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이 역경을 헤쳐가리라 믿었던 동료가 사라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라면 가능하리라는 자존심이 뭉개진다.
끝없이 암울한 미궁, 그 끝에 있던 실낫 같은 희망이 실은 먹잇감을 유인하던 덧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인간의 아성은 무너진다.
감옥용사의 전작이자 여성포획의 미궁 세라리드는 자존심 높은 명문가의 주인공이 한낱 벌레 따위에게 임신시켜 달라며 간원하기까지의 내용이 담긴 게임입니다.
우선 스토리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1.저주를 받은 주인공이 그걸 해결하기 위해 교회에 간다.
2.이미 교회에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동료들이 있었고, 잠이 들면 저주로 인해 침식의 미궁이라는 곳으로 강제로 전이된다.
3.주인공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주를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굴복하여 영원히 마물을 낳는 모판을 남을지 선택해야한다.
대략 이렇게 나뉩니다.
여성포획 미궁이라는 명칭답게 게임 플레이는 주인공의 패배 위주로 진행됩니다.
전투에서 이길 수도 있지만, 보상은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끝없는 물량 앞에 점점 체력과 마력이 다해 쓰러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생각보다 인상적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코즈믹호러, 형용할 수 없는 아득함 앞에 주인공은 한낱 고기구멍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제작자가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상적이었던만큼 아쉬웠던 부분도 많습니다.
1.우선 동료간에 서사가 약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교회에 왔을 때 처음 만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데, 이 과정이 별 이입이 안 됩니다.
'저주'라는 공통된 의식을 공유한다면 작은 유대감 정도는 있을 것이고, 그 유대감은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자연스러운 몰입이 생길거라 여겼으나....
게임 진행 내내 정보를 얻을 때 말고는 소통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놈들이 사라져도 아무 감정이 안 들더군요.
개인적으로 감정 공유가 조금 더 있었으면, 그래서 엔딩부분에 타락한 주인공이 사라진 동료들을 만나며 합동 출산을 하는 장면을 넣었으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작이 됐을텐데
하지만 그 대신 주인공에 대한 감정선을 꽤 짙습니다.
2.불친절한 진행 방식
보통 갓겜들은 불친절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똥겜 주제 갓겜인 척 불친절하면서 왜 우리 겜 욕함? 이러는 게 제일 꼴 받습니다.
세라리드도 그런 의미에서 꼴 받습니다.
힌트라고 처녀로 돌아가고 싶으면 첫날에 클리어해라 이 정도 말고는 도움되는 힌트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별 짓 다하면서 몬스터랑 몬스터한테 한 번씩 다 대주다보니 대충 두 시간이 지났더군요....
물론, 게임컨셉 자체가 무한한 몬스터 앞에 굴복한다는 내용이니, 고작 한낱 임신주머니에 불과한 암컷에 행동이 무의미한 것은 당연하며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꼴 받는 건 꼴 받는지라....
아무튼!
이러한 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괜찮았고, 특히 주인공이 점점 타락하는 모습은 근래에 해본 다른 타락물들에 비해 확실히 좋았습니다.
취향(촉수, 벌레, 좀 역겹고 더럽게 생긴 것들)에 맞다면 분명 즐길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여담이지만 두 시간 좆뱅이 치고 탈출 방법 찾아보니 허무하더군요.
엔딩은 -탈출(처녀 가능, 뿔 파괴 상태로 나갈 시 대사는 변함이 없으니 일러스트만 살짝 변화), 무한모판(그냥 자유모드)
플레이타임: ~2시간 안쪽
회상방:O
태그: 원치않음, 이종간, 임신, 촉수, 벌레, 크툴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