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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 모일. 나는 어떤 일로 트리니티에 방문했다. 그것은 매주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비밀스러운 용무. 그녀와 단 둘만의 비밀 회담. 어쨌든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서는 안 된다.
그녀가 기다리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똑똑똑. 세 번 문을 두드린다.
"들어오게."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천천히 문을 열었다.
방은 여전히 비싸보이는 가구들로 넘쳐났다. 흰색을 바탕으로 한 방의 디자인은 이곳이 아가씨가 사는 곳이라는 걸 감각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대리석 바닥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반사돼 어딘가 신성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푹신한 소파에 눈길을 주자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금빛 긴 머리. 병적이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하얀 피부. 머리에는 큰 짐승귀. 만지면 사라져 버릴 듯 한 가냘픈 몸. 그녀 ―― 유리조노 세이아는 그런 소녀다. 그녀도 이쪽을 알아보고 입을 열었다.
"누구에게도 미행당하지 않았겠지?"
"괜찮아."
안심한 듯한 표정을 띄우며 미소를 이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세이아는 옆자리를 톡톡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것」을 시작하는 신호다. 내가 옆에 앉으면 「그것」은 시작된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 후 몸의 힘을 빼고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세이아도 한 번 심호흡한 후 나를 마주한다.
"와~이! 선생님 정말 좋아~!!!"
시작됐다.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쪽을 힘차게 껴안았다.
"욘석, 그렇게 까불면 다칠 거야."
그래, 이른바 유아퇴행이다. 제멋대로 되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녀 자신이 원해 정신상태를 퇴화시키고 있다. 그녀 나름의 스트레스 발산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트리니티 정상급 인물의 이런 모습을 들킨다면 학원 전체에 터무니없는 소동이 일고 만다. 그렇기에 나와 세이아만의 비밀 대화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은 있지~ 세이아가 말이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했다~ 대단하지?"
허리에 손을 얹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신상태는 3~5세 정도일까. 나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학생의 부탁인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뭐 이런걸로 세이아가 힘낼 수 있다면 괜찮으려나, 하고 지금은 그리 생각하고 있다.
"대단하네~ 열심히 했구나."
"에헤헤~"
싱글벙글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이쪽까지 따스해지는 기분이 든다.
"보상으로 머리 쓰다듬어줘?"
"네네~"
짐승귀를 뿅뿅 위아래로 움직이며 내 앞에 머리를 내민다. 가끔 귀가 크게 흔들려 손에 닿아 버린다.
"후후, 그렇게 흥분하고 있으면 머리 쓰다듬기 어려운데."
"그치만 기쁜걸...///"
"조금만 참아 줄 수 있을까?"
"응...///"
귀를 납작 옆으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가슴의 두근거림을 억제할 수 없는지 몸이 움찔거리고 있다. 귀엽다.
그 부드러운 머리 위를 손으로 쓰다듬어간다.
"으응~!"
얼마나 기쁜지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탓에 몇 번이고 쓰다듬어 버린다.
"에헤, 에헤헤///"
"세이아는 말이지, 어른의 츄~ 할 수 있게 됐어."
"어? 아직 세이아에겐 이른 거 아니야?"
"그렇지 않은걸!"
볼을 불룩 부풀리며 이쪽에 반항의 의사를 보인다. 나도 모르게 볼을 찔러보고 싶어졌다. 평소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같은 모습을 혼자 차지할 수 있는 이 시간은 의외로 행복할지도 모른다. 사실은 늘 이런 식으로 응석부리고 싶었던 걸까. 정말 그런거라면 정말 귀엽다.
"그럼, 한다?"
점점 얼굴이 다가온다.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에 시선이 집중되고 심장 고동이 자꾸 커진다.
쪽
입술이 닿았다. 몇 초 동안 그 부드러움을 만끽한다. 밀착된 부분이 뜨거워 녹아버릴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드디어 혀가 들어왔다. 뒤엉켜 입안에서 춤춘다. 서로의 침이 섞여서 어느 쪽 것인지 모르게 됐다. 그 모든 것을 탐하려는 세이아의 혀에 모든 게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푸하아... 어때? 굉장했지?"
"응... 지금 건 혀가 없어지는 줄 알았어."
"아싸! 에헤헤///"
속은 어린아이라도 몸은 어른이란 말인가. 본래 그녀의 테크닉은 대단하다고 알려져있다. 이정도라면 평소 상태로도... 라 생각했지만, 평소의 그녀라면 이런 일은 해주지 않겠지.
"그럼 보상으로 한번 더 하자?"
"욕심이 많네."
"응! 그치만 선생님이 너무 좋은걸!"
입술이 다가온다. 눈을 감고 모든 걸 받아들일 자세를 취했다. 지금부터 맛볼 쾌락을 상상한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찾아온다... 고 생각한 그때,
덜컥!
"야호~ 세이아쨩☆ 디저트 사왔는데 같이 먹을... 에?"
힘차게 문이 열리고 미카가 들어온 것이다.
"아."
서둘러 세이아의 몸을 떨어뜨리려 하지만 전혀 밀어낼 수가 없다. 미카 앞인데도 완전히 녹아내린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저기~ 츄하자? 츄하자아~"
"세, 세이아! 지금은..."
"에~ 어째서~? .......아."
이윽고 그녀도 그것을 깨닫고 내 몸에서 떨어졌다. 곧 표정을 가다듬더니 냉정을 되찾고는 흐트러진 옷을 고치고 반듯하게 앉았다. 크흠, 일부러인 듯 기침을 하고 미카 쪽을 돌아본다.
"정말이지... 자네는 좀 더 조용히 등장할 수 없나? 문이 부서지겠군."
"......."
놀란 나머지 미카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도 그렇겠지. 늘 시끄럽게 잔소리하던, 자신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소녀가 이런 어린아이 같은 언행을 하고 있었으니 . 미카는 그대로 잠시 자리에 굳어있더니 어이없다고 해야 할지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 으음... 세이아쨩? 역시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날부터 세이아는 미카에게 세이아땅이라고 불리게 됐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