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플레이 타임 6시간, 짧아 보이지만 짧게 느껴지진 않았다)
미인계와 역강간, 펨돔 류를 주 장르로 개발하는 서클 わからせ屋(와카라세야 라고 읽음)에서 2년 만에 나온 신작이다
이 서클의 전작들은 '오네쇼타 heroes'와 '레벨 드레인 교회'로 알만한 사람들은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이번 작까지 포함해서 나타나는 이 서클의 큰 특징이 하나 있는데,
꽤 밝고 소프트(물리적인 의미로도)해 보이는 그림체에 비해, 의외로 삽입씬이 적고 펨돔 쪽에 치우쳐진 시츄에이션이 많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마조 성향 없이 단순 여성 상위도 적당히 잘 먹는 부류한테는 하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본인이 만약 후자라면 굳이 찍먹해 볼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 후기를 끝까지 본게 된다면...조금 생각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도 사료된다
요약하자면, 게임성이 꽤 많이 간소화된 경영 시뮬레이션(턴제 전투 살짝 섞은)게임이다
하루 마다 하나의 이벤트를 실행해서 가게 규모를 조금씩 성장시키면 되는데,
낮에는 히로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식재료or음료 재료를 수집하거나, 옆에 있는 시련의 탑을 선택할 수 있다
이벤트 진행 후 밤이 되면
이렇게 4명의 히로인 중 하나가 찾아와, 이들의 밤시중을 들면서 돈을 모아주면 된다
밤시중을 들어 히로인의 만족도를 일정 이상 올리면 H씬이 해금되는데
해금된 H씬에서 H경험치라는 걸 하나하나 모아,
이렇게 스킬을 하나씩 언락해서 밤시중을 좀 더 다양한 시츄에이션을 즐길 수 있다
상위 스킬일수록 만족도가 좀 더 빨리 올라가, 돈을 더 많이 뜯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니 모든 씬 수집을 위해 꽤 많은 노가다가 필요하다
모은 돈으론 주점을 확장하거나 재료를 소모해 음식과 음료를 제작하는 통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하지만 초반엔 그런 업그레이드에 돈을 쓰긴 힘들다
왜냐하면...주 콘텐츠는 주점 경영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스토리
이 게임의 주 콘텐츠이자 알파인 오메가는 스토리 진행이다
총 100일 동안 진행되는 경영 중, 일정 일자가 되면 주변 마물들이 시비를 걸어오는데
이 마물들에 맞서 주점을 지켜내고 전체 스토리의 떡밥이 서서히 풀려나가는 게 메인인 게임이라 볼 수 있다
시비가 걸리면 기한 내에 마물 퇴치를 위한 '대비'를 하게 된다
여기서 지금까지 모은 모든 자금을 쏟아부어야 게임 오버 없이 안전하게 진행되기에, 주점 강화가 메인이 아니라 얘기 한 것이다
초반부는 정말 별 내용 없이 진행하면서 떡밥이 툭툭 던져진다
대충 주인공은 갑자기 나타난 기억 상실증 환자인 줄 알았으나, 사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고
주점 사장인 마녀는 사실 불로불사의 마녀였으며
위의 빨강 머리 히로인 '메루루', 수녀복 히로인 '클라리스'는 사실 음마였다는 게 밝혀지는 식
사이사이 주인공들과 다른 시점의 누군가(기억이 잘 안났는데, 찾아보니까 전작 '레벨 드레인 교회'의 등장인물들임)가 어딘가에서 따로 스토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주점을 지키기 위한 행동들이 실은 '마왕선발전'에서 승리해버린 행동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그로 인해 마왕의 자리를 눈앞에서 뺏길 수 없었던 음마 세 자매(주점이 자리잡은 서큐버스 마을의 지배자)에게까지 시비가 걸린다
물론 당연하게도, 지금껏 주점을 운영하면서 만들어낸 여러 인연들의 힘 덕에 승리를 따내는 왕도식 전개로 주점의 위기는 다시 한 번 넘어간다
마녀는 어차피 마왕이 될 생각이 없었기에 마왕이 되자마자 서큐버스 세 자매에게 통치권을 돌려주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후, 위에 있던 '시련의 탑' 콘텐츠를 통해 기억을 전부 되찾은 주인공과 마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정사를 나누는 것까지
(여기서 천사는 생식이 불가능하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신이 인정하면 둘의 영혼 파편이 우주 어딘가에 태어나 수백 수천년동안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형적인 왕도적 전개를 통해 그대로 엔딩이 될 줄 알았지만...
