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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08) 작성
넓은 탈의실, 수많은 여자들이 진지한 눈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척 보기만 해도 눈이 돌아갈 만큼 늘씬하고 아름답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여기 K·로보틱스 사내에서 캠페인 걸 오디션이 열리는 날이니까.
가정용 로봇 제조 분야에서 국내 굴지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차기 상권을 겨냥해 사운을 건 획기적인 상품을 투입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기존 로봇과는 궤를 달리하는, 초리얼 타입의 인간형 안드로이드. 예전엔 수천만 엔을 호가하던 그림의 떡이, 고급 승용차 정도의 가격대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당연히 광고비도 막대했고, 이번 오디션에서 뽑힌 캠페인 걸들은 안드로이드와 함께 전국을 돌며 선전 활동을 펼칠 예정이었다. 수많은 모델 에이전시에게도 군침 도는 이벤트인지라, 오디션장에는 내로라하는 미녀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 ■ ■ ■ ■
모여든 모델들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혼조 유미코가 거울 앞에서 공들여 화장을 고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앳된 얼굴의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같은 소속사에서 밀어주는 신인, 타카라베 미유키다.
"선배, 선배도 1차 심사 통과하셨네요!"
"미유키는 2차 심사 때 뭐 보여줄 거야?"
"으음, 서류에는 재즈댄스라고 적긴 했는데……."
내뱉는 말에 자신이 없는지, 미유키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세 살 어린 후배가 귀엽게 느껴져, 유미코는 선배답게 상냥하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문득 미유키가 화제를 돌렸다.
"그것보다 선배, 들으셨어요? 오늘 심사위원에 카츠라기 선배도 참가하신대요. 아~ 싫다 진짜, 우리 험담이라도 하면 어떡해요……."
미유키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귀엽게 삐죽거린다.
화제에 오른 카츠라기 선배란, 그녀들과 같은 모델 에이전시 소속인 카츠라기 레이카를 말한다. 레이카와 동갑인 유미코 역시, 사사건건 자신을 라이벌로 의식하는 그녀가 껄끄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그 레이카가 왜 이번엔 심사위원인 걸까? 소문으로는 그녀의 아버지가 K·로보틱스의 임원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K는 카츠라기의 K…… 아마 그쯤 되는 이유겠지.
"봐요……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선배, 왔어요."
탈의실의 인파를 헤치고, 유미코와는 다른 타입의 미녀가 일직선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어머, 혼조 씨 아니야! 오늘은 우리 회사 오디션에 참가하러 오셨나 봐??"
"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는 유미코의 태도에, 레이카는 조금 당황하면서도 내심 만족하는 눈치였다.
"꽤, 꽤나 기특한 마음가짐이네……. 같은 소속사라고 심사를 봐줄 순 없지만, 뭐 열심히 해 봐. 기대하고 있을게. 오호호호호호."
멀어지는 레이카의 뒷모습에 대고 미유키가 살짝 혀를 내밀었다. 곧이어 여성 진행요원의 안내가 들려왔고, 별실에서 로고가 프린트된 얇은 수영복이 배부되었다.
"오디션 2차 심사 참가자분들은 이 코스튬을 착용해 주세요-!"
"16번부터 20번 분, 심사실로 들어오세요."
대기실에 담담하게 울리는 안내 방송에 따라, 똑같은 코스튬을 걸친 슬렌더 미녀들이 차례차례 방으로 들어간다. 완벽하게 빚어진 조형물들이 규칙적으로 정렬한 광경은, 어찌 보면 이대로 방에 장식해 두고 싶을 정도다.
차례로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과, 열정적으로 지켜보는 심사위원들. 활발하게 질의응답이 오가는 와중에, 유미코는 양손을 머리 뒤로 깍지 끼며 심사위원석에 레이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레이카 씨, 요란하게 등장한 것치고는 심사위원이 아닌 건가…….)'
■ ■ ■ ■ ■
그 시각, 레이카는…… 바로 옆의 어두침침한 별실에서 심사실을 중계하는 TV 모니터에 못 박혀 있었다.
그녀 옆에 칠칠치 못하게 가운을 걸친 기술자 풍의 남자도, 함께 번쩍이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화면에는 유미코의 전신이…… 게다가 웬일인지 반라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있었다. 심사위원석 책상 밑에 숨겨진 특수 카메라와, 속이 훤히 비치는 특수 섬유로 만들어진 수영복의 시너지 효과가 아무것도 모르는 유미코의 보디라인을 남김없이 까발리고 있었다.
"……카와치, 이 여자가 혼조 유미코야."
카와치라 불린 기술자는 사각 안경에 모니터 화면을 비추며 흥분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조, 좋네요. 훌륭합니다. 이, 이 보디로 결정하죠."
"일단 다른 모델 애들도 있는데……."
