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이랑 채팅에서 활동하시는 Rui 님께 첫 로봇 개조물인 『Metal Doll Princess』를 받았습니다.
현재 예정으로는 소녀 세 명이 개조당하는 연재물이 될 거라고 하네요. 앞으로의 전개가 정말 기대됩니다.
음~ 처음 뵙겠습니다. Rui라고 합니다.
채팅방에는 자주 출몰하곤 했지만, 투고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뭐, 게시판에도 얼굴을 비추고는 있습니다만.
음, 이번에는 평범한 일반인을 가련한 기계 인형으로 개조해 버리는 SS를 써보려 합니다.
뭐, 원작이 따로 있긴 한데... 굳이 밝히지는 않을게요.
그리고 이런 장르는 처음이라 비판이나 첨삭 등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그럼, Rui가 선사하는 기계 인형화 소설.
<메탈 돌 프린세스(Metal Doll Princess)>
부디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m(_ _)m
***
ARIS (아리스) | 인물 | 1장~
유이를 보좌하는 기계 인형(Metal Doll).
원래 마스터는 '신'이었지만, 지금은 유이의 집에서 시종으로 일하고 있다.
아레스 | 인물 | 4장
지금은 멸망한 국가 '발피드'의 유일한 인간이자 왕.
역사서에도 그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이즈미 루이 | 인물 | 1장
이름 읽는 법은 '이즈미 루이'.
나중에 소개할 세렌셜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다.
이후 Metal Doll로 개조된다.
KAEDE (카에데) | 인물 | SS(사이드 스토리)
극동 지구 치안유지부 보안과의 '미즈시로 카에데'가 Metal Doll로 개조된 후의 이름.
마스터는 유이이며, 군부 특수부대 소대장 보직을 맡고 있다.
극동 기지 부속 고아원 | 장소 | 2장
극동군 기지에 딸린 고아원.
주로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거두고 있다.
극동 지구 중앙 도구(都區) | 장소 | 1장~
MDP의 주 무대가 되는 도시.
극동군 | 명칭 | 1장~
극동 지구에 전개된 군대.
유이와 실비아가 이곳 소속이다.
이외에도 극북, 극서, 극남군이 존재한다.
크리스 | 이름 | 4장~
미즈키 유이의 진명(眞名).
고대 기계 제국 발피드를 섬겼던 기계 인형이다.
신장기(神裝器) '발키리'를 두르고 타국의 공포 대상이 되었다.
공방 | 장소 | 1장~
하야사카 저택 및 미즈키 저택에 설치된 시설.
한마디로 여자를 Metal Doll로 개조하는 장소다.
사라시나 루미나 | 이름 | 2장
극동 기지 부속 고아원에서 일하는 여성.
천성이 성실해서 일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MD '루나'의 소체(素體)가 된다.
시라사토 | 지명 | 3장
나가와 저택이 있는 지구 이름.
극동 지구에서도 북쪽에 위치한다.
실비아 | 이름 | 4장
군부에서 MD를 연구하는 여성.
정체는 발피드의 생존자이자 MD다.
MD인 그녀가 왜 MD를 연구하는지는 수수께끼.
신장기(神裝器) | 장비 | 4장
고대 기계 제국 발피드의 수호 병기들이 둘렀다고 전해지는 장비.
등 부분에 윙 타입 버니어가 있어 공중전이 가능하다.
거의 모든 지형에 대응하며 올라운드 운용이 가능하다.
세이나 | 이름 | 4장
발피드에서 크리스와 피리아를 섬겼던 여성.
멸망과 동시에 콜드 슬립에 들어갔다가 현대에 깨어난다.
세리스 | 이름 | 4장
빈사 상태의 중상을 입은 세이나에게 신장기를 이식해 MD화한 상태의 이름.
본인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세렌셜 학원 | 지명 | 1장
이즈미 루이가 다니던 학원.
기숙사가 딸려 있다.
학력 수준은 그럭저럭...
중앙 도구 보안유지부 보안과 | 명칭 | SS
미즈시로 카에데와 니시나 케이이치가 소속된 곳.
이름만 거창하지 그냥 경찰이다.
나가와 레이 | 이름 | 1장~
하야사카 신의 절친이자 레이븐의 마스터.
원래 MD가 없었지만, 절친인 신이 루이와 루나를 거느리는 걸 보고 자기도 갖고 싶어졌다.
현재는 MD 레이븐과 함께 지내고 있다.
니시나 케이이치 | 이름 | SS
중앙 도구 보안유지부 보안과 소속.
유이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애차는 푸른색 에보 6(Lancer Evolution VI).
한때 유이와 함께 'MRF'라는 튜닝 샵을 운영하기도 했다.
발키리 | 장비 | 4장
⇒ 신장기.
신장기를 발동해 몸에 두른 상태를 부르는 이름.
발피드 | 명칭 | 4장
크리스, 피리아, 실비아, 세이나의 고국.
고대에 존재했으나 전쟁으로 멸망했다.
위의 4명만 살아남았으며(그중 3명은 MD), 마지막 국왕은 아레스였다.
하이네 | 이름 | 3장~
유이의 군부 개인 집무실에서 유이를 서포트하는 MD.
기본적으로 유이의 집무실에 상주한다.
하야사카 신 | 이름 | 1장~
극동 지구에 거주하는 남성.
유이와는 구면이며 MD를 통해 소통한다.
본인도 아리스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후 루이와 루나를 소유하게 된다.
현재 아리스는 유이 곁에 있다.
피리아 | 이름 | 4장
고대 제국 발피드를 섬겼던 MD 중 한 명.
검은 신장기를 두른 모습 때문에 '칠흑의 전여신'이라 불렸다.
변환 소재 | 명칭 | 3장
레이븐에게 장착된 특수 소재.
노멀(사람 피부), 러버, 에나멜, 마네킹, 메탈릭 실버로 질감이 변한다.
참고로 원작인 채팅 드라마에서는 메탈릭 실버를 제외한 4종류뿐이었다.
미즈시로 카에데 | 이름 | SS
중앙 도구 보안유지부 보안과에서 근무하는 여성.
연쇄 여성 실종 사건을 조사하던 중 행방불명된다.
그 후 MD로 개조되어 군부 MD 부대에 배치되었다.
미즈키 유이 | 이름 | 1장~
어떤 의미에선 주인공.
SS를 포함해 3장까지는 인간으로 생활한다.
4장부터는 MD와 인간의 중간적인 존재로 살아간다.
요즘 '신'이 자기를 보는 눈빛이 달라진 것 같아 우울하다나 뭐라나...
기계 인형 (Metal Doll) | 명칭 | 1장~
인간과 똑같은 외형을 가진 기계 인형.
주로 여성형이 주류이며, 일상생활부터 군사 목적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작중에서 봉사용은 루나와 레이븐, 전투용은 루이와 VN들이다.
RAVEN (레이븐) | 이름 | 3장~
마스터 나가와 레이를 섬기는 MD.
봉사용 MD라 전투 능력은 호신 수준이다.
소체는 와시즈키 사라.
LUNA (루나) | 이름 | 2장~
마스터 하야사카 신을 섬기는 MD.
레이븐과 마찬가지로 봉사용이며 전투 능력은 호신 정도.
소체는 사라시나 루미나.
RUI (루이) | 이름 | 1장~
마스터 하야사카 신을 섬기는 MD.
루나나 레이븐과는 달리 전투 능력을 갖춘 MD다.
그 힘은 혼자서 1개 대대를 괴멸시킬 정도라고...
소체는 이즈미 루이.
와시즈키 사라 | 이름 | 2장~
거리에서 생활하는 여성.
여동생 시아를 먹여 살리기 위해 도둑질을 반복한다.
시아를 돌봐주겠다는 조건으로 유이를 따라간다.
나중에 MD로 개조된다.
와시즈키 시아 | 이름 | 2장
사라의 여동생.
언니 덕분에 지금은 고아원에서 굶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
1장 「이즈미 루이 / 루이」
극동 지구.
그중에서도 중앙 도구(都區)의 한 구석에, 그 건물이 있었다.
그곳에는 하사야카 진이라는 남성과,
진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절친 나가와 레이,
그리고 군과 연줄이 있는 여성 미즈키 유이, 이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 새로운 기계 인형이 필요하다고?”
진의 말에 유이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그래.”
“왜? 아리스(ARIS)가 있잖아.”
“그렇긴 한데, 그게... 뭐랄까,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해서 말이야.”
진의 설명에 유이와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럼 나이는 어느 정도가 좋아?”
“글쎄, 18세에서 25세 사이 정도. 준비할 수 있겠어?”
“응. 2~3일 안에 데려올게. 그럼 이만.”
유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진, 한마디 해도 될까?”
“응? 상관없어.”
“저 여자, 대체 정체가 뭐야? 민간인 같은데 극동군이랑 연줄이 있고. 무엇보다 신기한 건 우리가 아직 안 잡혀갔다는 거야.”
“...확실히 그렇군. 대체 정체가 뭔지...”
“마스터.”
갑자기 곁에 있던 기계 인형 여성, 아리스가 말을 걸었다.
“아리스, 왜 그러지?”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폐기 처분되지는 않을 거다. 유이 여사는 기계 인형에게 다정한 인물이라고 들었으니까.”
진은 그렇게 말하며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알겠지?”
“네. 마스터.”
극동 지구 중앙 도구 세렌셸 학원.
이 학원에 다니는 19세 여성.
그녀의 이름은 이즈미 루이.
그녀가 바로 이번 타깃이다.
해 질 녘의 학원 안.
교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대학부 1학년 이즈미 루이 학생. 제1지도실까지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뭐지?”
“루이, 빨리 갔다 와.”
“응, 알았어.”
친한 친구에게 대답하고는 교실을 나와 제1지도실로 향했다.
제1지도실.
루이가 문을 노크했다.
“이즈미 양?”
안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네.”
루이가 순순히 대답했다.
“들어오렴.”
“네, 실례하겠습니다.”
루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문을 닫았다.
“편하게 있어도 돼.”
안에 있던 여자의 말에 루이는 소파에 앉았다.
“저기,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조심스럽게 묻자, 맞은편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난 극동군 중앙부대 인사부의 미즈키 유이라고 해.”
“네?”
유이의 말에 루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 예전에 무슨 일이든 좋으니까 군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했었지?”
“어? 아, 네.”
“어때? 네가 원한다면 대학부 졸업 자격을 인정해 주는 조건으로 군 입대를 허가해 줄 수 있는데.”
“정말인가요!”
“응, 정말이야.”
유이의 말에 루이는 기뻐 어쩔 줄 몰랐다.
“그럼 방과 후에 대학부 정문에서 기다려. 데리러 갈 테니까.”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루이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가더니, 싱글벙글 웃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됐으니까 서류 쪽은 부탁드릴게요, 이사장님.”
유이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어 방을 나섰다.
방과 후.
정문에서 유이를 기다리는 루이.
그때 흰색 R33 한 대가 루이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고 유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기다렸지? 조수석에 타.”
유이의 말에 루이가 조수석에 올라탔다.
“안전벨트 매. 출발한다.”
루이가 벨트를 매는 것을 확인한 유이가 엑셀을 밟았다.
하사야카 저택.
집 앞에 차를 세우자마자 유이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고, 루이가 그 뒤를 쫓았다.
하사야카 저택 로비.
“미즈키 님, 어서 오십시오.”
“안녕, 아리스. 진은?”
“마스터는 지금 외출 중이십니다. 예정대로라면 30분 후에 귀가하실 예정입니다.”
“그래? 혹시 어디 갔는지 들었어?”
“네. 나가와 님 댁에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아리스의 대답을 듣고 유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그럼 좀 늦겠네. 됐어, 올 때까지 기다릴게.”
“알겠습니다. 그럼 소파에서 편히 쉬십시오. 곧 차를 내오겠습니다.”
“아리스, 나도 같이 갈게. 루이, 넌 앉아서 기다려.”
유이의 말에 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사야카 저택 주방.
“...미즈키 님. 저 아이는 역시.”
“눈치가 빠르네. 하지만 쟤가 딱이야. 게다가 쟤한테는 좀 손을 댈 예정이거든.”
“손을요?”
유이의 말에 아리스가 의문을 표했다.
“그건 비밀. 그나저나 너, 말 참 잘한다?”
“네.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까요.”
“그렇겠지.”
“그보다 미즈키 님.”
“응? 왜?”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음, 속을 좀 들여다봐야 알 것 같아. 바디 자체는 교체하면 괜찮겠지만.”
“...그렇군요.”
“그것보다 이제 가자. 루이가 걱정하겠어.”
“네.”
다시 로비.
로비에서는 한 남자가 루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저, 저기... 무슨 일이신가요?”
남자는 루이의 말에 대답도 없이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어라? 진, 언제 왔어?”
“다녀오셨습니까, 마스터.”
“유이 여사. 언제 온 건가?”
“방금 막.”
“그렇다는 건, 이 아이가?”
“응. 일단 안으로 가자.”
유이와 진은 그렇게 말하며 안쪽으로 사라졌다.
“여기요.”
아리스가 곁눈질로 루이를 보며 찻잔을 내밀었다.
“앗, 감사합니다.”
루이는 차를 받아 마셨다.
하사야카 저택 공방.
“어때? 꽤 괜찮은 소재지?”
“그래, 그렇군.”
“그래서 이번엔 어떤 타입으로 개조할 거야?”
“순수하게 전투용 기계 인형을 원해.”
“거기에 플러스해서 지금까지 하던 일도 할 수 있는 타입으로 만들고 싶다, 이거지?”
“...정답이다.”
진의 말이 끝나자 아리스가 들어왔다.
“아리스, 무슨 일이지?”
“네. 이즈미 님이 잠드셔서 모시러 왔습니다.”
“그래. 그럼 이쪽으로 옮겨다 주게.”
“네, 알겠습니다.”
아리스가 공방을 나갔다.
“유이 여사, 좀 도와줄 수 있겠나?”
“응, 그러지 뭐.”
ACT 2 「변화」로 계속
하사야카 저택 공방.
그곳에는 잠든 루이와 그녀를 지켜보는 진, 유이, 아리스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도와줬으면 하는 게 뭔데?”
“아, 실은 프로그램을 좀 짜줬으면 해서.”
“프로그램? 아리스 걸 복사해서 개량하면 안 돼?”
“안 돼. 메이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투도 가능한, 그런 타입으로 만들 거다. 그녀를.”
진의 말에 유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이지. 잠깐만 기다려. 노트북 좀 가져올게.”
“그럼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그래? 그럼 로비 소파에 있으니까 보면 바로 알 거야. 부탁해.”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리스가 공방을 나갔다.
“...그나저나 봉사랑 전투, 두 가지 프로그램을 다 짜라니.”
“미안하게 됐군.”
“어차피 양립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잖아?”
“잘 알고 있군.”
“뭐, 그렇지.”
그때 아리스가 돌아왔다.
“가져왔습니다. 이것이면 되겠습니까?”
“응, 맞아. 땡큐. 자, 난 프로그램 짤 테니까 얼른 시작해.”
“알았다. 아리스, 시작한다.”
“네, 마스터.”
아리스가 방 구석에 있는 레버를 당겼다.
동시에 천장에서 수술 기구들이 내려왔다.
“그럼, 시작해 볼까.”
진이 수술 기구를 손에 쥐었다.