주인공은 일반적인 천사가 아닌, 마물과 인간들에 대한 심판을 '선택'할 권리를 지닌 천사였다
기억을 잃은 건, 애초부터 마물들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던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내릴 지 뻔했기에
상위 천사가 일부러 기억을 없애고 마물들 사이에서 살게하여 본인만의 진짜 선택을 내리게 한 것
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사실 상위 천사는 인간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 주인공을 유도한 것이었다
이후 상위 천사는 곧바로 본색을 드러내며,
그대로 주인공을 흡수해 버린다
또한 기억을 지우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의 조력자 천사마저 흡수하여 자신의 계획을 아는 천사를 모조리 없애버린다
그렇게 마녀는 눈앞에서 순식간에 연인을 잃어버리고, 절규와 증오를 천사에게 퍼붓는데,
천사는 그것마저도 이용하려 든다
천사는 동료 천사에게서 뺏은 힘을 이용해 자신과 관련된 마녀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 증오만이 남게하고...
스스로를 루시퍼라 칭하면서 인간 세상에 새로운 마왕을 탄생시켜 버린다
절망적이게도 천사의 계획은 완벽히 성공하게 되어...
오갈 데 없는 분노와 증오가 한 데 뭉쳐져, 마왕에 가장 어울리지 않았던 존재를 마왕으로 탄생시켜 버린다
마왕이 된 마녀는 그렇게 한 걸음씩 파멸의 길을 내딛기 시작한다
(미티어는 마녀의 이름, 아메리엘은 주인공 '캔디'의 본명)
하나씩...
하나씩...
자신이 일궈왔던 모든 것들을
자신을 따라주었던 동료들을 밟아가면서
한때 도움받은 존재들이 스러져 가길 고대하면서
언제나 곁에 있던 측근마저 떠나보내면서
또 다른 측근 역시 붙잡지 못 한 채로
육신도, 영혼도 모두 썩어문드러진 채로
마왕이 된 마녀는 그렇게
끝날 줄 알았으나,
최후의 최후에 이르러 마녀의 기억은 되살아난다
하지만 너무나도 늦은 타이밍이었기에
마녀는 그대로 소멸할 뻔했지만,
스토리 한 중간에 계속해서 등장했고, 또 전작의 주역 중 하나였던 '미아'의 등장으로 소멸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즉, 스토리 중간중간에 등장했던 뜬끔없는 스토리들이 사실은 본편 스토리의 미래 시점 이야기 였던 것
이후 흑백이었던 화면이 다시 정상화 되어 그동안의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들의 종착지는 바로 이곳, 1000년 전 인간에게 심판이 내려진 장소이자, 마녀의 오갈 데 없는 분노와 증오의 기원인 곳이었다
자신의 구해준 미아의 몸을 빌려 마녀는 다시금 1000년 만에 루시퍼와 맞닥뜨린다
마녀는 이미 루시퍼를 물리칠 마법을 준비해 왔지만, 긴 영창이 필요해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하고 루시퍼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다
하지만 그 싸움에, 또 다른 중간 스토리의 등장인물이자 미아와 같은 전작의 등장인물인 메아가 끼어들어 마법 영창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후 마법 영창에 집중하려던 찰나, 마녀는 이름을 물어보는데
이들의 이름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고, 천 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위에서 언급했던 그 이야기, 신이 사랑하는 둘을 인정하면, 두 사람의 영혼 파편이 우주 어딘가에서 태어나 수백 수천 년 동안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마녀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났는지, 자신의 이름과 이 둘의 이름이 왜 비슷한지 깨닫게 된다
이 두 사람은 바로, 소멸한 줄 알았던 주인공 아메리엘과, 마녀 미티어의 딸이었다는 것
마녀는 이 사실을 깨닫고, 다시 미아에게 몸을 넘겨준 뒤,
가족 4명이서 함께 루시퍼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그렇게, 1000년을 넘어선 싸움은
루시퍼가 소멸하면서 끝...
