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저리주저리 하는 거니까 탭 안 달아도 되는 거 맞지?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쓰던 글 날아가서 좀 산만해. 이해해 줘.
식당에서도 도나도나가 나올 적에 민심 흉흉했는데 여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음? 내 기억이 잘못된 거임? 이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억. 잘못되지 않았다.
도나도나가 왜 비싸고 민심이 흉흉한가? 진짜 회사 잡아 먹은 작품인가?
아는 한도 내에서 설명해 볼게.
요약
가격 대비 퀄리티 떨어지는 거 맞다.
미완성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꼭 중요한 건 아니다.
시기가 안 좋았던 거지 이 게임이 회사를 죽인 건 아니다.
올려칠 필요도 내려칠 필요도 없다. 지금 시기에서 보면 수작 정도는 된다.
풀 프라이스 게임
도나도나는 풀 프라이스, 즉 AAA급 게임이야. 요즘 유입된 솜붕이라면 야겜에 뭔 AAA급? 이라고 생각할 거 같긴 한데, 원래 일본에서는 90년대 말부터 AAA급 야겜 만드는 회사들이 있었고 대표적으로 지금 언급하는 앨리스 소프트, 일루젼, 에우슈리, kiss 등등등이 있어. kiss는 진짜 전설이지. 18.
도나도나의 정가는 8,800엔으로 소비세 포함하면 당시 환율로 108,000원 정도 나와.
사실 도나도나는 그렇게 비싼 게 아냐. 저게 패키지 가격이고, 당시에는 패키지 게임 내고 1년 있다가 DL판 내고 하는 게 일반적이었어. 오히려 동시에 출시하고 패키지판 사면 굿즈를 끼워준다거나 그런 것도 있었어.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는 이 가격에 이 퀄리티가 맞냐는 건데...
도나도나는 흠... 해 버리는 거지.
가격 대비 퀄리티가 떨어진다
게임성 논란에 대해서는 꺼무 위키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까 거기 참고하면 좋은데 바쁜 심붕이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게임이 20년 전, 10년 전에 나온 거에서 변화가 없다는 거였어.
도나도나의 시스템 중 히토카리, 하루우리라는 게 있는데, 도나도나 안 해 본 심붕이를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히토카리는 사람을 사냥, 즉 납치하는 거고
하루우리는 납치한 사람으로 매춘하는 걸 말해.
그런데 히토카리는 앨리스 소프트의 구작, 2001년에 나온 대악사에서 사용되는 시스템을 다운 그레이드해서 사용한 거고
하루우리는 앨리스 2010이라는 미니게임 모음에 있던 걸 거의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한 거였어.
20년 전, 10년 전 게임을 UI조차 거의 그대로 답습해서 쓰는 게 맞냐? 라는 거였고 당시 제작자가 퇴사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건 도덕적으로 괜찮냐? 표절 아니냐? 라는 논란도 있었지.
미완성 논란에서 언급할 거긴 한데 하루우리에서 사용된 CG도 문제였어. 이게 교카이가 지난 작품에서 사용한 일러스트를 커팅해서 사용한 거거든? 풀 프라이스 게임에 일러스트 돌려 막기가 맞냐는 거지. 당시 제작 상황 보면 이해 못할 건 아닌데 출시 당시 민심은 이거 땜에 존나 흉흉했어.
일러스트 퀄리티도 역대급으로 떨어진다고 평가가 박했어. 겟츄에 남아 있더라고? 원근감이 이상하다든가 인체 비례가 이상하다든가 그런 작붕 관련 보고도 있고. 그런데 이건 나도 할 말이 있는데
이브니클이 있는 이상 역대급은 아니고 에우슈리 거 보다가 이거 보면 시발 선녀 같다 할 텐데? 니넨 시-
넘어가자.
미완성 논란
도나도나의 논란 중 정점이 이거지. 미완성이냐 아니냐. 사실 완성하지 못한 걸 급하게 포장만 해서 출시한 거 안니냐? 라는 거지.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패키지 게임을 미완성으로 출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
이 논란의 결론부터 말하면-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게임 내 오마케, 블로그에 보면 도나도나 개발 중에 DJ C++이 퇴사해서 프로젝트를 중단할 뻔했다는 얘기가 나와. 그러곤 DJ C++한테 외주 줘서 겨우 출시했다는 얘기가 나오지.
이 새끼들이 지네 욕하면 홈피 닫아버리고 블로그에 아 진실은 이런데 우매한 너네들이 몰라주는구나 이런 글이나 쓰던 놈들인데 왜 이런 소리를 하고 있지? -싶은 거야.
