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는 끝났지만 두 사람이 현실로 돌아오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정도로 격렬한 섹스였다. 전뇌 육신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지 않을까? 터무니없는 우려가 들 정도로. 헐떡이며 분비물을 쏟아내던 육신의 떨림이 멎고 손가락 움직일 힘이 돌아오고 나서야 낸시는 그에게 이곳을 나가자고 할 수 있었다. 그때까지 99호는 낸시의 나신을 채 가슴을 핥고 있었다. “이제 돌아갈 거야.” 짤막하게 통보하며 유난히 길었던 전뇌 공간에서의 유영에 종식을 고했다. 그에겐 내색하지 않았지만, 낸시는 내면의 무언가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느꼈다. ‘현실에서도 코토다마에서도....’ 두 세계에서 위협을 만나고, 그에게 구해지고, 이어 철저하게 범해졌다. 몸도 마음도 이제는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행하는 아주 간단한 동작에도 선뜻 반응하며 그를 기쁘게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팔을 뻗어오면 뇌가 인지하기도 전에 몸이 찰싹 다가가 안겼다. 가슴을 내밀고, 피부를 마찰하고, 다리 사이 갈라진 틈으로 성기에 구애하는 단계가 자연스레 떠올리고 실행했다. 신체를 넘은 영혼의 종속. 99호란 존재가 없는 삶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돌아왔....꺄악!” 반가운 공기를 들이쉬며 긴장한 몸을 풀어주려는 순간 전뇌 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끌어안은 자세로 전뇌 공간에 뛰어든 것이다.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하지. 현실에서도 쌓였거든.” 왕성해진 페니스가 아랫배를 쿡쿡 찔러왔다. 그는 단지 부탁한다고 말했지만, 그를 만족케할 방법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살짝 몸을 일으켜 기계 위에 걸터앉은 그의 사타구니 위에 머리를 기댔다. 츄웁-츄읍....쭈우우우웁! 짧은 탐색과 긴 삽입. 목구멍 깊숙한 곳으로 페니스를 인도해 바싹 조였다. 앞에서 다가가는 대신 옆에서 고개를 숙였기에 그는 긴 팔로 낸시의 가슴을 애무할 수 있었다. 물컹하게 늘어진 가슴을 만지며 사타구니에서 올라오는 자극을 만끽했다. 거대한 부피를 감당하지 못해 손아귀 가득 안겨 오는 젖무덤은 터지기 직전의 물풍선처럼 물컹하고 거대한 모찌 같이 쫄깃했다. “으음....음....하아...” 쭈웁...쭙,....쩌업! 남근의 결을 따라 팽창한 볼과 입술 사이로 탄성에 새어 나왔다. 뜨거운 콧김이 기둥과 뿌리를 달궜다. 육중한 질량에 눌린 혀를 어렵사리 움직여 기둥 여기저기를 칠하자 타액 사이로 자신의 것이 아닌 맛이 느껴졌다. 이제는 구분할 수 있게 된 쿠퍼 액. 목울대를 울리며 기쁘게 들이마셨다. 꿀꺽! 잠시 성기를 뱉어내고 더 아래를 향했다. 번들거리는 남근을 얼굴 전체로 받치며 고환을 홀짝이니 페니스는 별개의 살아있는 생물처럼 파르르 떠는 것 아닌가. 가죽 주머니 속 구슬을 하나씩 입에 넣고 볼을 부풀렸다. 둥글고 솟아올라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상상하자 다리 사이가 뜨거웠다. 분명 잔뜩 상기되어 있겠지. 몽롱한 눈빛으로 그의 것이 맛있어서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이. “나온다.” 정액을 머금은 주머니를 자극받은 그가 말했다. 고환을 밀어내고 귀두 끝을 입에 물었다. 피슉! 피슉! 푸슈슉! 언제나처럼 왕성한 사정. 거침없이 쏟아지는 하얀 파도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위장이 살며시 부풀며 속이 든든히 채워졌다. “하아.....” 