―――――루이와 Rui
―――정신을 차려보니 하얀 세계였다. 모든 것이 하얀 세계.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루이.
―――당신은?
나는 Rui.
―――그건 내 이름인데.
아니, 내 이름이야. 마스터를 모시기 위한 이름.
―――마스터를 모신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눈을 뜨면 바로 알게 될 거야.
―――그게 대체 무슨 뜻이냐고!
스스로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어. 그럼 이만.
눈을 뜨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팔과 다리, 그리고 허리 쪽도 고정된 것 같았다.
몸은 이상이 없다. 원래 그대로다.
“깨어났나? 이즈미 루이 양.”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여긴 어디죠?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루이를 모니터링하는 방.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 말을 끝으로 진은 마이크 스위치를 잠시 끄고 입을 열었다.
“아리스, 어때?”
진의 물음에 아리스가 노트북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네. 자아 영역은 잔존 안정 상태. 뇌파는 약간 흥분 기미가 보입니다.”
“뭐, 그렇겠지. 그런데 유이 여사가 만든 프로그램은 어때?”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시끄럽군.”
진은 저쪽에서 들려오는 마이크 스위치를 아예 꺼버렸다.
“그래서, 프로그램은?”
“네. 순조롭게 작동 중입니다. 앞으로 5분 정도 지나면 프로그램에 따르게 될 겁니다.”
“그래, 그럼 잠시 기다리기로 하지.”
5분 후.
“마스터. 프로그램이 자아를 억누르고 있습니다.”
“그런가. ...안녕. 내가 누구인지 알겠나? 루이.”
진이 묻자,
“...나의, 마스터입니다.”
루이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군.”
“네.”
“좋아. 자아 영역은 반각성 상태. 기본은 프로그램 중심으로 설정해.”
“네, 마스터.”
아리스가 무언가를 조작했다.
“자아 영역 하프 다운. 프로그램 기동 상태입니다.”
“에러는?”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유이 여사군. 좋아, 루이의 구속을 풀고 이쪽으로 데려와.”
“네, 마스터.”
아리스가 방을 나갔다.
잠시 후 루이에게 나타나 구속을 풀고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잠시 후, 루이를 데리고 돌아온 아리스.
“마스터, 데려왔습니다.”
“수고했다. 자, 아리스. 그녀의 자아 영역을 각성시켜.”
“네, 마스터.”
아리스가 다시 노트북을 만졌다.
“……어라? 여기는. …아까 그 남자!”
“일단 자기소개를 하지. 나는 하사야카 진. 이 집의 마스터다.”
“...네? 마음대로 들어와서 실례가 된 건가요?”
“상관없어. 유이 여사랑 같이 온 모양이니까.”
“아... 그렇군요.”
진의 말에 루이는 안심했다.
“그것보다, 네 몸에 뭔가 이상한 점 못 느끼겠나?”
“네? 이상한 점요? ...글쎄요, 딱히~.”
루이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후우. 아리스. 외부 입력은 가능한가?”
“네, 괜찮습니다.”
“그럼 그녀의 오른쪽 팔 부분을 어깨부터 퍼지(Purge)시켜.”
“네.”
아리스가 노트북을 조작했다.
그 직후.
*슈슉— 툭!*
무언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어?”
그 광경에 루이의 사고가 일시 정지됐다.
“시,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루이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큭. 아리스! 자아 영역 하프 다운!”
“네.”
아리스가 대답하며 노트북을 조작하자 비명이 잦아들었다.
“마스터. 뇌파가 불안정합니다. 오른팔 퍼지의 영향인 듯합니다.”
“그런가. 어떻게 안정시킬 수 없나?”
“자아 영역 접근은 결과가 미지수입니다. 권장하지 않습니다.”
“...알았다. 대화는 가능한가?”
“네. 언어 기능 및 대화 기능 등은 정상입니다.”
“그래. ...자, 네 이름은?”
“...나, 나는... 루이. 이즈미, 루이.”
“루이인가. 너는 나의 무엇이지?”
“...나는, 마스터를 모시는... 기계 인형... 아니야, 나는 인간. 기계 인형. 인간.”
루이는 그렇게 말하며 쓰러졌다.
“어떻게 된 거지?”
“생체 뇌에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의식이 끊겼습니다.”
“그렇군. 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자고.”
“네, 마스터.”
ACT 3 「순종」으로 계속
루이를 개조한 지 일주일이 지난 하사야카 저택.
하사야카 저택 공방.
“아리스, 루이의 상태는 어때?”
진의 물음에 아리스가 노트북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여전히 자아 영역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안 되는 건가?”
“시간을 들이면...”
아리스의 말에 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스, 오늘은 중단이다. 그리고 유이 여사한테 연락 좀 해둬.”
“네.”
아리스가 노트북을 닫았다.
진의 개인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리클라이닝 체어에 몸을 기댄 진.
지난 일주일 동안 아리스가 올린 루이에 관한 보고서를 훑어보고는 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보고서를 책상 위에 던져버렸다.
그대로 천장을 올려다보던 진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똑똑.*
진이 잠든 지 5분 정도 지났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스터?”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아리스였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살피던 아리스는 잠든 진을 발견하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불을 가져와 덮어준 뒤 조용히 방을 나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진.
“...음, 언제 잠들었지.”
중얼거리던 그는 몸에 덮인 이불을 발견했다.
“...아리스인가. ...고맙다고 말해야겠군.”
이불을 등받이에 걸쳐두고 옷을 갈아입은 뒤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는 아리스가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마스터.”
“좋은 아침, 아리스. 유이 여사는 아직인가?”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그래, 고마워.”
“그럼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부탁해.”
진의 말에 아리스는 정중히 인사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고맙다는 말을 깜빡했군. 뭐, 됐나. 마스터인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고 있으니까.”
진은 로비 소파에 앉았다.
“피곤해 보이네~?”
어딘가 힘 빠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이 여사. 언제 온 건가?”
“응? 방금.”
“그렇군.”
“그래서, 오늘 부른 이유는?”
“뭐, 밥 먹으면서 얘기하지. 아리스! 유이 여사분도 준비해 줘!”
진이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 후 식사가 나왔다.
“그래서, 오늘 날 부른 진짜 이유가 뭐야?”
“음, 아, 루이 말인데.”
“루이? 무슨 문제라도 있어?”
“그래. 개조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자아 영역이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있어. 원래 다들 이런가?”
“...처음 듣는 사례네. 하지만 내가 가져온 프로그램으로 어떻게든 해볼게.”
“그래. 다 먹는 대로 바로 시작하지.”
“응.”
두 사람은 식사를 마쳤다.
하사야카 저택 공방.
개조실에는 루이가 불쾌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조정실에 진 일행이 나타나자 루이가 욕설을 퍼부었다.
“...여전하네.”
유이가 중얼거렸다.
“일주일 내내 저 상태입니다.”
아리스가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아리스, 외부 입력은 열려 있지?”
“네. 항상 그렇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오케이.”
유이가 노트북을 꺼냈다.
“유이 여사,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응? 일단 현재 루이의 상태를 좀 보려고. ...과연 그렇군. 살짝 손 좀 볼 건데, 괜찮지?”
유이가 진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걸로 나아지는 건가?”
“물론. 자아 영역이 프로그램에 따르도록 만들 거야.”
“그런 게 가능한가?”
진의 말에 유이가 씨익 웃었다.
“날 우습게 보지 마.”
유이가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루이가 털썩 쓰러졌다.
“루이, 셧다운 되었습니다.”
아리스가 냉정하게 설명했다.
유이는 노트북을 두드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렇군. ……헤에~ 여기를 이렇게 하면. ……이런 느낌인가?”
유이가 노트북에서 손을 뗐다.
―――――하얀 세계. 또다시 이곳에서 나는, 또 다른 나와 만난다.
또 만났네. 또 다른 나.
―――――루이. 난 어떻게 되는 거야?
글쎄, 하지만 내가 주 인격이 되겠지.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되는 건데?
…글쎄, 그건 모르겠어.
―――――모른다니… 어라? 뭔가, 졸려.
자렴. 깊게, 아주 깊게, 심연 속으로.
―――――아... 응. 그리고... 부탁... 할게...
…잘 자. 이제부터는 내가 네 대신이 될 테니까.
“일단 이런 느낌일까? 그럼 기동시킬게.”
유이가 노트북을 조작해 루이를 깨웠다.
기동된 루이가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리스, 그녀를 이쪽으로.”
“네?”
아리스가 진을 쳐다봤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데려오겠습니다.”
아리스가 조정실을 나가 개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루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데려왔습니다.”
“수고했다. ...자, 네 이름은 뭐지?”
진이 루이에게 물었다.
“...나는, 루이.”
“루이인가. 너는 무엇이지?”
“네. 저는 마스터를 모시는 기계 인형입니다.”
“네 마스터는?”
“…….”
그 질문에만 루이가 입을 다물었다.
“왜 그러지? 왜 대답이 없나.”
“...저에게는 아직, 마스터가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군. 그럼 마스터 등록을 하지.”
진의 말이 끝나자 전자음이 울렸다.
“...마스터 등록을 시작합니다. 성함을 말씀해 주십시오.”
“하사야카 진.”
“...이름 등록 완료. 외모를 등록합니다. 제 앞에 서 주십시오.”
“이렇게 말인가?”
진이 루이 앞에 섰다.
“...완료. 마스터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하사야카 진을 마스터로 인정합니다.”
“...유이 여사. 그녀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비밀. 그냥 순종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심었을 뿐이야.”
“...그렇군. 자, 루이. 너는 나의 무엇이지?”
“네. 저는 마스터를 모시는 기계 인형입니다.”
“그래. 아주 잘 알고 있군.”
진이 루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유이가 끼어들었다.
“자~ 그럼 아리스 안에 있는 데이터를 루이에게 옮길게.”
“...부탁하네.”
“오케이. 아리스, 케이블 꺼내. 그리고 그걸 루이한테 연결해.”
“네.”
아리스가 측두부에서 케이블을 꺼내 루이에게 연결했다.
“사전 복사는 끝났지?”
“네.”
아리스의 대답을 듣고 유이가 노트북을 조작했다.
“그럼 전송 시작.”
유이의 말이 떨어지자 아리스에게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데이터 전송을 시작합니다. ………데이터 전송 중.』
유이가 그 목소리를 듣고 감탄했다.
“좋네~ 이 기계적인 목소리.”
『데이터 전송 중. ……………데이터 전송 중. …현재 60% 이행 완료.』
약 20초가 지나자 루이와 아리스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데이터 전송을 완료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루이에게서 코드를 뽑아낸 유이가 말했다.
“아리스, 코드 집어넣어. 루이는 지금 전송된 데이터를 다운로드해.”
““네.””
아리스는 코드를 집어넣었고, 루이는 데이터 다운로드를 시작했다.
『현재 데이터 다운로드 중입니다.』
루이에게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약 2분 후.
『다운로드 완료.』
“루이, 그대로 다운로드한 데이터를 인스톨해라.”
진이 명령했다.
“네. 데이터를 인스톨합니다. ………………인스톨을 완료했습니다.”
“이제 그녀는 순종적인 기계 인형이야.”
“고맙군, 유이 여사.”
“아냐, 됐어. 그보다 아리스 말인데.”
“오버홀(Overhaul)인가.”
“응. 꽤 걸릴지도 몰라. 형식이 형식이다 보니.”
“그렇군. ...아리스.”
“마스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냥 오버홀하는 것뿐이잖아.”
“네. 알고는 있습니다만…….”
아리스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 아리스. 난 네 메이커(제작자)야. 네에 대해선 전부 알고 있다고.”
유이가 아리스를 다독였다.
“바디 자체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너라는 존재는 변하지 않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마스터.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봐.”
유이는 아리스와 함께 조정실을 떠났다.
진은 조금 슬픈 눈으로 그 뒷모습을 배웅했다.
“마스터, 왜 그러십니까?”
“루이.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오늘부터 잘 부탁한다.”
“네, 마스터.”
―――마스터, 충실한 기계 인형 루이를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마스터. 아리스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1장 「이즈미 루이 / 루이」
끝
음~ 다시 인사드립니다.
일단 루이 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짧았는데 어떠셨나요?
뭐, 이런저런 소리를 들을 것 같기도 하지만...
다음은 두 번째 희생자...라고 해도 될까요?
사라시나 루미나 양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유메노 루이였습니다.
****
2장 「사라시나 루미나 / 루나」
하야사카 저택
평소와 다름없는 나른한 오후, 하야사카 저택의 로비.
“하아? 한 대 더 필요하다고?”
유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로비에 울려 퍼졌다. 그런 유이를 신(神)은 냉정한 눈빛으로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왜? 지금 루이(Rui)가 있잖아.”
“네가 앨리스를 가져갔지 않나. 루이는 어디까지나 호위용이다. 곁에서 수발을 들어줄 기계 인형이 하나쯤 더 있어도 상관없겠지.”
신의 말에 유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유이 여사. 조달할 수 있겠나?”
“…찾아볼게.”
“부탁하지. 찾게 되면….”
“데려올게.”
“알았다.”
“그럼 이만.”
“살펴 가십시오, 유이 님.”
유이를 향해 루이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하야사카 저택 밖
밖에 세워둔 자신의 33R에 올라타는 유이.
“…소재, 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동을 걸었다. 엑셀을 밟자 차가 매끄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극동 기지 부속 고아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고아원 안으로 들어서는 유이.
“앗, 유이 누나다!”
아이 하나가 외치자마자 수많은 아이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하하, 여전히 기운들이 넘치네.”
“미즈키 씨.”
문득 유이에게 말을 거는 한 여성.
“어머, 루미나. 안녕. 좀 어때?”
“네, 괜찮아요. 애들도 말 잘 듣고요. 새로 들어온 그 애도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거든요.”
“그래…. 루미나, 오늘 밤에 할 얘기가 좀 있는데. 정문 쪽에서 기다려 줄래?”
“…앗, 네.”
“미안해. 그럼 나중에 봐.”
유이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자리를 떴다.
밤 9시
고아원 정문 앞
혼자 유이를 기다리는 루미나. 그곳으로 유이의 은색 33R이 다가왔다. 창문을 내린 유이가 루미나를 불렀다.
“미안, 많이 기다렸어?”
“…아, 아뇨. 그렇게 오래 안 기다렸어요.”
“그래. 그럼 조수석에 탈래?”
“앗, 네.”
루미나가 조수석으로 돌아가 차에 올라탔다.
심야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유이.
“…저, 저기.”
루미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루미나?”
“저를 부르신 건… 무슨 일 때문인가요?”
운전대를 잡은 채 유이가 대답했다.
“루미나, 너 예전에 좀 더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었지?”
“엣? …아, 네. 그랬죠.”
“…내 지인 중에 메이드를 구하는 곳이 있어. 무보수가 될지도 모르는데, 어때?”
유이의 제안에 루미나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당장 대답 안 해도 돼.”
“…아뇨, 꼭 일하고 싶어요.”
“…그래.”
유이는 주차 구역에 차를 세우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신? …응, 나야. 그 건 말인데, OK야. ………응, 지금 가려고 하는데 괜찮아? ………알았어. 지금 갈게. 끊어.”
전화를 끊고 루미나를 돌아보는 유이.
“자, 그럼 지금 바로 갈까?”
“…앗, 네.”
루미나의 대답을 확인한 유이가 다시 차를 몰았다.
