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는 메지로 맥퀸.
수 많은 레이스에서 우승하고, 후배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말 그대로 「완벽」한 우마무스메인 그녀였지만,
그녀는 지금 일생일대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으음... 아무래도 이건 너무 지나칠까요..? 하지만 그 둔한 사람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리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것이와요."
바로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이다.
메지로 맥퀸과 트윙클 시리즈를 제패.
이후, 드림 드로피, 해외 원정까지 완벽하게 제패한 메지로 맥퀸의 담당 트레이너.
메지로 맥퀸은 그런 담당 트레이너를 사랑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수 많은 플러팅을 던졌으나...
"트레이너 씨, 만약 메지로에 입적한다면 어떠실 것 같으신가요?"
"당연히 좋지!"
"에..엣?"
"메지로의 수 많은 원석들과 교류하고, 지도 할 수 있다니... 모든 트레이너의 꿈이 아닐까?"
"하아..."
"트레이너는... 저와 일심동체의 관계가 될 각오가 있으신가요..?"
"물론이지, 맥퀸! 담당 우마무스메와 담당 트레이너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료」니까!"
"...그러시군요..."
"...트레이너 씨, ...좋아합니다...이성으로서요."
"...맥퀸..?"
'아무리 둔감해도 이렇게까지 말하면 알아 들을 것이 분명한 것이와요!'
"우와아아아아앗~! 맥쨩~! 뭐야뭐야~? 벌칙을 이렇게나 열심히 수행 해주다니, 고루시쨩 대감동이라구?!"
"뭐야 벌칙이였어? 핫핫핫하, 그럼 그렇지 깜짝 놀랐다구."
"골드십? 벌칙이라니 그게 무ㅅ..."
"뭐어~ 생각보다 재미 있었고 이정도면 만족했으니까, 합격으로 해줄게!
"잠깐... 골드십?! 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 것이와요?!"
둔해도 너무 둔한 그는 아무리 직설적으로 말해도 답이 없었다.
중간에 방해도 있었지만 그런 걸 감안해도 너무나 둔했다.
한 때는 진심으로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했었지만, 건강 검진을 핑계로 메지로의 주치의에게 검사를 시켜본 결과.
지극히 멀쩡하다는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결국 단순히 지나칠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게 맞다는 게 확정되었고, 맥퀸은 그런 트레이너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이자 연애 선배인 도베르에게 푸념을 늘여놓던 맥퀸은 한 가지 조언을 듣게된다.
"뭐..? 맥퀸의 트레이너 눈치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냐?"
"정말 그렇다니까요..! 하아...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사와요..."
"음... 한 가지 방법이 떠오르긴 했는데... 음... 아냐, 역시 이건 안되겠다."
"방법이 있는 건가요?! 부디 알려주세요, 도베르!"
그 방법이란 바로...
"어...「선물은 바로 나」라는 작전인데 정말 괜찮겠어, 맥퀸?"
"「선물은 바로 나」..? 그건 대체 무슨 작전인 건가요?"
"말로 설명하긴 어려우니, 사진으로 보여주는 편이 빠르겠네."
도베르가 보여준 사진은 나체에 가까운 여성이 아슬아슬하게 중요 부위를 포장 끈으로 가린 채, 묶여 있는 사진이었다.
"도...도...도베르!? 이건 대체..?!"
"이게 「선물은 바로 나」 작전이야. 이정도라면 아무리 둔한 네 트레이너라도 눈치를 못챌 리가 없잖아?"
"화... 확실히 그건 그렇사와요... 그렇지만, 그으..."
"뭐, 꼭 이 작전이 아니라도 방법은 있겠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떠오르지가 않아서 말야."
"...일단...고려...해보겠사와요..."
그 이후로, 맥퀸은 온갖 방법을 시도 해보았으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주변의 방해(?)와 둔하다 못해 아예 없는 게 아닌가 싶은 트레이너의 연애 세포 탓에 번번이 실패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졸업을 앞둔 12월.
졸업을 하게 되면 담당의 계약은 종료된다. 물론, 그 이후에도 만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지금같이 가까운 관계가 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맥퀸은 결국 최후의 수단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은 연습을 해보는 것이와요..!"