맛있다. 비리고 텁텁해서 절대 맛있을 리가 없는 밤꽃향 액체가 꿀물보다 달고 맛있게 느껴졌다. 그가 특이한 닌자임은 알고 있지만 정액 맛을 바꾸는 능력은 없다. ‘내가 변한거야....’ 그의 여자로. 그를 기쁘게 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몸으로. 그의 전부를 애정하며 행복해하는 신부로. 쪼옥! 마지막 정액 방울을 삼킴과 동시에 요도에 입을 맞췄다. 한껏 끌어모은 입술로 진하게. 살구색 립스틱 자국이 한참 동안 남아있도록. 엎드린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다. 슈트를 더 아래로 끌어 내리며 상체는 치켜들어 가슴과 균열이 잘 보이도록 한 뒤 물었다. “어느 쪽이 좋아?” 차분하게 낸시의 변화를 지켜본 99호는 옅은 미소와 함께 가슴을 주물거렸다. “가슴으로 하지. 먼저 파이즈리로 하고 다음엔 내 쪽에서.” 배시시 웃으며 가슴골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이 밤의 남은 시간도 필시 아주 뜨거우리라. * 해질녘 어스름을 등지며 낸시는 바이크의 속력을 높였다. 신기하게도 아주 오랜만에 타는 것처럼 느껴졌다. 뒤에 타고 있는 남자 때문일까? 날렵한 라이더 슈트를 차림으로 능숙하게 바이크를 조정하는 코카소이드 여성과 백시트에 올라타 운전자의 허리를 단단히 움켜쥔 일본인 사내의 조합은 분명 눈에 띄었다. “직진하다 세 번째 모퉁이에서 우측으로 꺾으면 된다.” “근데 어디로 가는 거야? 정말 말 안 해줄 거야?” “가보면 알 거다.” 참 길게 느껴지는 임무를 마무리한 기념으로 회포를 풀자고 먼저 제안해온 계획이 있다며 미지의 장소로 낸시를 인도했다. 못된 손장난을 멈추지 않으면서. “어디든 상관은 없는 데.... 아윽, 손 좀 내리지?” “신경 쓰지 마라.”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아! 거긴....” 라이더 슈트 사이로 들어온 손으로 두 가슴을 바쁘게 오가며 원하는 대로 형태를 바꿔갔다. 완전히 찰흙을 가지고 노는 아이 같아서 낸시의 타박에도 손을 쉬지 않았다. “못 말려....” “그대가 매력적인 탓인 것을. 누굴 탓하겠나.”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20분쯤 더 달린 끝에 목적지에 도달했다. “설마... 여기?” “그렇다.” “장난치지마.” “진심이다.” 그가 인도한 곳은 다름 아닌 러브호텔이었다. 싸구려 티가 팍팍나는 핑크색 네온사인. 몇 개는 꺼져서 호텔 이름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 벽의 타일은 몇 개 인가 떨어져 있고 입구 주변은 마지막으로 청소한 게 언제인지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있었다. “이런 곳에 여자를 데려오다니 최악이야.” “안은 생각보다 괜찮다. 최소한 우리가 갈 곳은 말이지. 야쿠자들이 보호비를 받는 업장이 아니라서 방해받을 위협도 없어.” 낸시가 보기에 그건 업장이 너무 싸구려라서 노릴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리고 제법 사랑받는 업장이다. 들어봐라.”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자지러지는 교성이 들려왔다. 꺄앙! 아앙! 하는 여자의 신음. 헉헉대는 남자의 숨소리가 여과없이 새어 나왔다. “방음이 전혀 안 되잖아!” 역시 야쿠자들도 눈길 안 줄 정도로 관리가 안 된 게 틀림없다. “흥분되지 않나? 이 정도 자극은 있어야 아이 만들기가 원할할 거라 보는데.” “아이 만들기....?” “코카트리스, 다이달로스. 그 외 다수. 별의별 잡것들이 내 것에 손을 대려 했지. 낸시. 두 번 다시 넘볼 수 없도록 그대에게 도장을 찍을 거야.” 성큼 다가와 열린 지퍼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내 아이를 낳고 어머니가 되어라.” 