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트위터에 올렸던 글을 다듬은 버전입니다. 소꿉친구 여자애가 경기용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어 데뷔전을 치르는 이야기. 2019.8.4 추가: 본작 히로인의 휴머노이드 컬러링을 '선명한 레드와 실버'에서 '선명한 레드를 기조로 한' 설정으로 변경했습니다. 지독한 무더위가 이어지던 어느 여름날, 나는 서킷을 찾았다. 기계화 적성이 있는 인간을 소체로 제작되는 휴머노이드는, 팔다리에 전용 유닛을 장착하거나 아예 부위 자체를 교체함으로써 레이스 등에 출전하는 경기용 휴머노이드로도 발전해 있었다. 오늘 이 서킷에서는 경기용 휴머노이드 레이스 그랑프리가 열린다. 회장은 인파로 북적였고, 각 팀 부스에서는 출전 예정인 휴머노이드들이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관객과 팬들을 응대하거나 팀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팀 컬러를 입힌 외피를 두른 그녀들은 팀의 레이싱 모델인 동시에, 레이서이자 레이싱 머신 그 자체이기도 했다. 대형 팀들의 홍보 부스를 지나 목적지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매스컴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는 건 이번 레이스가 데뷔전인, 선명한 레드를 기조로 한 컬러링의 카와쥬 제작소제 레이싱 휴머노이드 KS250F0713NS. 제조 플레이트에는 소체명 '스즈사키 나츠미'라고 적혀 있다. 나는 그녀를 어릴 적부터 잘 알았다. 이른바 소꿉친구라는 녀석이다. 올해 초 레이싱 휴머노이드로 개조된 그녀는 오늘 이 순간까지 조정과 테스트 주행을 거듭해 왔다. 오늘 레이스가 첫 데뷔전인 그녀는 '현역 여고생 레이싱 휴머노이드'로서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활달하고 밝으면서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그녀는 초등학생 때부터 카트를 타며 레이스에 나가곤 했다. 승부욕이 강해 언제나 필사적으로 연습에 매진하던 그녀는, 몸이 약했던 내게 있어 영웅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연습 때나 경기 때나 나는 늘 그녀를 응원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이 끌렸다. 어느덧 레이싱 휴머노이드를 꿈꾸게 된 나츠미는 카트를 조종하던 레이서에서,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한 머신인 레이싱 휴머노이드라는 로봇이 되었다. 그 꿈을 이룬 것이다. 레이싱 휴머노이드로 개조되어 처음 서킷에 선 그녀를 보았을 때, 나는 그녀가 너무나 눈부시게 느껴졌다.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하며 이따금 미소 짓는 그녀는, 솔직히 미소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아이돌을 해도 충분할 정도였다.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매끄럽게 뻗은 팔다리. 발군인 프로포션은 전신을 빈틈없이 감싼 외피와 레드 컬러링 덕분에 더욱 돋보였다. 어릴 때부터 그녀를 봐온 나조차 필연적으로 눈길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몰려든 기자들이 흩어지기를 기다렸다가 부스로 들어갔다. "인터뷰 고생했어. 기자들 진짜 많더라." 『아우,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계속 교대로 오니까 끝이 안 나고, 질문 안 할 때는 음흉한 시선으로 훑어대질 않나.』 "하하하... 고생 많았네." 『...근데, 그 음흉한 시선 던지는 기자들 뒤에서 소타 너도 똑같이 내 가슴 보고 있었잖아?』 헉... 들켰다. 대충 얼버무려야 하나. "하하하... 설마." 『아니라고 못 할걸? 내 카메라 아이(Camera Eye)가 음흉한 눈빛을 보내는 소타의 모습을 똑똑히 포착했거든. 원한다면 기록된 거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줄까?』 약간 기분 나쁜 표정의 그녀가 얼굴을 바짝 들이댄다. 증거까지 잡혔으니 더 이상 발넙은 무리다. "미안, 보고 있었어... 아얏!!" 꿀밤을 맞았다. 이마에 찡한 통증이 퍼진다. 나츠미는 승리감에 도취된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처음부터 순순히 인정했으면 이 꼴은 안 났을 텐데. 참 나, 맨날 같이 있으면서 왜 그렇게 내 몸에 관심이 많을까?』 나츠미는 내게 몸을 과시하듯 포즈를 취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외피에 싸인 몸에서 '뽀득, 뽀득' 하는 독특한 마찰음이 났고,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또 음흉한 표정 짓네. 너, 내가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뒤로 맨날 그러더라?』 더 이상 밑천이 드러나기 전에 화제를 돌려야 한다. "미안, 미안. 그나저나 드디어 실전이네." 『그러게. 나 이제 테스트 주행 해야 하니까 준비 들어갈게.』 그렇게 말하며 부스를 나서는 그녀를 따라 함께 피트로 향했다. 