하야사카 저택
집 앞에 차를 세우는 유이.
“여기야. 내려.”
유이가 먼저 내리자 루미나도 그 뒤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하야사카 저택 로비
“어서 오십시오, 미즈키 님. 뒤에 계신 분은?”
“응? 일행이야. 그보다 신은?”
“공방에 계십니다. 미즈키 님과 일행분을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알았어, 루이. 루미나, 따라와. 루이, 가자.”
루이가 앞장서고 유이와 루미나가 그 뒤를 따랐다.
ACT 2 「Remodeling」으로 계속
하야사카 저택 공방
“마스터, 유이 님과 일행분을 모셔 왔습니다.”
공방에 들어서며 루이가 보고했다.
“수고했다, 루이.”
그 말에 루이는 신의 곁으로 가 섰다.
“그래서, 이 아가씨가 그 ‘소재’인가? 유이 여사.”
“응. 고아원에서 찾아냈어. 그래서, 어느 정도 쳐줄 수 있어?”
유이의 말에 신이 계산기를 꺼내 두드렸다.
“음, 이 정도면 되겠나?”
“그건 얘한테 물어봐야지. (뭐, 형식상 하는 말이지만.)”
“…그런가. (눈치 하나는 빠르군.)”
신은 유이에게 대꾸하고는 루미나에게 다가갔다. 루미나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제가 뭐 잘못이라도 했나요?”
“자, 루미나. 무서워하지 마. 이래 봬도 꽤 순수한 놈이니까.”
“하아?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유이 여사. …그래서, 이 정도면 어떻겠나?”
신이 계산기 화면을 보여주었다.
“…저기, 이게… 일당인가요?”
“그래. 충분하고도 남을 텐데. 어떤가?”
“…가, 감사합니다. 저한테는 과분할 정도예요.”
“그런가, 고맙군. 루이, 이 아이에게 일을 가르쳐줘라.”
“네, 알겠습니다.”
루이가 루미나에게 다가갔다.
“잘 부탁해, 루미나 씨.”
“앗, 네!”
“그럼 가자.”
“네, 네!”
루미나는 루이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메탈 돌(Metal Doll)로 만들 거야? 쟤를.”
“안심시킨 다음이다.”
“…귀축 같은 놈.”
“유이 여사도 마찬가지지.”
일주일 후
하야사카 저택 로비
“앗, 유이 씨!”
“루미나, 어때? 좀 적응됐어?”
“네!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그래. 신은?”
“지금 볼일이 있어서 나가셨어요. …이제 곧 돌아오실 때가 됐는데.”
루미나의 말을 듣고 유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럼, 차 한 잔 줄래?”
“네! ♪”
루미나가 활짝 웃으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참나, 신 그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무슨 말이라도 했나, 유이 여사?”
“…여어. 쟤는 어떻게 할 거야?”
“오늘이다. 루이, 먼저 공방에 가서 준비해 둬라.”
“네, 마스터. 그럼 유이 님, 실례하겠습니다.”
루이가 공방으로 향했다.
“앗,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루미나의 인사에 유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칭을 왜 저따위로 부르게 하는 거야?”
“마음대로 부르라고 했더니 본인이 저렇게 부르겠다고 해서 놔둔 거다.”
“아, 그래? 루미나, 너도 왜 ‘주인님’이야?”
“엣? 그게 제일 편하게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
유이는 다시 한번 기가 찼다.
“루미나, 따라와라.”
“앗, 네! 주인님.”
공방
공방에는 이미 루이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마스터,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고맙다, 루이.”
“…저기,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건가요?”
루미나가 의아한 듯 물었다.
“일단 옷을 벗고 저 침대에 누워라. 아, 속옷은 입고 있어도 상관없다.”
“엣? …아, 네.”
의구심이 들었지만 루미나는 시키는 대로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루미나, 눈을 뜨면 넌 더욱 순종적인 존재가 되어 있을 거다. 겁내지 마라. 안심해.”
“앗, 네….”
“그럼, 잘 자라.”
신의 손이 루미나의 목덜미에 주사를 놓자, 그녀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여전하네, 귀축 새끼.”
“마음대로 떠들어라. 루이, 시작한다.”
“네, 마스터.”
공방 중앙에서 루미나를 개조하는 신과 루이. 그 옆에서 유이는 노트북으로 프로그램을 짜고 있었다.
“…저기, 신.”
“왜 그러나, 유이 여사.”
“이번에 자아는 어떻게 할 거야?”
“아, 남겨둬라. 하지만 기본은 프로그램 제어다.”
“라져.”
유이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마스터, 흉부 쪽은 어떻게 할까요?”
“이것저것 집어넣을 게 많으니까, 좀 크게 만들어.”
“네, 마스터.”
개조 도중 신이 문득 손을 멈췄다.
“마스터, 왜 그러십니까?”
“…피부색을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이미 전신을 거의 기계화해 버렸으니 말이야.”
“뭐야? 어떻게 하고 싶은데?”
뒤에서 유이가 참견했다.
“그냥 평범한 사람 피부색으로 둬도 괜찮을지 좀….”
“그냥 그대로 둬. 억지로 색을 바꾸면 생체 뇌에 부담 가니까.”
“…그런가. 고맙군.”
“천만에.”
개조 시작 후 2시간 경과.
“유이 여사, 잠깐 괜찮나?”
“응? 왜? 뇌 건드리게?”
“그래. 루이, 유이 여사에게 설계도를.”
“네.”
루이가 루미나의 뇌 설계도를 띄웠다.
“…어떻게 하고 싶은데?”
“전자 뇌로 생체 뇌를 제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핵심만 남기고 그걸 전자 뇌로 제어하는 방식이 나을까?”
“…어디서 많이 본 제어 방식이네. 뭐, 그 방법도 괜찮지 않아?”
“그래, 고맙다.”
신과 루이는 다시 뇌 개조 작업에 들어갔다.
“후우…. 왜 이런 고생까지 해가며 갖고 싶어 하는 건지. …나도 참 오지랖 넓네.”
ACT 3 「Obedient Metal Doll」로 계속
하야사카 저택 시종실
커튼 틈새로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으, 음. …어라? 나 언제 잠들었지?”
루미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셨습니까?”
문밖에서 들려온 것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엣? 아, 네. 일어났어요.”
“그래요. 옷장에 옷이 있으니 그걸 입고 로비로 오세요. 마스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발소리가 멀어졌다.
“…옷장에 옷.”
침대에서 내려와 옷장을 열자, 그 안에는 에나멜 재질의 메이드복이 들어 있었다.
“…입고 로비로.”
루미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마치 아주 익숙한 일인 양 에나멜 메이드복을 챙겨 입었다.
“로비로.”
옷을 다 입은 루미나가 방을 나서 로비로 향했다.
로비
입구에 나타나 신의 모습을 확인한 루미나가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마스터.”
계단을 내려온 루미나가 마스터의 곁에 섰다.
“좋은 아침이다. 자신의 존재 의의는? 그리고 최우선 명령과 프로그램은?”
마스터인 신의 질문에 루미나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네. 저의 존재 의의는 마스터를 모시는 것. 최우선 명령은 마스터에게 복종하는 것. 프로그램은 마스터의 명령에 따르는 것입니다.”
신의 고개가 만족스럽게 끄덕여졌다.
“그리고, 네 이름은?”
잠시 간격을 두고 루미나가 답했다.
“네. 메탈 넘버 01, 루나입니다.”
“좋아. 유이 여사에게 감사해야겠군.”
루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신경 쓰지 마라, 루나. 그럼 루이와 함께 일을 시작하도록.”
“네, 마스터.”
루나는 루이를 따라 로비를 떠났다.
“…거기 있을 거면 나오지 그러나, 유이 여사.”
신의 말에 기둥 뒤에서 유이가 슥 나타났다.
“들켰네? 그보다 어때? 내 프로그램 솜씨가.”
“훌륭하군. 제 이름이 바뀐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무엇보다 기계 몸이라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 …우수해.”
“뭐, 그렇지. 근데 이번엔 자아를 꽤 남겨둬서 반항할지도 몰라.”
“하아?”
신의 눈이 커졌다.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잖아? 걱정 마, 프로그램으로 강제 셧다운 시킬 수 있게 해뒀으니까.”
“…그런가.”
“또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유이가 로비를 빠져나갔다.
그날 밤
신의 개인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루나입니다.”
“들어와라.”
“네, 실례하겠습니다.”
루나가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무슨 용무이신가요, 마스터?”
“아아. 일단 가까이 와라. 그리고 메이드복을 벗어.”
“네.”
루나는 신의 곁으로 다가와 망설임 없이 메이드복을 벗어 던졌다.
“…루나, 넌 네 몸을 보고 아무런 의문도 들지 않나?”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루나.
“아뇨, 전혀요.”
“그래? 몸 곳곳에 이음매가 있는 네 모습이 이상하지 않단 말인가.”
“네. 마스터를 모시기에 가장 적합한 몸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군. 알았다. 옷 입고 물러가 봐도 좋다.”
“네.”
옷을 챙겨 입은 루나가 문을 열고 신을 돌아보았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마스터.”
정중히 인사한 루나가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 루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신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유이 여사인가?”
— 응, 왜?
“이번 소체, 루나에 대해서인데.”
— 어라? 뭐 불만이라도 있어?
“아니, 없다. 오히려 만족스러워.”
—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그래. 그래서 하나만 더 물어봐도 되겠나?”
— 응? 뭔데? 할 수 있는 거라면.
“루이의 몸을 메탈릭 톤으로 바꿀 수 있을까?”
— 지금 같은 사람 피부색 말고?
“그래. 가능하겠나?”
— 응, 당연하지. 그럼 뭐, 다음에 올 때까지 준비해 둬.
“알았다. 그럼 잘 자라.”
— 잘 자.
유이의 목소리를 끝으로 신은 전화를 끊었다.
“…벌써부터 기대되는군.”
*——나는 루나. 마스터를 모시는 충실한 기계 인형.*
2장 「사라시나 루미나 / 루나」
끝
****
3장 「와시즈키 사라/레이븐」
어느 번화가.
“거기 서! 도둑놈아!”
채소가게 주인이 한 여자를 죽어라 뒤쫓고 있다.
“빨리빨리 쫓아와야지~ 안 그러면 또 놓친다?”
여자는 주인을 가볍게 따돌리더니 골목 안쪽으로 홀연히 사라졌다.
“젠장, 또 놓쳤네. 오늘 장사 다 망쳤구먼.”
주인은 축 처진 어깨로 가게에 돌아왔다. 그런데 가게 앞에는 웬 여자 하나가 서 있었다.
“수고 많으시네요. 매번 있는 일인가요?”
“아휴, 말도 마쇼. 아주 골치 아파 죽겠어.”
“그래요? 그건 그렇고, 이거 하나 살 수 있을까요?”
투덜대면서도 결국 채소 하나를 팔아주는 여자.
골목 안쪽의 낡은 아파트.
“시아야~ 언니 왔다.”
아까 그 여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사라 언니! 왔어? 오늘은 뭐야?”
“오늘은 채소랑 마실 것도 좀 챙겨왔어.”
“와아, 고마워! 사라 언니!”
“됐어, 우리 예쁜 동생을 위해서인데 이 정도쯤이야.”
그날 밤, 하야사카 저택 로비.
그곳에는 진, 루이, 루나, 유이, 그리고 레이가 모여 있었다.
“또 하나 늘어난 건가.”
루나를 보며 레이가 어이없다는 듯 내뱉었다.
“내 취미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 뭐, 너무 많아도 곤란하긴 하겠지만.”
“그렇군.”
레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유이는 투덜대며 노트북 모니터에 띄워진 보고서를 훑었다.
“야, 진.”
레이가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응? 왜?”
“나도 기계 인형 하나 갖고 싶어.”
““하아?””
진과 유이가 동시에 얼빠진 소리를 냈다.
“어,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타입이 좋은데?”
“일단 가사 전반은 완벽했으면 좋겠군.”
“그다음은?”
유이가 기가 찬다는 듯 말을 받았다.
“섹스가 가능하면 더 좋고. 내 말에 절대복종하는 건 필수 조건이다.”
“…알았어. 준비되면 연락할게.”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그럼 이만.”
““안녕히 가십시오.””
루이와 루나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타이밍에 인사했다.
“그건 그렇고, 조달은 가능해?”
“응. 오늘 심야에 소체 하나 소개해 줄게.”
유이는 그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안녕히 가십시오.””
루이와 루나는 또다시 기계처럼 똑같이 입을 맞췄다.
뒷골목.
사라는 밖으로 나와 달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해. 안 그러면 시아한테 좋은 생활을 시켜줄 수 없으니까.”
사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와시즈키 사라 씨 맞지?”
갑자기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사라가 경계하며 자세를 잡았다.
“당신 누구야? 설마 보안부?”
“아니, 틀렸어. 난 미즈키 유이. 군 소속이야.”
사라는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그래서, 군인이 나한테 무슨 용건이죠?”
“동생한테 편한 생활을 시켜주고 싶지 않아?”
유이의 말에 사라가 다시 한번 움찔했다.
“정곡을 찔렸나 보네. 하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안 되지. 참 슬픈 일이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사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래 하나 할래? 내 말만 잘 들으면 네가 동생한테 해주고 싶은 거, 내가 다 지원해 줄게.”
사라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 있으면 군 기지로 찾아와. 내 이름 대면 통과시켜 줄 테니까. 그리고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잘 생각해 봐. 그럼.”
유이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
“…내가 원하는 것.”
개인 차량 안.
유이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진? 나야. ……응, 그 일인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줄래? ……어, 그렇게 됐어. 끊을게.”
유이는 전화를 끊고 차를 몰았다.
3일 후.
극동군 기지, 유이의 개인 집무실.
평소처럼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말을 걸었다.
“마스터, 정문에 손님이 오신 모양입니다.”
“손님? 나한테?”
“네.”
“…누구지? 하이네, 네가 좀 마중 나갈래? 서류가 밀려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마스터. 다녀오겠습니다.”
하이네라고 불린 여자가 방을 나갔다.
정문 게이트.
“실례합니다. 유이 님을 찾아오신 손님이 어느 분인가요?”
하이네가 수위실에 들러 물었다.
“오, 이 아가씨야.”
“당신이 유이 님을 찾아오신 분이군요.”
“어? 아, 네. 와시즈키 사라라고 하면 아실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하이네는 수위실 전화를 빌려 유이에게 확인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하이네가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확인됐으니 유이 님이 계신 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하이네가 앞장서고 사라가 그 뒤를 따랐다.
유이의 집무실.
“유이 님, 손님 모셔왔습니다.”
“고마워, 하이네. 아, 마실 것 좀 내와 줄래? 뭐 마실래?”
“어? 아, 그럼 차로 부탁드려요.”
“하이네, 부탁해.”
“네.”
하이네가 작은 탕비실로 들어갔다.
“영차, 이걸로 끝.”
유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 맞은편에 앉았다.
“결심은 섰어?”
“정말로… 제가 바라는 대로 시아를 돌봐주시는 거죠?”
“응. 거짓말 안 해.”
“그렇다면, 시아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게 해주고 싶어요. 그런 거리 말고, 고아원이라도 좋으니까 제대로 된 곳에서….”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봐.”
유이는 다시 컴퓨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사이 하이네가 차를 내왔다.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사라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됐다. 하이네, 내 R 운전할 수 있지?”
