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갸루 연구소의 호프만 씨가 보내준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인형사가 에피소드를 집필했습니다.
『2001년 5월 1일』
이곳은 러브호텔의 어느 방.
초로의 남성과 소녀가 정사에 빠져 있었다.
“……앗, ……응, ……으응, ……아앙, ……”
끼익, 끼익, 끼익, 끽.
“케이 짱, 아저씨 이제, 갈 것 같아…….”
초로의 남자는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듯한 얼굴로 소녀에게 매달렸다.
“앗, 안 돼. 오늘은 밖에다 해!”
쾌락에 몸을 맡기고 있던 소녀가 황급히 허리를 띄웠다.
“오옷!” 울컥, 울컥. 뽑아낸 남근이 펄떡이며 정액을 뿜어냈다.
“아앙,” 하복부에 닿는 뜨거운 감촉에 소녀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에이, 오늘은 이것뿐이야?”
남자가 내민 ‘용돈’을 보고 케이코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미안해, 케이 짱. 아저씨가 이번 달에 지출이 좀 많아서 그래. 다음엔 더 많이 줄 테니까, 오늘은 이걸로 좀 봐줘.”
초로의 남자는 제 몰골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소녀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음, 그럼 어쩔 수 없네. 다음엔 서비스 더 해줄 테니까 제대로 준비해서 와야 해?”
케이코가 가볍게 남자의 뺨에 입을 맞췄다.
(중요한 단골손님이니까, 이번엔 참아줄까.)
“아아, 아저씨가 다음엔 크게 쏠게. 기대하고 있어.”
자기 자식뻘인 소녀에게 키스를 받자, 남자는 얼굴을 활짝 펴며 소녀의 손을 잡았다.
“응응, 알았어. 아저씨.”
(좋아, 오케이, 오케이.)
그날 오후, 케이코는 친구인 카즈에와 패스트푸드점에 있었다.
“그나저나 진짜 잘 먹네……. 그러다 살찐다.”
두 번째 햄버거를 해치우고 세 번째로 손을 뻗는 케이코를 보며 카즈에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치만, ‘그거’ 하고 나면 배고픈걸.”
우물우물 입을 움직이며 네 번째 햄버거를 집어 드는 케이코.
“하아…… 고등학교 2학년 여자애가 할 소리는 아니네…….”
“에에에, 그렇지 않아! 카즈에가 뒤처진 거라니까!”
네 번째 버거를 입에 문 채, 케이코가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아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다 먹고 말해.”
“응, 우물우물…….”
(그래도 이 기집애, 이런 귀여운 얼굴로 ‘원조교제’ 같은 걸 잘도 하네…….)
친구인 케이코가 최근 들어 갑자기 돈 씀씀이가 좋아졌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응, 원교 시작했어.”
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을 때는 솔직히 할 말을 잃었다. 자신도 나름 ‘요즘 여고생’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원교’까지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근데, 그렇게까지 해서 돈 모아가지고 뭐 하려고?”
쉐이크를 다 마시고 한숨 돌리는 케이코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해외여행 가고 싶어! 호화 여객선 타고 우아하게 여행하는 거 있잖아.”
꿈꾸는 듯한 눈으로 말하는 케이코.
“에이, 근데 그런 걸 언제 가? 학교는 어쩌고??”
“그러니까 여름방학 전까지 자금을 다 모아둘 거야!”
때는 7월 초순. 소녀들이 고대하는 바캉스 시즌이 코앞이었다.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가야겠다!” 손목시계를 본 케이코가 갑자기 일어섰다.
“어, 설마 케이코, 지금부터?”
“응, 방금 휴대폰으로 메일 왔어. 26살 상사맨이래.”
케이코의 장사 수완과 활력에 감탄하면서도, 친구의 몸이 걱정되는 카즈에였다.
“근데 괜찮겠어? 그런 어디의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이랑 단둘이 있는 거…….”
“응, 괜찮아, 괜찮아. 그런 일 없게 신원 증명 확실히 된 사람만 메일 보낼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 안심해.”
케이코가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럼 더는 아무 말 안 하겠지만, 조심해.”
“응! 알았어. 그럼 안녕!”
가게 문을 열고 씩씩하게 달려가는 케이코의 뒷모습을 카즈에는 불안한 표정으로 배웅했다.
“안녕하세요! 케이코예요! 잘 부탁드려요!”