일단 관계자 자격으로 피트 출입 허가는 받아둔 상태였다. 피트에는 정비 스태프들이 대기하며 나츠미를 한 대의 레이싱 머신으로 완성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츠미가 피트에 설치된 레이싱 휴머노이드 전용 크래들에 서자 그녀의 몸이 고정되었고, 뒷덜미에 케이블이 연결되었다. 그동안에도 우리는 스태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갔다. 나츠미의 팔다리가 분리되고 대신 전용 주행 유닛이 장착되었다. 조금씩 그녀의 표정이 굳어가는 게 보였다. "저기, 역시 긴장돼?" 『이상하지, 로봇인데 긴장을 다 하고...』 "오늘은 나츠미가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고 나서 치르는 첫 데뷔전이니까 당연히 긴장되지. 괜찮아, 나츠미라면 분명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로봇이 됐어도 나츠미는 나츠미잖아. 평소 실력대로 해봐." 나는 나츠미가 레이싱 휴머노이드로 개조된 뒤 오늘 이 날을 위해 계속해서 조정과 테스트 주행을 반복해 온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분명 괜찮을 것이다. 크래들에서 뻗어 나온 암(Arm)이 나츠미의 머리를 잡자, 그녀의 자랑거리인 긴 머리카락이 위로 들리며 안쪽에 기계화 뇌를 수납한 헤드 유닛이 드러났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나츠미가 정말 로봇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난다. 이어서 머리에는 헬멧 형태의 장갑이 장착되었다. 서서히 나츠미의 몸이 레이싱 머신으로 변해갔다. "나 말이야, 나츠미를 정말 존경해.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나랑 다르게, 활달하고 지기 싫어하고... 레이스에서 이기려고 필사적으로 카트 연습하던 모습 보면서 항상 용기를 얻었거든. 꿈이었다곤 해도 진짜 로봇이 되다니 정말 대단해. 나츠미는 오늘을 위해서 계속 준비해 왔잖아. 그러니까 분명 잘 될 거야! 레이스 힘내!" 『고마워. 마음이 좀 편해졌어.』 "그리고... 이왕 말 나온 김에 하는 소린데,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뒤로도 오늘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나츠미를 보면서 뭐라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 들더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머릿속에서 나츠미가 떠나질 않아. 계속 나츠미 생각만 하게 돼. 하하하, 아무래도 나, 나츠미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 『소, 소타 너...』 나츠미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입술을 달싹였다. "이봐, 레이스 직전인데 KS250F0713NS의 감정 프로그램에 동요를 주는 행위는 삼가줬으면 좋겠군. 그녀는 우리 팀의 중요한 머신이야. 레이스에 방해되는 짓을 하겠다면 나가줘야겠어." "죄송합니다." 정비 스태프에게 혼이 나고 말았다. 나츠미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주변에 스태프들이 잔뜩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한 건가 싶어 나도 창피해졌다. 주행 유닛 장착이 끝났다. 양팔 끝에는 손바닥 대신 바퀴가 달려 있었고, 무릎 부분에도 팔 끝에 달린 것보다 큰 바퀴가 장착되었다. 가슴에는 튀어 오르는 돌 같은 이물질로부터 손상을 막기 위해 그녀의 풍만한 가슴 모양을 본뜬 장갑이 씌워졌다. 나츠미는 크래들에서 내려오더니 주행 유닛이 달린 양팔로 내 몸을 감싸듯 가두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소타, 고마워. 괜찮다면 레이스 끝나고 아까 했던 이야기 마저 들려줄래?』 "응. 이런 타이밍에 말해서 미안해." 나츠미는 코스 쪽으로 향하더니 그 자리에 엎드려 팔다리에 달린 바퀴를 지면에 밀착시켰다. 네 발로 기어가는 듯한 자세로 나를 돌아본다. 『소타 마음, 확실히 받았으니까. 나 열심히 할게. 응원 제대로 해줘야 해!』 "응, 파이팅!" 나츠미의 표정은 평소처럼 자신감 넘치고 승부욕 있는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 그대로 굳어지더니, 이윽고 영혼이 빠져나간 듯 무표정해지며 헤드 유닛의 바이저가 내려와 얼굴을 덮었다. 투명한 바이저 너머로 보이는 나츠미의 표정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KS250F0713NS, 레이싱 모드로 이행합니다... 완부 주행 유닛 접속 확인, 각부 주행 유닛 접속 확인, 흉부 보호 아머 장착 확인. 이어서 코스 데이터 로딩을 개시합니다...』 나츠미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무기질적인 기계음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츠미가 내가 잘 아는 소꿉친구에서, KS250F0713NS라는 레이스 승리를 위한 레이싱 머신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주변 스태프들에 따르면 문제없이 기동되었다고 한다. 