“네, 가능합니다만.”
“그럼 얘 데리고 가서 동생을 그 고아원으로 옮겨줘. 여기 소개장.”
“네, 알겠습니다. 그럼 사라 님, 가실까요?”
“아, 네!”
하이네와 사라는 집무실을 나섰다.
그대로 시아를 데리러 가서 고아원에 사정을 설명하고 아이를 맡긴 뒤, 두 사람은 다시 기지 내 유이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유이의 집무실.
“유이 님, 다녀왔습니다.”
“어, 왔어? 그럼 우리도 가볼까? 사라.”
사라가 당황하며 물었다.
“네? 간다니, 어디로요?”
“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곳. 하이네, 진이랑 레이한테 연락해 둬. 장소는 진네 집이야. 그러고 나서 오늘은 퇴근해도 좋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하이네가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가자.”
유이와 사라는 방을 나섰다.
유이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하야사카 저택이었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 사라가 저택을 멍하니 바라봤다.
“왜 그래? 이 안에 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
“…왠지 긴장되네요.”
“뭐, 그럴 만도 하지. 가자.”
“네, 네!”
두 사람은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
ACT 2로 계속
하야사카 저택 로비.
““어서 오십시오, 미즈키 님.””
로비에 들어서자 루이와 루나가 마중을 나왔다.
“안녕. 레이는 왔어?”
“네. 안에서 마스터와 함께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사라, 가자.”
루이와 루나의 안내를 받아 유이와 사라가 이동했다.
객실.
루이가 문을 두드렸다.
“루이냐?”
“네. 미즈키 님과 일행분을 모셔왔습니다.”
“들어와.”
“네. 실례하겠습니다.”
루이와 루나가 문을 열었다.
“야호~.”
유이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꽤 늦었군. 일단 앉아.”
진의 말에 유이와 사라가 자리에 앉았다.
“루이, 루나. 물러가 있어라. 용건 있으면 내선으로 부르마.”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두 인형이 동시에 대답하고 방을 나갔다.
“…그래서, 이번엔 왜 이렇게 늦은 거야? 레이가 목 빠지게 기다렸다고.”
“미안 미안~. 이번엔 설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억지로 끌고 오는 방법은 안 쓰는 건가?”
“야, 레이. 나 이래 봬도 군인이야. 사람 납치 같은 거 했다간 큰일 난다고.”
“알았다. 그럼 이 여자가 이번 소체인가?”
“응, 맞아.”
유이의 대답에 레이가 사라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 저기… 왜 그러세요?”
“레이, 얘 겁먹었잖아.”
유이의 핀잔에 레이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일단 레이네 집에서 일을 좀 가르쳐야지.”
“하아? 잠깐만, 우리 집엔 시종 같은 거 없어. …설마 진네 집에서 빌려주려는 건가?”
유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어디서 조달한다는 거야!”
“레이, 얘 겁먹었다니까.”
진이 주의를 주자 레이는 “미안.”이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건에 대해서는 내일 아침에 보내줄 테니까 걱정 마. 사라.”
“아, 네.”
“무섭겠지만, 저 사람 말 잘 들어야 해?”
“네, 네.”
사라의 대답을 듣고 유이가 일어났다.
“레이, 차 없지? 태워다 줄게.”
“그러지. 부탁하마.”
“그럼 난 이만 실례할게.”
“그래, 조심히 가게나.”
진의 배웅을 받으며 로비로 나오자 루이가 있었다.
“미즈키 님, 벌써 가십니까?”
“응. 레이랑 사라를 데려다줘야 해서.”
“그렇군요. 안녕히 가십시오.”
“응.”
유이는 루이의 귓가에 입을 바짝 대고 속삭였다.
“기동 키 설정. 기동 키는 ‘페이트(Fate)’. 알았지?”
“…네. 설정 완료했습니다.”
“그럼 잘 자.”
유이는 루이의 대답을 뒤로하고 차를 가지러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레이와 사라가 로비로 들어왔다.
“나가와 님, 가시는 겁니까?”
“어. 미즈키가 태워다 준다더군.”
레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이가 들어왔다.
“차 대놨어.”
“고맙군. 그럼 잘 있게.”
“네. 안녕히 가십시오.”
밖으로 향하는 레이와 사라를 향해 루이가 허리를 숙였다.
레이와 사라를 데려다준 뒤, 유이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유이의 집.
“다녀오셨습니까, 마스터.”
“다녀왔어, 앨리스. 잠깐 좀 손봐야겠다.”
“네.”
유이의 개인 실험실.
“앨리스, 사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아?”
“네. 상관없습니다만, 무엇을 하면 될까요?”
“응. 나가와 레이는 알지?”
“네. 이전 마스터의 절친한 친구분이시죠.”
“맞아. 그 사람 집에 가서 메이드 교육 좀 시켜줬으면 해.”
“…저기, 그건 나가와 님께 직접 하라는 말씀인가요?”
“아니지. 레이네 집에 사라라는 애가 왔거든. 걔 가르치라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쪽 일은 어떻게 할까요?”
“음, 당분간은 군 집무실에 박혀 있을 생각이니까, 뭐 돌아오면 그때 해도 돼.”
“알겠습니다, 마스터.”
앨리스의 대답을 듣고 유이는 키보드 두드리는 것을 멈췄다.
“좋아! 조정 완료. 내일 10시쯤 나갈 거니까 그때 맞춰서 일어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앨리스가 실험실을 나갔다.
“…자, 어디까지 해낼 수 있으려나?”
다음 날.
나가와 저택 로비.
“헤에~ 꽤 잘 어울리네, 사라.”
“어? 그래요? 전 왠지 좀 부끄러운 것 같은데….”
“뭐, 익숙해지면 다 그래.”
“기다리게 했군.”
“안녕, 레이.”
“그래서, 사라를 지도할 사람이 누구지?”
“얘야. 앨리스.”
유이의 소개에 앨리스가 정중히 인사했다.
“불만 있어?”
“…아니, 전혀.”
“일단 여기 있는 동안 마스터는 레이, 너니까.”
“알았다. 앨리스, 바로 교육 시작해 줘.”
“네, 알겠습니다. 그럼 사라 씨, 가실까요?”
“아, 네!”
사라는 유이에게 인사하고 로비를 떠났다.
“…저게 정말 진네 집에 있던 녀석인가?”
“뭐, 내가 좀 손본 구석이 있으니까.”
“그렇군.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일단 진네 집으로 가서 걔를 어떤 타입으로 만들지 검토해야지. 레이, 요구 사항 있으면 지금 말해.”
“…특별히는. …아, 자아는 가급적 남겨줄 수 있나?”
“헤에, 알았어. 프로그램 제어는 넣을까?”
“부탁하마. 그 외에는 기본적인 시종 타입이면 돼. 그리고 이름은 레이븐(Raven)이다.”
“오케이. 그럼 실례할게.”
유이는 로비를 나섰다.
차 안.
“…꽤 재밌는 요구네. …레이븐이라.”
유이는 중얼거리며 차를 몰았다.
하야사카 저택 객실.
유이가 레이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흠, 흥미롭군. 유이 양은 이 생각에 대해 어떻게 보나?”
“별로. 딱히 생각 없어. 근데 재밌는 시도라고는 봐.”
“프로그램은 짤 수 있겠어?”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든든하군.”
“레이한테 연락 오면 알려줘. 나도 알려줄 테니까.”
“알았네.”
“그럼.”
유이는 객실을 나갔다.
유이의 집무실.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짜는 유이.
“마스터, 좀 쉬시는 게 어떠세요?”
“하이네. 그러게, 근데 이게 좀 재밌네.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프로그램이라서.”
“…그렇군요. 몸조심하세요. 잡무는 제가 알아서 처리해 둘 테니까요.”
“…미안해, 하이네.”
“아니요. 전 마스터를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요. 그럼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주십시오.”
하이네는 인사를 하고 유이 곁을 떠났다.
2개월 후.
하야사카 저택 로비.
“야호. 레이한테 연락 왔다며?”
““어서 오십시오, 미즈키 님.””
루이와 루나의 인사에 유이가 답했다.
“응. 슬슬 때가 됐다고 하더라고. …그건 그렇고 유이 양, 옆에 있는 이 아가씨는 누구지?”
“응? 얘는 하이네. 내 업무 서포터야.”
“하이네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하야사카 진이다. 이쪽은 루이와 루나고.”
진의 소개에 루이와 루나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오늘 주인공은 아직 안 왔어?”
“응. 조금 있으면….”
“기다리게 했군.”
““어서 오십시오, 나가와 님.””
“앗, 오랜만이에요.”
“오랜만.”
유이가 레이 옆에 서 있는 사라에게 아는 척을 했다.
“레이, 앨리스는?”
“네 집에 갔어. 돌아가서 청소하고 싶다더군.”
“그래? 고마워.”
“레이, 유이 양. 시작해 볼까? 지고의 연회를.”
계속
ACT 3로
유이, 진, 레이의 대화에 사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자고 일어나면 훨씬 멋져져 있을 테니까.”
유이는 사라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어? 아….”
유이의 눈을 마주한 사라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자네, 그런 특기까지 있었나?”
“뭐, 소소한 취미지. 자, 옮기자.”
유이는 의아해하는 진의 말을 뒤로하고 실험실로 이동할 것을 재촉했다.
“그래, 그러지. 루이, 얘 들고 따라와라. 루나, 너도.”
““네, 마스터.””
진의 명령에 루이와 루나가 움직였다.
실험실.
사라를 침대에 눕히고, 진 일행은 별실에 자리를 잡았다.
“유이 양, 프로그램은 어떻게 됐나?”
“걱정 마, 완성됐으니까. 여기 이 디스크야.”
유이가 진에게 디스크를 건넸다.
“레이가 요구한 대로 딱 맞춰놨어.”
진은 유이가 건넨 디스크의 내용을 확인하며 감탄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고도의 프로그램을 짜다니. 유이 양은 정말 대단하군.”
“뭐, 그것 말고는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까. 그럼 시작해 볼까?”
유이의 말에 진과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실 개조실.
잠든 사라를 둘러싸고 유이, 루이, 루나가 서 있었다. 유이가 입을 열었다.
“자, 들었겠지만 수술 중에는 내 말에 무조건 따라줘.”
루이와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자. 난 뇌를 포함한 머리 쪽을 맡을 테니까, 너희는 몸을 맡아줘. 순서는 아까 입력한 프로그램대로 진행하고.”
두 인형이 작업을 시작하자 유이도 움직였다.
“자~ 나도 시작해 볼까.”
유이는 비치된 기구로 사라의 머리 부분을 절개했다.
실험실 별실.
수술 장면을 지켜보던 레이가 문득 중얼거렸다.
“야, 진.”
“응? 왜?”
“저 여자… 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수술을 하는 거지?”
“유이 양 말인가?”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도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 루나는 몰라도 루이 때도 아주 태연하게 수술을 집도했었지.”
진이 다시 생각에 빠지자 레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진. 혹시 군부랑 관련이 있는 거 아닐까?”
“…군부?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본인한테 물어볼까?”
“아니, 이건 우리끼리만 알고 있자고, 레이.”
“…알았어.”
다시 개조실.
사지 작업을 끝내고 내장 부위 개조에 들어간 루이와 루나. 한편 유이는 여전히 뇌 수술에 집중하고 있었다. 전자 두뇌와 개인 노트북을 연결해 최종 체크를 진행 중이었다.
“이 반응은… 좋아. 이건… 살짝 수정. 나머지는….”
중얼거리며 체크를 마친 유이는 2분 뒤 인공 피부로 머리를 덮었다.
“루이, 루나. 그쪽은 어때?”
“네. 각 기관 치환 완료했습니다. 이제 심장만 남았습니다.”
“그래. 그건 내가 할 테니까 서포트 부탁해.”
““네.””
루이와 루나가 동시에 대답했다.
“외부 인공심폐 장치 연결 완료.”
“인공 심장 준비됐습니다.”
“피가 다 빠지면 시작할 거야. 인공 장기랑 인공 혈액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오케이. 그럼 채혈 시작해.”
“네.”
루나가 스위치를 올리자 사라의 몸에서 피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루이, 시작하자.”
“네.”
루이의 대답과 동시에 심장 치환 수술이 시작됐다.
“인공 심장, 각 혈관과 연결 완료했습니다.”
“고마워. 루나, 인공 혈액 흘려보내.”
유이의 지시에 루나가 기계를 조작했다. 기계로 개조된 사라의 몸속으로 인공 혈액이 돌기 시작했다.
“각 기관 정상 작동. 인공 혈액도 문제없습니다.”
“그래. 그럼 인공 혈액이 다 돌면 심폐 장치 떼고 흉부 닫아줘. 그걸로 끝이니까.”
““네.””
루이와 루나의 대답을 뒤로하고 유이는 개조실을 나왔다.
실험실 입구.
유이는 의자에 앉아 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후우.”
한숨 돌리고 나니 진이 실험실에서 나왔다.
“진.”
“소체 개조는 잘 됐나?”
“완벽해. 프로그램도 예정대로 기동 중이고.”
유이의 말에 진이 안도했다.
“그리고 나 좀 쉴게. 걔 깨어나면 마스터 등록 요구할 거야.”
“알았네. 고맙군, 유이 양.”
“됐어, 됐어. 로비에 있을게.”
유이는 로비 쪽으로 사라졌다.
한 시간 후,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는 유이. 어디선가 가져온 의자에 앉아 기동을 기다리는 사라. 그리고 진, 레이, 루이, 루나가 모여 있었다.
“유이 양. 유이 양.”
진이 유이를 흔들어 깨웠다.
“응? 으음… 진, 왜?”
“잠꼬대하지 말고. 이제 깨울 거니까 문제없는지 좀 봐줘.”
“음~ 알았어.”
비몽사몽 하면서도 유이는 노트북을 켰다.
“…준비됐어. 자, 이 케이블 걔한테 연결해.”
“그래, 알았다.”
진이 사라에게 케이블을 연결했다.
“그럼, 기동한다.”
유이가 키보드를 조작하자 사라가 눈을 떴다.
“Metal Doll №02 기동했습니다.”
MD02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이가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
“삐, 마스터 인증을 시작합니다.”
“레이, 얘 앞에 서서 네 풀네임을 말해.”
레이가 MD02 앞에 섰다.
“나가와 레이다.”
“…나가와 레이를 마스터로 인증합니다. 마스터, 제게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레이븐이다. 철자는 R·A·V·E·N.”
“……인증 완료. 제 이름은 레이븐(Raven). 마스터 나가와 레이를 섬기는 충실한 메탈 돌입니다.”
그 말을 듣고 레이가 진과 유이를 돌아봤다.
“진, 유이. 고맙다.”
“난 별로 한 거 없어. 실험실 빌려준 것뿐이지.”
“나도 뭐 대단한 일 아니야. 아, 그리고 이거.”
유이가 레이에게 디스크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뭐지?”
“수정 파일. 집에 가서 일단 인스톨해 둬. 방법은 얘가 알 거야.”
“그래, 알았다.”
레이가 디스크를 챙겼다.
“자, 그럼.”
유이가 노트북을 껐다.
“레이, 태워다 줄까? 나 차 가져왔는데.”
“…그러지, 부탁하마.”
“오케이. 그럼 차 돌려올게.”
유이가 로비를 나갔다.