「선물은 바로 나」작전을 시도 해보겠다고 도베르에게 말한 맥퀸.
도베르는 맥퀸을 응원하면서도, 매듭을 묶는 방법에 관한 자료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맥퀸은 '도베르는 어째서 이렇게 자세히 아는 것인가요..?' 라는 궁금증이 마음 한 구석에서 튀어나왔지만,
지금은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기에 조용히 다시 마음 한 구석으로 접어두었다.
"여기서는 안에서 밖으로 인가요... 이렇게 하면... 된 것이와요!"
첫 시도만에 멋지게 성공한 맥퀸. 이제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일만 남았다.
똑똑ㅡ!
갑작스레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맥퀸, 이번 크리스마스 파티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 말야, 들어갈게."
"에..에엣..?! 라이언?!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사ㅇ..."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 메지로 라이언이 맥퀸의 방으로 들어와버렸다.
"응? 무슨 말이라도 했... 어..."
라이언은 맥퀸이 스마트폰 앞에서 이상한 끈을 옷 위로 감아 스스로를 속박한 걸 봐버렸고,
생전 처음 보는 얼굴로 맥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가족의 자신 미처 모르던 밑바닥을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잠시 설명할 시간을 주시겠사와요..?"
"흠 흠... 그렇게 된 거였구나, 맥퀸도 참..."
"그렇사와요... 일단, 푸는 것 좀 도와주시겠어요?"
"응, 다행히 스트레스로 머리가 이상해졌다거나 그런건 아니였구나. 나도 응원할게, 맥퀸!"
"...감사한 것이와요..."
"아 참... 그럼 맥퀸은 파티에 불참하게 됐다고 말씀 드려야겠네. 하핫."
"...라이언!"
다행히 평소 맥퀸이 트레이너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던 대상 중 한명이었던 라이언의 오해는 쉽게 풀렸다.
다만, 왜인지 평소보다 들떠보였던 것 같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하는 맥퀸이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작전 실행 당일인 크리스마스 이브.
맥퀸은 계획은 이랬다.
1. 평소보다 이른 시간 맥퀸은 '메지로 가의 일'로 일찍 돌아가보겠다고 한다.
2. 내일 아침 일찍부터 같이 가야할 곳이 있으니 일찍 보자고 해서 트레이너가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집으로 곧바로 오도록 유도한다.
3. 준비를 한 뒤 트레이너의 퇴근 시간에 맞춰 트레이너의 집 앞에서 대기한다. (이동은 라이언과 도베르의 도움을 받음.)
4. 선물은 연 트레이너와...
"후후... 역시 제가 생각했지만 완벽한 계획인 것이와요!"
그렇게 계획을 점검한 맥퀸은 트레이너 실로 향했다.
"트레이너 씨, 죄송하지만 오늘은 먼저 가봐야할 것 같사와요. 메지로 가의 중요한 회의가 있는 지라..."
"그렇구나, 슬슬 바쁠 시기긴 하지. 그래 그럼 먼저 가봐.
"그리고 내일 아침은 말씀드렸던 대로 같이 가셔야 할 곳이 있으니, 아침 일찍 만나기로 한 것 잊지 않으셨죠?."
"걱정마, 절대 안늦을 테니까.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후후, 그럼 먼저 가보겠사와요."
'벌써 2번 단계까지 완벽하게 성공인 것이와요!!!' 라며 내면으로 소리를 지르던 맥퀸은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메지로 가를 향해 서둘러가기 시작했다.
"라이언, 도베르. 그럼 저는 곧바로 준비하겠사와요!"
"알겠어! 맡겨만 줘!"
"힘내, 맥퀸!"
그렇게 옷 위로 묶었던 연습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나체가 된 채 스스로를 선물 상자 안에서 묶기 시작한 맥퀸. 연습 덕분에 묶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비록 이전과 다르게 옷을 벗고 묶은 탓에 추위가 느껴졌지만,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선물 상자는 어느정도의 추위는 버틸 수 있었기에 뚜껑을 닫으면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맥퀸은 상자의 벽을 두드렸다.
"라이언, 도베르. 준비는 다 됐답니다!"
"후후, 드디어 작전 실행이구나."