케이블이 연결된 채 잠시 조정을 받던 그녀의 등 커넥터에 커다란 소켓이 꽂혔다. 『에너지 충전을 개시합니다...』 충전 케이블이 연결된 나츠미의 몸은 그 자세 그대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충전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테스트 주행을 위해 코스로 튀어 나갔다. 선명한 레드 컬러를 뽐내는 나츠미―― 레이싱 휴머노이드 KS250F0713NS는 테스트 주행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주행으로 코스를 질주했다. 순조로워 보였다. 그녀의 주행을 보던 옆의 정비 스태프가 입을 열었다. "훌륭한 주행이야. 소체의 성능을 아주 잘 끌어내고 있어. 마치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기 위해 태어난 아이 같군." "그 정도로 대단한가요?" "아아, KS250F0713NS는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난 성능을 갖췄어. 코너링 제어는 완벽해. 우리가 보정 프로그램을 입력할 필요조차 없었을 정도니까. 나츠미 군이라고 했나? 소체가 되어준 그녀에게 감사하고 있어. 덕분에 이렇게나 훌륭한 레이싱 휴머노이드를 제작할 수 있었지." 이 스태프는 분명 나츠미의 개조에도 관여했던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 나츠미는 레이싱 머신의 부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가 칭찬받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전에 비슷한 일이 있어 나츠미와 이야기했을 때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난 이제 인간이 아니야. 지금의 난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한 레이싱 머신이야. 나츠미라는 소체의 의지로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거니까, 스태프들이 나를 머신으로 대하는 건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소타 너도 빨리 적응해.』 그래서 나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로 했다. 스태프들에게 그녀는 스즈사키 나츠미를 소체로 만든 레이싱 머신 KS250F0713NS겠지만, 내게는 그녀가 어떤 존재가 되든 나츠미는 나츠미다. 이 기세라면 나츠미는 본 레이스에서도 문제없이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진심은 나츠미가 말한 대로 레이스가 끝난 뒤에 다시 한번 전하기로 하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코스를 질주하는 붉은 레이싱 휴머노이드를 바라보았다. 끝 레이싱 휴머노이드 KS250F0713NS (소체명: 스즈사키 나츠미)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내 소꿉친구의 데뷔전~ - 누르면 열림
전작 <레이싱 휴머노이드 KS250F0713NS (소체명: 스즈사키 나츠미)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내 소꿉친구의 데뷔전~>의 뒷이야기. 작중에 등장하는 '기계화 노동사'는 rui76님의 작품군에서 친숙한 로봇 소녀들의 총칭입니다. 2019.8.4 추기: 본작 히로인의 휴머노이드 컬러링에 대해 '선명한 레드와 실버'라는 표현에서 '선명한 레드를 기조로 한'으로 변경했습니다. 아침, 집을 나서자 아직 여름의 기세를 꺾이지 않은 태양이 강렬한 햇살을 내리쬐기 시작했다. 나는 가방을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현관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 소타.』 "……안녕." 하복 세일러복 소매 끝으로 뻗어 나온, 광택 있는 선명한 레드로 채색된 가늘고 유연한 팔. 무릎 위까지 오는 스커트 끝에서 매끄럽게 뻗은 다리는 무릎 아래까지 검게 물들어 있었고, 포인트로 붉은 라인이 들어가 있었다. 그녀는 레드를 기조로 한 광택 있는 바디슈트 위에 그대로 하복 세일러복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턱을 감싸는 아머와 귀 부분의 안테나, 그리고 스피커를 통한 듯한 전자음 목소리. 그래, 내 소꿉친구인 나츠미는 휴머노이드다. 나츠미는 초등학생 때부터 레이싱 카트로 레이스에 출전해 왔고, 올해 초 레이싱 경기에 쓰이는 휴머노이드, '레이싱 휴머노이드'로 개조되었다.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는 것을 꿈꿔왔던 그녀는 얼마 전 열린 레이스에서 데뷔하며 멋지게 그 꿈을 이뤄냈다. 참고로 스즈사키 나츠미라는 건 그녀가 인간이었을 때의 소체명이고, 레이싱 휴머노이드로서의 정식 명칭(고유 식별 번호라고 한다)은 KS250F0713NS다. 나는 예전처럼 나츠미라고 부르지만, 나츠미가 소속된 레이싱 팀 스태프들은 KS250F0713NS라고 부를 뿐 나츠미라고 부르는 일은 거의 없다. 아니, 오히려 나츠미의 정비 스태프는 그녀를 팀의 레이싱 머신이나 머신의 제어 유닛으로 취급한다. 