돌아가는 차 안.
레이븐이 문득 입을 열었다.
“마스터, 이 차를 운전하는 그녀는 누구입니까?”
레이와 유이가 잠시 멍해졌다.
“난 미즈키 유이야. 기억해 둬.”
“…등록했습니다.”
“와~ 되게 담백하네. 레이, 네 집이 해안가였나?”
유이가 물었다.
“어, 맞아. 북부 해안가. 시라사토 근처야.”
“오케이. 그럼 고속도로 탈게. 꽉 밟을 거니까 조심해.”
유이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나가와 저택 앞.
“여러모로 신세 졌군.”
“됐어. 나도 기분 전환 잘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번호는… 얘한테 입력해 줄게.”
유이가 레이븐을 바라봤다.
“레이븐, 내 직장 번호야. 031-2980. 기록해 둬.”
“………미즈키 유이 님의 직장 번호, 등록 완료했습니다.”
“그럼 잘 자.”
“그래, 조심해서 가라.”
유이는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가자, 레이븐. 집 구조부터 가르쳐주마.”
“YES, 마스터.”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해안 고속도로 휴게소.
전망대에서 담배를 피우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유이.
“…난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루이, 루나, 레이븐. 걔들을 보고 있으면 꼭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유이는 난간에 몸을 웅크렸다.
―――나는 대체, 누구지?
계속
ACT 4로
레이븐의 개조로부터 3개월 후.
군부 특수기동대 격납고. 유이가 그곳에 있었다. 근처 정비병에게 말을 걸었다.
“수고 많아. 어때? 상태는?”
“아, 수고하십니다! 네, 올해 안에는 가동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고마워.”
유이는 자리를 떴다.
군부, 유이의 개인 집무실.
유이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엔 루나가 있었다.
“어라? 와 있었네?”
“네. 게이트에서 설명해 드렸더니 하이네 씨가 안내해 주셔서….”
“그래? 무슨 일이야? 정기 점검은 아직 멀었는데.”
유이가 의자에 앉았다.
“레이 님이 새로운 소재를 입수하셨다고 합니다. 레이븐에게 장착할 때 협력해 달라는 마스터의 전언입니다.”
유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알았어. 전날까지 연락 달라고 전해줘.”
“네, 알겠습니다.”
루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이네, 정문까지 배웅해 줘.”
“알겠습니다.”
하이네와 루나가 나갔다.
“에휴.”
유이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슬슬 재조정해야 할 때인가?”
유이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3일 후, 하야사카 저택 로비.
진, 루이, 루나, 레이, 레이븐, 그리고 유이와 앨리스가 모여 있었다. 루이, 루나, 레이븐, 앨리스는 각자의 마스터 곁에서 부동자세로 대기 중이었다. 유이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소문의 신소재라는 거, 어디 있어?”
“아, 레이븐. 그거 꺼내라.”
“YES, 마스터.”
레이븐이 꾸러미를 풀어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평범해 보이는 기계 오른손이 들어 있었다.
“…뭐야 이거? 이게 신소재라고?”
유이가 의아해하자 레이가 말했다.
“레이븐, 부탁한다.”
“YES, 마스터.”
레이븐은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케이블을 꺼내 기계 손에 연결했다.
“자, 이 신소재는 지금 상태를 포함해 총 5가지 소재로 변환할 수 있다. 사람 피부, 에나멜, 러버, 마네킹, 그리고 메탈릭 실버.”
진과 유이가 깜짝 놀랐다.
“자, 뭐부터 테스트해 볼까?”
유이가 대답했다.
“방금 말한 순서대로 해줘. 그게 이해하기 편할 것 같아.”
진도 동의했다.
“알았다. 레이븐, 에나멜 모드로.”
“YES, 마스터.”
레이븐의 대답과 동시에 오른손이 요염한 광택을 내는 검은색 에나멜로 변했다.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헤에~ 대단한데.”
레이가 다음 지시를 내렸다.
“레이븐, 다음은 러버다.”
“YES.”
색은 살구색으로 변했지만, 묘한 질감이 느껴지는 러버 상태가 되었다.
“만져봐.”
진과 유이가 손을 만져보았다.
“…과연, 러버 맞네.”
“레이, 이건 그냥 더치와이프잖아.”
“그럴지도 모르겠군. 레이븐, 마네킹 모드.”
레이가 미소 지으며 지시하자 오른손의 광택이 더 강해졌다.
“이번엔 딱딱하네. 진짜 마네킹 같아.”
유이가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마지막은 메탈릭 실버였지?”
“어. 레이븐, 메탈릭 실버.”
“YES, 마스터.”
은색으로 번쩍이는 상태로 변했다.
“이 정도면 진짜 예술인데.”
유이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루이, 보기에 어떠냐?”
“네. 아주 훌륭한 소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
진이 다시 신소재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걸 레이븐에게 장착하겠다고?”
유이의 물음에 레이가 답했다.
“아니, 레이븐의 피부 자체를 이 소재로 교체할 생각이다. 가능하겠나?”
유이가 고민에 빠졌다.
“소재는 이미 조달해 놨다. 밖에 세워둔 트럭에 실려 있어.”
“어? 저게 그거였어? …참 대단하다, 너도.”
“어때, 할 수 있겠어?”
“…일단 해볼게. 앨리스, 서포트 좀 해줄래?”
“네.”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트럭 안에 웬만한 설비는 다 갖춰놨다. 거기서 해도 되겠나?”
“상관없어.”
레이가 고맙다고 하자 유이가 덧붙였다.
“레이븐, 이제부터 눈 뜰 때까지 내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해.”
“YES,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럼 가자.”
유이, 앨리스, 레이븐이 밖으로 나갔다.
“무사히 끝나야 할 텐데.”
“괜찮을 거야. 유이 양을 믿어보자고. 루나, 담요 두 장만 가져와라.”
“네, 알겠습니다.”
루나가 자리를 비웠다.
“느긋하게 기다려 보자고. 응?”
“…그래, 그러지.”
레이는 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
트럭 안.
“세상에. 설비가 장난 아니네.”
유이가 감탄하며 둘러보자 레이븐이 소재를 가져왔다.
“미즈키 님, 여기 있습니다.”
“헤에~ 그럼 시작해 볼까?”
““네.””
루이와 레이븐이 동시에 대답했다.
침대에 누워 정지 상태인 레이븐을 사이에 두고 유이와 루이가 마주 섰다. 유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루이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시작하자.”
“네.”
유이의 지시에 따라 루이가 움직였다.
“넌 다리부터 해. 끝나면 팔 쪽 맡고.”
“네, 알겠습니다.”
루이가 다리부터 소재 교체 작업을 시작했고, 유이는 머리 쪽을 맡았다.
10시간 후, 로비.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레이븐. 그 옆에 유이가 있고, 진, 루이, 루나, 레이가 지켜보고 있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 결국 밤을 꼬박 새웠네.”
“신경 쓰지 마라. 부탁한 건 우리 쪽이니까.”
레이의 말에 유이가 웃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럼 기동할게.”
유이가 노트북을 조작하자 레이븐이 눈을 떴다.
“각 기능 문제없음. …좋은 아침입니다, 마스터.”
“좋은 아침이다, 레이븐.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레이가 유이를 쳐다봤다.
“오케이. 그럼 일단 에나멜부터.”
유이가 조작하자 레이븐의 전신이 검은색 에나멜로 변했다.
“문제없네. 다음은 러버.”
검은색 에나멜이 사탕색 러버로 변했다.
“샘플보다 훨씬 대단하군.”
진이 감탄했다.
“이것도 통과. 다음은 마네킹.”
피부색으로 변하며 매끈한 광택을 내는 레이븐.
“루이, 한번 만져봐.”
“감촉이 딱딱합니다.”
“고마워. 잘 됐네. 이제 마지막, 메탈릭 실버.”
순식간에 은색으로 빛나는 몸이 되었다.
“이거 진짜 물건이네.”
유이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레이븐, 어떤 소재가 제일 맘에 드나?”
레이의 질문에 레이븐이 답했다.
“네. 처음에 변환했던 소재가 맘에 듭니다.”
“오케이. 네 의지로 바꿀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레이븐의 피부가 다시 평범한 사람 피부로 돌아왔다. 유이가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더니 작업을 마쳤다.
“이제 됐어. 레이븐, 네 생각만으로 소재를 바꿀 수 있을 거야.”
“잘됐구나, 레이븐.”
“YES, 마스터.”
“그럼 에나멜로 변환해 봐라.”
“YES, 마스터.”
레이븐의 피부가 검은색 에나멜로 변해가던 도중, 갑자기 레이븐이 멈춰 섰다.
“레이븐!”
“에, 에러 발생. 가각, 에, 에러를, 에러를, 처, 처리해, 해줘.”
“레이븐!!!”
레이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유이가 필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에러 체크! …프로그램 락! …안 먹혀!”
“레이븐!!!”
“유이 양! 어떻게 좀 해봐!”
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윽!”
유이는 노트북에 연결된 케이블을 뽑아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꽂고, 반대쪽을 레이븐에게 연결했다.
“에러 서치. ………히트(HIT)! 프로그램 리페어. ………후우, 이제 됐어.”
유이가 케이블을 정리하며 일행을 돌아봤다.
“…왜 다들 그렇게 봐?”
“유, 유이 양! 자네… 로봇이었나?”
“어라? 말 안 했던가?”
“그런 소린 못 들었어!”
태연한 유이의 태도에 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당연하지! 이렇게 이상적인 여성이 메탈 돌이었다니! 흥분 안 하고 배기겠어?!”
“그래서, 결국 나한테 뭘 하고 싶은 건데?”
“당연히 고분고분한 인형으로 만들어서 가지고 놀아야지!”
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이의 주먹이 날아갔다.
“마스터!!!”
루이와 루나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너 바보야?”
유이의 일침에 진은 멍해졌다.
“나 이래 봬도 군 기밀 지정 대상이야! 그런 날 가지고 놀겠다고? 기가 차서 정말!”
유이는 노트북을 챙겼다.
“진짜 믿을 수가 없네. 앨리스, 가자.”
“네, 네!”
유이는 앨리스를 데리고 저택을 떠났다.
“난 포기 안 한다, 유이 양!”
―――마스터가 원하신다면, 저는 저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3장 「와시즈키 사라/레이븐」
END
4장 「VN」으로 계속
****
사이드 스토리
중앙 도구 보안유지부
보안과
“과장님!!!”
기세등등하게 외치며 과장의 책상에 자료를 내동댕이치는 여자.
“어, 어떻게 된 건가, 미즈시로 군?”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한 과장이 겨우 입을 뗐다.
“어떻게 된 거냐니요! 이번 달 들어서만 벌써 10건째라고요! 이번 주에만 6건! 젊은 여성들이 연달아 행방불명되고 있는데, 왜 수사를 안 하는 건데요!”
카에데의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그, 그게 말이지. 저기, 상부에서 압력이 내려와서 말이야.”
과장의 말에 카에데가 다시 한번 자료를 책상에 쾅 내리쳤다.
“상부에서 왜 압력을 넣는 건데요!”
“그, 그건 말이다….”
카에데의 기세에 완전히 눌려버린 과장.
“됐어요! 저 혼자서라도 수사해서 범인 잡아낼 테니까요!”
카에데는 쏘아붙이듯 내뱉고는 보안과를 박차고 나갔다.
치안유지부 휴게소
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카에데.
“자, 한 잔 더 마실래?”
한 남자가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내밀며 말을 건넸다.
“니시나, 고마워.”
카에데가 남자, 니시나에게서 커피를 받아 들었다.
“또 한바탕 제대로 했나 보네.”
“당연하지! 윗놈들은 우리 사정을 쥐뿔도 모른다니까! 정말이지, 수사를 하려고 해도 방해만 해대니.”
“…수사라니, 그 연속 행방불명 사건 말이야?”
니시나가 물었다.
“응. 오늘 과장 놈 하는 말 들어보니까 군부가 엮여 있을 가능성이 크겠더라고.”
카에데의 말에 니시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미즈시로. 군부에 아는 녀석이 하나 있어.”
“정말?”
니시나의 말에 카에데의 눈이 반짝였다.
“어. 이번 사건에 대해서 좀 물어봐 줄게.”
“고마워! 뭐 좀 알아내면 꼭 알려줘야 해?”
“알았어.”
니시나의 대답을 뒤로하고 카에데는 휴게소를 나섰다.
군부 중앙 게이트
“치안유지과 보안부의 니시나입니다. 미즈키 유이를 만나고 싶은데, 지금 있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내원이 내선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를 끊고 니시나를 보았다.
“죄송합니다. 지금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언제쯤 돌아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확인해 보니 미정이라고 합니다.”
안내원의 말에 니시나가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니시나 쨩?”
그때,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쨩’ 붙여서 부르는 목소리는 하나뿐이지.”
니시나가 고개를 들자 그곳에 유이가 서 있었다.
“역시나. MRF 스티커 붙은 파란색 에보 6(Evo VI)가 있길래 혹시나 했지.”
“타이밍 좋네. 너한테 물어볼 게 좀 있는데, 시간 괜찮냐?”
“나한테? 괜찮아, 괜찮아. 그럼 내 집무실에서 기다려. 위치 알지?”
“어, 알아.”
“오케이. 이 사람 들여보내 줘.”
유이의 말에 안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이 개인 집무실
“차입니다. 드세요.”
“아, 고맙군.”
하이네가 내온 차를 니시나가 한 모금 들이켰다.
“마스터께서 오실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하이네는 정중히 인사하고는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다. 차를 마시며 집무실 안을 둘러보던 니시나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머물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을 집어 들었다.
“그립네, 아직도 가지고 있었나.”
사진 속에는 GT-R 한 대와 유이, 니시나, 그리고 남녀 한 명씩이 더 찍혀 있었다.
“뭐~야, 왜 혼자 실실거리고 있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왓! 언제 돌아온 거야.”
“방금. …참나, MRF 시절 사진 보고 뭐가 그렇게 좋대?”
“그냥 좀 그리워서 그랬다.”
니시나가 사진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일단 앉아. 용건은 그다음에 듣지.”
유이의 말에 니시나가 자리에 앉았고, 유이도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서, 용건이 뭔데?”
유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 지금 보안과 동료가 최근 발생하는 여성 연속 행방불명 사건을 쫓고 있어.”
“…아, 그거. 이상하네, 입단속 시키라고 분명히 말해뒀는데.”
유이의 말에 니시나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니시나 쨩.”
“질린다, 질려. 역시 군부, 아니 네가 엮여 있었던 거냐.”
“어머, 그게 나빠? 이것도 전력 증강을 위해서라고. 그래서, 그 동료라는 사람은 어떻게 할 생각인데?”
“뭐, 사실대로 말하면 네 녀석한테 쳐들어오겠지.”
니시나가 유이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붙잡아서 개조해버리면 그만이야.”
유이의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니시나는 다시 한번 기가 찼다.
“유이, 보안과에는 뭐라고 설명할 건데?”
“그건 이쪽에서 손 써둘 테니까 걱정 마. 그럼 부탁해, 니시나 쨩.”
니시나는 세 번째로 혀를 내둘렀다.
다음 날
보안과 제3회의실
니시나와 카에데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 배후에 군부가 있다는 거야?”
“어. 유이한테 직접 들은 얘기니까 확실해.”
“유이?”
“군부에 있는 지인이야.”
