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물었다.
“토모 군, 무슨 생각해?”
나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따뜻한 봄바람, 나에게 활짝 웃어 보이는 귀여운 여자친구.
누가 봐도 평범하고 행복한 연인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녀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하나 있다.
나는 틈만 나면 소미소프트를 들락날락하며
NTR 망가를 뒤지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극한의 NTR 매니아라는 사실이다.
“그나저나 오늘 꼭 하고 싶은 이야기 있다며?”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뭔데? 궁금하게 하지 말고 말해줘~”
…말해야 할까.
말하면 분명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아니, 어쩌면 화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몇 달째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결국 입을 열었다.
“…부탁이 하나 있어.”
그녀는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
“왜 그렇게 심각해?”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했다.
“조금… 이상한 부탁일 수도 있는데.”
수없이 거절당하고,
수없이 설득하고,
수없이 붙잡은 끝에—
겨우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알겠어.”
그녀는 화난 표정으로 내 어깨를 툭 쳤다.
“잘못되면 전부 토모 군 책임이니까.”
약속 당일.
손에 쥔 휴대폰 화면을 몇 번이나 켰다 껐다 하면서
괜히 시간을 확인했다.
심장이 계속 빠르게 뛰고 있었다.
“토모 군.”
옆에 앉아 있던 그녀가 조용히 내 이름을 불렀다.
“아직도 긴장했어?”
나는 억지로 웃었다.
“조금은…”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정말 이상한 부탁이야 이거.”
“미안…”
“근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다른 남자한테 안겨도… 내가 좋아하는 건 토모 군이니까.”
심장이 순간 멎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녀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갔다 올게.”
그리고 그대로 공원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죄책감, 긴장, 그리고
어딘가 뒤틀린 설렘.
그 모든 게 뒤섞여 있었다.
나는 천천히 휴대폰을 꺼냈다.
챠라O.
소미소프트가 생기기 전부터 모 커뮤니티에서 유명했던 남자다.
말 그대로
이 분야의 대명사 같은 인물.
처음 메시지를 보냈을 때도
답장은 금방 왔다.
“아 그런 취향이시군요~ 이해합니다.”
“걱정 마세요. 서로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게 제 스타일이라.”
말투는 가벼웠다.
하지만 초대남 경력도 길고
문제 없이 여러 번 진행했던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안심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 젠틀한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도 연락이 없다.
분명 한 시간마다 연락을 달라고 했었다.
아무 알림도 울리지 않는 화면을
나는 몇 번이나 켰다 껐다 반복했다.
손에 쥔 휴대폰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진다.
혹시 진동을 못 느낀 건 아닐까.
혹시 무음으로 바뀐 건 아닐까.
아무 의미도 없는 확인이었다.
그때였다.
우리...?
우리라니? 난 챠라O 말곤 아무도 부른 적 없어 우리라니!!
아래에는 사진이 한 장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춘 채
그 사진을 눌렀다.
확대된 화면 속에는—
실루엣의 누군가가 나체로 누워있었다.
잔뜩 블러처리가 돼있다해도 알 수 있었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더는…
여기서 가만히 기다릴 수 없다는 걸.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
그들이 만나기로 했던 곳—
내가 네토라세를 위해 직접 잡아준 그 방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섰다.
손잡이를 잡은 손이 떨렸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
아무도 없었다.
방 안은 조용했다.
사람이 있었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집 밖을 나간 기억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경찰에도 신고했다.
여자친구가 사라졌다고,
연락이 끊겼다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전부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수색이 아니라 의심이었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본인이라면서요?”
“혹시 다툰 건 없습니까?”
나는 몇 번이나 같은 질문에 답해야 했다.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조사 끝에
경찰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실종 수사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도와줬던 친구들도
정신을 차려보니
1년 전부터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고 있었다.
결국 나는 포기했다.
지금 내 하루는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휴대폰을 확인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화면을 바라보다가
서랍에 꽂힌 타케다 히로미츠의 동인지를 찢는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그리고 그날.
띠링.
휴대폰 알림 소리가 울렸다.
나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가슴을 움켜쥔 채
천천히 화면을 확인했다.
보낸 사람.
여자친구.
손이 떨렸다.
메시지는 짧았다.
"지금 당장…우리 집으로 와줄 수 있어?"
그곳에는—
2년 만에 다시 만난 여자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단발을 좋아하던 나를 위해
항상 짧게 유지하던 머리도
어느새 어깨 아래까지 길게 자라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 안의 공기가 이상했다.
남자와 여자의 땀 냄새,
뒤섞인 체취가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헤헤… 미안. 많이 더럽지?”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참고 있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집에 있었던 거야?”
“왜 연락을 안 한 건데!!”
“나는… 나는 네가 잘못된 줄 알고—”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미안.”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아?”
“2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갑자기 2년 만에 나타나서 그게 무슨—”
그녀는 내 말을 끊듯이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이거 봐봐~”
화면 속에는 2년 전 여자친구의 사진이 있었다.
“2년 전의 나, 완전 쫄아있지?”
그녀는 킥킥 웃었다.
“사실 그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갑자기 방에 세 명이나 들어오는데 말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사진을 넘겼다.
“그래도 그런 생각은 일주일도 안 돼서 사라졌어.”
“챠라O군 말이야…”
그녀는 잠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근육도 엄청나고 체력도 장난 아니더라.”
“너랑 할 때는 1번 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 날만 백 번은 간 것 같아”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넘겼다.
“그리고 이게 2년 후의 나~"
“아~ 사진만 봤는데도 괜히 달아오르네.”
방 안 어딘가에서 액체가 찔걱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토모 군이 마지막으로 봤던 내 사진인가? 아 블러처리 돼서 못 봤나?"
그녀가 피식 웃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목소리가 떨렸다.
“왜 2년 만에 나타나서… 이런 걸 보여주는 거야?”
그녀는 잠깐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토모 군, 후회 안 해?”
나는 멈칫했다.
“…뭐?”
“그때.”
그녀가 웃었다.
“나 보내준 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후회하지.”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미안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 그럼 하나만 부탁해도 돼?”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챠라O님이 요즘 돈이 좀 필요하시거든.”
“…뭐?”
“그래서 구독제 사이트를 시작했어.”
그녀는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매달 백만 원, 후원해주면 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미친 거야..?"
"싫어? 하아 아쉽네~ 토모 군 친구들은 이미 구독했는데"
"뭐...?"
"요즘 친구들이랑 연락 안되지 않아?
내가 어떻게 너한테서 2년간 모습을 감출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녀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미 12개월 구독 중인 VVIP님들이라구~ 너만 빼고"
가슴이 조여왔다.
분명 이렇게까지 모욕당했는데—
이상하게도
머릿속 어딘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분노보다 먼저 올라오는 감정.
그게 무엇인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역겨웠다.
이 상황에서도
흥분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고로 내 계정은 프라이빗 계정이라 내가 준 링크가 없으면 가입 못하는데... 정말 괜찮아?”
"...알겠어, 구독할게"
그 순간.
그녀가 갑자기 깔깔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눈물까지 흘리며 웃다가
그녀는 나를 내려다봤다.
“꺼져.”
얼굴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떠올라 있었다.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 거야.”
그녀는 문 쪽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후원은 잘 부탁할게~”
나는 고개를 숙였다.
바닥만 바라보며
한 발짝씩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나섰다.
'안녕... 스바루'
-end-
모든 제작 : AI
여자가 남자 취향 맞춰주고 싶어서 머리카락 자르거나 기르는 부분이
개꼴리는 포인트다 라고 글 쓰려고 했는데 왜 여기까지 왔지...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