코카소이드의 푸른 눈동자가 순간 반짝였다. “으....그, 그렇게 말하면....” “싫은가?” “꺄앙! 시, 싫어....할 리가....없잖아.” 여자에게서 솔직한 말을 끌어내는 데 유두를 집어 문지르는 것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다. 최소한 99호는 그렇게 믿었다. 낸시의 다리 사이가 떨리고 있음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예약하셨습니까?” 가슴에 넣은 손을 빼지 않은 채 데스크로 다가갔다. 낡은 재킷을 걸친 남성 직원이 경직된 얼굴로 일어섰다. “제일 위에 있는 방으로 두 사람. 예약되어 있을 것이오.” “아, 네. 맞습니다.” “객실. 특실 시트와 카펫을 전부 버리고 새로 구매하게 했는데 빈틈없이 이행되었소?” “무, 물론입니다.” 뒷세계 인간들의 난입 걱정 없이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고르긴 했어도 성병 환자인지 약쟁이인지 모를 인간들의 피와 음모, 각질로 가득한 싸구려 침대에 낸시를 던질 정도로 매정하고 무드 없는 사내는 아니었다. 호텔의 주인은 사전에 방문한 99호와 ‘건설적이고 온화한’ 대화를 나눴고 즉시 꼭대기 방에 설치할 가구를 구매했다. “룸서비스가... 필요하실까요?” 다른 손님처럼 대충 열쇠 던지면서 가라고 할 수 없기에 5성 호텔 마냥 대화가 길어졌다. 힘든 건 낸시였다. “아윽....저기....조금만 빨리....아니면 손이라도....” 눈동자를 굴린 뒤의 후환이 두려워 동공에 잔뜩 힘을 준 직원의 질문에 답하면서 낸시의 아름다운 가슴은 마구 뭉개지고 있었다. 룸서비스를 물어오는 순간에도 낸시의 유두는 손가락 사이에 끼인 채 뭉그러지고 있었다. “체크 아웃이 필요하십니까? 정오까지 가능합니다.” “한동안은 필요 없을 거요.” “아? 아아, 오래 머무르실 생각인가요? 그러면 언제까지?” “그건 소생의 아내가 대답해 줄 수 있을 거요. 자, 낸시. 우리가 언제까지 머무르지?” “그, 그걸 왜 나한테....꺄앙!” 남은 한 손마저 가슴을 파고들었다. 반쯤 내려간 슈트는 직원 앞에서 맨가슴의 3분의 2쯤을 노출한 채 남자의 손아귀에 삼켜졌다. “자, 빨리. 기다리고 있지 않나.” “아....아윽.....그...그건....” “어서.” “꺄앙! 나, 남편! 당신 정자로 수정할 때 까지! 아이 생길 때까지!” “들었소? 우선 일주일 치 선금으로 줄 테니 이후에도 내려오지 않으면 연락하시오. 이건 팁으로 쓰고.” 시야를 돌리지도 못하고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굳어버린 그에게 지폐 뭉치를 던진 남편은 헐떡이는 아내를 들어 올리다시피 해 위로 향했다. 직원이 정신을 차리고 지폐 뭉치를 쥔 건 한참이나 더 지나서였다. “부럽다. 썅....” 도대체 어디서 저런 이국의 미녀를 얻었을까? 육덕진 몸매며 환상적인 가슴. 푸른 눈. 금발. 무엇하나 빼놓을 게 없는 완벽한 여자였다. 바지춤이 단단해졌다. “씨발. 못 참겠다.” 데스크를 비운 사이 누가 오든지 말든지 욕구를 푸는 게 우선이 된 그는 티슈 몇 개를 뽑아 들어 화장실로 뛰어갔다. 평소라면 잡지라도 들고 갔겠지만, 오늘은 필요치 않았다. 아닌 말로 잡지 모델 따위가 그 코카소이드 여자를 이길 수 있겠는가? * 문이 닫힌 것과 입술이 엉킨 것은 거의 동시였다. “기다렸어? 난봉꾼 나리.” 간드러진 목소리로 귓가를 간질이듯 속삭이며 지퍼를 끌어 완전히 내렸다. 밑에서부터 남자의 손길에 한껏 예열된 유방이 튕기듯 뛰쳐 올랐다. “못 참겠군.” 잘록한 허리를 품에 안으며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언제나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는 그곳을 묻혀 달콤한 향기를 만끽했다. “맨날 똑같이 하는 거 지겹지 않아?” “무슨 뜻이지?” “룸서비스? 가능하다며.” 잠시 후 잔뜩 긴장한 직원이 마멀레이드와 과일, 술이 담긴 쟁반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 “빨리 왔네요. 