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는 당신은 분명 사회로 나가기 전 진로 상담이란 것을 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랬죠.
그런데 진로 상담을 왜 할까요?
<우리 모두의 꿈입니다. 그냥 놀고 싶잖아요.>
간단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인생의 선배, 즉 선생님에게 조언을 받기 위해서죠.
전 아직도 기억 납니다.
"네가 하고 싶다고 해서 그걸 잘한다는 보장은 없단다"
당시 제가 제일 싫어했던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입니다.
그 때의 저는 그 말을 듣고 전 코웃음을 쳤죠.
<해야한다!>
아 ㅋㅋㅋ 그건 해봐야 알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때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그 선생님이 됐습니다.
왜냐구요?
그 말이 진짜 맞았거든요.
<2026년 1월 30일에 발매 된 프린세스 시너지. 대충 개발 기간은 5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신변잡기가 길었습니다만 저는 이 게임이야말로 제 진로와 같은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프린세스 시너지는 굉장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쁜 캐릭터
신경 쓴 유저 인터페이스
인기 게임에서 가져온 전투 시스템
주인공의 상태에 따른 엔피시들의 대사 변화
사람에 따라 취향일수도 있는 주인공을 여러 방면으로 괴롭히는 떡신
이쯤 말하면 눈치 빠르신 분들은 제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아실거에요.
네. 너무 크~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꼴리지 않는다구요? 네 물론 저는 어떤 씬을 가져와도 꼴리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건 완벽하게 개인적인 취향에 불과하잖아요?
그럼 전 무엇을 큰 단점으로 봤을까요?
<이렇게 빨리 기다리기를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면..>
이 게임은 어찌됐든 "야겜"입니다.
야겜을 왜 할까요?
간단해요. 지금 이렇게 얌전하고 뭐 있어보이는 말투로 후기를 쓰는 저도 야겜을 하는 이유는 원초적입니다.
꼴려서 한번 싸려구요.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자극이 들어와야 합니다.
문제는 프린세스 시너지는 그 자극을 얻기 위한 과정이 굉장히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또한 코드 뭉치가 아닐까요? 아님 말구요>
자연스러운 전개를 위해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할 때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그걸 보는 사람들에게 납득을 시켜야 합니다.
의미는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걸 개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나 만화, 영화의 경우는 독자 혹은 시청자가 그 전개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 개연성을 잘 챙기지 않으면
협곡에서 실수 한번 했다가 어머니가 사라지는 것 마냥 두들겨 맞을 수 있습니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중요한 전제 조건은 "플레이어가 전개에 개입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거죠.
<비슷한 시기에 발매 된 오테테츠나이데(손에 손잡고). 실내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면 그 사람을 죽이고 싶어지는 동북아의 풍습을 잘 녹여냈습니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을 하고, 다른 매체와는 다르게 플레이어가 직접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이벤트를 찾아다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재미를 느끼게 하진 못해도 최소한 불편함이나 불합리함은 느끼게 하면 안됩니다.
그 순간 플레이어에게는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시발 내가 이 짓을 왜 하고 있지?"
<주인공의 헤어 스타일도, 의상 변경도 전부 구현해놨습니다. 이게 문제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 못하겠죠.>
이벤트를 한번 보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 이벤트에 맞는 의상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요일이 맞아야 하고, 시간대가 맞아야 합니다.
뭐 좋습니다. 처음 한번은 그럴 수 있어요. 그냥 말 걸자마자 처음부터 알아서 옷을 갈아입고 알아서 시간 바뀌면 몰입도가 떨어지잖아요?
아주 좋은 몰입 유도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한번은.
프린세스 시너지는 이벤트를 보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이런 행동을 요구합니다.
"잘 들어봐. 너는 같은 이벤트를 볼 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요일을 맞추고 시간을 맞춰야 돼. 한 번 봤다고? 안돼. 그건 우리가 정한 약속이야.
넌 이 약속을 어기면 이벤트를 볼 수 없어. 뭐? 이벤트를 한 번 보고 나면 그 정도는 알아서 해주면 안되겠냐고?