"아뇨, 전 이미 이 여자로 정했습니다. 체격이 큰 편인 것도 목적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일등 미인이잖아요."
순간 카와치의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지었던 레이카였지만, 금세 표정을 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계획대로 진행할게. 유인하는 건 소노베한테 시킬 테니까."
"그럼 합격자를 발표하겠습니다. 6번, 18번, 26번, 40번 분, 이상입니다. 축하드립니다. 탈락하신 분들은 다음에 인연이 닿으면 또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합격자는 바로 옆방의……."
이번 오디션은 당일 발표였다. 결과를 들은 유미코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며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대개는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는 가운데, 후배 미유키가 달려왔다.
"선배…… 아쉬워요. 전 무조건 선배가 붙을 줄 알았는데……."
"후후, 무슨 소리야. 난 다른 일도 있고, 미유키야말로 앞으로 1년 동안 열심히 해야지."
어깨를 툭 두드려주자, 미유키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퇴실해 나간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는 그렇게 말했어도, 유미코는 요새 일감이 뚝 끊겨 내심 초조함이 있었다.
'(오늘 떨어진 건 좀 뼈아픈데……. 월말 대출금, 어떡하지…….)'
돈 걱정에 멍하니 있던 유미코는 어느새 출구와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안 돼, 돌아가야지…… 하며 황급히 뒤를 돌자, 어느새 눈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죄, 죄송해요, 길을 좀 헤매서……."
반사적으로 변명이 튀어나온 유미코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그 남자는 말없이 명함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명함에는 '홍보과·소노베 야스오'라는 글자가…… 같은 로보틱스 사원인 모양이다.
유미코가 의아한 듯 얼굴을 올려다보자, 남자는 상쾌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오디션 참가하신 혼조 씨 맞으시죠? 시간 뺏지 않겠습니다, 잠깐 얘기 좀 들어주실 수 없을까요? 아가씨한테도 분명 좋은 이야기일 겁니다."
■ ■ ■ ■ ■
수상한 사람도 아니겠거니 싶어 그를 신용한 유미코는 작은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소노베는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아오더니, 곁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털어놓았다.
"사실 아가씨가 탈락한 걸 두고 막판까지 말이 많았거든요.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컸고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는데, 혼조 씨, 아르바이트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아르바이트……요?" 유미코는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홀짝였다.
"네, 캠페인 걸 보조적인 업무인데, 예산 문제 때문에 소속사 쪽은 안 거치고 싶어서요……."
듣고 보니 소노베의 말은 일단 앞뒤가 맞았고, 딱히 부자연스러운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금전적으로 쪼들리는 지금의 자신에게는 바라던 바였다.
유미코는 두말없이 수락하려 했지만…… 갑자기 맹렬한 졸음이 덮쳐왔다.
"……어, 어라, 왠지 졸음이……."
"약 기운이 도나 보네요, 아가씨……."
비웃음을 흘리는 소노베 앞에서, 유미코는 비탈길에서 굴러떨어지듯 책상에 엎어져 꼼짝도 하지 않게 되었다.
곧바로 문을 열고 아까 별실에 있던 레이카와 카와치가 들어온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카와치는 기쁜 듯이 유미코 곁으로 다가와 머리카락 냄새를 맡거나 몸을 더듬거렸다.
"카와치, 네 취미 생활은 나중에 하고 빨리 해!"
레이카의 명령에 카와치와 소노베는 협력해서 유미코의 몸을 책상 위로 올렸다.
"의식 없는 미인이라니, 마네킹 같아서 꼴리는데요. 좀 무겁긴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유미코의 옷을 능숙하게 벗겨내기 시작했다. 레이카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가방 내용물을 주워 모으며, 따로 준비한 커다란 가죽 가방에 유미코의 소지품 전부를 쓸어 담았다.
"피, 피부가 도자기 같아…… 보통 사람 피부는 좀 더 지저분한 법인데……."
완전히 옷이 벗겨져 속옷 차림이 된 유미코는 스트레처로 옮겨져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되었다. 그걸 본 세 사람은 드디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이제 되돌릴 순 없겠네요."
"그래. 이만큼 더할 나위 없는 재료가 손에 들어왔으니, 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후회 안 해."
"후후후, 이 여자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표정이 기대되는걸."
세 사람 각자의 꿍꿍이를 한 몸에 받으며, 유미코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칠흑 같은 어둠. 음미하고 축축한 공기가 주위를 감싼다.
끝없이 이어지는 급류 속에서 유미코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육체를 더듬는 손, 손, 손. 민감한 부분을 집요하게 자극해 오는 수많은 손길은 어디로 도망쳐도 피할 수 없다. 비명을 지르려 해도 숨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양옆에서 유방을 들어 올리듯 애무당했을 때, 마침내 견디지 못하고 유미코는 눈을 떴다.
