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동물귀 학생들이 거쳐간 이후 한동안 난 동물귀 학생들에게 귀청소 요청을 받아 귀청소를 해주었다.
다들 개운하게 귀청소를 받고 다음에 만나면 또 귀청소를 받겠다고 다짐하고 떠나가는 눈빛은 어쩐지 무서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있던 중
똑똑-
"안녕... 선생님"
오늘의 당번인 히나가 찾아왔다. 그러나 히나의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왔다.
"안녕, 히나. 오늘은 모자쓰고 왔네? 어울려."
"선생님... 아침부터 그런 말을..."
히나는 내 눈을 흘끔 피하더니 자신이 보여줄 것이 있다고했다.
"보고 놀라지 말아줘...?"
히나는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놀라지 말라는 히나의 말과는 달리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모자를 벗은 히나의 머리에는 고양이 귀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히나, 그 귀는?"
"아침에 커피를 마셨더니 이렇게 되었어..."
사정을 들어보니 새로 시킨 커피가 배송 착오로 인해 잘 못 온 모양이다.
"그 귀 혹시 실제로 들리거나 하는거야?"
히나는 귀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촉감도 있고 실제로 들을 수 도있어. 덕분에 청력이 평소보다 예민해진 것 같아."
난 조용히 서랍에서 솜을 꺼내들었다.
"히나, 해보고 싶은게 있어."
"선생님? 그건 솜 아니야? 설마..."
"히나같은 경우의 학생에게는 처음이거든. 특히 게헨나에는 동물귀 학생이 없잖아?"
"그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이제는 동물귀 학생이 없는 게헨나에 까지 내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흠흠... 어쨋든 히나? 한번 받아볼래?"
히나는 잠시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내가 이런 어리광을 부리면 징그럽기만 하겠지...'
"히나는 평소에 열심히 하니까 어리광정도는 부려도 된다고?"
자신의 마음을 들켜 당황한 히나는 결국 소파로 향했다.
"살살 부탁해..."
난 히나에게 무릎 배게를 해주었다.
"불편하지는 않지?"
"응..."
히나의 귀가 쫑긋거린다. 완전히 동물귀 학생들의 귀와 같은 구조인가 보다.
"히나 귀도 움직일 수 있네?"
"그 그건! 내 의지가 아니야!"
벌떡 일어나려는 히나를 살포시 제지하고 난 히나의 귀를 매만졌다. 매끈하면서 부드러은 히나의 귀는 그녀의 머리결과 같았다.
"히나의 귀는 느낌이 좋네. 계속 만지고 싶어"
"선생님... 자꾸 그렇게 만지면 기분이 이상해..."
자신이 만지는 것과 남이 만져주는 느낌이 다른 느낌인 것같다.
"어떤 느낌인데?"
"뭔가 짜릿하고...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기분이야."
다른 학생들 보다 예민한 것을 보아 없던 기관이 생겨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히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섬세하게 해줘야겠네. 그럼 시작할게? 움직이면 안돼?"
"응..."
난 다른 학생들에게 해줬던 때 보다 손에 힘을 빼고 히나의 귓등을 감싸 귀를 청소하기 편한 형태로 만들었다.
솜이 살짝 닿자 히나의 몸이 움찔헀다. 평소 게헨나 풍기위원장의 카리스마는 사라진지 오래다.
솜을 슥슥 문지를 때마다 몸이 조금씩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히나 느낌이 많이 이상해?"
"이 정도는... 괜찮아. 다만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라 어색한 거뿐이야."
애써 괜찮은 척하지만 히나의 눈은 질끈 감고 입을 앙 물어 신음이 나온는 것을 억제하고 있었다.
"사람쪽 귀가 엄청 빨간데..."
"그 정도는 못 본 척 해줘."
대략적인 외부를 닦고 이제 귀 속을 닦을 차례였다. 귓 속털을 조금 정리하자 히나의 귓 속이 훤히 보였다.
"뭔가 바람이 통해서 더 느낌이 이상해..."
훤히 보이는 귓속에 바람이 통하자 히나는 몸을 꼼지락 거렸다.
"그럼 이제 귓 속을 닦을게?"
난 허리를 숙여 집중해서 히나의 귓 속을 닦고 있었다.
'선생님의 숨이 귀에...'
내 숨이 귀에 들어가자 히나는 내 바지가락을 꽉 쥐었다.
"흐읏....!"
결국 참지 못한 신음이 히나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선생님, 조금만 살살..."
"아 미안 아팠어?"
"그건 아닌데..."
히나의 부탁에 난 좀더 힘을 빼고 귓 속 연골 부분을 문질렀다. 확실이 아까보다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줄어들었다.
난 속삭이듯이 히나에게 말했다.
"조금만 참아 거의 다 했으니까."
"응..."
그렇게 어찌저찌 한 쪽 귀를 다 청소했다. 한번 장난이나 쳐볼까했다.
후-
"히야얔!"
예고없이 귀에 바람을 살짝 불자 히나의 몸은 경련 하듯이 떨며 들썩였다. 내 예상보다 반응이 커서 순간 잘못했나 싶었다.
"선생님."
히나가 누운 상태로 고개를 돌려 째려보았다.
"하하... 미안. 귀여워서 장난을 쳐보고 싶었어."
"귀엽다니..."
유연하게 대처해서 혼나는 상황은 넘겼다.
"그럼 이제 반대쪽 해줄게 반대로 누워봐."
히나가 내 쪽으로 돌아 눕자 하나의 손은 갈 곳을 잃어 결국 두 손을 꼭 모으는 모양이 되었다.
"그럼 이쪽도 마저 청소할게?"
처음보다 능숙한 손길로 히나의 귀를 닦아 주었다. 히나도 이제 어느정도 적응했는지 몸이 떨리는 것이 나아졌다. 두손은 여전히 꼭 모으고 있지만.
히나가 가만히 있어준 덕에 다른 쪽 귀는 빠르게 닦을 수 있었다.
"자 다 닦았다. 그럼-"
"한번 더 바람 불면 진짜 화낼거야."
아까처럼 바람을 불려했지만 히나가 노려보며 말했다.
"그... 그럼! 바람을 부는 짓은 더 이상 안하지!"
히나가 안심하자 난 그 틈을 노렸다.
씁-하
난 바람을 부는 대신 히나의 귀 냄새를 맡았다. 히나의 머리결처럼 햇빛과 같은 향기가 났다.
"흐앗!!"
히나의 몸이 벌떡 뛰었다. 눈은 커졌고 예전의 머리 냄새를 맡았을때 보다 당황스러워 보였다.
"바람은 안 불었으니 됐- 아아앜 아파! 히나!"
히나는 그대로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히나의 표정은 그때처럼 어두워졌다.
"어... 히나? 혹시 화났어?"
"선생."
"네?"
"잠깐 이야기 좀 할까?"
그 후 난 꿇어 앉은 자세로 히나에게 혼났고 벌로 하루종일 히나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배송오류로 히나가 커피를 마셔서 동물귀가 생긴 거면 그 커피는 누가 만들어서 파는 것일까?
난 작은 의문을 두고 하루를 마쳤다. 그리고 그 의문은 의문으로 남겨두지 말았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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