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평화가 함께하길...
안녕하세요? 이오치 마리입니다.
최근 선생님께서 조금 불편하신 일이 있으신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연방수사동아리인 "샬레"의 소속이시니
이 키보토스의 여러 학원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을 맡으시느라 과로를 하신 듯 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평소 기도를 드리고는 있지만...
제 기도가 부족했는지 선생님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안좋아지시더군요...
오늘은 제가 선생님의 당번으로 가는 날입니다.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 주변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별것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오늘도 기도를 올리며 하루를 마감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항상 무탈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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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생님의 당번이 있는 날입니다.
역시 선생님과 같이 있는 것이니 한껏 꾸미고 가야겠죠
아침에 씻을때도 평소와는 다르게 더 꼼꼼히 씻고, 평소에는 쓰지 않던 향수도 뿌리며 선생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칩니다.
"안녕 마리? 오늘도 건강해보이네."
선생님이 말을 걸어주실때마다 감탄하곤 합니다.
'목소리가 어떻게 저렇게 부드러울까'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형식적인 인사를 올린 뒤 샬레로 들어갑니다.
당번 일은 생각보다 별거 없었습니다.
그저 선생님 곁에서 서류작업을 하는것입니다.
"마리, 향수 뿌렸니? 오늘따라 좋은 향이 나네."
"알아차려주시니 기쁩니다. 향수를 새로 선물받아서 한번 뿌려봤는데... 어떤가요?"
"응, 마리랑 잘 어울리네. 좋은 향이야."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정말 섬세한 사람이신것 같습니다.
보통은 향수를 뿌려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렇게 알아차려주시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선생님을 맞이할때 불순한 마음이 생기고 맙니다.
처음에는 '내가 미쳤나봐...' 하고 그저그런 해프닝으로 넘어갔지만
점점 그 마음은 커져가며 더이상 걷잡을수 없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젠 선생님이 어른뿐만이 아닌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불순한 마음인걸 알지만 어떻게 할수가 없습니다.
최근 트리니티의 다른 학생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요즘 선생님 너무 멋있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랑 다르게 헤일로도 없으니까 그냥 확 밀어 넘어뜨릴까?"
"야이 미친년앜ㅋㅋ 안돼 그러면! 선생님은 내꺼라고!"
'밀어 넘어뜨린다.' 여기까진 좋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자기꺼라는 소리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들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불순한 마음을 품어서는 안됩니다. 항상 청결한 마음상태를 유지하세요."
참 웃겼습니다.
이런 저조차도 청결하지 못한 마음상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학생에게는 마음을 깨끗이 하라고 하다니
선생님을 위한것이니 괜찮겠죠?
서류작업이 어느정도 끝난 뒤에 선생님과 사격장을 방문했습니다.
평소에는 기도를 위해 오는 곳이지만
오늘은 아니였습니다.
선생님께 제 마음을 고백하려합니다.
선생님은 친절하신 분이니 학생의 마음을 무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할말이 뭐니 마리야."
"네, 선생님. 이런 마음을 품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점점 커져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좋아합니다. 학생과 선생의 관계로서가 아닌,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서 좋아합니다."
눈을 질끈 감으며 말을 했습니다.
얼굴에는 홍조가 나타난 것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표정은 어떨까요?
분명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 계시겠죠?
감았던 눈을 떠서 선생님의 얼굴을 봅니다.
"선생님..."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건가요?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계신건가요?
왜요? 전 안된다는 것인가요?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매일매일을 선생님 생각만을 하며 보냈습니다.
지금 이 말도 용기를 내서 한것입니다.
그러면 기뻐하는 표정을 지어야 맞는것인데
왜 그런 표정인거에요 선생님
"마리... 미안하지만..."
"아니예요..."
아니예요 선생님
그 대답이 아니라고요
그때 나와야할 대답은 '미안하지만'이 아니라
'좋아'가 나와야 한다고요
선생님
웃으세요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학생이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잖아요?
기쁜일이 아닌가요?
왜 슬픈 표정이신가요
왜 '미안하지만'인가요
"더이상 듣고싶지 않아요 선생님"
"마리..."
결국 전 이렇게 실연 당하는군요
알고 있었어요
선생님께 나쁜 마음을 품은 나쁜 학생이라는걸요
그에 따른 결과이겠죠
하지만 선생님
제가 고백을 한 이후로
더이상 선생님이 아시던 '이오치 마리'는 없다는걸
눈치채지 못하셨나보네요
아직 섬세함이 부족해요 선생님
이딴 향수따위 알아채는 섬세함으로는 부족하다고요
이제 전 진짜로 나쁜 학생이 될거에요
선생님
1초... 2초...
마지막 기회가 달아나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선생님
밀어 넘어뜨려도 될까요?
아니
밀어 넘어뜨릴게요
사랑해요 선생님
이젠 기도를 매일 올릴 필요가 없겠네요
평생
당신만을 위해
헌신하면
기도가 필요 없으니까 말이죠
맹세할게요 선생님
제 모든걸 드릴테니
선생님의 사랑을 주세요
소리쳐도 소용 없어요
제가 왜 기도할 장소로 사격장을 고르셨는지
잊으셨나봐요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니까 고른거에요
여기에는 저희 둘밖에 없어요
자, 그럼 선생님
그런 슬프고 두려운 표정 말고
기쁘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제게 사랑을 알려주세요
당신에게 헌신할 것을 맹세할게요
당신에게만 헌신할 것을 맹세할게요.
사랑해요 선생님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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