■ ■ ■ ■ ■
그곳은 본 적도 없는 방이었다.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생활감이라곤 없는 휑한 공간.
줄지어 늘어선 비싸 보이는 각종 전자기기들.
유미코는 뱅글뱅글 도는 안경이라도 쓴 것처럼…… 눈을 덮는 불쾌감에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지만, 시야에 비치는 가로줄…… 인터레이스 너머의 시야는 걷히지 않았다. 머릿속은 안개가 낀 채인데, 그 상태가 당연한 듯 마음은 묘하게 차분하다.
유미코가 머리에 손을 대려 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관절 아래쪽 감각이 전혀 없고, 무언가 기계에 파묻혀 있어 자유롭지 않다. 유일하게 드러난 몸통은 미끌미끌하게 닦여 있어 마치 큐○ 인형 같았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양쪽 유방이 로켓처럼 솟아 있고, 가장 부끄러운 가랑이 사이는 음모가 제거되어 그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아래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누군가의 팔이 겨드랑이 밑에서 쑥 뻗어오는 게 보였다. 손은 그대로 유미코의 종 모양 가슴 끝에 뾰족하게 솟은 핑크빛 유두를 집어, 엄지와 검지로 꾹꾹 자극해 온다. 문득 유미코의 입에서 의도치 않은 말이 새어 나온다.
『쾌감도 상승 중…… 러브 모드 기동합니다.』
"아, 정신이 든 모양이야."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돌아온 것은 레이카와…… 가운을 입은 남자였다. 옅은 웃음을 띠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는 무언가 '물건'을 보는 듯한, 대상을 경시하는 의지가 섞여 있다고 유미코는 느꼈다.
『레이……카 씨……랑…… 당……신은…… 누구?』
"어라? 아직 내가 누군지 인식할 수 있나 보네."
"네, 인격 소거는 이제부터니까요. 레이카 아가씨, 유미코 씨한테 상황을 설명해 주셔야죠."
■ ■ ■ ■ ■
카와치의 재촉을 받은 레이카는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그 가늘고 긴 눈동자를 유미코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내가 누군지 알겠어? 유미코 씨. 여기는 K·로보틱스 사 지하 개발실. 이 남자는 안드로이드 개발부가 자랑하는 천재 기술자, 카와치. 그리고 당신은 지금 막 인형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중이야."
너무나 당돌해서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유미코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카는 말을 이었다.
"알겠어? 당신은 일주일 전에 K·로보틱스 사의 신제품, 가정용 안드로이드의 캠페인 걸 오디션을 보러 왔어. 거기까진 기억하지?"
몽롱한 눈빛인 채로 유미코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서 떨어진 당신을 우리가 약으로 재워서 여기로 납치해 왔어. 납치된 당신은 일주일 동안 공들여 로봇으로 생체 개조당한 거야. 산 채로 당신은 인형이 된 거라고. ……후후, 왜냐는 얼굴을 하고 있네……."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리죠."
옆에서 듣고 있던 카와치가 대신 설명을 시작했다.
"가정용 로봇 시장이라는 게 아시다시피 경쟁이 치열하고, 각 회사 기술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 현상황에서는 타사를 어떻게 앞지르느냐가 승부처라서요…… 그건 우리도 예외가 아니라, 이번 신형 안드로이드도 사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인 목표는 달성했지만, 상품화하기까진 적어도 1년은 더 걸려."
카와치가 레이카의 보충 설명에 눈짓으로 동의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여성 모델을 납치해서 생체 개조한 뒤 기억을 지우고, 획기적인 신제품으로 대외적으로 선보이는…… 유미코 씨, 당신을 대역으로 고른 겁니다. 양산화까지의 시간 벌기와 비용 절감을 위해서요."
"우후, 당신은 이제부터 어떤 명령에도 거역할 수 없도록 뇌 개조를 당하고, 몸을 플라스틱으로 코팅한 모습으로 신제품 로봇으로서 전국을 돌게 될 거야."
정말 이 사람들이 피가 통하는 인간인가…… 점차 의식이 또렷해진 유미코는 들이닥친 현실에 새파랗게 질렸다. 너무나 제멋대로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그…… 그런 이유로…… 나를…… 이런 모습으로……』
"아니,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마치 조각상 같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곤란하게도 미적 센스가 좀 부족해서 말이죠, 항간에는 시체 같은 안드로이드라고 평판이 안 좋거든요. 그 점, 당신의 몸을 그대로 유용한 이번 건은 육감적으로도 훌륭한 더치 와이…… 아니지, 로봇이 완성되겠죠. 그리고 그 노하우는 제품판에도 그대로 계승될 겁니다."
"그거 말고 또 하나, 당신을 고른 이유가 있어. 같은 소속사 남자 사람 친구한테 들었는데…… 유미코 씨, 꽤나 '명기'를 가지고 있다면서?"