고마워요. 팁은 필요 없겠죠?” 잠기지 않은 상의를 젖혔다. 백자 같은 피부 위래 유난히 발그레한 유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몸의 주인이 몇 번이나 주무르고 입에 넣은 탓으로 조명 빛을 비추며 반짝이는 유두 앞에서 팁 이야기 따위가 가능할 리 없다. 만지게까지 해줬으면 오히려 지갑을 털어서 바쳤을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짓궂진 않았다. ‘빨고 싶다....’ 당사자는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지만. ‘빨고 싶다... 만질 수도 있으면 이번 달 월급 다 줄 텐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그의 손에서 음식을 받아 들고 돌아온 낸시는 청량감 있는 와인을 손끝에 적셔 가볍게 흩뿌렸다. 간토평야보다 넓은 가슴에. “어때?” “훌륭하다!” “아응! 조금만 천천히....” 놓으면 달아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힘껏 끌어안고 유두를 적셔갔다. 술의 정취가 더해져 한층 매혹적인 과실을 입에 넣어 다물 듯 말 듯 위태위태한 자극을 이어 가다 살짝 밀어낸 뒤 입술에 말아 길게 쭈욱 잡아당겼다. 쭈우우읍! “아응∼” 갸르릉 목덜미를 떨며 부르르 떠는 낸시. 허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입술에 맺힌 가슴이 잘 익은 찹쌀모찌처럼 길게 늘어났다. “아윽...응...하아! 그, 그렇게 맛있어?” 99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남은 한쪽 가슴까지 입에 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유두가 하나의 입안에서 길게 늘어지는 모습은 가히 말법적으로 외설적이었다. “아아! 더...더 해줘!” 눈매가 촉촉해졌지만, 그이가 미워서는 아니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로 짧게 자른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낀 그의 시선과 마주쳤을 땐 가슴 깊은 곳과 사타구니에서 동시에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쳤다. 애정, 자애, 존경, 복종. 예속. 그 모두가 뒤섞인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낸시를 휘감아 시야가 뿌옇게 명멸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렇게 말한 뒤였다. “씹어줘! 잘근잘근! 나 그거 정말 좋아해!” 두 개의 유두가 어금니 사이에 끼어 저릿한 쾌감을 전해왔다. 단단한 이 사이에 끼어 찌르는 것 같기도 하고 따갑기도 하면서 뜨겁고 척추와 다리 사이까지 찌릿하게 울리는 쾌락. 아프면서도 너무 좋았다. 마약이 주는 쾌감조차 이걸 넘을 순 없을 것 같았다. “아흑!” 씹힌 것은 젖꼭지만이 아니었다. 꽃받침처럼 꼭지를 받치고 있던 유륜도, 그 아래의 살도 큼지막하게 입에 넣어 흡입하듯 빨다 앞니로 앙다물며 씹었다. “으, 하아!” 유두에 묻은 마지막 한 방울의 와인마저 녹여 삼킨 뒤에야 애무를 멈췄다. 가슴 여기저기 점점히 박힌 잇자국 사이로 타액이 스며들며 낸시만의 것도, 99호만의 것도 아닌 독특한 매혹을 자아냈다. “이제 침대로 가지.” “하아.....그래....” 가볍게 끌어안아 조금은 거칠게 침대에 내려놓았다. 태어난 그때로 돌아간 상체와 슈트에 덮여 농염한 굴곡을 드러낸 하체. 매끄러운 다리와 직선으로 이어진 발목을 강조하는 하이힐의 조화가 눈부셨다. “은은한 조명 아래 있으니 또 다른 정취로군. 참을 수 없군.” 완전한 전라로 다가가려는 99호를 갑자기 막아섰다. “잠깐만!” “무슨 일이지?” 낸시의 시선이 침대 옆 벽의 구석진 부분을 향했다. “카메라야.” “카메라?” “몰래 촬영하는 용도인 거 같아. 