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하리켄 류
드라마 협력: MC 마니아, Rui, 인형사
일러스트: 하리켄 류, 다이테츠
20년 넘게 미소녀를 로봇으로 개조하는 데 집착해 온 하리켄 류 선생의 첫 소설입니다. 직접 그린 삽화까지 곁들여 보내주셨네요. 선생의 전작 『격살! 우주권』에서 활약했던 ‘컴뱃 돌’의 프로토타입으로 개조된 소녀, ‘케이트 패트릭스’를 주인공으로 한 외전 격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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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XX년, 마침내 성간 전쟁의 포화가 터졌다. 외우주의 성간 연합 국가 ‘제다 바스큐레제 연합군’의 침공에 맞서, 지구 국제평화기구는 방위군을 조직해 처절한 반격에 나섰다.
이곳 ‘보피 사’는 방위군의 군수 산업을 독점하며 수많은 살상 병기를 찍어내 온 곳이다.
“어떻게 됐나? 완성은 언제쯤이냔 말이야!”
보피 사 개발과학부 내 ‘무라카미 연구실’에 굵직한 호통 소리가 울려 퍼졌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책상 네 개와 무라카미 박사의 전용 책상이 놓인 방. 응접실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 선글라스를 낀 채 담배를 꼬나문 장군급 군인이 박사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왜소한 체구의 무라카미 박사에 비해, 그 군인은 마른 체격임에도 키가 훌쩍 커서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 옆에는 K-1 파이터 뺨치게 떡대가 좋은 호위병 둘이 터미네이터마냥 버티고 서 있었다.
박사의 조수 중 한 명인 케이트 패트릭스는 저 무시무시한 군인들 틈바구니에 낀 박사가 안쓰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AI 시스템에 아직 약간의 난점이 있어서….”
박사는 군인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다녀왔습니다~!”
그때, 분위기 파악 못 하는 해맑은 목소리와 함께 또 다른 조수 하기노 마이코가 들어왔다. 케이트는 질겁하며 마이코의 입을 틀어막았다. 둘 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여성이지만, 조심성 많은 케이트와 달리 마이코는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였다.
케이트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방위군의 키시다 장군이 또 오셨다고!”
그러자 마이코의 눈이 반짝였다. “키시다? 작년에 지구 최초로 본격적인 우주 함대를 지휘해서 해전을 치렀던 그 제독님? 와, 대박… 진짜 멋있다.”
하지만 케이트가 보기에 키시다 사령관은 ‘일본의 크리스토퍼 리나 피터 쿠싱’이라 불리는 흡혈귀 배우를 닮은 외모일 뿐, 성격은 영 꽝이었다. 그저 안하무인인 군 고위 간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 회사도 로봇 참 많이 만들었지만, 이번엔 진짜 사람 같은 로봇 병사라니. 드디어 SF 애니메이션 세상이 오는 건가~?”
케이트의 친구이기도 한 마이코는 보피 사 협력업체 사장의 외동딸이다. 어릴 적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는데, 아버지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똑 닮은 로봇을 만들었다고 한다. 마이코는 그 엄마 로봇을 상대로 자라왔기에 인간형 로봇이 꽤나 친숙한 모양이었다.
어릴 때는 “엄마가 인형이 됐어!”라고 믿었다나 뭐라나. 케이트도 실물을 본 적이 있는데, 그냥 움직이는 마네킹 같다는 인상밖에 없었다.
영국에서 유학 와 로봇 공학을 전공하고 보피 사에 취업한 케이트는 그동안 병기 제조용 암(Arm) 형태나 전장 투입용 소형 전차 로봇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녀의 윤리관으로는 ‘신이 자신의 형상을 본떠 만든 것이 인간인데, 인간이 감히 신을 흉내 내어 자신을 닮은 무언가를 만드는 건 신성모독’이라는 거부감이 자꾸만 고개를 들었다. 한편으로는 ‘기계를 어디까지 인간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아무튼, 나머지는 알아서 잘해봐!”
키시다 사령관은 호위병 둘을 데리고 쌩하니 방을 나갔다.
“박사님….”