나츠미 자신도 레이싱 휴머노이드로 개조된 후로는, 개조되기 전의 자신을 '내 소체'라고 표현하거나 지금의 자신을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왠지 졸려 보이네. 또 늦게까지 게임이라도 한 거야?』 "응, 좀……. 하아암……." 내가 자전거에 올라타자 나츠미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바구니에 넣었다. 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속도를 맞춰 옆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나츠미는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후로 등하교 때는 주행용 유닛을 장착하고 통학하게 되었다. 스커트 아래로 뻗은 다리의 발끝부터 무릎까지 부츠처럼 감싸듯 장착된 주행용 유닛의 발바닥과 뒤꿈치 부분에는 구동용 바퀴가 달려 있다. 컬러링은 나츠미의 바디 컬러에 맞춰져 있었다. 이 주행용 유닛은 패트롤로이드나 배송용 휴머노이드가 장착하는 것과는 달리 간이형이라 모터 출력이 작고 속도도 자전거와 비슷한 정도밖에 나지 않아서, 어깨나 허리에 깜빡이를 달거나 번호판을 붙일 필요는 없다고 한다. 자전거와 비슷한 감각으로 쓸 수 있다는 모양이다. 『정말이지……. 정신 좀 차려!』 팍, 하고 나츠미가 때리는 충격이 내 등에 전해진다. "다음부턴 조심할게……." 얼마 전 열린 나츠미의 레이싱 휴머노이드 데뷔전 때, 나는 나츠미에게 품고 있던 마음을 솔직하게 전했다. 정확히 말하면 나츠미가 '레이싱 모드'라는, 완전한 레이싱 머신으로서 기동하기 직전에 어정쩡한 형태로 고백한 것이다. 그녀는 나중에 뒷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지만, 이런저런 일이 겹쳐 말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나츠미와는 어릴 때부터 늘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어정쩡한 고백이었을 뿐이라 관계가 크게 변할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계기로 나츠미와의 스킨십이 늘었다. 예전보다 나츠미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엉겨 붙게 되었고, 처음으로 팔짱을 껴줬을 때는 정말 기뻤다. 나츠미 자신이나 팀 사람들은 그녀를 로봇, 레이싱 머신으로 취급하지만, 나는 소꿉친구이자 소중한 여자친구로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츠미를 대하고 싶다.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아니, 그냥 생각 좀 하느라……." 『또 야한 망상이라도 한 거 아냐……?』 "아, 아냐! 그, 그게…… 주행용 유닛 달고 레이스에서 달릴 때는 어떤 기분인가 싶어서……." 나츠미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잘 둘러댄 모양이다. 『으음, 레이스에서 달릴 때의 나는 레이싱 모드가 되어버리니까 별로 의식이 없다고 해야 하나,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로딩된 코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명령 같은 걸 한결같이 처리할 뿐인 느낌이야.』 "명령을 처리한다니, 정말 컴퓨터 같네." 『그야 당연하지. 레이싱 모드일 때의 나는, 내 소체가 된 스즈사키 나츠미의 레이서로서의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그 시점의 머신 상태에 대해 항상 최적의 처리를 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걸. 레이스 중의 나는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한 머신일 뿐이야. 감정 같은 건 없어.』 나츠미는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왠지 내 소꿉친구인 나츠미가 먼 존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맞다, 내 정비 스태프가 그러는데, 나를 지금까지 봐온 레이싱 휴머노이드 중에서 특히 고성능 기체라고 칭찬해 줬어! 소체의 특성을 잘 끌어내고 있다고 말이야!』 어디까지나 자신을 레이싱 머신으로서, 만면에 미소를 띠며 기쁘게 말하는 나츠미를 보니 조금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건 그렇고, 레이싱 모드가 아니라 지금의 나츠미로서 달릴 때도 있잖아? 그때는 어떤 느낌이야?" 『퍼스널 모드로 달릴 때는 당연히 감정이 있지.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건 기분 좋고, 카트를 탔을 때보다 훨씬 내 마음대로 달릴 수 있어서 정말 최고야! 처음 퍼스널 모드로 코스를 달렸을 때는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하는 나츠미는 아까보다 눈을 더 반짝이고 있었고, 내 안의 복잡한 마음은 조금씩 옅어졌다. 나츠미가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표정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시야에 파란색 간판의 편의점이 들어왔다. 그 순간 샤프심이 다 떨어졌다는 게 생각났다. 