약속 장소에 있던 청년에게 케이코가 활기차게 인사했다.
쓰리피스 정장을 차려입은 온화한 인상의 청년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케이코의 인사를 받았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네가 케이코구나,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귀엽네.”
“에헤헤, 그래요? 그럼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케이코는, 청년이 이상하리만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끼익, 끼익, 끽…….
“헤에, 그래, 케이코 짱, 해외여행이, 가고 싶구나,”
케이코의 허리를 쳐올리며 남자가 띄엄띄엄 말을 걸었다.
“응, 맞아, 역시, 미국, 같은 데, 동경하게, 되니까,”
남자의 거친 움직임에 케이코의 말도 자연스레 끊어졌다.
“그럼, 내가, 보내, 줄게,”
“어, 정말? 아얏!”
팔에 느껴지는 통증에 케이코가 눈을 뜨자, 남자가 든 주사기가 자신의 팔에 꽂혀 있었다.
“어? 이게 뭐야??”
방금 전까지 쾌락에 젖어 있던 케이코의 사고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고, 약물은 끝까지 주입되었다.
“……앗…….”
순식간에 의식이 멀어지며, 케이코는 남자의 몸 위로 흐느적대며 쓰러졌다.
“후후후, 바보 같은 계집애…….”
남자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여기 가토다. 소체를 확보했다. 즉시 데리러 와라.”
그는 짧게 용건을 전했다.
한 달 후…….
“기동 시험을 실시한다. 섹스로이드 케이코 00-1호의 동력을 넣어라.”
작업대 위에 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케이코의 몸에 에너지가 주입된다…….
“삐- 삐빅…… 앗…… 여-기-는-어-디……? ……”
한 달 만에 의식을 되찾은 케이코는 자신의 몸 감각이 이상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발이 마치 내 것이 아닌 듯한 감각. 목소리도 뭔가 이상하다…….
“기동은 성공한 모양이군. 다음은 ‘명령 커맨드’ 테스트다.”
케이코의 당혹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토가 연구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앗…… 당-신-은…… 그-때-의…….”
가토의 얼굴을 인식하자 한 달 전의 기억이 메모리에 로드되었다.
“……나-에-게-무-슨…….”
말을 끝내기도 전에 케이코의 몸이 경직되었다. 명령 신호가 제어 장치로 흘러 들어와 의식을 차단한다.
“우선, 자위부터 시켜봐.”
“네. 커맨드 01을 실행하겠습니다.” 타닥타닥 커맨드를 입력하는 연구원.
“삐!”
케이코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몸이 일어나더니, 양손이 노출된 비부로 향했다…….
쿠츄, 쿠츄. 섹스로이드로 설계된 케이코의 보지는 기동과 동시에 윤활액이 분비되고 있었기에, 곧바로 음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아…….”
(……어-째-서…… 나-이-런-거…… 하-기-싫-은-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엄습하는 쾌락에 케이코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결함은 없는 것 같군. 좋아, 내일 수송편으로 보내야 하니까 포장 작업 서둘러.”
케이코의 상태를 확인한 가토가 연구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나가려 했다.
“……가-토-씨…… 나-어-떻-게…… 된-거-야……?”
자위 포즈 그대로 시선까지 고정된 케이코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가토에게 목소리만으로 물었다.
“말했잖아? 내가 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다만, 일본제 ‘섹스 인형’으로서 말이지. 하하하하!”
등 뒤로 가토의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그-럴-수가…… 나…… [로-봇]-이-돼-버-린-거-야……?”
자신이 로봇이 되어버렸다. 그 엄청난 충격에 빠질 새도 없이, 케이코의 스위치는 꺼져버렸다.
“……삐…… 안-녕-하-세-요…… 주-인-님…… 저-는-케-이-코-입-니-다…… 부-디-오-래-토-록-귀-여-워-해-주-세-요…….”
자신을 산 주인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케이코.
케이코를 구입한 사람은 미국에 본사를 둔 수입업체 사장이었다. 그는 유별난 일본 문화 애호가로 다양한 일본 제품을 수집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 거래처 상대에게 ‘일본제 섹스 인형’에 대해 듣고 곧바로 주문한 것이었다.
케이코를 사기 위해서는 고액의 회원권을 손에 넣어야 했지만, 눈앞에서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케이코를 보고 그는 “좋은 쇼핑을 했다”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인간이었다’는 사실은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 그것은 케이코의 뇌에 직접 각인된 ‘최우선 명령’이었다. 만약 발각될 경우 기밀 유지를 위해 머리에 설치된 고열 장치가 순식간에 뇌세포를 증발시켜 버린다.