『흐앗!!』
갑자기 유미코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보니 레이카가 그 가늘고 긴 중지와 약지를 깊숙이, 유미코의 은밀한 곳으로 넣었다 뺐다 하고 있다. 아무런 전희도 없는데 마치 최음제라도 맞은 것처럼 미끌미끌하게 가장 깊은 곳까지 받아들이는 그 구멍은, 이미 개조가 거기까지 미쳤다는 증거였다.
"뒷일은 걱정하지 마. 주위에는 싹 손을 써놔서 당신은 시골로 내려간 걸로 되어 있으니까. 안심하고 섹스 인형이 되렴."
『으, 아, 아, 아, 아…… 러브 모드 복귀했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경련을 반복하는 유미코. 그 표정을 즐기며 레이카는 고기 항아리 내부를 꼼꼼히 탐색하며 복잡한 육벽과 절묘한 조임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과, 과연 남자를 울리는 명기라는 말이 딱 맞네. 분하지만 엄청난 조임이야."
"네, 저 같은 건 2초밖에 못 버텼다니까요!"
"………어, 어쨌든 이 '도구'의 데이터는 제대로 3D 스캐닝했겠지?"
"물론이죠. 신형 안드로이드의 특징은 남성분의 밤 시중도 가능하다는 점인데, 이 정도면 제품에 핵심 기능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건 확실하네요. 이히!"
절반 이상 기계 부품으로 대체된 유미코는 레이카와 카와치에게 그저 기분 좋은 장난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그들의 도덕관념은 애초부터 뻥 뚫려 있는 것인가.
레이카에게 은밀한 곳을, 카와치에게 양쪽 유방을 유린당하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가는 유미코. 하지만 그럼에도 기가 센 그녀는 힘껏 항의를 멈추지 않는다.
『으, 으으으…… 다, 당신들, 이런 짓이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모, 몸 만지는 거 그만둬! 그리고 당장 날 원래대로 돌려놔!』
그 갸륵한 저항도 손발 못 쓰는 인형의 힘껏 부리는 오기로 즐기던 레이카였지만, 점점 악담이 심해지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당신들은 인간도 아니야!! 사람 탈을 쓴 악마야! 이 미친X들!』
"……가만히 듣고 있으니까 열받네…… 카와치, 이 장난감 입 다물게 할 수 없어?"
"인격 제어 레벨을 최고로 올리죠. 사고를 강제로 컨트롤하겠습니다."
카와치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키보드로 명령을 재빨리 송신한다.
『흐앗, 시, 싫어! 머, 머리가 아파……』
몸을 격하게 뒤로 젖힌 유미코는 펄떡펄떡 몸을 튀겼지만, 팔다리가 고정되어 있어 그 움직임은 부자연스러웠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상태는 분명히 변해 있었다.
"네 이름은 뭐지?"
『저…… 저는…… 유…… 유미코……』
"아니야, 넌 단순한 실험용 로봇, 이름은 없어."
『아, 아니야…… 나…… 는…… 인간이야……』
"아니야, 넌 섹스 용도로 만들어진 그저 인형일 뿐."
『으…… 아…… 머리가…… 그래…… 나는 인형……』
"잘 됐습니다. 강제 제어는 아주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어요."
■ ■ ■ ■ ■
……레이카와 카와치는 순종적이 된 유미코의 몸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가끔 의식이 돌아오는 일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뇌에 전기 충격을 가해 강제 개입을 반복하자, 아무리 유미코라도 정신이 산산조각 나며 점차 육체는 최고급 도구로 개조되어 갔다.
『으…… 하아, 좀 더, 좀 더 제 음탕한 가슴을 주물러 주세요……』
"이, 이렇게 말입니까?"
『그, 그래요…… 좀 더 난폭하게…… 거, 거기도 좀 더 격하게 만져줘요……』
쥐어짜듯 주물러지는 풍만한 가슴. 외설적인 소리를 내며 삽입 피치가 빨라지는 두 손가락.
『어, 어때요, 제 몸? 시,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좀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주세요…… 저, 저는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인형이니까요……』
아까와는 딴판으로, 미모의 안드로이드는 이제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쾌락을 탐하고 있다. 솔직히 이만큼 훌륭한 몸을 만족시키는 건 뼈가 빠지는 작업이었다. 레이카뿐만 아니라 모든 걸 파악하고 있을 터인 카와치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성의 리미터가 해제된, 밑도 끝도 없는 쾌락을 요구하는 인형 앞에서 두 사람의 머리는 새하얗게 비어갔다.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하 연구실에는 거친 숨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레이카가 지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이, 이제 됐어, 카와치. 슬슬 인격을 지워버리자."
"……그, 그렇죠. 섹스 데이터는 다 뽑았고, 확실히 이쪽도 못 버티겠네요……."