암시장에 돌아다니는 기록영상들 알지?” 99호의 입꼬리가 굳어갔다. 차분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는 호텔 오너가 이런 수작을 부렸을까? 그가 보여준 표정이나 방을 완전히 뜯어고친 성의를 감안하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로 푼돈 벌이하는 녀석들이 있는 모양이군.” 밑에 그 직원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아무리 싸구려라도 직원이 하나만 있진 않을 테니까. 어쩌면 손님으로 드나드는 녀석의 작품일 수도 있고. “공공장소에 설치하고 다니는 녀석도 있으니까. 아무튼 괜찮아. 바로 제거하고 데이터 빼내면 돼.” 일류 해커에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즉시 손을 쓰려는 낸시의 손목을 99호가 잡았다. “왜 그래?” “그냥 둬.” “무슨?” “이 기회에 널리 널리 알라는 게 좋지 않겠나. 네가 누구 아내인지?” “농담하지마. 정말 잠깐이면....” “이런 자리에서 농을 하진 않는다네.” 뿌리치려는 팔을 가볍게 고정하며 냅다 입맞춤을 시작했다. 무언가 저항의 단어를 뱉으며 버둥거리는 여체가 이내 잠잠해졌다. “으으.....” “할 수 있겠지?” “이 색골....” “사내에게 그건 칭찬이지. 그리고....” 슈트 밑의 둔덕을 길게 쓸어올렸다. “이미 달아올라 있지 않은가. 나도 그렇고. 조금이라도 지체되는 건 사양이야.” “나쁜 남자네....” 말은 그리해도 그의 말을 부정할 순 없었다. 팽창한 남근을 바라볼 때부터 시작된 은은한 떨림이 격해지고 있었다. 배꼽 아래가 용암에 던져진 것처럼 뜨거웠다. 소중한 자궁이 잔뜩 기대를 머금고 무언가를,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빚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쏟아 붓는다면 분명....’ 그의 입술을 가볍게 핥으며 슈트에서 주요 부위 파츠를 해체했다. 검은 슈트 사이로 드러난 가슴과 그곳. 둘의 대비가 아찔했다. 양손을 발목에 올려 단단히 움켜쥐고 부끄럼 없이 활짝 열어 보였다. 수분을 잔뜩 머금은 암술이 수컷을 영접할 준비를 마쳤다. 입꼬리를 올리고 은근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낸시 리야. 제일 좋아하는 건 거칠게 범해주는 거.” 위장이 아니라 진짜 게이샤가 된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희망 사항은 임신. 둘 다 해주는 남자가 이상형이야.” “그래? 그런 사내를 찾았나?” “응. 내 남편. 밀어붙여서 꼼짝 못 하게 한 다음에 박아줬어.” 속삭이듯 시작한 음어는 점점 더 축축한 열의로 적셔졌다. “반항하는 나를 뭉개고 자궁이 도망갈 시간도 없이. 거칠게. 마구마구 강간해줬어. 입도, 가슴도, 아래도. 정액 범벅으로 만들고 신부로 삼아줬어.” 발목을 쥔 손이 음부로 행했다. 뻐끔거리는 균열을 양쪽에서 벌려 분홍빛 속살을 드러냈다. 몸 안에 치닫는 열을 방출하며 꿀렁이는 육벽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따먹어줘. 인정사정없이. 한 군데도 빠진 없이 전부 다. 그렇게 해서... 임신시켜줘. 다른 닌자는 불가능해도 당신은 할 수 있잖아? 내 배를 당신 씨로 채워줘.” “얼마든지.” 그것은 한 마리 짐승, 맹렬하게 울부짖는 야수였다. 완벽하게 무방비한 여체를 밀어 넘어뜨리고 위에서 아래로 삽입을 시작했다. “아아! 좋아! 그렇게 더! 더!” 의도적인지 아니면 그만큼 조임이 강해서인지 동굴 속 내벽을 짓쳐들어가는 속도는 완력만큼 빠르진 않았다. 찌걱찌걱 소리와 함께 육중한 남근의 분절된 부분들을 질의 연동에 맞춰 한 마디, 한 마디 밀어 넣었다. “아아! 아! 커지고 있어! 배가! 배가!” 치구에 삼켜진 부분이 늘어날수록 낸시의 교성도 증가했다. 마침내 기둥 너머 뿌리가 음순에 문질러지고 육중함에 대응하는 질의 트레이닝도 끝났다. 