안돼. 넌 이제 다 큰 성인이야. 옷은 알아서 갈아입어야지. 우리 금쪽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네. 융통성이 없어요. 이벤트를 봤든 안봤든 그딴건 모르겠고 무조건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설정해줘야 합니다.
이 짓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어요.
"시발 그냥 떡인지 보는게 낫지 않나?"
이벤트 볼때마다
옷을갈아입고요일을맞추고시간을맞추고이벤트가끝나면다시원래복장으로갈아입고숙소로돌아가서말을걸고좆같은계단을올라가서잠을청하고다시일어나서옷을갈아입고요일을맞추고시간을맞추고이벤트가끝나면다시원래복장으로갈아입고숙소로돌아가서말을걸고좆같은계단을올라가서잠을청하고다시일어나서옷을갈아입고요일을맞추고시간을맞추고이벤트가끝나면다시원래복장으로갈아입고숙소로돌아가서말을걸고좆같은계단을올라가서잠을청하고
이래야 합니다.
<융통성 없는 사람에게 정확한 지시 없이 무언가를 시켰을 때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 재밌어요 이거.>
융통성이 너무 없습니다. 사전 테스트를 제작자 본인이 직접 안한건지 아니면 딱 한번만 한건지 그것도 아니면 이게 제작자의 게임 철학인진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야겜에서 중요한 "끊임 없는 자극"을 전부 잘라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2. 하고 싶었던 것은 덱 배틀 아니었을까?
<카드에는 무언가 힘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저 네모난 것만 들면 사람들이 정신을 놓더라.>
프린세스 시너지의 전투는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시스템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저는 슬더스를 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런 저런 게임을 접하다 보면 대충 감이 오는 생각보다 직관적인 시스템이죠.
수 많은 카드 패 중에서 자신이 쓰고 싶은 패를 제한된 숫자 안에 넣고 최대한의 효율을 뽑는 그런 방식.
전 아주 좋아합니다. 플레이어가 머리도 써야 하고 그렇게 고민해서 나온 덱으로 최고의 효과를 냈을 때 나오는 도파민.
네. 싫어할 이유가 없어요.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니까요. 아주 좋은 시스템이죠.
<그치만 넌 야겜이잖아..>
제가 이 후기를 이렇게 길게 쓰지만 말하려고 하는 건 그냥 간단합니다. 프린세스 시너지는 어쨌든 "야겜"으로 나왔다는 거에요.
사실 전투가 재밌는 야겜은 은근 있습니다.
밸런스는 어떤지 몰라도 나름 다양한 클래스가 있어서 조합하는 재미가 있고 야리코미 요소도 풍부한 SEQUEL
각 캐릭터마다 역할이 확실하고(쥬에리를 제외하고) 개성적인 시스템과 야리코미 요소를 갖춘 프로넌트 심포니
모름지기 야겜이란 머리보다 생식기에 자극이 가야한다는 스탠스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카린즈 프리즌
이 셋이 떠오르는데 공통점이 뭘까요?
이 셋은 자신들이 못하는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잘 하는 것 혹은 하고 싶은 것 단 하나만 우직하게 밀고 나갔다는 것입니다.
<와 다양한 카드가 존재해요! 물론 상위 호환인 중복 카드가 좀 있지만요>
<와! 배틀퍽 관련 카드도 있네요! 갓겜 아닌가요?>
그에 비해 프린세스 시너지는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투의 재미도 잡고 싶고 배틀퍽의 재미도 잡고 싶었던걸까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배틀퍽 부분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유기된 부분이 좀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차라리 애초에 전투와 필드 에로 이벤트를 확실하게 구분 했으면 엄한데 들어갈 개발력을 더 집중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3. 프린세스 시너지는 마우스 조작을 추천합니다. 진짜?
<제작자의 악의가 가득 담긴 대표적인 맵. 솔직히 이 부분에서 너임마청년이라고 욕 많이 했어요.>
프린세스 시너지는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안내를 합니다.
"이 게임은 마우스 조작을 추천합니다."