“그래….”
카에데가 생각에 잠겼다.
“미즈시로, 어떻게 할 거야?”
“뻔하잖아. 직접 가서 따져 물어야지.”
카에데의 거침없는 말에 니시나가 한숨을 쉬었다.
“에휴, 못 말린다니까. 면회 약속은 잡아둘 테니까 내일이라도 다녀와.”
“고마워, 니시나.”
다음 날
군부 중앙 게이트
“미즈시로 카에데 님이시군요. 저는 하이네라고 합니다. 마스터 유이의 명을 받고 마중 나왔습니다.”
카에데는 하이네의 안내를 받아 유이의 집무실까지 도착했다.
유이 개인 집무실
“일단, 시제기는 어느 단계까지 왔어?”
“완성되었습니다. 현재는 조정 중입니다.”
한 남자가 유이의 질문에 답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3~4일 정도면 끝날 겁니다.”
남자의 말에 유이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말씀하신 건 말입니다만,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현재 프로토타입 기체를 제작 중입니다.”
“드디어네. 정말이지, 윗놈들은 왜 그렇게 머리가 굳었는지 몰라.”
“동감입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정기 점검이 있으니 잊지 마십시오.”
“앗, 응.”
유이가 대답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이네?”
“네. 미즈시로 카에데 님을 모셔왔습니다.”
문 너머에서 하이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네.”
대답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자료에 적어두었습니다.”
“고마워.”
남자가 집무실을 나가자 유이가 카에데를 보았다.
“…왔네. 일단 앉아. 하이네, 차 좀 내와.”
유이의 말에 하이네는 주방으로 사라졌고, 카에데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뭐, 대충 짐작은 가지만.”
“그럼 말이 빠르겠네요.”
카에데가 가방에서 자료를 꺼냈다.
“니시나에게 들었습니다. 이번 여성 연속 행방불명 사건, 당신이… 아니, 군부가 관련되어 있죠?”
“…응, 맞아.”
유이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럼 묻겠습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죠?”
“차 나왔습니다.”
“고마워.”
하이네가 차를 내오자 유이는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하이네, 최근 전쟁에 관한 파일 좀 가져와.”
“네.”
하이네가 선반으로 가더니 40초도 안 되어 자료를 들고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고마워.”
유이는 자료를 받아 카에데에게 보여주었다.
“이 부분 보여? 최근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내전이 빈발하고 있어. 이 나라도 마찬가지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네, 대충은요. 그걸 막으려고 치안유지부가 있는 거니까요.”
“좋아. 그럼 요즘 이 극동 지구 말고 다른 곳에서 어떤 내전이 일어나는지는 알아?”
카에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이네.”
“네. 불과 한 달 전입니다. 극북 지구 사령부가 함락되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확인 결과, 사실로 판명되었습니다.”
“뭐…?”
“현재 극동 지구 북부 전선에서는 극북 지구의 사태 수습을 위한 타개책을 고안 중입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게 인간을 베이스로 한 기계 인형 특수부대야. 이제 알겠어? 이번 사건의 배경을.”
카에데는 할 말을 잃었다.
“이제 납득이 가겠지? 왜 압력이 가해졌는지도.”
“그렇다고 해서 왜 여자들이 희생되어야 하는 건데요!”
“왜냐니? 예전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으니까.”
“예전부터라니 그게 무슨…!”
말을 마치기도 전에 카에데가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어, 라…?”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는 것에 카에데가 당황했다.
“뭐, 기밀 사항을 알아버렸으니 그냥 보내줄 순 없지. 위에서도 허락받았고. 그럼, 잘 자.”
유이의 말을 끝으로 카에데의 의식은 끊어졌다.
“하이네, 연락해 둬. 지금 소체(素体) 가져간다고.”
“네, 알겠습니다.”
군부 메탈 돌(Metal Doll) 제작 공장, 통칭 ‘팩토리’
개조실로 카에데를 안고 들어오는 유이.
“야호, 데려왔어. 준비는?”
“언제든 가능합니다.”
“그럼 시작하자고.”
작업원들이 카에데를 작업대에 눕히고 고정했다.
작업은 먼저 양팔과 다리를 절단하고, 장기를 인공물로 교체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각 장기 적출 완료.”
“인공 장기 치환 완료.”
“완부 및 각부 접속 유닛 변환 완료.”
개조실 안에 작업원들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완부 접속 완료.”
“각부 접속 완료.”
“유이 씨, 머리 개조 시작할 테니까 내려오세요.”
유이는 유리창 너머로 고개를 끄덕였다.
개조실
“어때?”
“할 맛 나네요. 근데 평소랑 좀 다른데, 무슨 의미라도 있나요?”
“응. 특수부대 대장기로 쓸 생각이야. 뭐, 각 소대 대장이겠지만.”
유이의 대답에 작업원들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시작한다.”
유이의 지시와 함께 머리 작업이 시작되었다.
“두부 절개 완료. …저기, 생체 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일단 인공 지능 제어 시스템으로 남겨둘 거야. 돌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게.”
“알겠습니다.”
유이는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다.
“…여기도 비슷비슷하네. …제어 파츠 줘.”
“여기 있습니다.”
작업원이 건네준 뇌 제어 파츠를 유이가 받아 들었다.
“땡큐. …어디 보자, 여기가 이렇게 되고… 여기가 이러니까, 이 파츠는…. 좋아, 됐어. 그리고 이렇게 하면… 끝. 나머지는 닫기만 하면 되니까 부탁해~.”
“알겠습니다.”
유이는 작업실을 빠져나왔다.
팩토리 휴게소
소파에 몸을 기대는 유이.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
“하이네, 왔어? 일은?”
“네, 일단락되어서 왔습니다.”
“그래.”
유이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 저 여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음~ 내 소대장으로 쓸 거야. 왜?”
“아뇨, 하야사카 님께 보여드릴 생각인가 해서요.”
하이네의 말에 유이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하이네, 그런 짓 안 해. 쟤는 내 개인 MD가 아니니까. 군부 소속 MD라고.”
“그랬군요.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됐어. 그럼, 돌아가 볼까?”
다음 날
군부 제7 전투 훈련소
그곳에는 유이와 하이네, 그리고 멍하게 서 있는 카에데와 몇 명의 연구원이 있었다.
“정말이지, 왜 이런 데서 카에데 데이터를 뽑으라는 거야.”
“마스터, 상부 명령이니까 군말 말고 따르세요.”
“알았다니까.”
유이가 카에데에게 시선을 옮겼다.
“카에데 기동시켜. 시작한다.”
기술자가 컴퓨터를 조작했다.
“―――시스템 올 그린. 각 파츠 이상 없음. 프로그램 올 그린. MDR-01 카에데, 기동합니다.”
기동한 카에데가 유이를 바라보았다.
“모의전이라도 봐주지 않을 거니까.”
유이가 등에 비행 유닛을 장착하며 말했다. 한편, 카에데에게도 차례차례 무장과 유닛이 장착되었다.
“…각 유닛 및 웨폰 장착 완료. …이상 없음.”
카에데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기술자가 모의전 설정을 마쳤다.
“…모의전 설정. 에너미 VN-01로 인식.”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에데가 유이를 향해 돌진했다.
“휘우, 갑자기?”
유이가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목표 상공으로 이동. …로킹(Locking).”
유이의 허리와 다리에 장착된 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미사일 확인! 재머 세트! …기동!”
유이의 외침과 함께 미사일들이 궤도를 벗어났다. 유이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팔에서 빔 사벨을 뽑아 들며 급강하했다.
“목표 접근. 빔 사벨 세트.”
카에데도 오른팔에 빔 사벨을 쥐었다. 직후, 두 자루의 빔 사벨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유이가 반동을 이용해 거리를 벌렸다.
“목표 이탈. 로킹.”
카에데의 왼팔이 레이저 건으로 변형되더니 유이를 향해 불을 뿜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유이가 비명을 지르며 양손을 모았다.
“이쪽도 진심으로 간다!”
양손 사이에 거대한 에너지 구체가 형성되었다.
“목표물 고에너지 확인. 실드 전개.”
카에데가 실드를 펼치기 시작했다.
“늦었어! 에테르 스트라이크(Ether Strike)!!!”
유이가 쏜 에너지체가 카에데를 직격했다. 굉음과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연기가 걷히자 그곳에는 처참하게 파손된 카에데가 있었다.
“…소, 손상률 50% 초과. 정, 정비를, 요, 요청, 합, 합니다.”
“긴급 셧다운 해!”
기술자의 외침에 카에데의 전원이 꺼졌다. 유이가 지상으로 내려오자 하이네가 다가왔다.
“좀 과했나?”
“에테르 스트라이크는 확실히 과했다고 생각합니다.”
군부 브리핑룸
“그래서, 카에데는?”
“손상률 64%입니다. 외장만 교체하면 되니 완전 수리까지는 2주 정도 걸립니다.”
“그래, 알았어. 고마워.”
유이는 브리핑룸을 나왔다.
문밖에는 하이네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이네.”
“마스터,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글쎄? 일단은 ‘신’한테 좀 다녀올게. 요즘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하이네의 배웅을 받으며 유이가 발걸음을 옮겼다.
―SIDE STORY―미즈시로 카에데―
끝
****
4장 「발키리 넘버」
군부 메탈 돌(Metal Doll) 연구소 제8 실험실.
중앙 침대에 누워 있는 유이,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연구원들.
“하아~ 이 정기 점검은 매번 적응이 안 되네. 진짜 싫다.”
“잔소리 좀 그만해. 1년에 두 번 있는 이 점검 안 받으면 당장 뻗어버릴 게 누구신데?”
유이의 투덜거림에 한 여성 연구원이 대꾸했다.
“으으, 실비아는 심술쟁이라니까.”
“자, 이제 점검 시작할 테니까 의식 끊는다?”
“으응….”
유이는 짧게 신음하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꿈을 꾸었다.
기계 인형일 뿐인 내가.
아주 먼 옛날.
어느 왕국에 머물던 꿈.
하얀 옷을 걸치고 하늘을 가로지르던 나.
참으로 묘한 꿈이었다.
“유~이. 다 끝났어~.”
실비아의 목소리에 유이가 정신을 차렸다.
“…실비아. 벌써 끝난 거야?”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깨우고 있잖아.”
“…그렇구나. 고마워.”
연구동 복도.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유이와 실비아.
“뭐? 꿈을 꿨다고?”
“응. 지금은 기계 인형인 내가 꿈을 꾸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
“…확실히 그렇네. 흥미로운걸. 그래서, 어떤 꿈이었는지 기억나?”
실비아의 물음에 유이가 기억을 더듬었다.
“아주 먼 옛날의 왕국이었어. 거기서 하얀 옷을 입고 하늘을 날고 있었지.”
유이의 말에 실비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실비아?”
“조금 조사해 볼게. 뭐라도 알아내면 연락할게.”
실비아는 그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연구동 제3 팩토리.
“어때?”
아래층에서 개조 작업 중인 기술자들을 지켜보던 주임에게 유이가 말을 걸었다.
“미즈키 소장님. 네, 순조롭습니다. 다만 소체가 좀 부족한 상황이라서요.”
“그래? …저기, 시가지 구석에 있는 부랑자 집단 거주지에서 좀 찾아보는 건 어때?”
유이의 제안에 주임이 깜짝 놀랐다.
“거기는… 거의 치외법권 지역이라 무슨 일이 터져도 군이나 보안부에서 손을 못 쓰는 곳 아닙니까.”
“괜찮아. 이번엔 그냥 둘러보러 가는 거니까. 그리고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예 거길 싹 밀어버릴 명분도 생기는 거잖아.”
“…하아, 조심하십시오.”
“알았어.”
유이는 가볍게 대답하고 방을 나섰다.
개인 집무실.
“하이네~ 있어~?”
방에 들어서며 유이가 불렀다.
“마스터, 여기 있습니다. 무슨 일이신지요?”
“차 대기시켜. 부랑자 거주지로 갈 거야.”
“알겠습니다.”
하이네가 즉각 방을 나갔다.
시가지 부랑자 거주지.
“하이네는 여기서 기다려.”
유이는 하이네를 남겨두고 거주지 안으로 발을 들였다.
거주지 내부.
유이는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걸었다.
‘(…소체로 쓸 만한 놈은… 안 보이네. 헛걸음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걷던 찰나,
“크리스 님?”
어디선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이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열 살 남짓한 소녀가 서 있었다.
“역시 크리스 님이시군요. 잊으셨나요? 시종이었던 세이나예요.”
세이나라는 소녀의 말에 유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세이나? 난 모르는 이름인데. 애초에 내 이름은 유이야. 미즈키 유이. 크리스 같은 이름이 아니라고. 사람 잘못 본 거 아니니?”
“아니요. 분명히 크리스 님이 맞아요.”
세이나가 유이에게 다가왔다.
“아니라고 했잖아!”
유이는 소리를 지르며 거주지를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크리스 님….”
멀어지는 유이의 뒷모습을 보며 세이나가 나직이 읊조렸다.
거주지 입구 근처.
차로 돌아온 유이.
“유이 님, 생각보다 일찍 오셨군요.”
“하이네, 차 빼! 당장 군부로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
‘(…그 애는 나를 크리스라고 불렀어.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인데. 그런데… 왜 나는 그 애를 알고 있는 것 같지? 왜지? 내가 어디선가 그 애를 만났던 건가? …모르겠어.)’
Another Character Story
IN
―세이나―
그 모습, 그 기운. 틀림없는 크리스 님이었다.
하지만 크리스 님은 나를 모른다고 하셨다.
모를 리가 없다. 그저 잊으신 것뿐이겠지.
나중에 들은 바로는 지금 군부에 계신다고 한다.
…분명 무슨 짓을 당하신 게 틀림없다.
그렇게 믿고 싶다.
Another Character Story
~OUT~
군부 사령부.
“미즈키 유이, 들어갑니다.”
유이가 사령부 안으로 들어섰다.
“수고했네, 미즈키 군. 그래, 부랑자 거주지는 어땠나?”
“네. 딱히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물러가 봐도 좋네.”
유이는 짧게 목례하고 방을 나왔다.
휴게실.
의자에 앉아 숨을 돌리는 유이.
“수고했어.”
“실비아.”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유이가 고개를 들었다.
“어땠어?”
“응, 별건 없었어. 다만… 나를 크리스라고 부르는 소녀가 있더라고.”
유이의 말에 실비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실비아? 왜 그래?”
“아니, 어쩌면 네가 꾼 꿈이랑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실비아의 말에 유이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떡할래? 확인해 볼래?”
“…응, 부탁해.”
실비아의 개인 실험실.
“자~ 그럼 시작한다.”
유이가 눈을 감자 실비아가 패널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Another Character Story
IN
―크리스―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성.
그 성 안에 한 남자가 서 있고,
그 곁에는 두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저건, 나? 그럼 다른 한 명은 누구지?
남자의 곁에 있는 여인 중 한 명은 금발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유이와 닮은 모습이었고,
다른 한 명은 칠흑처럼 검은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
“크리스·―――, 미안하다.”
남자의 목소리는 들렸지만, 흑발 여인의 이름은 끝내 들리지 않았다.
Another Character Story
~OUT~
실험실.
“유이, 일어났어? 뭐 좀 알아냈니?”
“…아니, 아무것도.”
유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같은 시각.
발굴 현장.
“반장님~!”