비틀비틀 일어선 카와치는 단말기에서 뻗어 나온 케이블을 유미코의 목덜미에 연결하고 무언가 조작을 시작했다. 꿈쩍도 않던 유미코의 고개가 툭, 하고 움직이더니 눈동자에 다시 솨아아 주사선이 달린다.
『……전원 복귀했습니다. 인격 소거 프로그램, 준비 완료입니다. 의식의 존재가 전자 두뇌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으므로, 일각이라도 빠른 소거를 권장합니다. 빨리 완벽한 섹스 돌로 만들어 주세요.』
"……완전히 고분고분해졌네. 하는 말이 뻔뻔하달까, 억지로 갖다 붙인 것 같아."
"강제 제어가 작동하고 있어서 그래요. 그만큼 그녀의 의식은 로봇화되는 것에 저항감이 강한 모양입니다. 당연하겠지만요."
그 말을 들은 레이카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 ■ ■ ■ ■
이윽고 프로그램 초기 설정이 끝나고 유미코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겨간다. 드디어 기억 소거 커맨드를 보내려고 카와치가 키를 두드리려던 순간, 레이카가 제지했다.
"잠깐! 한번 인격을 지우면 다신 원래대로 못 돌리는 거지?"
"네. 뇌신경 해당 부분을 태워버리니까요. 증거 인멸 사정도 있어서 꽤 철저하게."
"그러면 획일적인 로봇 같은 반응밖에 못 하는 거 아니야? 완전히 인격을 지우는 게 아니라, 뭐랄까, 제어에 거역할 수 없는 레벨로 심층 의식만 남겨두는 건 어때?"
"……그거 재밌겠는데요!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의 근본이 남아 있다면, 안드로이드의 행동 패턴에 인간적인 매력을 부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장 프로그램 다시 짜죠."
레이카는 희희낙락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카와치의 등을, 이럴 땐 참 쓸모 있다고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다.
유미코에게는 여기서 인격이 소거되는 편이 행복했을 텐데, 레이카의 사소한 변덕 덕분에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아마 폐기 처분될 때까지.
오디션이 끝나고 어느덧 1개월. 오늘은 여기 K·로보틱스 본사 빌딩에서 합격한 캠페인 걸들과 신제품인 가정용 안드로이드의 상견례가 처음으로 이루어진다.
일찌감치 회의실에 모여 있던 4명의 걸들은 모두 똑같은 선정적인 코스튬으로 몸을 감싸고, 처음 대면하는 소문의 신형 로봇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다.
이 시대에 이미 인간형 안드로이드는 드물지 않았지만, 그 어느 것도 이미지로서의 로봇 상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 점에 있어 이번 신형은 꽤 대단하다고 들었기에 그녀들은 흥미진진했다.
그중에는 물론 타카라베 미유키의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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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방 안으로 똑같은 코스튬을 입은 젊은 여성…… 카츠라기 레이카와, 또 한 명, 꼬질꼬질한 가운을 걸치고 옆구리에 단말기를 낀 카와치가 들어왔다.
레이카는 자신이 이번 프로모션의 책임자이자 동시에 다섯 번째 캠페인 걸이라는 것을 짧게 설명하고, 카와치 소개도 가볍게 끝낸 뒤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프로모션할 상품을 소개할게. 이쪽으로 옮겨 와!"
레이카의 신호에 따라 두 명의 작업원이 인간 사이즈보다 작은 골판지 상자를 운반해 온다. 바닥에 놓인 직사각형 상자에는 전형적인 가전제품 마크가 나열되어 있다. 포장이 풀린 상자 안을 다 같이 들여다보는 걸들.
안에는 충격 흡수를 위한 에어캡으로 겹겹이 싸인, 과학실에 있는 인체 모형 같은 등신대 인형의 몸통이 들어 있었다.
신중하게 상자에서 꺼내 몸통을 덮고 있는 새 비닐을 정성스레 벗겨내자, 메탈릭한 갑각에 싸인 아름다운 표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을 감은 그 단정한 옆얼굴은 마치 잠들어 있는 인간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몸에는 캠페인 걸들과 똑같은 코스튬이 입혀져 있다. 그 생생함과 대조적으로 물체 같은 강렬한 존재감에 주위에서 보던 캠페인 걸들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차례차례 상자에서 꺼내진 팔다리 파츠가 덜컹, 덜컹 책상 위에 늘어놓아지는 모습은 토막 살인 사건 검분 같았다.
카와치는 그것들을 능숙하게 조립하고 인형 이마에 꽂은 케이블을 단말기에 접속, 거기서 조작을 가하자 움찔 떤 인형은 번쩍 눈을 뜨더니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듯한 부드러움으로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주위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인간과 거의 구별이 안 가는 매끄러운 움직임. 전신을 특수 합금으로 코팅한 미려한 외관. 잘 정돈된 이목구비와 어디까지나 무표정한 두 눈동자. 그 보디라인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키는 훤칠하게 크고, 허리 위치가 높아 톡 튀어 올라간 엉덩이로 이어져 있다.
