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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오역 지적 환영
루비문자는 단어[윗첨자] <- 이렇게 표기함
다음에 번역할 소설 추천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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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샬레.
선생은 언제나처럼 일에 파묻혀 있었다.
「후우……」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되어 한숨 돌릴 때쯤 되니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선생은 일단 작업을 멈췄다.
그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뻐근한 몸을 풀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학생들을 위해 하는 일이니 싫지는 않고 보람도 있지만, 그래도 피로는 어쩔 수 없다.
피곤하다…… 힐링이 필요해…….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선생의 머릿속에 지난주에 들렀던 정원 시설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곳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런 가운데 가이드에게 각각의 꽃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꽃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무척 힐링되었던 기억이 난다.
「꽃인가……」
무의식적으로 그것들을 떠올리는 것은 본능적인 욕구와 관련이 있다.
본능은 이성보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법이다.
사무실을 둘러보니 사무 작업에 필요한 비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여기에 꽃을 장식할 수 있다면, 일이라는 개념이 구현된 듯한 이 잿빛 공간에도 한 스푼의 평온함이 찾아올까.
그렇게 생각한 선생은 어쩐지 꽃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꽃은 의외로 많고, 창가에 두면 햇빛 문제도 해결되는 듯하다.
이 정도면 이 방에 꽃을 장식하는 것도 본격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하지만…… 종류가 너무 많다.
머리가 지친 현재의 선생에게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행위가 꽤나 버거웠다.
각각의 선택지를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결국 선생은 직접 고르는 것을 포기하고 아로나에게 골라달라고 하기로 했다.
단말기를 향해 불러본다.
「무슨 일이신가요, 선생님?」
그러자 온 것은 아로나가 아닌 프라나였다.
「어라, 아로나는?」
「선배는 파쿠르의 왕이 되겠다며 달려갔습니다.」
「그렇구나.」
그 아이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프라나는 좋아하는 꽃이 있어?」
「꽃 말인가요?」
「응. 사무실에 꽃이라도 좀 장식해 볼까 해서.」
「그건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가요?」
「아니, 왠지 이 방에 있으면 항상 일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힐링이 필요해서 말이지.」
「힐링……」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프라나.
선생으로서는 좋아하는 꽃을 대답해주길 바라며 가볍게 물어봤을 뿐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주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한 후 고개를 들어 제안했다.
「그럼 프로그램으로 정하는 건 어떠신가요?」
「프로그램?」
「선생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최적의 꽃을 선정하는 겁니다.
분명 선생님 마음에 드는 멋진 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헤에, 그런 것도 가능하구나.」
내 데이터란 뭘까…….
「네, 그러니 선생님은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동안 쉬셔도 괜찮아요.」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내가 피곤하다는 것이 훤히 보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렇게 말해주니 편한 쪽으로 흘러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럼 좀 쉴까.」
그렇게 말하며 선생은 소파에 누워 온몸의 힘을 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이 몰려와 눈꺼풀이 감겨온다…….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단말기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평소의 평탄한 목소리였지만,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실행된다――
*
선생님이 쪽잠에서 깨어나니 여전히 일에 둘러싸인 방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 도피를 위해 다시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멍하니 정신이 맑지 않다.
「선생님, 깨어나셨어요?」
머리가 멍하고 꿈결 같았지만, 그것이 프라나의 목소리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왠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아.」
「꿈 말인가요?」
「꿈속에서 미식연구회 아이들이 가져온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셨어.」
학생들에게 술을 마시게 할 수 없다고 주의를 준 것까지는 좋았을 텐데, 왜 꿈속의 나는 거기서 전부 직접 마시기로 한 걸까…….
「하지만 술 냄새는 나지 않아요.」
「그야 꿈이니까.」
프라나와 이야기하는 동안 점점 잠이 깨고 의식이 뚜렷해졌다.
그렇다, 분명 나는 꽃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을 그녀에게 실행시켜 달라고 부탁했던 참이었다.
얼마나 잤을까.
꿈을 꾸는 것은 잠이 얕을 때라고 들었는데, 그 후 바로 잠에서 깼을지도 모른다.
「응?」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문득 방금 전 대화 속에 위화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신가요?」
「프라나, 지금 뭐라고 했어?」
「선생님, 깨어나셨어요? 꿈 말인가요? 하지만 술 냄새는 나지 않아요. ……이렇게요?」
술 냄새가 나지 않는다니, 그건 이상하다.
프라나는 화면 너머에 있으니 애초에 냄새로 판단할 수 없을 텐데.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에 떠밀리듯 선생은 여전히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웅크리고 앉아 이쪽 얼굴을 들여다보는 프라나의 모습이 있었다.
「혹시 아직 꿈속인가?」
「그럴 경우, 술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과 모순되지 않나요?」
「……왠지 복잡하네.」
선생은 몸을 일으켜 다시 한번 눈앞의 소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리 봐도 프라나다.
머리를 쓰다듬어 보니 제대로 감촉도 있다.
쓰다듬을 받은 프라나는 평소 단말기 너머로 쓰다듬을 때처럼 눈을 감고 받아들이고 있지만, 어쩐지 평소보다 더 기뻐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미묘한 변화도 눈치챌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지금까지 화면 너머로만 소통할 수 있었던 상대에게 직접 만질 수 있다는 것에 어쩐지 감동했다.
그대로 볼도 만져보니, 손가락 끝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 온다.