퇴사자를 예토전생해서 마저 만들었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질까? 하고 사람들이 생각해 보니까 제작 시간이 정말 없고 뭔가 새로운 걸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거야. 그리고 앞서 말했던 히토카리와 하루우리도 비슷한 연장선- 즉 다른 추가 컨텐츠가 있었는데 다 잘린 거 아니냐? 라는 얘기가 나오게 된 거지. 앨리스 소프트가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그런데 란스 결전에서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특히 히토카리가 원래 시스템에서 가지치기 당했던 게 이런 심증을 굳히는 역할을 했어.
도나도나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나리오도 뭔가 이상해. 앨리스 영입때부터인가 갑자기 힘이 빠지고 방향성이 애매해져. 엔딩도 뭔가 슴슴~하지. 엔딩에 한해서는 사이버펑크 특유의 염세적인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면 딱히 이상할 건 아냐. 하지만 볼륨 차이가 나고, 캐릭터 연출, 서사 부분의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야. 맥거핀이 너무 많지. 게임 오마케에 관련해서 변명한 것도 있고 꺼무 위키에 문제점이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까 궁금하면 참고해 줘.
전투도 밸런스 문제, 특정 로스터 이외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즉 영입 캐릭터 포지셔닝 문제가 발생하지. 앨리스는 공기가 맞아.
앨리스 소프트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회사들은 게임 개발 당시 불리한 내부 사정을 밝히는 경우가 없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경우도 없어. 그런데 도나도나는 둘 다 했지.
여기서 아까 언급한 교카이의 일러스트 돌려막기까지 붙는 거야. 압도적으로 부족한 리소스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땜빵치기한 흔적들로 보이잖아? 실제로 제작 상황이 정말 안 좋았다고 하니까 미완성 논란은 기정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
회사를 잡아 먹은 작품인가?
이 얘기가 나온 이유는 도나도나를 제작하던 사람들이 앨리스 소프트의 미래였기 때문이야. 그런데 한 명은 중도 하차. 나머지 두 명은 출시 직후 퇴사. 한 명... 남긴 했는데...
앨리스 소프트의 대표작은 란스야. 응? 지금은 초앙대전이라고? 넌 시-
넘어가자.
란스 시리즈는 앨리스 소프트 원로들의 작품이야. TADA와 오리온으로 대표되는 원로 세대의 물건이지.
그런데 란스 결전, 즉 완결편이 도나도나와 같은 시기에 개발되고 있었어.(결전은 18년 도나도나는 20년 출시)
이때 TADA는 너무 연로해서 기억력 감퇴, 즉 치매가 온 상태였고 사실상 란스 시리즈는 오리온이 검수하는 상태에서 결전을 치르고 있었지.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어. 2011년 란스 퀘스트 출시 당시 TADA의 상태가 안 좋다는 게 공론화 되었고 자기 작품 설정이나 캐릭터도 기억 못해서 이 작품 이후로는 오리온이 대신 작품을 관리하게 되었어.(공식적으로 인계 받은 건 란스 결전 제작 때부터야.)
결국 란스 결전을 끝으로 TADA는 앨리스 소프트를 떠나게 되었어.
팬들은 앨리스 소프트라는 회사가 존속하려면 다음 세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다들 알겠지만 회사 존속이 문제가 아니었어. 야'겜'을 계속 만들려면 다음 세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야했지.
이제 도나도나 제작 인물 명단에서 중요 인물은 4명이야.
우선 디렉터- 잇텐치로쿠(오링)
란스 리메이크 시리즈의 총괄 책임자 겸 도나도나 제작 감독이지?
란스 시리즈의 미래가 이 사람한테 달렸어.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 - 다이스코로가시
란스 결전, 란스 03, 초앙대전 등 앨리스 소프트 후기 작품 전반에 참여했어.
메인 원화가 - 교카이
오리온의 후계자지? 란스 01부터 메인 원화가로 뛰었어. 이 사람도 란스 시리즈의 미래야.
유일 프로그래머 - DJ C++(사쿠라노 사키미에)
하도 자료가 없어서 연혁을 모르겠는데 이 사람이 없어져서 도나도나가 없어질 뻔했어.
그런데 이 멤버가 한 명 빼고 전부 퇴사하게 돼.
제일 먼저 DJ C++이 19년 6월에 퇴사해. 도나도나가 20년 출시지? 1년 전에 퇴사했어.
잇텐치로쿠와 교카이는 21년, 즉 도나도나 출시 후 1년도 안 되서 퇴사해버려.
유일하게 다이스코로가시만 남았지. (참고. 이 사람은 작년 5월에 퇴사)
팬들 입장에서는 란스 시리즈 종말을 의미하는 거였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앨리스 소프트의 야'겜'은 더 이상 개발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어.
도나도나가 앨리스 소프트의 종말이 되어 버린 거지.