『슬립 모드에서 복귀 중…… 배터리 충전 95%…… 각부 체크 이상 없음.』
모델 뺨치는 스타일을 가진 안드로이드는 독특한 전자 합성음을 내며 천천히 이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차렷 자세로 정지했다.
안드로이드가 이쪽을 향했을 때, 얼굴을 본 미유키는 저도 모르게 "아……" 하고 큰 소리를 내고 만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이상 소리치는 것을 급히 멈췄다. 미유키의 행동을 힐끗 일별한 레이카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는 태연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이게 우리 회사의 신형 가정부 로봇 '알파' 시리즈야. 알파는 시작의 α, 모든 인간형 로봇은 당사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아 알파라고 명명했어. 여러분이 소개하는 거니까 이 기회에 충분히, 꼼꼼하게 제품을 보고 사양에 대해 알아두도록 해."
레이카의 허가가 떨어지자 봇물 터지듯 알파는 둘러싸였다. ……물론 미유키만은 예외였지만, 굳이 레이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캠페인 걸들에게 뚫어져라 전신을 핥듯이 관찰당하는 알파. 그녀들은 거리낌 없이 팔다리를 만지거나 움직이고, 넘어지지 않나 몸을 밀어보기도 하고, 그야말로 흥미 위주로 다뤘지만 알파는 보디에 조명을 반사하며 서 있을 뿐이다.
"머리는 헬멧이구나. 가발 쓰면 인간이랑 구별 안 갈지도."
"아…… 피부는 인간이랑 똑같은데 색깔이 살색일 뿐 비닐 같네요……."
무심코 얼굴을 만진 캠페인 걸 중 한 명이 그 딱딱한 감촉에 화들짝 놀라 손을 뗀다.
"매끈매끈한데 따뜻해…… 풋, 이상한 느낌."
적당히 전원이 로봇을 만진 것을 보고 나서 레이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알파는 가정부 로봇으로서도 최고의 성능을 가지고 있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세세한 명령까지 자기 판단으로 실행할 수 있지. 알파, 내 말 알겠어?"
『네, 레이카 님. 레이카 님의 성문 코드를 확인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억양 없는 ATM 같은 전자 합성음에 다들 아직 익숙하지 않다.
"지금부터 모두에게 자기소개를 해."
『네.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K·로보틱스 사가 제조한 가정용 안드로이드 '알파' 시리즈의 선행 시작형, 알파 제로입니다. 저는 창조성에 관여하지 않는 인간의 제반 노동 대다수를 보조하기 위해 개발된 다목적 안드로이드입니다.
또한 제 몸에는 섹서로이드 기능, 이른바 남성과의 성교섭을 가능하게 하는 러브 모드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도 한몫할 것입니다.』
자기소개를 듣던 걸들은 섹서로이드 기능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씨익 웃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고 담담하게 카와치 기사의 리모컨 조작 데몬스트레이션이나 AI에 의한 자립 모드 설명, 사용상 주의사항 등의 가이던스를 듣고 있다.
대강 설명이 끝난 뒤에 레이카는 카와치를 퇴실시키고 남은 걸들 앞에서 방긋 미소 지었다.
"이걸로 기본 사항 설명은 끝난 셈인데…… 우리는 상품 선전역으로서 모든 기능을 숙지해 둘 필요가 있어. 어딘가 간부 사원한테 기능에 대해 짓궂은 질문이라도 받아서 허둥지둥 대면 안 되잖아."
레이카의 말에 몇몇 캠페인 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따라서 지금부터 또 하나의 핵심인 섹서로이드 기능에 관해서도 설명해 두겠어. 그러기 위해 남성 사원들은 나가달라고 했어. 부끄러워할 만한 애는 지금 당장 이번 일 사퇴해."
실내에 긴장이 흐른다. 전원에게 엄한 시선을 던진 레이카는 특히 미유키 쪽을 힐끔 보더니, 또각또각 알파 곁으로 걸어가 빤히 로봇을 비하하기 시작했다.
"로봇 주제에 우리랑 똑같은 유니폼이라니 건방지네. 이런 거 빨리 벗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알파의 옷을 아래로 잡아 뜯었다. 출렁, 하고 풍만한 가슴이 쏟아진다. 알파가 순순히 응하자 순식간에 플라스틱 인형은 알몸이 되어버렸다.
의료 교육용 더미 같은 플라스틱 피부가 드러난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가랑이에 숨 쉬는 은밀한 곳은 '우유 먹는 인형 구멍'처럼 구조는 진짜와 똑같은 주제에 장난감 같은 가벼움이 있었다.