케이트와 마이코는 고개를 떨군 무라카미 박사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키시다 사령관이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케이트나 마이코가 합류한 건 최근이지만, 사실 인간형 로봇 병사 ‘컴뱃 돌’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는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런데 아직 시제기조차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컴뱃 돌은 지상과 우주 공간 모두에서 전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모선에서 단일 위치 에너지로 초탄을 결정짓고, 고기동 운동을 수행할 수 있는 고출력 엔진 개발과 동시에 초경질 경량 합금 개발도 병행되었다. 합금 분자를 순식간에 응고시켜 유리처럼 결집시킨 ‘텍타이트 합금’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합금을 외장재로 쓰면서 도탄 효과를 고려해 곡면 위주로 디자인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형태는 ‘여성형’이 되었다. 이 여성형 바디에 들어갈 만큼 엔진 소형화도 끝났다. 그러니 시제기 한 대쯤은 벌써 나왔어야 한다는 게 키시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박사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었다. 민첩한 고기동 운동과 범용적인 움직임을 제어하려면 인공지능에 엄청난 용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반사신경 같은 전달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박사의 말마따나 “인간의 뇌와 융합해서 사용해야 할 정도”의 난제였다.
물론 기계에 인간의 뇌를 합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존엄과 윤리를 중시하는 케이트는 박사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에 마음이 더 무거웠다.
나흘 뒤, 케이트는 박사의 심부름으로 키시다 사령관이 있는 ‘블랙 베이스’로 향했다. 신분 확인과 절차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겨우 기지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넓디넓은 기지 안은 삼엄하기 짝이 없었다. 거대한 우주 전투 모선과 상륙함들이 산더미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처음 와보는 군사 기지의 위용에 압도된 케이트는 길을 잃고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그때 앞에서 젊은 여군 둘이 다가왔다. 케이트보다도 어려 보이는 소녀들이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제6문실로 가려는데 길을 잃어서요….”
금발에 양옆을 돌돌 만 머리를 한 소녀가 대답했다. “음~ 우리도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는데…. 레모네즈, 너 알아?”
옆에 있던 숏컷 금발 소녀가 답했다. “에휴, 미침. 저기 북쪽 건물 6층이잖아.”
양 갈래 머리 소녀가 “아, 맞다!” 하더니 케이트를 빤히 쳐다봤다.
“우후, 너 좀 귀엽게 생겼네?” 그러더니 윙크를 날린다.
“안 돼, 미침! 바람피우면 못써!”
이 둘, 대화하는 꼴이 영락없는 여고생이다. 군인 같지가 않아서 오히려 긴장했던 케이트의 마음이 조금 풀렸다.
우여곡절 끝에 제6문실 응접실에 도착하자, 곧 그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시다가 누군가와 대화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상대는 여자인 모양이었다.
“무라카미 그 친구는 신중한 게 아니라 그냥 우유부단한 거야! 그러니까 유이 양, 자네한테 맡기겠네!”
“그럼 제 독단으로 처리해도 될까요?”
“아직은 어렵겠지만, 그쪽으로 몰고 가겠네!”
말을 마친 키시다가 혼자 방으로 들어왔다.
“케이트 군…이었나. 무라카미한테는 나중에 직접 말하겠지만, 오늘은 일단 이것만 전해.” 키시다가 대뜸 내뱉었다.
“컴뱃 돌 시제기 제작, 다른 곳으로 넘긴다!”
“네?! 저희 연구실이 제외된 건가요?”
부탁받았던 컴뱃 돌의 주요 AI 시스템 데이터 등을 군부에 넘기고 케이트는 연구실로 돌아왔다.
키시다의 말로는 프로젝트에서 완전히 빠지는 게 아니라 주요 AI만 다른 곳에서 만든다는 거였지만,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박사에게 보고하자 그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며칠 뒤, 케이트는 박사로부터 “문제가 생겼으니 같이 가자”는 부탁을 받고 다시 ‘블랙 베이스’로 향했다.
박사는 “문제가 생겨서 ‘로리타 콰르텟’에게 의뢰하러 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로리타 콰르텟요? 무슨 아이돌 그룹 이름인가요?”
군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팀 이름에 케이트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터졌다.
“아니, 키시다 사령관이 조직한 여성 특수 작전팀 이름이다.”