이제는 폭식의 시간이었다. 남자의 허벅지와 여자의 둔덕이 충돌하며 격렬한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커다란 말뚝처럼 뚫고 들어온 그것을 육벽이 휘감았다. 안으로 갈수록 쫀쫀하게 죄어드는 동굴과 밀고 들어가려는 창날이 아귀다툼을 시작했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승리하는 건 사내였다. “아아! 아....아아아!” “좋은가? 얼마나 좋은 지 말해봐.” “아아! 좋아! 미칠 것 같아! 자지 냄새만 맡아도! 형상만 봐도 미칠 거 같아! 임신하고 싶어! 정액으로 두들겨 맞고 싶어!” 다리를 자물쇠처럼 엮어 99호의 허리를 휘감았다. 헐떡이며 휘어지던 허리를 오직 남근의 진퇴에 맞춰 고정했다. 질벽의 요철. 가득한 주름들이 귀두를 당기고 비틀면서 가장 깊숙한 내부로 이끌었다. “아아.... 드디어!” 가슴이나 엉덩이의 푹신함과는 다른 말랑한 돌기 같은 자궁의 입구에 닿은 순간 입술로 낸시의 입을 틀어막았다. 벅찬 가슴을 타고 방출되던 쾌락의 파도가 남자의 입으로 도로 삼켜졌다. “으으....으응!” 요동치는 동공을, 미친 듯 뛰는 심장을 느끼며 밀착했다. 단내 가득한 타액을 섞으며 혀를 맞댔다. 낸시는 완벽한 암컷의 얼굴로 99호의 모든 것을 삼키려 들었다. 퍽! 퍽! “아아....아아....” 아래에서 마찰이 강도를 더해갔다. 낸시는 흔들리는 눈의 초점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마지막 힘을 끌어냈다. 남근을 부술 각오로 수축한 질이 절대 버틸 수 없는 조임을 내세워 사정을 촉진했다. “아아아! 으...으읍...어걱...컥...오고고곳!” 규칙적이지 못한 비명은 이내 그에 의해 삼켜졌다. 피슉! 피슉! 피슈슉! 결연한 의지를 품은 정자들이 부는 진군의 나팔. 뜨겁고 하얀 쓰나미가 밀려와 질을 풍족게 했다. 한 방울의 정액이라도 헛되이 새어나가는 걸 용납지 않으려는 99호는 둘 사이에 비어있는 공간을 용납지 않았다. 바짝 밀착한 가운데 격렬하게 펌프질하는 심장의 고동이 자기의 것인지, 반려의 것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허옇게 뜬 눈으로 그의 타액을 삼키면서 낸시는 허리에 감은 다리를 풀지 않았다. 정액이 완전히 착상하고 생명으로 빚어내기 위한 여성의, 잉태하는 자의 본능이었다. “하아....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암컷의 얼굴은 침과 땀, 콧물이 흘러내려 어린아이가 개발새발 낙서한 도화지 같았다. “어떤가 임신했다는 확신이 드나?” 분명 느낌이 있었지만 지금 낸시는 대답할 수 없었다. 99호도 굳이 대답을 채근하는 대신 낸시를 일으켰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워 창문으로 데려갔다. 꼭대기 층답게 커다란 통창에서 아직 걸어가는 이들의 머리가 보였다. “싸구려라 그런지 코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우리가 이러는 모습. 옆 건물이나 거리에서 볼지도 모르겠어.” “하아....하아....그럼....” 안 하면 되잖아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런 인간이었으면 직원 앞에서 가슴을 더듬지도, 뻔히 알면서 몰래카메라를 방치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뒤에서 넣는 거지? 빨리....” 낸시 자신이 여전히 원하고 있었다. 뱃속을 달군 정액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붓고 또 부어서 잘록한 허리가 창문을 대고 기댄 낸시의 엉덩이가 페니스를 찾아 나아갔다. 길게 뻗어 나온 허리와 터질 것 같은 엉덩이의 경계를 손잡이 삼아 개처럼 박아갔다. 쓸데없는 지방은 단 1g도 존재하지 않는 허리와 적절한 지방에 쌓인 엉덩이의 대비가 그를 미치게 했다. 중력에 눌린 지방과 허벅지가 마찰하던 곳. 