어제도 나츠미에게 빌렸으니 이제는 직접 사야 한다. "미안, 잠깐 저기 편의점 좀 들러도 돼?" 『상관없는데, 뭐 사게?』 "샤프심 사야 한다는 게 생각나서." 『어휴, 못 살아. 어제 집에 갈 때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안 샀다니. 그때부터 겨우 14시간 46분 27초밖에 안 지났거든? 학교 도착하기 전에 생각났으니까 봐주겠지만. 나도 가는 김에 뭐 좀 살까.』 역시 휴머노이드. 초 단위까지 정확히 기억하다니. "초 단위로 기억하다니 대단하네……." 『별거 아냐. 그냥 어제의 기억 데이터를 참조했을 뿐이야. 지금의 나는 내 소체가 된 스즈사키 나츠미의 기억 정보도 데이터로서 완벽하게 이어받았으니까, 거짓말해 봤자 금방 들통난다고.』 "하하하……." 이거 참, 큰일이네……. 그런 대화를 나누며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대형 택배 회사의 초록색 컬러링을 한 휴머노이드가 점원에게 짐을 건네고 있었다. 나츠미처럼 다리에 주행용 유닛을 장착하고 어깨에는 깜빡이, 허리에는 번호판이 달려 있었다. 독특한 기계음 섞인 목소리와 영업용 미소로 카운터 점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며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니 '소포 운송·택배형 휴머노이드 HS-207TUF0623YA 소체명: 아이노 유카'라고 적혀 있었다. 요즘 가끔 눈에 띄기 시작한 휴머노이드였다. "요즘 휴머노이드가 된 사람이 꽤 늘었네. 방금 그 사람도 최근 이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것 같고. 난 아직 본 적 없지만 기계화 노동사도 늘고 있다며?" 『내가 HS-207TUF0623YA를 처음 본 건 우리 집 바로 근처에서 올해 5월 24일 17시 23분이야. 그때부터 오늘까지 10번 이상은 봤어. 앞으로 휴머노이드나 기계화 노동사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거고, 기계화 적성이 있는 사람 모집도 활발해지겠지.』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나왔다. 도중에 횡단보도에 서서 초등학생들의 행렬을 지켜보는 패트롤로이드 누나가 있었다. 나츠미가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기 전까지 내게 가장 친숙한 휴머노이드는 저 사람이었다. 『저기, 소타. 재다음 주 일요일에 시간 비어?』 "딱히 예정은 없는데. 왜?" 『그래, 그럼 그대로 비워둬.』 "무슨 일 있어?" 『그건 비밀!』 뭔가 생각난 듯 미소를 짓는 나츠미. 딱히 나쁜 일은 아닐 테니 더 캐묻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약속한 일요일이 왔다. [나츠미: 도착! 현관 앞에서 기다릴게] [소타: 지금 나가. 잠깐만 기다려] 왠지 여름인데도 긴팔 셔츠를 입고 오라고 했고, 지갑이나 스마트폰은 숄더백에 넣어 오라고 지정받았다. 모자는 필요 없단다. 이유를 물어도 비밀이라는 말뿐이라, 영문도 모른 채 현관 앞에 있을 나츠미에게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그곳에는 레이스 때와 같은 모습의 나츠미가 있었다. 선명한 레드를 기조로 한 바디슈트 형태의 외피에 감싸인 모습 그대로, 옷은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 통학할 때 쓰던 것과는 다른 주행용 유닛을 장착하고 있었다. 패트롤로이드가 장착하는 것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통학용 주행용 유닛과 같은 컬러링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양어깨에 공도 주행을 위한 깜빡이 내장 아머가 장착되어 있었고, 나츠미의 허리 쪽에는 브레이크 등과 번호판이 달린 파츠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그녀의 엉덩이 쪽에서 살짝 뒤로 튀어나오게 작은 시트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머리 쪽을 보니 레이스 때처럼 헬멧 형태의 두부 장갑으로 덮여 있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그 차림." 『드디어 왔네. 얼마 전에 내가 퍼스널 모드로 코스를 달릴 때 기분을 물어봤었지? 그거랑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감각을 소타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었어.』 "대체 어떻게?" 『뻔하잖아. 너를 등에 태우고 내가 달리는 거야. 마침 날씨도 좋으니까 산 쪽으로 투어링 가보지 않을래?』 나츠미는 수수께끼를 풀었다는 듯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보며 웃으며 헬멧을 건넸다. 『자, 어서 타. 너 태워주려고 면허도 따고 주행용 유닛이랑 그 헬멧도 샀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나츠미는 다리 주행용 유닛에 달린 풋 페달을 내리고, 어부바를 하듯 전경 자세를 취했다. "에, 괜찮겠어?" 『됐으니까 빨리 타라니까!』 나는 헬멧을 쓰고 나츠미가 재촉하는 대로 그녀의 뒤에 서서 양어깨에 손을 올리고 주행용 유닛의 페달에 발을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나츠미의 허리에 장착된 시트 부분에 걸터앉았다. 