박사는 진지하게 대답했지만, 케이트는 그 안하무인 장군의 네이밍 센스에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〇 연재 인사말
이 작품은 제 전작 『격살! 우주권』에 등장했던 여성형 사이보그 로봇 ‘컴뱃 돌’의 개발사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케이트는 원작에서 딱 두 컷밖에 안 나왔던 캐릭터라 저조차 잊고 있었는데, 이곳 관리인 인형사 님께서 “컴뱃 돌에 프로토타입이 있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다시 읽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인형공주 사이트’에서도 다뤄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채팅 드라마를 열어 단골인 MC 마니아 님, Rui 님의 도움을 받아 그 내용을 베이스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격살! 우주권』의 세계관이지만, 제 다른 작품들과도 연결해 두었으니 팬분들은 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처음 보시는 분들도 충분히 즐거우실 거고요.
…근데 이게 기존 설정에 끼워 맞추고 다른 얘기랑 연결하려니 앞뒤 맞추기가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후반부를 먼저 만들고 전반부를 나중에 끼워 맞춘 ‘스타워즈 프리퀄’을 만든 조지 루카스의 심정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웃음).
독자 여러분의 의견은 최대한 반영할 예정이니, 어떤 의견이나 감상이라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케이트는 박사와 함께 다시 ‘블랙 베이스’로 향했다. 그 오만한 키시다 사령관을 또 봐야 한다니 벌써부터 우울했다. 분명 또 박사에게 억지스러운 요구를 해댈 게 뻔했으니까.
응접실에서 기다리자 키시다와 제복 차림의 소녀 넷이 들어왔다. 키시다는 여전히 퉁명스럽게 소개했다.
“얘들이 로리타 콰르텟이다.”
그러자 소녀들 중 둘이 케이트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어? 너…!”
케이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며칠 전 기지에서 길을 알려줬던 그 여군들이었다.
“아… 그때는 감사했습니다.” 케이트가 당황하며 인사하자, 양 갈래 머리 소녀가 넉살 좋게 말을 걸었다.
“이제 같이 일하는 거야? 잘 부탁해! 난 미침 카리아.”
“아는 사이인가? 잘됐군.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키시다가 말을 뚝 끊으며 본론을 꺼냈다.
“어떤 기획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그러더니 소녀들을 향해 덧붙였다. “너희도 알아두는 게 좋으니 설명하겠다.” 구체적인 내용은 박사가 이어받았다.
“기획 내용은 내가 설명하지. 케이트 군, 견본품을.”
“네, 박사님.” 케이트가 소형 장치와 금속 덩어리를 내놓았다.
“이건 내가 개발한 초소형 고출력 엔진과 외장에 쓰일 초경질 경량 텍타이트 합금이다. 합금을 증발시킨 뒤 순식간에 냉각해 유리처럼 굳힌 거지.”
케이트가 내민 금속은 마치 투명한 유리가 섞인 듯 묘한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
“이걸 사용해 방위군과 공동으로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신형 로봇 병기 ‘컴뱃 돌’을 곧 제조할 예정인데….”
“와, 예쁘다! 이렇게 아름다운 금속으로 로봇을 만든다니, 꼭 보고 싶어!”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떠드는 미침을 ‘마리’라고 불리는 리더 격인 일본인 여성이 눈총을 주어 입을 다물게 했다. 키시다가 말을 이었다.
“사실 이 견본품의 복제품이 유출된 모양이다. 너희가 조사해서 되찾아와라!”
키시다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보며 케이트는 솔직히 불안했다. 저런 여학생 같은 애들이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하지만 며칠 뒤,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겉보기와 달리 꽤 유능하다는 생각에 케이트는 조금 감탄했다. 그러다 문득 키시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희도 알아두는 게 좋다’라니…. 설마 컴뱃 돌이 완성되면 그녀들을 마스터로 삼아 조종사로 쓸 계획인 걸까? 민간인인 케이트가 알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제기 제작이 전부 다른 데로 넘어가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연구실에서 케이트가 박사에게 말을 건넸다. “머리 쪽 주요 부품만 타사 제작이고, 나머지는 예전처럼 우리가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박사의 표정은 어두웠다.