한 청년이 현장 감독을 다급히 불렀다. 감독이 달려가 보니 이미 여러 명의 작업자가 모여 있었다. 의아해하며 작업자가 가리킨 곳을 본 감독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자잖아.”
흙 속에 파묻힌 여자가 있었다.
“검은 긴 머리의….”
감독이 중얼거리는 순간, 흙 속에 묻혀 있던 여자가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흙을 털고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뭐야 너!”
한 작업자가 겁에 질려 소리치자 여자가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이름은 필리아. 마스터를 모시는 자.”
계속
발굴 현장.
갑자기 나타난 여자.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내 이름은 필리아. 마스터를 지키는 자.”
필리아의 등장에 작업자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고, 그 자리를 경비원들이 대신 채웠다. 경비원들은 필리아를 보자마자 엄폐물 뒤로 숨어 총을 겨누었다.
“…총기 확인. 가드합니다.”
필리아가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쏴라―――!!!”
명령과 동시에 총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탄환들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힘없이 튕겨 나갔다. 경비원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끝인가요? 그럼 이쪽에서 가겠습니다.”
필리아가 지면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군부 연구동.
실비아의 개인실.
실비아는 방 안에서 종이 한 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자. 그리고 먼 옛날의 나라. 설마….”
그때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실비아, 있어? 나 유이야. 들어가도 돼?”
“어? 아, 응. 들어와.”
유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유이, 웬일이야? 갑자기 다 오고.”
“응, 그 꿈 말이야. 뭐 좀 알아낸 게 있나 싶어서.”
“미안.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렇구나.”
대화가 이어지던 중 기지 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특수기동대 미즈키 유이 소령. 근처 단말기를 통해 사령부로 즉시 연락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실비아, 이거 좀 쓸게!”
“그래.”
유이는 단말기를 조작해 사령부를 연결했다.
“미즈키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명령이다. 어느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병기가 폭주하고 있다. 가서 제압하도록.―
“알겠습니다.”
통신을 끊은 유이가 실비아를 돌아보았다.
“실비아, 내 전용 신장기(神装器) 완성됐어?”
“어? 어, 다 됐어. 잠시만.”
실비아가 선반을 뒤져 구체 하나를 꺼내 왔다.
“복부 해치 열어봐. 이걸 넣을 공간이 있을 거야.”
유이가 옷을 걷어 올리고 복부 해치를 열자, 실비아가 그 안의 빈 공간에 구체를 끼워 넣었다.
“…이게 뭐야? 사용법이 머릿속에 저절로 들어오는데.”
“당연하지. 이건 너만을 위해 만든 거니까.”
실비아가 해치를 닫았다.
“자, 끝났어. 조심해서 다녀와.”
“…응.”
유이가 방을 나선 뒤, 실비아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고대 기계 제국 발피드. 그 수호 병기 발키리. …네가 바로 그 병기였다니.”
발굴 현장.
필리아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주변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경비원들이 즐비했다.
“…하찮군.”
필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매복해 있던 군 특수부대가 그녀를 조준했다.
“…스나이퍼 감지. ……8명. 신장기 기동.”
필리아의 머리 위에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녀는 마법진을 뚫고 상공으로 솟구쳤다. 메탈 블랙 아머를 두르고 칠흑 같은 날개를 펼친 채 공중에 머무는 필리아.
“…적 무장 해석. ……상대할 가치 없음.”
그 순간, 필리아가 무언가를 감지했다.
“뭔가 온다. ……이 반응은, 크리스?”
필리아의 눈앞에 신장기를 장착한 유이가 나타났다.
“네가 그 발굴됐다는 폭주 병기구나.”
유이의 말에 필리아는 침묵했다.
“뭐라고 말 좀 해보지 그래!”
“…자기 데이터와 일치. 대상을 크리스로 인정.”
필리아의 입에서 크리스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
“또 그 이름이야! 난 미즈키 유이라고! 군부 극동 기지 특수기동부대 대장 미즈키 유이다!”
“크리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랑 마스터를 잊은 거야?”
“몰라! 난 너 같은 거 모른다고!”
유이가 검을 뽑아 들었다.
“크리스, 그만둬!”
“시끄러워!!!”
유이가 필리아를 향해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필리아 역시 검을 뽑아 그 공격을 받아냈다.
“멈춰, 크리스!”
“내 이름은 미즈키 유이야!!!”
유이가 필리아를 지면으로 세차게 내리쳤다. 굉음과 함께 땅에 처박힌 필리아 곁으로 유이가 내려앉았다.
“아직도 나를 크리스라고 부를 셈이야?”
먼지가 걷히자 그곳엔 필리아의 모습이 없었다.
“없어? …위다!”
유이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상공에서 내리꽂히는 필리아의 참격을 유이가 간신히 막아냈다.
“네가 미즈키 유이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너를 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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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나―
부랑자 거주지.
문득 북서쪽 방향에서 그리운 기운이 느껴졌다.
…크리스 님과는 다르다. 하지만 크리스 님과 닮았다.
확인해야 한다. 이 기운의 주인이 누구인지.
여기서 북서쪽… 분명 발굴 현장이 있을 것이다.
그곳일지도 모른다. 서둘러야 해,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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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발굴 현장 상공.
유이와 필리아가 서로를 마주 보며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네 이름을 안 물어봤네. 이름이 뭐야?”
“…필리아.”
“그래.”
유이가 자세를 잡자 필리아 역시 검을 고쳐 쥐었다.
“간다, 필리아.”
“오너라, 미즈키 유이!”
두 사람이 동시에 격돌하려는 찰나,
“그만두세요―――!!!”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유이와 필리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세이나.”
비명을 지른 여자를 보고 유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크리스 님. 그리고 필리아 님.”
“세이나, 여긴 대체 어디야? 나라는? 마스터는 어떻게 된 거지?”
필리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필리아 님. 그때로부터 이미 5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스터께서는 두 분을 봉인하신 직후에….”
“그렇구나. 고마워, 세이나.”
필리아가 유이를 쳐다봤다.
“왜? 아직도 싸울 생각이야?”
유이가 쏘아붙였다. 그 직후,
탕―!
한 발의 총성이 정적을 깼다. 주위를 살피던 필리아의 귀에 유이의 비명이 꽂혔다.
“세이나!!!”
필리아가 고개를 돌리자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세이나가 보였다.
“세이나!”
필리아가 세이나에게 달려갔다. 유이가 세이나의 상처 부위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회선 오픈. ……앨리스? 나야. 신(神)에게 연락해. 공방을 좀 써야겠다고. 부탁해.”
유이가 눈을 떴다.
“필리아, 따라와. 이 애를 살려야 해.”
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이가 먼저 날아올랐고, 필리아가 그 뒤를 쫓았다.
하야사카 저택.
세이나를 안고 현관 앞에 내려앉은 유이. 필리아가 그 뒤에 내려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즈키 님.”
“루이,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고마워.”
유이는 세이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고, 필리아도 뒤따랐다.
ACT 3로 계속
하야사카 저택 로비.
세이나를 안고 들어온 유이와 필리아.
“유이 여사. 갑자기 웬일인가? 공방을 쓰게 해달라니.”
“나중에 설명할게! 지금은 시간이 없어! 루이, 공방은?”
유이는 신의 말을 자르고 루이에게 물었다.
“대기 중입니다. 이쪽으로.”
유이는 루이의 안내를 받아 공방으로 사라졌다. 로비에는 신과 루나, 그리고 필리아만 남았다.
공방.
유이는 필사적으로 탄환을 제거하고 지혈 작업을 이어갔다. 그 곁에는 루이가 있었다.
“미즈키 님, 이 소녀를 개조하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조용히 해! 지금은 이 목숨을 살리는 게 우선이야! 바이탈은?”
“앗, 네. 안정적입니다.”
안도한 유이는 탄환을 뽑아내고 지혈을 마무리했다.
다시 로비.
유이가 공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유이 여사….”
“유이! 세이나는? 세이나는 무사해?”
필리아가 신의 말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안심해. 고비는 넘겼어.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올 거야.”
“그렇구나… 다행이다.”
필리아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잠깐만. 나도 좀 알아듣게 설명을 해보지 그래.”
신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설명이라니… 필리아, 왜 그래?”
유이의 말에 신을 멍하니 바라보던 필리아가 정신을 차렸다.
“어? 아, 미안. 그래서, 뭐라고?”
“설명해 달래. 너랑 세이나에 대해서.”
“아, 응. 알았어.”
모두가 소파에 둘러앉았다.
―――아주 먼 옛날.
이 근처에는 하나의 나라가 있었어.
이름은 발피드 제국.
그 나라에는 주인을 모시는 두 기의 수호 병기가 있었지.
그게 바로 나랑 크리스야.
본인은 부정하고 있지만, 유이, 네가 바로 그 크리스야.
―――호오. 그렇군.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
―――그래요. 그리고 세이나는 우리를 모시던 시종이었고.
―――나라는 어떻게 됐나? 문헌에는 자연재해로 멸망했다고 나오던데.
―――그건 나도 몰라. 다만 수많은 불빛이 보였던 것만 기억나.
그게 내 안에 남은, 마스터 곁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야.
마스터는 마지막으로 “너희만이라도 내세로 가거라.”라는 말을 남기셨어.
필리아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신이 입을 열었다.
“발피드의 국왕은 ‘아레스’라고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데, 맞나?”
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렇군. 하지만 곁에 있던 두 기의 병기에 대해서는 유이 여사가 부정하고 있지 않나?”
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도, 세이나도 절대 잘못 볼 리 없어! 무엇보다 신장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게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이건 군부 지인이 달아준 거야.”
“…그 사람 이름이 뭐야?”
필리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이를 쏘아봤다.
“어? 실비아인데… 그게 왜?”
그 이름을 듣고 생각에 잠겼던 필리아가 입을 열었다.
“유이, 그 사람 좀 만나게 해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20분 후.
하이네의 안내를 받아 실비아가 하야사카 저택에 나타났다.
“미안해, 실비아. 갑자기 불러내서.”
“됐어. 그래서, 나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누구야?”
실비아의 말에 유이가 필리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실비아의 시선도 필리아에게 머물렀다.
“오랜만이네, 실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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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유이에게 연락이 왔다.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모양이다.
유이의 개인 사무실에 있던 하이네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장소는 하야사카 저택.
개인이 메탈 돌을 제작하고 소유하고 있다는 인물의 집이다.
저택에 도착해 유이에게 묻자, 유이가 시선을 옮겼다.
그 시선 끝에 서 있던 것은…
“오랜만이네, 실비아.”
………설마, 아니겠지.
고대의 망령과 마주하게 될 줄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발굴 현장 사건을 들었을 때 이미 눈치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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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의 말에 유이가 당황하며 물었다.
“필리아, 실비아를 알아? 그것보다… 실비아, 너 발피드랑 무슨 관계야?”
의구심을 품은 유이를 제지하며 실비아가 입을 열었다.
“관계? 당연히 있지. 왜냐하면, 너랑 필리아를 만든 게 바로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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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 유이―
솔직히 놀랐다.
실비아가 발피드 제국에 있었다니.
그것보다 실비아가 나와 필리아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시대에 있는 거지?
그리고 내 전용 신장기를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대체 왜?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찔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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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사카 신―
군부의 메탈 돌 연구원 실비아라는 여자가 왔다.
그녀의 입에서 믿기 힘든 소리가 튀어나왔다.
“너랑 필리아를 만든 게 바로 나니까.”
그렇다면 유이 여사도 메탈 돌이라는 건가.
하지만 실비아라는 여자도 메탈 돌인가?
…뭐, 그런 건 상관없다.
그저 내 소유의 기계 인형이 늘어났을 뿐이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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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잠깐만 실비아! 네가 나를 만들었다고? 그것도 아주 먼 옛날에? 거짓말이지? 넌 분명….”
“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실비아가 유이의 말을 잘랐다.
“그 나라에서 인간이었던 건 마스터 아레스와 세이나뿐이었어. 세이나는 콜드 슬립으로 시간을 뛰어넘게 한 거고.”
유이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나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 인형, 메탈 돌이라는 거야?”
“그래, 맞아.”
실비아가 차갑게 쐐기를 박았다.
“실비아,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필리아가 입을 열었다.
“뭔데? 말해봐.”
“마지막은… 마지막은 어떻게 됐어?”
실비아는 침묵했다.
“말해줘! 알고 싶어. 나라가, 마스터가 어떻게 됐는지!”
“…나라 전체가 휘말려 소멸했어. 나라는 물론이고 적들까지 몽땅. 당연히 마스터도….”
“…그렇구나. 고마워.”
필리아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실비아가 유이를 쳐다봤다.
“…유이, 인정해. 너는 발피드 제국의 수호 병기, 발키리야!”
실비아의 선언이 울려 퍼졌다. 그때 루나가 입을 열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루이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환자가 깨어났다고 합니다.”
유이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공방으로 달려갔다. 실비아와 필리아가 그 뒤를 따랐고, 신은 실비아의 제지로 로비에 남았다.
공방.
“세이나!”
유이가 공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크… 유이 씨. 그리고 필리아 님에 실비아 님까지.”
“세이나, 괜찮아. 나는… 크리스야.”
유이가 세이나의 손을 꽉 잡았다.
“…크리스 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시겠어요?”
“어? 뭔데?”
“저를… 크리스 님이나 필리아 님 같은 기계 인형으로 만들어주세요.”
모두가 경악했다.
“세이나, 진심이야?”
필리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네.”
세이나의 눈빛은 확고했다.
“실비아, 로비에 하이네가 있을 거야. 앨리스한테 연락해서 내가 만들던 거 가져오라고 전해줘.”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공방을 나갔다.
“세이나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
필리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 스스로 신장기를 만들고 있었어. 이게 뭘 의미하는지 너라면 알 거 아냐, 필리아.”
“세 번째 발키리를 만들겠다는 거구나.”
“정답. 발키리는 원래 신계의 운명의 세 여신이 모티브야. 그러니 세 기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그건 그렇지만….”
필리아가 망설이자 세이나가 입을 열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크리스 님이나 필리아 님과 같은 존재가 될 수만 있다면요.”
“고마워, 세이나. …시작할 테니까 필리아는 나가 있어.”
“나도 여기 있을래.”
필리아의 고집에 유이가 되물었다.
“지켜보고 싶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필리아의 결연한 태도에 유이도 결국 허락했다.
“알았어. 대신 눈 돌리지 마.”
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 시작하자. 서포트해줘.”
“네, 미즈키 님.”
루이의 대답과 함께 세이나의 개조가 시작되었다.
“혈관 도입 완료. 인공 혈액 치환 시작합니다.”
루이의 말과 동시에 세이나의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고 인공 혈액이 주입되었다. 1분 남짓한 시간에 치환이 끝났다.
“인공 혈액 치환 완료.”
“그럼 사지는 네가 맡아줄래? 난 몸체랑 머리를 할게.”
“알겠습니다.”
루이는 다리부터, 유이는 머리부터 개조에 착수했다. 필리아는 그 광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어디 보자, 여기가 이렇게 되고… ……여기가 이러니까. ……여기는 어떻게 했더라?”
유이는 끙끙대며 머리 개조를 진행했다.
“여기가 이렇게 연결되니까…… 이렇게 하면 되겠네.”
유이는 이내 손을 빠르게 놀려 머리 덮개를 씌웠다.