“……이-런-몸-이-됐-지-만…… 그-래-도…… 죽-는-건…… 싫-어……!”
애초에 프로그램에 의해 ‘주인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 일체의 반항 금지’라는, 자유가 전혀 없는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버린 것이다. 차라리 이대로 주인에게 정성을 다해 귀여움 받는 쪽이 더 소중히 다뤄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섹스 인형이 되어버린 케이코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끼익, 끼익, 끼익.
“……아…… 아…… 기-분-좋-아-요…… 주-인-님…… 더…… 더…… 해-주-세-요…….”
주인이 원하는 체위, 원하는 신음 소리, 다양한 플레이에도 미소로 응하며 온 힘을 다해 그를 섬기는 케이코.
그도 그런 케이코의 기특함에 애착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주-인-님-이…… 왠-지…… 다-정-해…… 어-쩌-면…… 나-이-대-로…… 소-중-히…… 여-겨-질-지-도…… 몰-라…….)
단순한 ‘섹스 인형’으로 취급받던 케이코였지만, 그런 삶에서도 아주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희망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주인의 회사가 파산해 버린 것이다.
그의 전 재산이 압류되고 차례차례 경매에 부쳐졌다. 물론 케이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충격과 정비 불량 탓에 제대로 말도 못 하던 케이코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헐값에 팔려 나갔고, 변두리 사창가에서 손님을 상대하게 되었다.
어차피 ‘인간이 아닌’, ‘그저 섹스 인형’일 뿐이다. 싼 가격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명의 남자가 케이코의 몸을 범했다. 그것도 인간 여자에게는 할 수 없는 플레이를 즐기는 놈들뿐이었다…….
“……비…… 비…… 가…… 가가…… 아…… 아…… 으…….”
케이코가 ‘망가지기’까지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피트, 이것 봐! 이런 게 떨어져 있어!”
“우와, 이거 대박인데. 리얼해! 마치 사람 같잖아.”
희귀한 물건을 발견하고 흥분한 아이들의 발치에는, 양팔과 양다리가 없어진 채 마치 ‘달마’ 같은 모습이 된 케이코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쓸모없다’고 판단한 가게 주인이 재활용할 수 있을 법한 팔다리만 떼어내고 골목길에 내다 버린 것이다.
“피트, 이거 안 움직이나……?”
“응, 잠깐만. 배에 스위치가 달려 있으니까…….”
피트라고 불린 소년이 호기심에 케이코의 노출된 스위치들을 만지기 시작했다.
“비비빅! ……가가…….”
그때까지 미동도 없던 케이코의 눈이 떠지고, 입에서 노이즈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와아, 움직인다, 움직여!” 케이코의 모습에 좋아하는 소녀.
“이번엔 이 스위치다…….”
신이 난 소년은 케이코의 다른 스위치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가가…… 안…… 안-녕…… 하…… 하-세…… 요…… 주…… 주-인…… 님…….”
“말했다, 말했어! 야, 다른 것도 좀 말하게 해봐!”
“응, 그럼 다음엔 이건가?”
여자친구의 성화에 다른 대사를 하게 하려고 이것저것 스위치를 켰다.
“……빅…… 안…… 안-녕…… 하…… 하-세…… 요…… 주…… 주-인…… 님…… 님…….”
하지만 케이코는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은 대사만 반복할 뿐이었다…….
“에이, 뭐야, 재미없어. 역시 이거 고장 났네. 야 피트, 햄버거 먹으러 가자!”
아직 케이코를 더 만져보고 싶다는 표정의 소년의 팔을 소녀가 잡아끌었다.
“그러게, 햄버거 먹으러 갈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반값 할인 날이었다는 게 피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응응, 가자!”
고장 난 장난감 따위는 볼일 없다는 듯, 케이코를 내팽개치고 놀러 가버리는 아이들.
…………해…………
…………해……ㅁ……버…………
……거………………
버려진 케이코의 입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카……즈……에…………
…………호……화……여…………
……객………………
……선………………
…………여……행…………
…………미…………
……국………………
…………
거기서 케이코의 모든 기능은 완전히 정지했다.
눈을 크게 뜬 채,
다음 말을 이으려는 듯한 표정 그대로…….
『케이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