"그럼, 맥퀸의 사랑을 위해 힘내볼까! 렛츠 머슬ㅡ!"
"부탁드리겠사와요!"
6:15 P.M.
맥퀸은 두 사람 덕분에 무사히 트레이너의 집 앞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선물 상자를 트레이너 집 현관문 앞에 살포시 내려놨다.
"화이팅이야, 맥퀸!"
"후일담 기대하고 있을게."
"도와주셔서 감사한 것이와요, 기대하셔도 좋답니다!"
맥퀸을 무사히 배송한 둘은 그렇게 떠났고, 맥퀸은 트레이너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레센부터 여기까지 오는 시간은 대략 25분에서 35분 정도이니, 15분 정도 있으면 트레이너 씨가 도착할 것이와요!'
그렇게 맥퀸은 트레이너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안에 설치된 조그마한 시계가 30분을 향할 수록 맥퀸의 가슴은 더욱 강하게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하루텐에서 테이오 씨나 라이스 씨와 승부 했을때도 이렇게까지 두근 거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으으... 긴장 되는 것이와요!.'
6:45 P.M.
시계는 어느덧 6시 45분을 가르키고 있었지만, 아직 트레이너는 도착하지 않았다.
'트레이너 씨... 늦으시네요. 어디 들리시기라도 한 걸까요?'
7:00 P.M.
7시. 서두른다면 트레센까지 왕복을 두 번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트레이너는 올 기미가 안보였다.
'벌써 7시... 으음... 오늘은 외식이라도 하고 오시는 걸까요?'
그렇게 맥퀸은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7:30 P.M.
이미 몇번이고 발소리를 듣고 기대한 맥퀸이었지만, 아쉽게도 트레이너의 이웃들의 발소리였다.
어느덧 박스에서 묶인 채로 기다린지도 1시간이 넘었고, 얌전히 기다리던 맥퀸은 답답함을 느끼며 몇 차례나 자세를 고치고 있었다.
'후우... 묶인 채로 계속 가만히 있는 것도 생각보다 힘든일이군요...'
8:30 P.M.
터벅 터벅ㅡ
계속된 기다림에 지쳤던 맥퀸은 오랜만에 들린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발소리는 분명 이 쪽을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신 것이와요! 이 기다림의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사와요.'
마침내, 문 앞에서 멈춘 발소리. 2시간 가량의 지쳤던 맥퀸의 마음은 어느새 기대로 다시 차올랐다.
쿵ㅡ!
"꺄앗?!"
갑작스레 들린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와 흔들림에 맥퀸은 입을 막은 채로 비명을 질렀다.
띵동~! 띵동~!
터벅 터벅ㅡ
그러나 그런 기대를 짓밟듯 발소리는 택배를 선물 상자 위에 올려두고 다시 떠나갔다.
'택배...였군요... 하아... 설마 이런 시간에 택배가 올줄은 몰랐던 것이와요...'
한 번 지쳤다가 다시 마음 가득 차올랐던 기대. 그러나 그만큼 더 큰 실망이 찾아왔다.
아무리 강인한 멘탈을 지닌 우마무스메라고 해도 지금 상황은 충분히 절망스러웠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어쩐지 조금 추운 것이와요...'
방금 전 택배와 선물 상자가 충돌하며 생긴 조그마한 구멍을 통해, 찬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선물 상자의 보온 효과 덕분에 버틸 수 있었지만,
구멍을 타고 들어오는 12월의 바람은 두르고 있는 것이라곤 끈밖에 없는 맥퀸에게는 홋카이도의 바람보다도 차가운 바람이었다.
'흐...흐읏... 그치만 조금만 기다리면 분명 트레이너 씨가..!'
그렇게 생각하며 트레이너를 기다리는 메지로 맥퀸.
9:30 P.M.
그러나 그런 그녀를 비웃듯 시간은 9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여전히 트레이너는 오지않았다.
평소의 맥퀸과는 거리가 먼 한 겨울의 추위와 배고픔이 맥퀸을 괴롭히고 있었고, 맥퀸의 인내심도 어느덧 한계에 달했다.
