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새해를 맞아 이치다 씨가 보내주신 투고작입니다. 늘 감사드려요.
언제까지나 아름답고 싶다는 소녀의 소원을 들어준 건 신일까, 아니면 악마일까….
“부디, 영원히 예쁜 모습 그대로 있게 해주세요.”
새해 참배객들로 북적이는 경내. 시전함에 동전을 던지고 본전 앞에서 두 손을 모은 소녀의 머릿속에 기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를 섬기거라. 그리하면 그 소원을 들어주마.」
“누구세요?”
「나는 아주 오래전 이 사당에 봉인된 존재. 내 목소리를 들은 아이야, 이쪽으로 오너라.」
“설마… 신령님?”
「그렇게 불린 적도 있었지.」
찰랑….
소란스러운 인파 속에서 방울 소리가 울리자, 어느샌가 소녀는 어둑한 복도에 홀로 서 있었다.
“여긴… 어디지?”
「나의 신전 안이다. 자, 앞으로 나아가거라.」
찰랑….
다시 한번 방울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홀린 듯 발을 내딛자, 입고 있던 옷이 몸을 스르르 통과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앗!”
깜짝 놀란 소녀가 걸음을 멈추고 옷을 주우려 했지만, 손은 유령처럼 옷을 그대로 통과해 버릴 뿐이었다.
「걱정할 것 없다. 네 육신은 나를 섬기기 위해 잠시 현세를 떠나 있는 것뿐이니. 자, 계속 걸어가거라.」
“네, 네….”
찰랑….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된 소녀가 다시 한 걸음을 뗐다.
온기가 감돌던 살결이 백자처럼 하얗게 변해갔다.
찰랑….
팔다리와 어깨, 허리 등 온갖 관절 부위에 기묘한 굴곡이 생겨났다.
“이, 이게 뭐야? 내 몸이 왜 이래!”
팔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기기긱, 하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육신은 나를 섬기기 위해 개조되는 중이다. 네 바람대로 영원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주마.」
찰랑….
신전 깊숙한 곳을 향해 복도를 더 나아가자, 오히려 몸을 움직이기가 조금 수월해졌다.
몸의 굴곡은 더욱 뚜렷해졌고, 관절은 둥근 구체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네 육신은 나를 섬길 꼭두각시 인형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몸 안에서는 째깍째깍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심장 박동은 이미 멈춘 지 오래였다.
“싫어, 싫어…. 제발 원래대로 돌려줘요!”
겁에 질려 뒤돌아 도망치려 했지만, 발은 소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요지부동이었다.
찰랑….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기시긱, 기시긱. 기계적인 소리를 내며 인형이 되어버린 소녀는 다시 발을 내디뎠다.
찰랑…. 찰랑…. 찰랑….
소녀의 몸을 감싸듯 무녀복이 나타났고, 방울 소리에 이끌리듯 소녀는 신전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 신사는 꼭두각시 무녀가 운세 뽑기를 팔기로 유명하잖아.”
“맞아, 맞아. 진짜 사람처럼 잘 만든 인형이었는데, 작년에 고장 났다고 하더라고.”
“에이, 아쉽다. 어? 근데 저기 봐, 팔고 있는데?”
「어서 오십시오. 운세 뽑기는 어떠신가요.」
꼭두각시 무녀가 소녀들에게 말을 건넸다.
“아, 진짜네! 새로 만들었나 봐. 근데 이 인형, 왠지 유코랑 닮지 않았어?”
“어, 그러고 보니 진짜 닮았네. 같이 새해 참배 오자고 해놓고 유코 걘 대체 어디서 뭐 하는 거야? 저기요, 운세 하나 주세요.”
「네, 운세 뽑기 하나 말씀이시군요. 이쪽에서 가져가십시오.」
“고마워요. 와, 대길이다! 올해 운수 대통하겠는데?”
“난 중길이네.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근데… 우리 누구 한 명 잊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안 들어?”
“응? 무슨 소리야. 우리 매년 둘이서만 참배 왔었잖아.”
“그랬나? 내가 뭘 착각했나 보네.”
두 소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경내를 빠져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