“로봇은 인간을 돕고 봉사하기 위해 존재해야 해. 어디까지나 정밀한 기계일 뿐이라고! 인격을 갖거나 인간과 똑같은 형상을 만드는 건 본래 허용돼선 안 되는 일이야. 키시다 같은 일본인들은 종교적 윤리관이 희박해서 그런 부분이 결여돼 있어.”
“어머, 박사님도 일본인 아니세요?”
“난 일계 2세고 성인이 될 때까지 미국에서 살았어. 게다가 세례까지 받은 크리스천이라고.”
“아, 그랬군요. 실례했습니다, 지미 무라카미 박사님.”
케이트는 박사의 고민이 역시나 자신과 같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휴일, 케이트는 동료 마이코의 초대로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마이코의 아버지이자 보피 사 협력업체 사장인 하기노 쥬조, 그리고 마이코의 남자친구 이노카와 이와오도 응접실에서 쉬고 있었다.
“역시 박사님, 그런 걸로 고민하고 계셨구나…. 미안해, 사실 난 어릴 때부터 『아톰』이나 『큐티 하니』 같은 안드로이드 만화를 보고 자라서 ‘인간이 인간을 만든다’는 게 문제라고는 생각도 못 해봤거든.”
마이코가 웬일로 진지하게 말했다.
“난 특히 로봇이랑 같이 자랐으니까.”
마이코가 리모컨 같은 장치의 스위치를 누르자, ‘부우웅’ 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여성형 로봇이 다가왔다. 글라스 파이버와 경합금으로 된, 관절 마디가 다 보이는 등신대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얼굴만큼은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조형되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기계적인 여성 목소리로 로봇이 인사했다.
“에이, 엄마~ 케이트 잊어버린 거야?”
“네가 엄마한테 케이트 군을 인식시키는 걸 깜빡한 거 아니냐?” 쥬조 사장이 거들었다.
“아, 맞다. 엄마, 얘는 케이트 패트릭스. 내 친구야. 인식해.”
“알겠습니다, 마스터 마이코 님. …삑! 케이트 패트릭스 님 인식 및 메모리 등록 완료.”
잠시 멈췄다가 다시 구동음을 내며 움직이는 이 로봇은, 마이코가 어릴 때 죽은 엄마 하기노 카즈미를 본떠 만든 선물이었다.
쥬조 사장이 말했다. “확실히 이걸 만들 땐 케이트 군이 말한 그런 고민은 안 했지. 하지만 나중에 나도 윤리적인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됐고, 결국 인간형 로봇은 이 ‘KAZUMI 2107’ 한 대로 끝내기로 했단다.”
그때, 로봇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와오가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마이코네 어머니, 진짜 미인이셨네요….”
“그럼~ 내가 어릴 때랑 똑같아, 로키. 뭐야, 우리 엄마한테 한눈파는 거야?”
남자친구 이름이 ‘이와오(岩男)’라서 ‘로키(Rocky)’라고 부르는 게 참 마이코다웠다. 덩치 좋고 투박한 청년 이와오는 학생 시절 브라질리언 주짓수 선수였다. 그래서 동료들이 “남자친구 방위군에 징집당하겠다!”며 놀려대곤 했지만, 워낙 성실한 덕분에 장인어른 될 분의 공인을 받고 집까지 드나드는 사이가 된 것이다.
휴일이 지나고, 케이트는 다시 박사의 대리로 ‘블랙 베이스’를 찾았다. 이번엔 혼자서 그 오만한 장군을 상대해야 한다니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이젠 길을 익혀서 사령관실까지 금방 도착했다. 케이트가 문을 두드렸다.
“무라카미 연구실의 케이트 패트릭스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그러자 평소답지 않게 당황한 키시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잠깐 기다려! 어, 어이…!”
그 소리 직후 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어린아이가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케이트는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중국 권법 시합에서나 볼 법한 차이나복을 입고 있었다.
“어… 넌 누구니?”
군 기지 사령관실에서 튀어나온 권법 소녀라니. 너무 비현실적인 광경에 멍해진 케이트가 묻자, 소녀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나? 이연운(리 옌운)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