'이대로는 안되겠사와요... 트레이너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듯하니. 비밀번호는 알고 있으니 먼저 들어가 있는 편이 낫겠사와요.'
그렇게 맥퀸은 서둘러 매듭을 풀고 나가려고 했으나
'어...어라..? 어째서 안풀리는 것이와요..?!'
연습때는 라이언의 도움을 받아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 매듭은 혼자 풀 수 없는 것이었다.
'크읏... 일단 나가서 빠르게 트레이너 씨의 집으로 들어가야...'
그러나, 무언가가 뚜껑을 막고 있었다. 선물 상자 위에 올려둔 택배가 뚜껑을 막고 있었다.
그리 무거운 물건은 아니였지만 비좁은 선물 상자 안에서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맥퀸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럴리가 없사와요. 분명 어떻게든 하면!'
11:00 P.M.
"우으...트레이너 씨..."
아무리 시도해도 나갈 수 없었다. 스마트폰도 없었기에 어딘가에 연락을 취할 방법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몸을 접어야먄 있을 수 있는 자그마한 선물 상자 속에서, 그저 트레이너를 기다리며,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발버둥 치는 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 날뛸 힘도 없었지만, 가만히 있으면 뻐근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 어느새 기대감도 실망도 아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혹시 트레이너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공포가 맥퀸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트레이너 씨... 도대체 어디 계시는 것이와요... 부탁이니 얼른 와주세요...'
그 순간.
"어라? 저게 뭐지? 택배는 하나 밖에 없을 탠데."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삑.삑.삑.삑. 띠리리릭~
초인종 소리가 아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고.
"읏ㅡ차, 얼른 확인하고 자야지. 내일은 아침 일찍 나가야 하니까."
자신을 짓누르던 감옥의 문과 같던 택배를 옮기는 그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건... 보낸 사람이 맥퀸? 크리스마스 선물인건가? 으윽ㅡ?! 생각보다 묵직하네."
그리고 차가운 바닥에서 그녀를 들어올려 현관으로 들여왔다.
"후우... 무슨 선물을 보낸건지 한번 봐볼까."
그렇게 마침내 시계의 붉은 빛이 아닌 새하얀 빛이 그녀에게 닿았다.
"ㅁ...매..맥퀸!?"
".ㅌ.....ㅌ.ㅡ...트레이너 히.... 왜 이렇게헤... 늦으신거에요오..."
추위때문인지 부끄러움때문인지 모를 새빨개진 얼굴과 아슬아슬하게 중요부위만 가린 끈에 묶인채 눈물을 흘리는 맥퀸.
그런 맥퀸을 본 트레이너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맥퀸?! 왜 네가 선물 상자에 들어가 있는거야?! 그리고 그.. 옷은 어쨌고?!"
"그거햐... 트레이너 히가... 흐... 눈티가 없어도 너무 없으시니까요..."
"저기...맥퀸 괜찮아? 상당히 상태가 안좋아보이는데..."
"갱차나요호... 흐으..."
당연하지만 계속해서 몸을 구부린 채 찬 바람을 맞던 맥퀸의 상태가 좋을리가 없었다.
"...일단 몸부터 좀 데우자."
트레이너는 맥퀸을 꺼내고 담요를 덮어주고, 따뜻한 스프를 먹였다.
그 후로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
맥퀸이 말한 '일'이 이것이였다는 것.
6시 15분부터 기다렸던 것.
박스에 구멍이나고 갇혔던 것.
"어... 그... 음... 고생이였네."
"흥, 그러게나 말이에요. 그나저나 트레이너 씨는 어째서 이렇게 늦으신 것이와요? 분명 내일 아침 일찍 만나자고 했으니 곧 바로 집으로 향하실 거라고 생각 했는데 말이죠!"
5시간 가까이 갇혀 있던 탓에 약간 토라진 맥퀸은 트레이너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답변은 예상 이외의 것이었다.
"맥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러 다녀왔어."
"네..?"
"내일은 아침부터 맥퀸과 할 일이 있어서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미리 만들어두고 있었거든."
"선물을... 만든다구요..?"
"응, 내가 직접 만든 디저트들. 그동안은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아서."