"아…… 대단해, 인간 같아……."
"봐봐, 부드러워…… 만지는 느낌도 진짜 사람 같아!"
수많은 인간에게 몸을 만져져 러브 모드가 켜진 알파는 양손을 머리 뒤로 돌리며,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만지기 쉽도록 그 몸을 크게 벌린 채 직립했다. 그 눈동자는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점차 요사스러운 윤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으, 으으음…… 아아, 아앙……』
포즈를 바꾸지 않은 채 알파는 검증에 참가하려 하지 않는 미유키를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거기 계신 분, 어째서 저를 만져주지 않으십니까? 저는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한 섹스 로봇입니다. 부디 이쪽으로 오셔서 제 가슴 감촉을 확인해 주세요. 타카라베 미유키 씨.』
"!? 어, 어떻게 제 이름을 알고 계세요?"
『……………제 오래된 데이터베이스에 당신의 이름이……』
갑자기 옆에서 듣고 있던 레이카가 무심코 끼어든다.
"캐, 캠페인 걸 멤버를 기억하고 있는 건 당연하잖아."
그렇게 말하며 레이카가 알파에게 뒤에서 껴안고 하반신의 갈라진 틈을 집요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금세 미끌미끌해진 가랑이에서 번들거리는 액체가 흘러넘치고, 전신을 흐느적흐느적 그라인드 시키기 시작하는 알파.
"자, 너희들, 알파 다리를 양쪽 다 들어 올려서 중요한 부분을 잘 봐둬."
『제 성기는 인간 여성과 거의 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아, 색깔은 애 같은데 모양은 너덜너덜해서 많이 썼네…… 콩알도 다 드러나서 큼직하고."
『제 성기 형상은 모델이 된 여성의 형상과 거의 동일합니다.』
"그, 그 모델이 된 여성이 누군데요!?"
미유키가 새빨간 얼굴로 큰 소리로 알파에게 외쳤다. 알파는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그 질문은 기업 비밀 및 모델분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되므로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 대답에 슬픈 얼굴을 하는 미유키. 일순 주위가 조용해졌지만 그걸 얼버무리려는 듯 레이카가 알파 가랑이의 민감한 부분을 힘껏 비틀었다.
『아, 아아아아아아---!』
대낮의 오피스 빌딩에 어울리지 않는 비명이 크게 울려 퍼졌다. 제정신이 들 뻔한 캠페인 걸들을 본 레이카는 황급히 알파를 질타했다.
"알파, 안 돼! 소리 내지 마! 몸도 움직이면 만지기 힘들잖아."
『알겠습니다. 사일런트 모드로 들어갑니다. 동작도 가능한 한 억제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로봇이라 해도 원래 그러기 위해 만들어진 인형이니 견딜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황홀한 표정은 섹스용 장난감에 걸맞게 백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게 재밌어서 미유키 이외의 캠페인 걸들은 다 같이 알파에게 장난을 쳤다. 이 비일상적인 실내 분위기가 여자들의 가학심을 불러일으킨 건지는 몰라도, 동성에 의한 적나라한 애무에 저항도 못 하는 알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버히트 직전이 되었다.
마침내 견딜 수 없게 되었는지 알파가 얼굴을 레이카 쪽으로 돌리고 뻐끔뻐끔 입을 연다.
"어머, 왜 그래 인형 아가씨? 말해도 돼."
『레이카 님…… 이미 쾌락 도수가…… 한계에 왔습니다. 절정 모드로…… 이행시켜 주십시오……』
"절정? 아아, 요컨대 가고 싶다는 거네. ……안 돼, 안 돼."
『……그럼 쾌감도를 리셋시켜 주십시오. 이 이상은 스트레스로 전자 두뇌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카는 소악마 같은 미소를 띠며 혀를 내밀었다.
"우후후, 안 돼, 안 돼. 가게 해주지도 않을 거고 리셋도 허가 안 해. ……어때? 괴롭겠지. 기분 좋아서 미칠 것 같은데 절정을 맞이할 수 없다니…… 하지만 안 돼, 아직 안 돼."
■ ■ ■ ■ ■
알파는 무표정인 채로, 직립 자세 그대로 여전히 레이카에게 간청을 반복한다.
『레이카 님, 부탁입니다. 뇌신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한계에 달했습니다. 허가 명령을.』
"로봇 주제에 건방지네. 넌 시키는 대로 하고 있으면 돼. ……그래, 정 가고 싶으면 여기서 서서 오줌 싸. 그러면 가게 해줄게."
『"서서 오줌"…… 언어 사전 검색 중…… 직립 자세 그대로 배뇨를 하라는 명령입니까? 제 기억으로는 "서서 오줌"은 남성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그러니까 재밌는 거잖아."