네 좋죠 오히려. 한 손은 게임하고 한손은 응당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럼 최소한 자신이 정한 조작 방식에 맞는 맵을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쯔꾸르의 마우스 조작은 간단합니다. 플레이어 캐릭터 앞에 장애물이 있든 없든 일단 클릭한 곳으로 최단거리로 이동하려 합니다.
아주 작은 장애물이라면 알아서 피해가지만 조금이라도 덩치가 커지면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죠.
<아씨 어떤 새끼가 떠오르는데..>
솔직히 그건 게임 제작툴의 한계니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 최소한 제작자는 그 한계를 이해하고 맵을 구성했어야죠.
위에 올린 슬럼가의 캡슐호텔이 그 대표적인 나쁜 예시입니다.
3장이었던가요? 필연적으로 저 캡슐호텔에서 몇일은 지내야해요.
그 때마다 티켓을 뽑고 계단을 올라서 지정된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를 눌러서 잠을 자야합니다.
이걸 매일 반복해야합니다.
솔직히 티켓 뽑으면 바로 하루가 넘어가는걸로 해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거까진 말 안할게요. 그럼 최소한 방에 가기 쉽게 만들었어야죠.
오른쪽 계단을 보면 아시다시피 2층 복도와 3층 복도가 겹치는 구간이 있습니다.
문제는 2층에 머물 수 있는 객실이 두개가 있고 3층에 하나가 있어요. 2층 객실을 단순 마우스 조작으로 가려고 하다 보면
3층 복도를 클릭한 것으로 인식해서 이상한 곳에서 캐릭터가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자 한번 더 말할게요.
이건 그냥 게임 제작툴의 한계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럼 최소한 이딴 맵은 만들면 안됐죠. 좁은 공간이란걸 표현하고 싶었던거 같고 그런 면에서 예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플레이어는 여기서 몇날 몇일을 지내게 설계해놨는데 이러면 짜증만 나죠.
여기가 아니어도 플레이 중 잠깐 들르는 용인의 마을 또한 그렇습니다. 보기엔 예쁜데 꼬아놓기는 주머니 속 유선 이어폰 마냥 꼬아놨죠.
테스트 플레이를 안한건지 한번만 한건지 개발철학인건지 정말 궁금해질 지경입니다.
4. 그래도 난 널 사랑한다.
<그래도 어쩌겠니.. 사랑해야지>
저한테는 정말 최악의 게임입니다. 꼴리지도 않고 게임이 재밌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곳에 개발력을 낭비했어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갓겜으로 여기실 분도 많을거에요.
그런 분들은 제 후기를 보면서 생각할겁니다.
"아니 이 새끼는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데 후기를 정성 들여 쓰지?"
답은 간단합니다.
아씨 이 새끼들 좀 하고 싶은거 하나만 확실하게 했으면 재밌었을거 같은데..
이런 아쉬움이 남아요. 너무 강렬하게요.
이벤트에서 몇번 쓰이지도 않는 캐릭터한테 예쁜 일러스트를 배정한 것도 그렇고 덱 빌딩에 힘 쓴 것도 그렇고
제작자 나름대로 라이브2D로 에로 이벤트에도 힘을 준걸 보면 하고 싶은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근데 우린 인간이잖아요?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정해져 있잖아요?
마치 할 수 있다 나라면 해야한다! 라면서 선생님이 반대했던 길로 갔다가 개고생을 하는 저처럼요.
그런 면에서 너무나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잘만들었는데 못만들었어요.
아, 그거 하난 다르네요. 때깔은 제 진로보다는 훨씬 곱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워요.
그래도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이번 작을 통해서 확인 했으니 다음 작은 개선하지 않겠어요?
<물론 20년이라는 데이터를 쌓아두고 오답만 골라서 조지는 게임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은 게임입니다.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지만 분명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거에요.
후기에서 악평만 써놓고 이런 소리하는 것도 웃기지만 한 번 직접 해보는걸 추천합니다.
분명 이 게임은 정성을 들였고, 그것이 취향인 사람도 분명 있을거에요.
스토리는.. 음.. 그래요.
여기까지입니다.
Q 왜 존댓말 씀?
A 내가 틀딱이라 어릴 때 보던 게임 잡지 리뷰 따라하고 싶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