트레이너는 평소에도 가끔 맥퀸의 디저트를 만들곤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맥퀸이 레이스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낼 수 있도록 '가끔 적당히' 만드는 정도였다. 그러나, 곧 졸업인 맥퀸은 더 이상 레이스에 나갈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트레이너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디저트들을 만들어 그녀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리고, 3일에 걸쳐 여러가지 디저트를 만들기 시작했었고, 방금 막 마지막 디저트를 가져온 것이었다.
"하아... 설마 트레이너 씨가 빨리 귀가하게 하려고 했던 게 반대로 작용했을 줄이야..."
"아하하... 뭔가 미안하네..."
"그럼 혹시 지금 무릎에 올려두고 계시는 그 봉투가 디저트인 건가요?!"
"응, 이게 그 디저트야."
"그렇다면, 당장 맛보게 해주시는 것이와요!!"
스프를 마시긴 했지만 여전히 배고프고 디저트라면 정신을 못차리는 맥퀸은 맛있는 냄새가 나고 있는 디저트를 참을 수 없었다.
"어...그건 좀...곤란할 거 같은데..."
"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혹시, 저한테 주실 디저트가 아닌가요?"
그러고보니까 트레이너가 아까전부터 조금 이상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자신의 뺨을 치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태도.
평소의 트레이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아니 맥퀸한테 줄 게 맞긴한데..."
"그렇다면 받아가겠사와요!"
"자... 잠깐 맥퀸!!"
맥퀸이 봉투를 낚아채려하자 필사적으로 지켜내는 트레이너였지만, 디저트를 눈 앞에 둔 맥퀸에게 잠시도 버티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가 왜 그리 필사적으로 지켜내는지 이유가 보였다.
"트...트레이너 씨..? 그건 대체..?"
"그...그...그러니까 안된다고 그랬잖아!? 아까부터 대화하는 내내 계속 그런 차림이었으니까..."
봉투를 낚아채자 트레이너의 무언가가 바지를 뚫을 기세로 서있었다.
맥퀸의 나체에 가까운 몸을 보며, 트레이너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고 있었지만 내면에선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확실히...고자는 아니셨군요."
맥퀸이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리며 말했다.
"응? 뭔가 말했어?"
트레이너의 반응. 분위기.
우마무스메의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이 스퍼트를 걸 타이밍이다.
"트레이너 씨, 사랑합니다. 이성으로서요."
맥퀸은 맞은 편에서 일어나 트레이너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잠깐, 맥퀸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트레이너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신이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되물었다.
"트레이너 씨가 아무리 말해도 못알아 들으셨지만, 예전부터 계속 사랑했다구요!"
그러나, 맥퀸에게 그런 트레이너의 반응은 익숙하다는 듯, 맥퀸은 트레이너를 밀어 붙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매..맥퀸?"
트레이너는 그제서야 자신의 상황을 깨달은듯 밀어내려고 했으나 인간의 저항 따위는 소용 없었다.
"그러니까 확실하게 답 해주시는 것이와요. 트레이너 씨, 평생 저와 일심동체가 될 각오가 되어 있으신가요?"
맥퀸의 진심을 느끼고 저항을 포기한걸까, 트레이너는 맥퀸을 밀어내려는 것을 멈추었다.
"...그렇습니다..."
"후훗, 그 대답만을 기다려왔사와요."
맥퀸이 트레이너의 목에 팔을 감으며 거리를 좁혔다.
차갑게 식었던 몸에 트레이너의 뜨거운 온기가 닿았고, 창밖의 눈송이는 밤하늘 아래 조용히 춤추고 있었다.
트레이너가 밤새 공들여 만든 디저트보다 훨씬 더 달콤하고, 박스 안에서의 5시간보다 훨씬 더 긴 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각오... 하셔야 할 것이와요, 트레이너 씨."
11:00 A.M.
평온한 햇살이 창가로 스며드는 크리스마스 아침.
맥퀸은 트레이너의 품 안에서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젯밤의 격렬했던 스퍼트와 그동안 쌓였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탓이리라.
트레이너는 자신의 팔을 베고 잠든 그녀의 앞머리를 조심스레 넘겨주었다.
사실, 그는 맥퀸이 생각하는 것만큼 둔한 남자가 아니었다.