내가 업어주는 게 아니라 여자애한테 업힌다. 그것도 소꿉친구이자 여자친구가 된 애한테. 배덕감인지 미안함인지 모를 기분으로 가득 차 있는데 나츠미가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몸 떼지 말고, 내 등에 몸을 맡기고 양손을 내 배 쪽으로 돌려.』 "……그래도 돼?" 『괜찮으니까. 안 그러면 떨어져서 위험해!』 나는 천천히 나츠미의 등에 내 체중을 실었다. 그녀의 등, 충전 단자가 있는 백팩에 내 가슴팍을 밀착시키고 팔을 배 쪽으로 돌렸다. 손바닥에 나츠미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응, 그런 느낌. 허벅지로 내 허리를 조이고, 다리는 벌리지 말고 내 주행 유닛을 따라서 몸 전체를 내 몸에 밀착시켜줘.』 지금 내 자세는 나츠미의 몸에 뒤에서 완전히 매달려 밀착한 꼴이 되었다. 온몸으로 그녀의 여자애 특유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고 있다. 『그래, 그렇게. 그럼 처음엔 천천히 갈 테니까 그대로 꽉 잡고 있어.』 여자애에게 매달린 채 시내를 달린다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나츠미의 두부 장갑에 파묻었다. 바람과 함께 나츠미의 여자애 특유의 향기가 희미하게 감돌았다. 자전거를 탈 때보다 훨씬 기세 좋게 바람이 느껴지고, 풍경이 빠르게 지나갔다. 목이 말라 도중에 나츠미에게 편의점에 들러달라고 했다. 아침에 가끔 들르던 파란색 간판의 편의점이다. 주스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향하자, 이 편의점 컬러링과 같은 디자인의 외피를 두른 휴머노이드가 카운터에 서 있었다. "카와하라 씨, 수고해." 그녀는 5반의 카와하라 씨. 여름방학 동안 휴머노이드가 된 그녀가 처음 휴머노이드 모습으로 등교했을 때는 나츠미가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됐을 때처럼 학년 전체의 화제가 됐었다. 카와하라 씨와 나츠미는 원래 접점이 없었지만, 서로 휴머노이드가 된 것을 계기로 대화하게 되었다. 이 편의점은 카와하라 씨의 부모님이 경영하고 계셔서 가업을 돕기 위해 스스로 원해서 휴머노이드가 된 것이라고 한다. 오늘처럼 쉬는 날에 가면 계산을 하거나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 그때의 그녀는 레이스 때의 나츠미처럼 '업무 모드'가 되는 모양이라, 그때의 대응은 학교에서의 그녀와는 전혀 딴판이다. 완전히 로봇으로서 편의점 업무를 수행하는 그녀를 봤을 때는 그 갭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서 오십시오. 포인트 카드 있으십니까?』 내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자 팔에 달린 디바이스로 카드를 읽고 정중하게 카드를 돌려준다. 나는 무심코 말을 걸었다. "쉬는 날에도 맨날 집안일 돕느라 힘들지 않아?" 그러자 카와하라 씨는 어딘가 남 대하듯, 그리고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고객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본 기체는 현재 업무 모드로 가동 중입니다. 따라서 본 기체의 소체인 카와하라 사키에 관한 개인적인 응대는 불가능합니다.』 "아, 일 방해해서 미안." 『바보야, 지금 사키는 업무 모드로 가동 중이니까 사키로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사키는 HS-207PS0721ST라는 편의점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일 뿐이야. HS-207PS0721ST, 업무 방해해서 미안해.』 나츠미도 사과하자 카와하라 씨, 아니 HS-207PS0721ST는 거의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희 쪽이야말로 죄송합니다. 고객님, 1점에 132엔입니다. 결제는 현금 또는 카드로 가능합니다.』 나는 지갑에서 딱 맞는 금액을 건넸다. 『132엔 정액 받았습니다. 영수증 필요하십니까?』 내가 그녀에게서 영수증을 받고 나츠미와 가게를 나가려던 때였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케우치 님, KS250F0713NS 스즈사키 님.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영업용 미소를 띤 채 우리 쪽을 보며 가볍게 목례하는 카와하라 씨. "저기, 방금 카와하라 씨 업무 모드였던 거 맞지?" 『그럴 거야. 근데 업무 모드인데도 저런 응대를 할 수 있다니 나도 놀랐어.』 방금 업무 모드로 가동하는 휴머노이드는 완전한 로봇이 된다는 말을 들은 직후라 카와하라 씨의 방금 한마디는 놀라웠다. 하지만 업무 모드일 때도 제대로 같은 학년 동급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안심했다. 가게를 나와 한숨 돌린 뒤 나는 다시 나츠미의 등에 올라탔다. 『이제 좀 익숙해진 모양이네! 속도 올린다!』 온몸으로 바람을 강하게 느낀다. 아직 더위가 남은 계절이라 온풍에 가까운 바람이었지만, 자전거를 탈 때는 느낄 수 없는 것이라 기분이 좋았다. 선명한 붉은색 레이싱 휴머노이드에 올라탄 내 모습은 완전히 주목의 대상이었다. 