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싫다면서 소맥을 말아먹는 네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기는 했지만, 그렇다고는 했지만, 내가 소리내어 네게 불만을 토로할 수는 없었다. 물론 너는 그런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지만, 그건 그냥 내 자격지심이라 해도 좋았다. 네 눈에 비친 내 모습이 실로 소맥같지 않았을까.
남자였던 나는 이제 여자가 되어있었고, 너는 내게, 이렇게 되어버렸노라 말하는 내게 별 말 없이 믿어주었었다. 특유의 향기가 있노라, 네게는 네 특유의 향기가 있노라. 너는 그렇게 말했었으니. 그런 너니까, 아마 소맥도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렇기에 네게, 소맥을 말아먹는 네게, 네 취향이 이상하다 말하지는 못한다. 그것이 내 자격지심임을 안다. 남자였던 나는, 이제는 여자가 되어있는 나는, 소맥처럼 대충 뒤섞여 하나가 되어있는 나는, 그 불완전한 마음에 너를 담았다.
잔을 기울이는 너를 보면서 나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 술잔에는 맥주. 네 술잔에는 소맥. 여자가 이런거 막 마시면 안된다고 말하는 네게, 나는 그 말에도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지.
안다.
이건 나의 자격지심.
이건 나 혼자만의 자격지심.
너는 아무 생각이 없을지언정, 나는 그렇게 속으로 혼자 곪아갈 뿐이다. 그런 나는, 네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되고.
나는, 나는.
이렇게 불완전한 나는.
나는, 내 마음에는, 네가 담겨있는데.
그 말을 하기가 이토록 어렵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래시계 같은 시간들이라, 나는 그 시간들을 헤아리지 못한다. 헤아릴 생각도 못한다. 그저 시간이 많이ㅡ 제법 많이 흘렀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니 이제는, 내 정체성은 여성임을 알아도, 내 과거는 내 발목을 붙들고 늘어진다.
내 과거는 이제 잊어야 할 지옥이었다. 그런데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옥이었다. 그 속에 빠진 나는 허리까지 잠겨든 채 하늘을 바라본다. 저토록 푸른 하늘은 네게 햇빛을 내려주건만, 그 곁에 내 자리는 없을 것임에 틀림없다.
네가 말아먹는 소맥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이해할 수도 없을테지. 그러니 나는 너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다.
무슨 할 말이라고 있느냐ㅡ 그리 눈빛으로 묻는 네게 나는 고개를 저어보인다. 할 말이야 많겠지. 할 말은 많고 많아 태산을 이루건만 눈앞에 장강이 흐르니 뱉어본들 강물에 휩쓸려갈 뿐이라. 그러니 내뱉은들 아무 소용도 없는 말이 아니겠는가.
언제부터였을까. 내 마음에 너를 담은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다들 괴물 보듯이 나를 볼 때, 내 앞을 막아섰던 너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부터였을까. 그 뒤였을까.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나를, 네가 아닌 다른 이들이 부축했을 때ㅡ 그리고 그들에게, 내 여자친구라며 일갈하던 그때부터였을까.
딱히 할 말이 없어 새우깡 하나를 집어먹는 것이 전부인 내게.
너는 여전히 눈빛으로 묻는다ㅡ 할 말이라도 있느냐고.
그러나 나는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할 말이 있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소소주는 싫다면서 소맥을 말아먹는 네 행태를 이해를 못하겠어.”
그저 이렇게, 작은 투정만이.
대피소 첫 창작글은 나다!
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