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 보기가 그 어떤 시대보다 쉬워진 작금.
나는 왜 고작 일러스트가 움직이는, 아니 움찔거리는 장면을 보기 위해 시간을 쓸까?
던전 따위를 플레이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게임을 하다가 문득 느껴지는 현타에 던전따위라는 게임을 찬찬히 살펴봤다.
일러스트는 고퀄이지만, AI그림이 눈에 익다면 꼴리지 않을 그림이었다.
머리 대신 다른 곳에 사고가 넘어갈 것 같은 AI 그림도 종종 있다지만, 던전 따위는 그정도는 아니었다.
남자 둘과 여자 둘의 백그라운드 서사도 적당히 쌓아뒀다. 미숙해서, 술에 취해서 당하는 여주들을 보면서도 억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지나치게 익숙한 서사라는 게 문제였다.
NTR은 멍청하기 그지없는 남주와 머가리 꽃밭이거나 적당히 엉덩이 가벼운 기지배, 그리고 섹스마스터 금태양으로 완성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너무나도 정석적인 전개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초반부터 티격태격하는 남주와 여자 둘.
소심하고 제 역할을 못해 어깨를 못 펴는 남주를 대신해 일과 섹스 모두 훌륭한 금태양.
되도 않는 협박에 넘어가 마지못해 조금씩 허락해주다 결국 일을 치르는 여자.
너무나 익숙한 전개에 갑자기 이후로 나올 일러스트와 스토리가 머릿속에 주르륵 펼쳐지자 도저히 계속 진행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사실 모든 야겜의 전개는 익숙하다.
다만, 머리 대신 아랫도리가 사고를 시작하는 순간 새로워지는 것 뿐.
그렇다.
던전따위는 이 익숙한 전개를 의식하지 못하게 할만큼의 꼴림도를 제공하지 못했다.
적절할 때 터져나오는 신음 보이스는 내가 야겜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일깨웠지만, 그닥 꼴리지 않았다.
2시간 만에 바지를 내리게 만들었던 AV의 여자 배우가 목석일 때의 기분을 맛봤다.
분명 텍스트와 일러스트는 잔뜩 흐트러진 여자를 그려내고 있지만, 그랬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AI그림이라도 잘 쳐먹던 막입이 갑자기 맛을 가리는 게 어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