이거 때문에 도나도나가 회사 잡아먹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고, 란스 시리즈 빠가 많아서 더 욕을 먹는 거기도 해. 그런데 사실 TADA가 언급했던 란스 4 리메이크가 엎어진 건 꼭 이 사람들 탓인 건 아냐.
란스 결전 오마케에서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당시 야겜 시장은 황혼기를 넘어서 사망기에 들어간 상태였어.
지금 야겜 시장은 DL위주잖아? 그리고 이제 회사에서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동인 서클, 즉 동아리가 만들어서 판매하는 구조란 말이야.
게다가 일본 야겜은 원래 일본인들만 대상으로 판매하도록 되어 있어. 법적으로.
그런데 지금 야겜이 한국인이라고 못 사고 못 하는 거 아니잖아?
시장도 변했고 개발 환경도 변했어.
앨리스 소프트는 재정 악화로 2010년에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이거 안 했으면 도나도나 발매 전에 회사가 문 닫을 뻔했어.
내가 도나도나가 출시된 2020년을 사망기라고 하는데 바로 이 해가 이번에 복구 탭에 올라온 소프트하우스 캬라가 도산한 해라서 그래.
구조 조정을 했다는 거랑 약간 모순될지 모르겠지만, 에로게 회사들은 2000년대 초부터 심각한 인력난으로 시달리고 있었어.
도나도나만 해도 DJ C++이 퇴사해서 개발 취소가 될 뻔했는데, 프로그래머가 퇴사하면 다른 프로그래머를 데려와서 일 시키면 되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 그런데 이 시기가 되면 프로그래머가 굳이 야겜 만들러 올 이유가 없었어. IT붐이라고 하나?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널렸단 말이야. 그리고 야겜 만든다고 하면 떳떳하지도 못하고.
시나리오 라이터로 이야기하면 좀 더 확 와 닿을 거 같은데, 제로의 사역마로 유명한 야마구치 노보루를 보자. 이 사람 원래 야겜 작가였어. 마계천사 지브릴이 이 사람 작품이야. 그런데 2000년대 초에 라노베 작가로 노선을 갈아 타고 대박 났지? 나스 기노코, 우로부치 겐 등 당시 유명한 야겜 작가들은 양지화하고 있었어.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회사들이 매각되거나 도산으로 없어지면서 점점 에로게 회사가 없어지기 시작했어. RPG나 시뮬레이션 장르는 싹 날아가고 ADV 장르만 남게 되었어. 그게 개발 인력, 비용이 적거든. 동인 겜 만드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돼. 앨리스 소프트도 공식적으로 마지막 패키지 게임은 부인의 회복술이라는 ADV야. 22년 작이지.
팬들은 앨리스 소프트가 계속 야'겜'을 만들길 원했지만
이제 무슨 얘긴지 알거야.
규모가 큰, 볼륨이 많은 야겜은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되었고 저가의 저품질 야겜, 즉 동인 게임이 관심을 받게 되었어.
단적으로 말해서 도나도나가 출시된 게 20년, 그 다음해인 21년에 출시된 동인 겜 볼래?
성기사 ○카
카린의 형무소
초보 가출 소녀와 나
SOD 스윗 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느낌이 확 오지? 시장이 완전히 넘어가 버렸어.
따라서 도나도나가 회사를 잡아 먹었다는 건 틀린 말이라는 거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도나도나를 얘기할 때 억까도 있는데 억빠도 있어.
이전 시기 작품들부터 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인 건 맞아. 그리고 앨리스 소프트답지 않게 너무 어설프게 만들어졌지.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정도로 만들었다는 것도 대단한 거고... 물론 퇴사 예정자들이 힘 빼고 만든 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긴 한데, 이건 진짜 억까 아님? 그건 확인이 안 되는 거잖아?
지금 시기에서 보면 도나도나는 결코 나쁘지 않은 작품이야.
5만 원 내외에서 이 정도 볼륨, 게임성, 그래픽, 심지어 한글화까지 된 작품은 흔치 않아.
아직 안 해 봤다면 한 번쯤 해 보라고 하고 싶어.
딱딱 틀니 소리 날 텐데 참고 읽어 줘서 고마워. 와 시발 시간 봐라. 나 어카냐 진짜
마지막으로
왜 도나도나는 노모가 없어요? or 도나도나 노모 있던데? 하는 솜붕이에게.
교카이가 퇴사해서 도나도나는 노모를 만들 수 없어요. 저작권이 걸려 있어서 허락 받아야 하는데 앨리스 소프트가 하지 않았어요.
지금 도나도나 노모는 어떤 따거가 AI로 만든 거고 그래서 이중 봊이, 워프 구멍 같은 게 보이는 거에요. 모드를 보고 원본이라고 하면 안 돼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