'정말 바보같은 겁쟁이였네, 나..'
그는 마음속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맥퀸이 건넸던 수많은 플러팅, "입적"이니 "일심동체"니 하던 그 직설적인 말들을 어찌 못 알아들었을까. 다만 그는 겁쟁이였을 뿐이다.
눈부시게 빛나는 트윙클 시리즈의 주역.명문 중의 명문, 메지로 가문의 보석.그런 그녀의 곁에 서기에 자신은 그저 운이 좋아 재능 있는 아이를 만난 평범한 트레이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보여준 호의를 '담당을 향한 신뢰'로 치부하며 스스로 벽을 세웠던 것은, 혹여나 자신의 사사로운 연심이 맥퀸이라는 완벽한 예술작품에 오점을 남길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둔감한 척하는 것도 꽤 고역이었다고, 맥퀸."
그는 어젯밤 그녀를 품에 안았을 때 느꼈던 떨림을 기억한다. 박스 안에서 추위에 떨며 자신을 기다렸던 그녀의 무모할 정도의 진심이, 그가 억지로 유지해오던 이성의 둑을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메지로의 영애에게 어울리지 않는 남자가 될까 봐 뒷걸음질만 치던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원한 것은 메지로에 어울리는 완벽한 남자가 아니라, 그저 추운 겨울날 자신을 안아줄 따뜻한 '당신'이었다는 것을.
트레이너는 잠결에 자신의 옷자락을 꽉 쥐는 맥퀸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졸업 축하해, 맥퀸.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사랑한다는 말은 그녀가 깨어나면 정식으로 해줄 생각이다. 어젯밤 그녀가 보여준 그 필사적인 '선물'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가장 정중한 답례로서.
그때, 품 안의 온기가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맥퀸은 눈꺼풀 위로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에 천천히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코끝을 간지럽히는 익숙한 체취, 그리고 자신을 감싸 안은 듬직한 팔의 무게였다. 어젯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지만, 이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충만함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토록 원했던 온기. 그토록 바랐던 사람.
맥퀸은 트레이너의 가슴팍에 얼굴을 살짝 부비며, 아직 잠기운이 남은 촉촉한 눈망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트레이너의 다정한 시선과 마주치자,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아침이랍니다, 당신."
"좋은 아침, 맥퀸... 사랑해.
그 시각, 메지로 저택.
"후후... 맥퀸, 지금쯤이면 골인 지점을 통과했겠지?"
라이언이 창밖의 눈 풍경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옆에 앉은 도베르는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응. 그 트레이너 씨라면 분명... 아니, '절대로' 맥퀸을 혼자 두지 않았을 거야."
라이언이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도베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도베르, 정말로 그 트레이너 씨가 맥퀸의 마음을 몰라서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다고 생각해? 맥퀸은 그렇게 믿고 있지만 말이야."
"설마, 그럴리가."
도베르가 짧게 코웃음을 쳤다.
"그 사람, 평소에 맥퀸을 보는 눈만 봐도 드러나니까. 그냥... 맥퀸을 너무 소중하게 여겨서 겁을 내고 있었던 것뿐이지."
"역시 도베르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하긴, 그러니까 네가 맥퀸한테 그런 '극약 처방' 같은 작전을 가르쳐 준 거겠지?"
"맞아. 그 사람은 적당한 밀당으로는 절대 무너지지 않으니까. 맥퀸이 그 정도로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으면, 아마 평생 '든든한 동료'인 척 연기하며 도망 다녔을걸. 맥퀸도 은근히 그런쪽으론 둔하고 말야."
라이언은 만족스러운 듯 근육을 가볍게 풀며 기지개를 켰다.
"결국 우리 맥퀸의 행복을 위해서, 우리가 트레이너 씨의 '철벽'을 부수도록 부추긴 셈이네. 맥퀸은 우리가 진짜로 자기 작전에 속아 넘어간 줄 알겠지만."
"뭐, 결과가 좋으면 된 거 아니겠어? 이제 메지로의 일원이 될 마음의 준비나 하라고 해야지."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미소 지었다. 메지로의 자매들은 맥퀸의 담당 트레이너가 '도망칠 길'을 차단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