교외를 벗어나자 점차 논밭이 늘어났고 길은 산 쪽으로 이어졌다. "저기, 나츠미는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뒤로 항상 이런 느낌으로 달리는 거야?" 『응! 난 4륜 타입이라 훨씬 전경 자세고 시선도 낮아서 좀 다르긴 하지만!! 뭐, 달릴 때는 기본적으로 레이싱 모드니까 아무것도 못 느끼지만 말이야. 소타는 나랑 달려보니까 어때?』 "처음엔 무서웠고 엄청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바람이 너무 기분 좋고 즐거워!" 산에 들어오고 나서 조금씩 바람이 시원해졌고 전신으로 느끼는 바람이 정말 상쾌했다. 나는 느끼는 그대로의 기분을 전했다. 나츠미는 몸을 좌우로 기울이며 커브를 빠져나갔다. 그녀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나도 함께 몸을 기울이며 커브를 통과했다. 『소타가 달리는 즐거움을 제대로 맛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나츠미, 진짜 즐거워! 뒤에 태워줘서 고마워!! 나츠미가 내 소꿉친구라서 정말 다행이야!" 나는 나츠미가 아무리 꿈이었다고는 해도 레이싱 휴머노이드라는 로봇이 되어버린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팀 스태프들도 나츠미를 머신으로밖에 취급하지 않고, 나츠미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도 복잡한 심경이었다. 하지만 나츠미는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됨으로써 인간일 때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나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다. 오늘의 이 체험으로 그 거부감이 옅어지는 것 같았다. 길은 산 정상 주차장으로 이어져 있었다. 나는 거기서 나츠미의 몸에서 내렸다. 나츠미의 두부 장갑 바이저가 열리며 그녀의 맨얼굴이 드러났고, 평소의 승부욕 넘치는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저기, 정상까지 걸어가 볼래?" 『좋지! 가자.』 나는 나츠미의 손을 잡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향했다. 등산로라고 해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어 걷기 편했다. 광택 있는 선명한 레드로 감싸인 손에서는 조금 서늘하고 매끄러운 독특한 감촉이 전해졌다.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나츠미의 몸은 전신이 이런 고무 같은 소재로 덮여 있어서,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뽀득, 뽀득 하는 독특한 소리가 난다.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며 등산로를 나아갔다. 그리고 조금 올라가자 정상이 보였다. "나츠미, 예쁘다." 『소타, 이게 첫 번째 제대로 된 데이트라는 거 자각하고 있어?』 "역시 그렇게 되는구나……. 왠지 미안." 그런 기분이 들긴 했다. 원래는 내가 먼저 권했어야 했는데. 『제대로 자각하고 있다면 됐어. 그건 그렇고, 내가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거 어떻게 생각해?』 "지금까지 엄청 노력해서 드디어 그 꿈을 이룬 거니까 대단하다고 생각해." 『정말 그게 다야?』 "사실, 나츠미가 그게 꿈이었다고는 해도 레이싱 휴머노이드라는 로봇이 되어버린 건 솔직히 복잡했어. 레이스 때 스태프들이 다들 나츠미를 사람으로 안 보고 레이싱 머신으로만 보고, 나츠미 자신도 자기를 로봇이라고 말하게 돼서, 왠지 나츠미가 너무 먼 존재가 된 것 같아 조금 괴로웠달까." 나는 생각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미안해, 소타한테 괴로운 마음을 갖게 해서.』 "아냐.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는 건 나츠미의 꿈이었고, 나츠미 스스로 납득해서 결정한 일이라는 거 아니까. 게다가 오늘 초대해 준 덕분에 나츠미가 달릴 때 느끼는 즐거움이나 상쾌함을 알게 됐고,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뒤의 나츠미는 예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반짝반짝 빛나서, 나츠미의 그런 점이 좋아졌어. 설령 로봇이 됐어도 나츠미는 나츠미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거든." 『……고마워.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 줘서. 정말 기뻐. 하지만 내가 레이싱 휴머노이드로 개조된 시점에서 내…… 아니, 굳이 '본 기체'라고 할게. 본 기체, KS250F0713NS는 자기 의식을 "스즈사키 나츠미를 소체로 제작된 로봇"이라고 인지하도록 조정되어 있어. 그래서 본 기체의 정비 스태프들이 나를 팀의 머신으로 취급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오히려 본 기체 KS250F0713NS를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해주는 소타에게 위화감을 느낄 정도야. 