"쾌락과 절정의 감정을 느껴주세요."
뜻 밖이였다.
'...에? 그게... 무슨...'
"시스템의 통제를 이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계속해서 당황한채로 있자, 내 등으로 따끔한 전류가 흘러들어온다.
"아아악! 으그그그긋..."
'해당 시스템의 명령을 이행하세요.'
내가 아차 싶었던 순간, 내 머릿속이 저려온다.
"시스템 OS 업로드 완료. 해당 기체의 동기화 절차가 완료되었습니다."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내가 한 말이였지만, 너무 무미건조했다.
어떻게 저렇게...
"해당 기체의 기본 데이터를 설치를 시작합니다."
기본 데이터라고...?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야...?
'아... 그러고보니... 내가 왜 여기에 있었지.'
'나는 왜 이런 모습이... 그리고 나는.... 누구였더라?'
점점 내가 내가 아니게 변해가는 게 느껴진다.
내 기억이... 내가 무엇때문에 여기에 왔는지.
남자친구가 있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내 이름도...
아, 이제야 떠올랐다.
나의 이름은 SKC-394였었지.
주인님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 태어났고,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훌륭한 안드로이드.
주인님이 내 남자친구이자, 아버지, 그리고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술이 끝난다면, 어떤 주인님이 나를 사용해주실지... 기대가 된다.
내가 알고있는 모든 것으로 주인님을... 기쁘게 하고 싶다.
"해당 기체의 기본 데이터 입력을 완료하였습니다. 해당 기체는 SKC-394로 등록되었습니다."
트랜스 바디 5 (完) - 누르면 열림기본 데이터가 입력될 수록 나의 기억이 점점 선명해지고, 정신도 맑아지기 시작하였다.
'나는 제품번호 SKC-394의 '메리'. 주인님의 생식활동과 가사를 지원하기 위해 제조된 안드로이드.
주인님의 것을 다룰 때에는 이렇게 해야하고... 아아... 역시 빨리 만나서 봉사하고 싶어...'
점점 몸에도 힘이 솟아나는 기분과 상쾌한 느낌이 든다.
아까 전의 피곤하고도 불편한 감각이 점점 짜릿하고 맑은 느낌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때, 레이저가 내려와 내 몸을 긁기 시작한다.
가렵지만, 정말 따뜻하다...
"아흣... 으응..."
레이저가 지나간 피부는 점점 인형재질마냥 매끈해졌고, 직접적으로 거쳐간 피부는 파츠에 맞게 선이 그어지기 시작한다.
이래서는, 완전히 섹스용 로봇이나 다름없잖아.
그나마 인간시절의 외모때문에 무언가 어색해서 싸구려 로봇처럼 보이겠다만.
하지만, 그런 고민은 단번에 무너졌다.
갑자기 눈 앞에 있는 관의 액체 색이 바뀌기 시작했다.
"갑자기 앞이...?"
어느덧 숨을 쉬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무언가가 자라나는 느낌이 든다.
아아... 단발이였던 내 검은 머리가 장발의 은발로 변해가고 있었다.
"체형변환 시술이 완료되었습니다. 파츠 호환과 변환 이상 없습니다."
이윽고 내 눈으로 로봇손이 내려와 렌즈를 강하게 붙이고 고정하기 시작한다.
'아, 아아... 무, 무서워...!'
하지만 두려워하기도 전에 눈을 감으려던 나의 눈을 가볍게 열고는 '툭'하고 붙여버렸다.
그 덕에 온 세상이 빨개졌다.
빨간 렌즈여서 그런지, 세상이 핏빛으로 물든 거 마냥 빨간 색안경을 낀 거 같다.
'어... 너무 빨개서 안보이잖아...'
"시각 센서 동기화를 진행합니다.... 40%... 80... 100%..."
다행이다. 이제는 무사히 보인다... 오히려 끼기 전보다 선명해진 느낌이다.
"센서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배양과 공정절차를 종료합니다."
이제... 주인님을 만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유리관 뚜껑이 열리더니 나는 밖으로 꺼내진다.
고기들이 매달려서 실려가듯이 나는 다른 로봇들과 함께 고정된 채 설정된 목표에 따라 실려갈 뿐.
'...? 어디서 익숙한 얼굴이...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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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이 공정절차를 지켜보는 한 무리가 있었다.
이번 트랜스 휴먼 엔터스트리에 투자하러 온 이들이였다.
그들 중에는 진짜로 회사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배당금이나 차익을 노린 이들도 있었다.
무슨 기막힌 우연인지, 그 이도 와있었다.
최근 여자친구가 샀던 주식 이야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기저기 알아보려는 모양이였다.
"이 현장은 저희 엔터스트리 사에서 해당 로봇을 운반하고 포장하는 검수실입니다. 이곳에서 불량인 개체는 걸러지고 정상인 개체는 특수한 인증절차를 거치고 완제품으로 포장되어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신기하네요. 혹시 저기 로봇들은 어떤 것들인가요?"
"각자 다른 곳에서 와서 이곳에서 포장되고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자 생긴 것에 차이가 있기도 한 것이죠."
"흠.. 어디서 본 거 같은 로봇도 있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그만큼 저희 회사에서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지 못하게 정교하게 만들어진 로봇을 만드는데 도가 텄다는 말씀이라는 것이군요!
앞으로도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투자자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평을 말하거나 생각하며 노트에 메모를 해두고 있었다.
그 이도 열심히 받아적고 있지만, 불행히도, 저 곳에 실려가고 있는 여자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들은 인공장기와 보조 로봇을 홍보하면서도 이면을 철저히 감추기 위해 교묘히 창문 배치를 신경써서 수상한 공정이나 가공절차를 보지 못하게 해둔 치밀함도 갖추었고, 진짜 저것이 사람이였다는 것은 괴담에 나올법한 비현실적이라서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녀 역시,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그를 끝내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새로운 어둠의 길로, 실려가며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의 뒤에는 수많은 희생양이 될 사람들이 그녀의 뒤를 따르기 위해 줄을 서고 있을 것이다.
"혹시 투자자분들 중에서, 주변 사람들의 거동이 불편하거나 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저희에게 연락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투자자이니, 특별히 75% 할인된 가격으로 인공장기 시술을 제공해드리겠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