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참, 뭐라 해야 할 지.
게임을 뜯어보는 단계, 구체적으로 무능법사가 사요나라하는 시점까지 나름 재미는 있다.
일단 그 시점까지는 주어지는 퀘스트들이 단순하다. 이 게임을 하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을 좆같은 길찾기를 감안해도 아무튼 먹을 만은 하다.
문제는 주인공 테오한테 있다.
이 새끼한테 도통 정이 안가.
오죽 심하면 맥스랑 블루가 더 호감임.
이 새끼의 행적이 하나하나 전부 납득이 안되니 자연스럽게 주인공놈한테 몰입이 안된다.
비슷한 네토리 장르인 외도용사를 예로 들겠다.
주인공은 무력하고 무능하다.
튜토리얼만해도 같은 파티 인간들 마법 뻥뻥 쓰는 동안 온갖 비틀기를 해도 몹하나 못이기는 저열함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본체의 무능함 때문에 찌질해보이지 나름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 하는 시늉은 보이고 끝내 아무도 행복하지 못할 복수를 완수할 독기가 아주 충만해서 네토라레의 역겨움만 극복한다면 꽤나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테오는 무골호인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호구다.
자기 붙들고 봉취급하고 괴롭힌 블루한테 복수를 하는가? 아니요, 상황수틀리니까 바짓가랑이 붙들고 파티원 바치는 병신이다.
자기 여자 빼앗아간 1등 공신인 밀레디에게 그에 맞는 태도를 보이는가? 아니요, 여자가 쫓겨난 게 불쌍하다고 받아준다 이 등신은.
그럼 한 번 빼앗겨봤으니 그 다음으로 만드는 연인한테는 잘하겠지? 유비랑 귀크기 비교하면 아마 테오가 더 클거라 내 자신있게 말하겠다.
모든 행적이 다 이렇다.
차라리 맥스가 더 주인공 같아서 나는 후반부에 파티원 전원을 맥스한테 몰아줘 맥스 하렘을 만들어버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일단 우리는 주인공새끼한테 이입하기는 글러먹었다.
그렇다면 다른 인물이 채가서 즐기는 모습이라도 보고 싶은 데 초반 두 번 정도를 빼면 보여주지를 않는다.
아니, 전작에서 힙피아 놈들한테 약탈당하면 중간중간 과정도 열심히 보여줘 놓고 왜 이번에는...
그럼으로 나는 정체성에서 '야' 를 빼게 되었다.
그럼 '겜'만 남는데 그렇게 되면 이제 초반부터 우리를 괴롭힌 길찾기가 머리 끄댕이와 좆같은 기믹들을 달고 우리를 반겨준다.
단순한 맵도 수십분은 소모해야 할 정도로 가시성이 구린데 광산이나 미혹숲같은 퍼즐이 뒤섞인 맵은 혼자 뺑뻉이를 돌다 몇시간 태우고 지친다.
힘겹게 던전 하나를 뚫고 나와도 다가오는 것은 자유도라는 이름으로 내던져져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 헤매며 퀘스트를 깨기 위해 노력하는 나 밖에 남지 않는다.
그마저도 무능 법사가 떠난 이후의 퀘스트가 상당히 불친절해서 수령받고 해당장소로 가서 진행이 불가능함을 깨닫는 과정을 거쳐 거대한 시간낭비에 한축을 차지하고 있다.
얌전히 공략을 봐도 십수시간 걸릴 것을 맨땅에 헤딩하다 무능법사 석방 이후에 완전히 막혀서 그 때부터는 얌전히 공략봤다.
욕을 길게 적어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못써먹을 게임은 아니다.
원래 칭찬보다는 욕하는 게 더 구체적이니 욕이 길어진 거지 게임은 거듭 말하지만 찍어 먹어보기에는 제법 괜찮다.
스토리 모드는 아무리 생각해도 진행 파악시키는 거대한 튜토리얼이고 본체는 프리모드야 이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