“루이, 사지는?”
“전부 끝났습니다.”
“오케이. 몸체 들어갈 거니까 도와줘.”
“네.”
두 사람은 몸체 개조에 들어갔다.
먼저 장기와 뼈를 제거하고, 빈 공간에 뼈를 대신할 인공 골격을 설치했다. 그 후 동력원인 영구기관과 보조 기계들을 매립하고 외장을 마감하며 작업을 끝냈다.
“좋아! 끝났다. 필리아, 어때?”
“…세이나가 원한 일이니까.”
“그래. 그럼 먼저 가서 앉아 있을 의자 좀 준비해줘.”
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공방을 나갔다.
“루이, 이 애 좀 옮겨줘.”
“네.”
루이가 세이나를 안아 들었다.
로비.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세이나를 중심으로 신, 루이, 루나, 유이, 필리아, 하이네, 실비아가 모였다.
“자, 기동시킨다.”
유이가 노트북을 조작하자 세이나가 눈을 떴다.
“…기본 프로그램 OK. 각 링크 프로그램 정상. VN-03, 기동합니다.”
기동을 확인한 유이가 말을 걸었다.
“안녕. 기분은 어때?”
“……딱히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래. 그리고 이왕 발키리가 됐으니까 이름을 좀 바꾸고 싶은데, 괜찮을까?”
“상관없습니다만.”
유이가 고민에 빠졌다.
“으음, 뭐가 좋을까?”
그때 필리아가 입을 열었다.
“크리스. 좋은 이름이 하나 있는데, 말해도 될까?”
“응? 뭔데?”
“‘세리스’. 마스터 아레스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인간 여자의 이름이야.”
“…좋네. 세이나, 이제부터 네 이름은 세리스야. 하지만 나랑 필리아만 있을 때는 세이나라고 불러도 대답해야 해. 알았지?”
“새 이름 확인. ……완료. 저는 세리스. VN-03 세리스. …알겠습니다.”
세리스의 대답에 신이 한마디 거들었다.
“역시 좋군. 이렇게 고분고분한 건.”
“그건 당신뿐이야, 신.”
“확실히 그렇군.”
신이 유이의 말에 수긍했다.
하야사카 저택 앞.
“하이네. 필리아랑 세리스 데려다주고 실비아도 바래다줘. 그러고 나서 다시 여기로 와.”
“알겠습니다.”
하이네가 차를 출발시켰다. 멀어지는 차를 보며 유이가 신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신. 슬슬 루이 점검할 때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렇군. 부탁해도 되겠나?”
“응, 좋아.”
“고맙군. 하지만 정비만 해줘야 하네.”
유이가 뜨끔했다.
“마, 설마. 만약 정비 말고 딴짓하면 3일 동안 나를 마음대로 해도 좋아!”
“말했겠다. 기억해두지.”
“그래.”
ACT 4로 계속
유이의 집 공방.
점검용 침대에 누워 셧다운 된 루이에게서 케이블을 연결해 각종 기기에 접속한 유이. 모니터를 확인하며 정비를 시작했다.
“…그렇군. 흠, 각 프로그램 이상 없음. 구동계 프로그램도 문제없고.”
유이는 정비를 이어갔다.
“전투용 프로그램은… 약간 업데이트해둘까.”
키보드를 두드리던 유이가 루이에게 말을 걸었다.
“루이, 들려?”
“…네. 들립니다.”
“지금 무장에 만족해?”
“…네. 괜찮습니다. 현재 장비로도 충분히 마스터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래? 알았어. 일단 의식 끊는다.”
유이가 키보드를 조작했다.
“…외부 입력 확인. 셧다운 합니다.”
루이가 셧다운 되자 유이가 중얼거렸다.
“자, 이제 뭘 해볼까?”
다음 날.
하야사카 저택.
로비.
“미즈키 님, 어서 오십시오.”
유이와 루이를 맞이하며 루나가 인사했다.
“루나, 신은? 루이 점검 끝나서 데려왔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모셔오겠습니다. 소파에서 기다려 주세요.”
루나가 정중히 인사하고 사라졌다. 유이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미즈키 님,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루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
“응? 잠깐 일 좀 하느라고. 나 이래 봬도 바쁜 몸이거든.”
잠시 후 루나가 신을 데리고 나타났다.
“유이 여사, 기다리게 했군.”
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로 안 기다렸어. 일하고 있었거든. …자, 끝났으니까 데려가.”
“그래. 루이, 무슨 짓을 당했나? 보고해라.”
신의 명령에 루이가 입을 열었다.
“네. 각 구동계와 프로그램의 점검 및 업데이트를 받았습니다. 마스터의 요청대로입니다.”
“그래? 그 외에 다른 건 없었나?”
“네. 팔과 다리에 무장이 추가되었습니다.”
“무장?”
신의 눈썹이 꿈틀했다.
“네. 오른팔에는 빔 사벨, 왼팔에는 빔 캐논. 그리고 양다리에는 미사일 포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신의 시선이 유이에게 꽂혔다.
“아~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알았다고. 약속 어긴 거 인정하니까, 3일 동안 신의 돌(Doll)이 되어줄게!”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나도 정리할 게 좀 있어서, 내일 아침부터 해도 될까?”
“군부 쪽 일인가?”
유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 답했다.
“알았네. 내일 아침 10시쯤 오겠나?”
“오케이. 전용 프로그램 제대로 짜서 올게.”
다음 날.
하야사카 저택 앞.
자신의 33R을 타고 나타난 유이.
“그럼 하이네, 뒤를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십시오.”
하이네가 차를 몰고 떠났다.
“…하아, 가볼까.”
유이는 저택 문을 열고 로비로 들어갔다.
하야사카 저택 로비.
신과 루이, 루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이 여사, 시작할까?”
“…응. 근데 어디까지나 가상 프로그램상의 돌이니까, 기간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다?”
“알고 있네.”
신은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일단 수긍했다. 유이는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케이블을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연결했다.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던 유이가 말했다.
“…그럼, 간다.”
엔터 키를 누름과 동시에 유이는 눈을 감았다. 케이블을 뽑고 노트북을 끈 뒤, 다시 눈을 뜬 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을 바라보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마스터. 저는 메탈 돌 메이드 루나입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루나인가. 그럼 루나가 가지고 있는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어라.”
“YES, Master.”
루나는 그 자리에서 옷을 벗고 루나가 건넨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었다. 옷을 다 갈아입은 루나를 보며 신이 물었다.
“루나, 어떠냐? 그 옷은.”
“네, 몸에 착 달라붙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마스터.”
그 말에 신이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래. 루이, 루나(원래 루나). 너희는 통상 업무로 복귀해라. 루나(유이), 너는 나를 따라와라!”
““네, 마스터.””
“YES, Master.”
루나는 신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신의 개인실.
소파에 앉은 신과 그 앞에 선 루나.
“루나, 네 이름과 존재 의의, 그리고 네 마스터가 누구인지 말해봐라.”
“네. 제 이름은 루나. 존재 의의는 마스터를 모시고 봉사하는 것. 저의 마스터는 하야사카 신 님입니다.”
신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번졌다.
“루나, 너는 내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맞지?”
“YES, Master. 저는 마스터의 명령에 절대 복종합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에 신은 더욱 즐거워 보였다.
“마스터, 왜 그러십니까?”
루나가 의아한 듯 묻자 신이 대답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부를 때까지 프로그램된 업무나 하고 있어라.”
“Yes, Master.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루나가 정중히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신은 루나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날 밤.
하야사카 저택 로비.
신, 루이, 루나(원래), 그리고 루나(유이)가 모였다.
“그럼 나는 루나와 외출할 테니 뒷일을 부탁한다.”
“네.”
루이가 대답했다.
“다녀오마.”
““다녀오십시오.””
두 메이드의 배웅을 받으며 신과 루나가 저택을 나섰다. 밖에는 검은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차 안.
차가 출발하자 루나가 입을 열었다.
“마스터,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대답할 수 있는 범위라면 알려주마.”
“감사합니다. 이 차는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그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요?”
신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그건 가서 확인해라. 한마디로 비밀이다. 둘 다 말이지.”
“…알겠습니다, 마스터.”
차는 어둠을 뚫고 계속해서 달렸다.
30분쯤 지났을까, 어느 대저택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신과 루나가 내렸다. 그곳에는 한 남성과 메탈 돌 한 기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신, 오랜만에 불러줘서 고맙군. 나나 내 돌이나 아주 기대하고 있었다고.”
마중 나온 남자가 말을 건넸다.
“겸손 떨지 마라. 안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겠지?”
“그렇지. 그럼 ‘심연의 연회’를 시작해볼까, 신.”
일행은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건물 내부.
로비.
그곳에는 여러 명의 남성과 그들을 수행하는 메탈 돌들이 있었다. 신은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 로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동지 여러분. 오늘 밤 갑작스러운 호출에도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밤은 각자의 메탈 돌을 서로 뽐내는 자리를 가져봅시다. 그럼, 시작하죠.”
신의 선언과 함께 모임이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신과 루나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마스터, 이분들은 누구십니까?”
“메탈 돌을 사랑하는 자들의 모임이다. 왼쪽부터 히지리와 그의 돌 룬. 그 옆은 미코토와 그의 돌 듀란. 다음은 여성 마스터인 하즈미와 그녀의 돌 헤븐. 마지막은 신(Shin)과 그의 돌 카렌이다.”
“Pi, 메모리에 세트. 등록 완료했습니다.”
루나의 말에 신(Shin)이 물었다.
“신(Hayasaka). 그녀의 이름은 무엇인가?”
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본인에게 직접 자기소개를 시켜볼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나가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루나. 마스터 하야사카 신을 모시는 메탈 돌 메이드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오늘 밤의 장난감은 그녀로 결정됐군.”
“이의 없다.”
히지리의 말에 신(Shin)이 동조했다. 그때 하즈미가 불쑥 물었다.
“신, 하나 물어봐도 될까?”
“하즈미 양, 얼마든지.”
“고마워. 저 루나라는 애, 전투용이야? …아니, 올라운드 타입이라고 해야 할까?”
하즈미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하즈미 양, 정답이다. 루나는 올라운드 타입이지.”
“역시.”
하즈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그러나, 하즈미 양?”
“아, 아니야. 그것보다 히지리, 준비는 됐어?”
히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지하로 가자. 거기에 준비해뒀다.”
일행은 지하로 이동했다.
―Another Character Story―
IN
―하즈미―
하야사카가 새로운 돌을 데려왔다.
이름은 루나.
하지만 나는 루나의 외모를 보고 그녀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주 먼 옛날, 함께 싸웠던 성기사의 모습을.
그저 닮은 사람일 뿐이기를.
나는 그저 그렇게 바랄 뿐이다.
OUT
엘리베이터를 내려 통로를 지나자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히지리를 제외한 모두가 그 규모에 압도당했다.
“히지리, 이런 거대한 공간을 어떻게 만든 거야?”
미코토가 묻자 히지리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미코토, 무츠키 가문은 대대로 부자, 아니 대부호다.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
“그래서 여기서 뭘 할 생각이지?”
“내 룬, 하즈미의 헤븐, 그리고 하야사카의 루나. 셋 다 전투용이잖아?”
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군. 그럼 1 대 2로 룬과 헤븐이 팀을 먹는 건 어떤가?”
“자신만만하군, 하야사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루나, 전투용 프로그램을 기동할 수 있나?”
“YES, Master.”
루나가 프로그램을 검색했다.
“프로그램 확인. 발키리 프로그램 Wake UP.”
그 순간 루나가 푸른 신장기를 둘렀다. 여기저기서 경악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헤븐, 가라.”
하즈미의 명령에 헤븐이 앞으로 나섰다.
“룬, 무리하지 마라.”
“네.”
히지리의 말에 룬도 나섰다.
“루나, 적당히 해라.”
“YES, MASTER.”
루나와 두 기의 돌이 대치했다. 히지리가 신호를 보냈다.
“시작!”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루나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룬을 날려버렸다. 벽에 처박힌 룬이 손상 부위를 보고했다.
“삐―. 등 및 복부 손상. 손상률 13%. 전투 속행 가능.”
룬이 일어서자마자 거대한 기의 덩어리가 날아왔다.
“페더 실드!”
헤븐이 비트를 사출해 룬의 앞에서 가드했다. 기의 덩어리가 흩어지자 검을 든 루나가 눈앞에 있었다. 헤븐은 빔 소드로 루나의 공격을 막아내고 그녀를 튕겨냈다.
루나가 뒤로 물러나 착지하자, 이번엔 헤븐의 비트들이 몰려왔다.
“무선 유도 병기(비트) 확인. 실드 전개.”
루나는 다방면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완벽히 막아낸 뒤 실드를 해제했다. 그 찰나, 룬의 기습에 루나가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헤븐이 추격하려던 순간, 루나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헤븐의 뒤에 서 있었다.
“TARGET을 LOCK. 격파합니다.”
루나는 헤븐을 잡아 벽에 내동댕이쳤다. 이어 룬을 매섭게 노려봤다.
“NEXT TARGET, LOCK.”
루나가 룬을 향해 돌진하자 하즈미가 소리쳤다.
“안 돼! 폭주하고 있어!”
그 직후 루나가 룬의 얼굴을 움켜쥐고 그대로 벽에 처박아버렸다.
“TARGET의 격파를 확인.”
루나의 몸 곳곳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녀는 그대로 쓰러졌다. 마스터들이 각자의 돌에게 달려갔다.
“세상에, 손상률 70% 초과야. 히지리, 룬은?”
“60%가 넘었어.”
“그렇구나. 신, 루나는?”
히지리의 물음에 하즈미가 대신 답했다.
“오버히트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근데 방금 그건 대체 뭐였지?”
“추측일 뿐이지만, 충격으로 인한 오작동 아닐까?”
신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신, 걱정 마. 내 헤븐이나 히지리의 룬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어. 비싼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면 돼. 우리가 알아서 고칠게.”
하즈미의 말에 신이 제안했다.
“미안하군. 그럼 내일 우리 집으로 오지 않겠나? 이번 일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루나를 가지고 놀게 해줄까 하는데, 어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군. 그럼 내일 우리 집에서 보지.”
그렇게 그날의 모임은 끝이 났다.
하즈미의 개인실.
헤븐과 컴퓨터를 연결해 전투 데이터를 분석하던 하즈미가 중얼거렸다.
“…역시, 이 전투 방식은 그녀와 똑같아. 그렇다면 그녀는….”
하즈미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ACT 5로 계속
무츠키 히지리(男)
극동 지구에 거주하는 남성. 신과 마찬가지로 메탈 돌에 정통하며 군부 소속이다. 특수기동부대의 테스터를 맡고 있다. 소유 돌은 ‘룬’.
쿠가 미코토(男)
히지리와 마찬가지로 극동 지구에 거주하는 남성. 메탈 돌에 정통하지만 군부 소속은 아니다. 소유 돌은 ‘듀란’.
신 하티스(男)
극동 지구에 사는 외부 이주자. 일본어에 능숙하다. 소유 돌은 ‘카렌’.
시라이 하즈미(女)
극동 지구 군부 연구부 소속 여성. 실비아와 아는 사이인 듯하다. 소유 돌은 자신의 인격 데이터를 피드백시킨 ‘헤븐’. 유이의 과거를 알고 있는 눈치다.
그리고 ACT 5 없이 여기서 연중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