나지 않았다
마왕성을 떠난 클라리스는 사실 과거를 바꾸기 위해 '시간의 비석'을 사용하여 한 번 과거로 돌아갔으나
그것을 시간의 여신에게 들켜 죽을 뻔 했고
다행히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면서 시간의 여신의 사도가 되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도가 된 클라리스는 어떻게든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세계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그 어디에도 비극이 존재해왔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시간선을 넘나들며 포기하지 않은 결과 이 시간선에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클라리스 또한 이 시간선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어느 시간선이든 마녀는 루시퍼를 소멸시키면서 복수를 이뤘지만,
그 어떤 시간선의 마녀도 증오와 분노가 사그라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클라리스는 반쯤 포기했음에도 내심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늘 하던 질문을 건넨다
그 질문에 마녀는...
가장 순수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1000년 전의 '마녀'가 오랫토록 간직해왔던 진심을 드러낸다
그리고 클라리스는 그 대답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마녀의 소원을 이뤄주기로 한다
클라리스의 1400만 번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마녀는 올바른 미래를 꿈꾸기 위해 다시 한 번 모든 것이 망가진 그 날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하나씩...
언제나 곁에 있던 측근을 그리면서
한때 도움받은 존재들에게 사과하면서
자신을 따라주던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일궈왔던 모든 것들을 되새기면서
다시 하나씩...
영혼과 육신을 모두 수복하여
다시 나아가기 시작한다
돌아온 곳은 1000년 전, 선택의 그날
마녀는 곧바로 늦잠자던 주인공을 깨운 뒤,
클라리스와 메루루를 이용해 움직이지 못 하게 하고
시련의 탑을 비집고 들어가 미카의 행동을 억제한다
이걸로 마왕의 탄생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 길로 즉시 루시퍼가 되기 전의 천사가 강림한 곳으로
혼자가 아닌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더불어,
아메리엘과 인연을 맺어온 '인간' 동료들과 함께 천사를 처단한다
이렇게 마왕이 되었던 마녀는
1000년 간의 역경과 고난을 씻어내고 자신이 바라던 미래를 손에 쥔 채 그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평온하고 안락하며,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곳이자,
모두와 만나 유대를 다진 그곳
마녀와 천사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사실상 후반부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스토리가 이 게임의 가장 크고도 뚜렷한 장점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다르게 말하자면 스토리 빼고 전체적인 부분에서 단점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3. 그래서 총평은?
장단점이 너무나, 너무나 명확해서 게임적인 기대를 가지지 않고 스토리 쪽의 기대만 가지고 간다면 꽤 몰입해서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서 필자 기준, '야'쪽으로 그렇게나 좋다고 생각이 들진 않았다
시추에이션 자체는 진성 마조인 필자 입장에선 좋다고 볼 수 있지만, 그놈의 작화가 발을 붙잡아서 꼴릴 만한 것도 꼴리다고 느껴지지 않게 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런 작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가 봤을 땐 평면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서 이입하기가 불가능했었다
그럼에도 게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시도때도 없이 떡밥을 던지며 흥미를 유발하게 한 스토리와
노가다성이 심하지만, 증축하는 재미가 있는 경영 콘텐츠 덕분이었다
하지만 증축의 재미는 금방 사라지니, 만약에 하고 싶다면 그냥 스토리에만 집중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위에 스포글을 읽어버렸다면...유감을 표한다)
종합하자면, 낮은 게임성과 엉성한 '야'적인 부분을 스토리가 멱살 잡고 끌고가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총점
게임성 ★★☆☆☆ 뭔가 업그레이드가 더 있거나, 돈 쓸 데가 더 있었으면 좀 더 즐길 만 했을 것 같다
스토리 ★★★★☆ 너무 여유로운 슬로우 스타터, 그럼에도 1등 해버리는
꼴림도 ★★☆☆☆ 분명 전작은 꼴렸는데...그림체도 되게 발전했는데...뭔가뭔가임
아무튼 그래도 이래저래 읽으면서 즐거운 게임이었다
p.s. 동인야겜에서 스토리에 별 기대 안했다가 감탄한 건 오랜만인 듯?(시퀄, 블랙소울, 몬무퀘 등등 명작인 애들 빼고)
p.s.2 이거랑 비슷한 스토리적 충격을 받은 야겜이 있는데 '라스트 메일'임 얘는 저기 식당 시절에 후기 쓰려 했다가 임시저장한 거 날아가서 걍 안함
p.s.3 현생 바빠서 식당 시절 후기 백업을 못 했음...몇몇 개는 살리고 싶었는데 못 살려서 아쉬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