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묵혀두었던 11원의 이클립스의 마녀를 플레이해보았다.
가슴이 큰 일레이나라니 꼴림.
프롤로그가 지나가고 게임을 제대로 시작하면 영상이 하나 나온다.
이런 연출을 집어 넣는 야겜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남들 하니까 나도 해야지! 이런 느낌으로 어정쩡하게 넣을 바에 안 넣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영상도 결국 제작자가 만드는 것이기에 그걸 만들 시간에 다른걸 하나 더 제대로 만드는게 낫다고 느껴지기 때문.
이 게임도 마찬가지라고 느껴졌음. 영상 퀄리티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닐 뿐더러 게임 속에서 이미 있는 일러스트를 짜집기해서 만든 영상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보게 될 일러스트를 미리 보게 되어서 앞으로 있을 스토리나 나올 일러스트가 어떤지 예상할 수 있게 만들어줌.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였다.
게임 플레이를 살펴보자.
마구잡이로 다른 야겜들의 좋은 점을 파쿠리해서 만드는 111 답지 않게 이번 게임은 어딘가 급하게 만든 느낌이 많이 있었다.
옷이나 무기는 교체 자체가 없었다. 플레이어가 장착할 수 있는 요소는 악세사리랑 패시브 스킬 뿐이었다.
이클립스의 마녀는 '게임' 부분을 버리고 가겠다는 의사표현 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플레이를 하면서도 게임 자체가 재밌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초반부터 후반까지 대부분의 잡몹들은 스킬을 '딸깍' 하면 한방 내지 두방에 죽기 때문에 잡몹 구간에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특이한 점은 이 게임은 레벨 하나 하나의 가치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
초중반에는 레벨업 한 번만 하면 두 방에 잡던 잡몹이 한 방에 잡힐 정도로 스펙업이 되고 체력도 마나도 많이 늘어난다.
체력이 많이 깎였다고 걱정할 것 없다. 레벨업하면 회복되니까.
그래서 딸깍 딸깍 하면서 잡몹들을 잡아 레벨업을 좀 해두면 게임이 굉장히 쉬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코스트 소모가 큰가? 그렇지도 않다.
거의 초반부터 마녀의 반지라는 악세를 얻으면 끝이다. 광역기를 사용할 때 소모되는 마나보다 회복되는 마나가 더 많아서
매 턴마다 광역기를 난사할 수 있어서 컨트롤 꾹 누르고 Z키만 연타하게 되는 재미 없는 게임.
심지어 마지막 보스인 마왕도, 아무 생각 없이 딸깍 딸깍 하면 죽어있어서 마왕 잡으면서 헉헉대는 일레이나의 대사가 전혀 몰입이 안 될 정도.
스킬도 여러 속성의 공격 마법 외에 버프나, 디버프, 방어 마법, 고유 마법이 있는데 전혀 쓸 필요가 없었다.
윗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게임은 어차피 맥뎀이라는게 존재해서 일정 스펙 이상으로 올리면 더 이상 강해지는 의미도 없는 바보같은 게임이었다.
RPG인데 성장을 할 이유가 없는 게임이라니 무슨 생각으로 만든걸까?
마지막 궁극 마법인 캐타스트로피는 맥뎀을 뚫거나 타수가 여러 대인가 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매우 실망했다..
또 잡몹들이나 보스들도 중간 중간에 돌려막기가 너무 심해서 '게임' 으로는 완전 빵점이었다.
이 게임은 그냥 회상 개방해서 회상만 보거나, 걸레플 하라고 만든 게임 같다.
게임을 클리어하든 하지 않든 옵션에 들어가면 회상을 전개해서 볼 수 있다.
직접 걸레처럼 플레이를 해보기는 했는데 이 게임에 개인적으로는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내가 여주물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타락을 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마지막에는 결국 쥬지가 주는 쾌락 없이 살아가지 못하는 걸레가 된 모습이
굉장히 꼴리기 때문인데 이 게임은 그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애가 어느 순간 걸레가 되어있어.
그래도 씬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커튼으로 가려서 그림자로 섹스하는 부분. 이건 좋았음.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Live CG 인 장면이 상당히 적고, 짧으며 사정을 하지 않는다.
신음 소리가 다 똑같다. 어떤 장면은 아예 신음 소리가 없다.
Live CG 가 아닌 일반 CG 장면은 별로 안 꼴린다.
결론
사람들이 111 게임을 애매하다고 평가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듯 하다.
식당으로 비유하다면 기사 식당에서 요즘 MZ들한테 유행하는 메뉴를 이것 저것 추가해서 팔아보다가 맛을 잃었고,
이제는 진짜 본인들 식당의 주력 메뉴였던 제육 볶음도 어떻게 만드는지 잊어버린 느낌이다.
분명 게임을 못 만드는 것도 아니고 텍스트 양도 많으며 모든 여캐가 성대가 탑재되어 있는 야겜치고 대단한 요리 도구들을 주렁 주렁 차고 있지만
Live CG도 해야 하고, 영상 연출도 하고 싶고, H 스테이터스도 자세하게 만들고 싶고, 다양한 페티쉬를 충족시킨 게임이 되고 싶고.. 등등
하고자 하는 부분이 많은데 유저들이 원하는 맛. 정작 그 맛을 살리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제 연휴 끝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