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얻으려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창작물 속 여주인공들은 누구나 사랑하고 사랑 받길 원한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1순위 가치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한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나에게 하는 다정한 행동, 상냥한 말투는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기 위한 가식일 수도 있고, 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혹은 주변으로부터의 인식을 고려한 사회적 행동일 뿐일 수도 있다.
그가 진정한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나에게서 파생되는 어떤 이득을 위한 것이지 여주인공은 알 수 없다.
이러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방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나』라는 본질이 아닌 다른 가치가 나에게서 사라졌을 때 그가 나를 버리진 않을까 두려워한다.
이러한 불안과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나의 모든 것을 그에게 바치는 것.
이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넘어, 법과 예의에 구애받지 않고 나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한다.
말하자면 자기파멸적 행동.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마주할 수 있는 미래는 두 가지.
하나는 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이미 모두 바친 탓에 그에게 더 이상 쓸모없어져 버려지는, 말 그대로의 자기파멸.
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파멸의 구덩이에 뛰어드는 이유는 바로 두 번째 미래에 있다.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낼 것도, 사회의 규칙에 따라 나를 대할 필요도 없어진,
오직 『나』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내가 그에게 온전히 인정받는 것.
의심의 여지 없이 『나』라는 그것 하나만으로 나를 사랑해준다는 것.
궁극의 승인욕구. 사랑. 그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어쩌면 모든 것.
여주인공의 사랑은,
모든 것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역설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파멸 욕망은 진정으로 자신이 파멸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파멸의 위험까지 감수하겠다는 극한의 구애 행위이자,
모든 것이 사라진 『나』조차도 사랑해주길 바라는 승인 욕구의 도착점인 것이다.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나도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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