뒤에서 바라볼 때마다 그를 미치게 했던 엉밑살이 쿠션 역할을 했지만, 욕정이 더해진 질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퍽! 퍽! 공성추처럼 부딪쳐 오는 성기에 함께 밀려나는 낸시의 가슴, 99호의 타액에 흥건한 젖꼭지가 창문에 스치듯 부딪쳐 뭉그러졌다. 실컷 뜨겁게 달궈진 가슴이 바깥 공기로 차가운 창문이 스칠 때마다 아찔한 한기가 솟아 뇌를 일깨웠다. 일종의 각성 효과. 금방이라도 쓰러져 기절할 듯 위태위태한 낸시의 몸이 페니스의 움직임에 연동해 수축하고 이완하고 지탱하게 했다. “아! 아아! 아앙!” 뒤는 뜨겁고, 앞은 차갑고. 상반된 감각과 지독한 자극, 도파민의 분비가 합쳐 한계에 달한 신경중추는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구멍을 활짝 열고 배출을 시작했다. “으....아아....아!...커헉!” 벌어진 턱에서 군침이 마구 흘렀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고장 난 침샘이 너무 많은 타액을 쏟았다. 아래에선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애액이, 모공은 진한 땀방울을 토해냈다. “아아! 아아!” 온 방이 떠나가라 외치고 또 외쳤다. 누가 보는지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럴 정신이 없었다. 오직 99호가 주는 쾌락에 매달렸다. “다시 묻지. 확신이 드나? 임신.” “했어! 했어! 그러니까...” “훌륭해.” “꺄아아아아앙!” 양도, 찰기도 인간의 것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하얀 포말이 자궁을 빵빵하게 했다. 저 아래 거리에서 작은 형체들이 화들짝 놀라 팔짝 뛴 것 같았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신의 구멍이 열려 어디 할 것 없이 세찬 물줄기를 뿜어냈다. “하아...하아....느껴져.....했어....” 망중한에 잠겨 의식이 꺼져가는 낸시 위로 99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살짝 발랄하기까지 한 동작으로 낸시의 몸에 남은 슈트를 해체했다.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나신으로 돌아간 낸시의 허벅지를 열고 다시 공격할 태세를 갖췄다. 젖어서 나자빠진 여체는 생생할 때, 달아올랐을 때와는 다른 나름의 색기를 머금고 있다. 쌕,쌕 대며 가쁘게 내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가슴이 그를 향해 손짓하는 듯했다. “배가 가득 차도록 해달라며? 지금 끝내기엔 좀 아쉽지.” 이어진 아득하게 긴 정사의 순간은 유감스럽게도 낸시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었다. * “잘 안 나오네. 이 정도면 언제든 품고 있을 수 있겠어.” 욕실 거울 앞에서 낸시가 한 말이었다. 진짜 휴식에 앞서 몸에 묻은 것을 씻어낼 때 소중한 정액이 새어나오지 않을 까 걱정했는데. 괜한 우려였다. 질 점막에 찰싹 달라붙은 그것은 제 아비만큼이나 생명력이 강했다. “이 안에....” 새삼 가슴이 벅찼다. 배에 묻은 것들은 이미 씻어내렸는데도 계속 손이 갔다. 물의 온기와는 다른, 코어 내부에서 피어오른 열이 어머니가 될 여인을 감쌌다. ‘어떤 아이일까? 날 닮았을까? 아니면 남편을...’ 남편을 닮으면 난봉꾼이 되려나. 웃음이 나왔다. ‘영상을 빼돌려 두길 잘했어.’ 99호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해킹은 진즉 끝나 있었다. 타인에게 보여줄 생각도 없지만 삭제할 생각은 없다. 여자란 동물은 소중한 추억은 당사자끼리만 간직하고자 하는 생물이니까. 부부의 아이 만들기는 영원히 어머니만의 짜릿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