잠시 후, 알파는 직립 자세 그대로 다리를 벌리고 가랑이를 앞으로 내밀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본 캠페인 걸들이 솨아아 알파에게서 멀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도통 오줌은 나오지 않았다.
처음 레이카는 단순히 오줌이 안 나오는 건가 싶었지만, 점차 이유를 알게 되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가까운 단말기 화면에 알파의 뇌내 그래프가 현저하게 흔들리고 있는 게 보인다. 아마 그녀는 뇌에 남은 심층 의식인 인간이었을 때의 자존심 때문에 배뇨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자, 왜 그래? 얼른 싸라고! 이건 명령이야! 빨·리, 오줌 싸!"
레이카의 외침에 로봇일 터인 알파는 일순 쓸쓸한 표정을 남기는가 싶더니, 하늘을 우러르며 그대로 가랑이에서 세차게 물줄기를 뿜어냈다.
"꺄악-! 더, 더러워!"
"싫어! 뭐야 이거! 변태 로봇?"
진심으로 싫은 표정을 지으며 물보라를 피하려 소란을 피우는 캠페인 걸들을 레이카가 제지한다.
"괜찮아, 이거 오줌 아니고 수소 동력로에서 나온 순수한 물이니까."
■ ■ ■ ■ ■
물이라는 소리에 소란이 가라앉는 가운데, 떨면서 알파는 다시 레이카에게 간청했다.
『레이카 님, 명령대로 실행했습니다. 절정 모드 허가를.』
"안 돼, 오줌 싸면 가게 해준다니, 나 그런 말 한 기억 없는데."
알파는 경악하며 눈을 부릅뜬 뒤 곧바로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인간의 거짓말'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통상적이라면 사고가 정지해 버릴 복잡한 명령에도 인간의 뇌가 베이스인 알파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건 장난감으로서는 실로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었다.
알파의 몸을 레이카는 꼼꼼히 쓰다듬는다. 러브 모드에 의해 섹스 인형으로 변한 알파는 거역하지 못하고 슬프게도 몸을 다시 맡겼다. 유두나 클리토리스는 가짜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리얼하게, 그리고 음란하게 빳빳이 솟아오른 채로.
"후…… 인형 아가씨, 온몸에서 음탕한 오라가 흘러넘치네…… 실컷 가지고 놀면서 가게 해주질 않았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이걸로 섹스 인형으로서 더할 나위 없어졌다고 봐."
레이카는 안쓰러울 정도로 솟아오른 알파의 유두를 세게 꼬집었다. 견디지 못하고 목에서 등까지 비정상적으로 경련시키면서도 가엾은 안드로이드는 저항조차 못 한다.
"오늘은 이 뒤에 중역들 상대로 피로연도 앞두고 있으니까 그 상태 그대로 가."
『이 상태로는 각 데몬스트레이션에 50% 이상 지장이 생깁니다.』
"상관없어. 물론 거기서도 절정 모드는 금지야. 이 명령은 최우선으로 인식해."
『레이카 님, 알겠습니다.』
"피로연 끝나면 내 방으로 와. 거기서 명령 해제해 줄게. 기껏해야 그 몸으로 중역들 즐겁게 해주는 게 좋을 거야."
그대로 레이카는 알파에게 그 자리에서 브리지 포즈를 취할 것을 명했다. 프로레슬러가 폴을 막기 위해 하는, 머리와 발을 바닥에 대고 몸을 젖히는 그 포즈 말이다. 알파의 아름다운 보디가 일종의 조각처럼 뒤로 젖혀진다.
레이카가 그 위에 거칠게 앉자 미묘하게 가라앉으면서도 원래 자세로 돌아온 알파는 팔다리를 크게 벌려 단단히 고정하고 그대로 인간 의자가 되었다.
"우후, 잘 들어? 주위에 우리 캠페인 걸밖에 없을 때는 딱히 명령이 없어도 넌 이 포즈로 내 의자가 되는 거야. 어때? 기뻐?"
『알겠습니다. 부디 앉아 주십시오.』
위에 올라탄 레이카는 양손으로 알파의 가랑이를 만지작거리며 움찔움찔 미세하게 반응하는 알파의 모습을 즐기면서 캠페인 걸들을 향해 말했다.
"이 인형은 앞으로 양산될 때까지 다양한 테스트를 반복하게 돼. 너희들도 이 아이 동작 테스트에 협력해 줘. 일하다 스트레스 쌓일 것 같으면 사양 말고 이 등신 인형한테 짜증 부려도 상관없으니까. 알겠지, 알파. 이 4명의 명령에도 가능한 한 따르도록 해."
『알겠습니다. 명령 권한을 상위로 재설정했습니다.』
전자적인 기계음으로 그렇게 대답한 알파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엿볼 수 없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 반사된 캠페인 걸들의 얼굴에는 다양한 꿍꿍이가 떠올랐다 사라져 갔다.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