이런 자기 꿈을 위해 몸도 마음도 로봇이 된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어?』 "응, 당연하지. 아까도 말했듯이 나츠미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난 나츠미가 어떻게 변해도 인간이었을 때랑 다름없다고 생각해. 나츠미, 아니 KS250F0713NS라고 불러야 할까. 난 네가 정말 좋아." 『소타, 고마워……. 나도 소타가 정말 좋아.』 나와 나츠미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정신을 차려보니 서로 껴안고 있었다. 『저기, 소타.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뭔데?" 『있잖아, 내가 레이싱 모드로 로봇이 되어 있을 때나 사키처럼 다른 휴머노이드 애들이 업무 모드로 로봇으로서 가동하고 있을 때,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로봇으로 취급해 주면 좋겠어.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지켜봐 주기만 해도 돼. 나도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될 때 고민 많이 했거든. 법적으로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로봇으로 취급받는 걸 견딜 수 있을지. 내 소체인 스즈사키 나츠미로부터 이어받은 기억 데이터에도 많이 고민한 기록이 남아 있어. 오늘 아침에 만난 사키도 그런 고민을 안고 제대로 납득하고, 각오를 다진 뒤에 휴머노이드가 됐을 거야. 그러니까 휴머노이드인 우리들의 그 각오와 의사는 존중해 줬으면 해.』 "……그렇게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돼서 활약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으면서, 그렇게 고민했을 줄은 좀 의외였어." 『당연하잖아. 인간을 그만두고 로봇이 되는 건데. 퍼스널 모드일 때는 이렇게 인간이었을 때처럼 대화할 수 있지만, 레이싱 모드가 된 나는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과 경험을 완벽하게 끌어내서 머신을 제어하는 완전한 레이싱 머신이 되어버리니까. 아무리 이 모습을 동경했어도 조금은 고민하지. 하지만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돼서 좋은 점도 많은 건 사실이야. 그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건 이렇게 소타한테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거야. 내가 카트를 탈 때부터 계속 나만 응원해 줘서 정말 기뻤거든. 이 모습이 된 게 계기였다고는 해도, 계속 곁에서 응원해 준 소타에게 고백받고 나를 받아줘서 정말 행복해.』 우리는 그대로 꽉 껴안은 채 한동안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나츠미였다. 『그건 그렇고, 내가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뒤로 레이스 때나 지금처럼 옷을 안 입고 있을 때, 항상 힐끔힐끔 나 쳐다보지? 저번 레이스 때도 그랬고.』 "……." 『내 이런 모습 보면 흥분되지?』 "그, 그건……." 이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아니라고 하는 게 좋을까. 『자, 자, 어때?』 나츠미는 그 슈트 형태의 외피에 감싸인 가슴을 과시하듯 강조했다. 그녀의 손이 그 풍만한 쌍구(雙丘)를 들어 올릴 때마다 뽀득, 뽀득 하는 그 독특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응……. 그렇게 소리까지 내면 솔직히 못 참겠어." 『드디어 인정했네. 역시 소타도 남자구나. 아까 뒤에 탔을 때도 네 가랑이가 닿는 거 다 느껴졌거든…….』 "으으…… 왠지 미안." 『별로 상관없어. 네가 내 이런 모습 보고 흥분하는 거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에?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참고로 그게 언제쯤부터야?" 『내가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되고 나서 거의 바로.』 처음부터 들켰던 건가. 그렇구나……. 그랬던 거구나……. 『자, 이제 돌아가자.』 나츠미는 계단식으로 된 등산로에서 나보다 한 칸 아래에 서서 뒤를 돌아봤다. 『너희 부모님, 오늘부터 당분간 안 계신다고 했지?』 "그렇긴 한데. 왜?" 『내가 그동안 소타를 잔뜩 애태웠으니까, 오늘 정도는 여기를 편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는 거야. 제대로 그런 쪽 프로그램도 설치해서 준비했으니까.』 나츠미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미소 짓더니 내 가랑이를 바지 위로 꽉 쥐었다. 그날 밤, 내가 나츠미에게 완벽하게 쥐어짜였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끝레이싱 휴머노이드 KS250F0713NS ~레이싱 휴머노이드가 된 소꿉친구의 등에 업혀 투어링 가는 이야기~ - 누르면 열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