너무 부드러워서 정신없이 주무르다 보니 귀찮다는 듯이 손을 뿌리쳐 버렸다.
한바탕 생생한 프라나를 만끽한 후, 침착하게 현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게 영화라면, 이다음에 일어날 큰 사건에 휘말리는 중이겠지.」
「아니면 금단의 사랑 이야기일지도 모르고요.」
「엣?」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와서 무심코 되물어 버렸다.
선생에게 빤히 쳐다보던 프라나는 아주 잠깐 선생과 시선을 마주친 후, 사무실에 있는 서큘레이터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영화라면, 하는 이야기입니다.」
평소의 무표정으로 그렇게 덧붙이는 그녀지만, 지금의 선생은 안다.
조금 부끄러워하는구나, 이 아이.
「그렇네! 게다가 여긴 꿈속이야. 꿈의 세계에 법률은 존재하지 않아!」
갑자기 큰 소리를 내는 선생에게 프라나는 멍하니 있었지만, 잠시 후 그녀도 그 기세에 맞춰 왔다.
「……맞아요! 물리 법칙도 존재하지 않아요!」
「아니, 물리 법칙은 남겨두자. 내 꿈이 엉망이 될 테니까……」
「그런가요……」
프라나는 풀이 죽어 그렇게 말했다.
「왜 아쉬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이 세계를 즐길 기회는 아직 남아 있어.」
프라나가 고개를 들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쪽을 보았다.
꿈속에서까지 학생을 돌보려 하는 건가 자조하게 되지만, 이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일단 같이 산책해 보자, 이 세상을.」
어차셔 꿈이잖아. 일은 잊어도 돼.
게다가 그녀에게 이쪽 세상을 안내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며 프라나와 산책을 하려고 밖으로 나갔는데…….
「비, 인가요……?」
어둑한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특별히 세차게 내리는 것도 아니라서 우산을 쓰면 산책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햇볕을 쬐며 여유롭게 걸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했다.
「그러고 보니 디지털 세계에서는 비가 내려?」
「후훗, 제 총이 왜 이런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 그렇구나.」
듣고 보니 프라나의 총은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용도가 선생이 아는 것과 같다면, 그녀들의 세계에서도 비가 내린다는 것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선생은 납득했지만, 프라나는 그런 선생을 보며 온화하고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사실 이걸 우산으로 써본 적은 없어요.」
「어라, 안 내려?」
「아뇨, 아로나 선배는 비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그녀는 예전에 비 내리는 교실에서 우산을 쓰고 즐거워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아무래도 저희 세계에서는 비가 내리는 일이 아주 드문 것 같아요. 게다가 비가 내리는 프로그램이 적용된 가상 세계 자체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비는 세상으로부터 미움받는 걸까요?」
구름에 뒤덮인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프라나는 선생에게 의문을 던졌다.
「비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물을 댐에 모아주는 소중한 현상이야. 댐에는 그 외에도 강을 흐르는 물의 양을 조절해서 홍수를 막는 역할도 해. 물론 식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고, 그 밖의 다양한 은혜를 지상에 가져다주지. 다만, 비가 내린 날에 그 사실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아.」
선생님이 말하는 동안에도 프라나는 비를 계속 쳐다보고 있다.
「우산, 써봐도 될까요?」
이미 그녀는 내 말보다 새로운 경험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물론이지.」
선생님이 말하자 프라나는 어색한 동작으로 우산을 펼쳤다.
그 후 조심스럽게 비 내리는 야외로 걸어 나갔다.
프라나가 쓴 우산에 비가 떨어진다.
그것을 깨달은 그녀는 멈춰 서서 비 내리는 하늘과 쓰고 있는 우산의 경계 부근을 움직이지 않고 한동안 계속 바라보았다.
비가 우산에 부딪힐 때의 미세한 진동과 소리, 우산 끝에서 흘러내리는 빗방울, 자신이 만들어내고 있는 비 내리지 않는 공간.
그것들을 관찰하는 그녀의 눈은 마치 처음 유리구슬을 본 아이 같다.
처음에는 바로 실내로 피신할 수 있도록 지붕이 있는 부분에 몸의 절반 정도를 남겨두었지만, 점점 불안감이 사라졌는지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우산을 쓰고 그녀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답답할 정도로 느린 걸음걸이지만, 이 정도 느긋한 산책도 나쁘지 않다.
「우산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듣기 좋지만, 왠지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어요.」
오랫동안 말없이 비를 관찰하던 프라나가 멈춰 서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비를 하늘의 눈물이라고 표현하는데, 왠지 알 것 같아요. 우는 사람을 보면 자신도 슬퍼지는 것처럼, 비 속에 있으면 왠지 애틋함을 느껴요.」
그렇게 말하며 프라나는 비 내리는 거리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
선생님도 프라나의 말에 이끌리듯 비에 의식을 집중했기 때문에, 빗방울이 우산을 때리는 소리만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갑자기 프라나가 다시 빗속을 걷기 시작한다.
목적 없이 걷는 것보다 무언가 목적이 있어 걷는 듯한 속도로 나아가는 그녀의 뒤를 선생도 따라간다.
얼마 걷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은 식물이 무성한 채소밭이다.
이곳은 도시에서 관리하는 작은 정원 공간이며, 멈춰 선 프라나 앞에는 멋진 수국이 피어 있었다.
「달라……」
「무슨 일이야?」
「비는 이 거리에 고요함과 외로움을 주고 있지만, 이 꽃만은 왠지 생기가 넘쳐 보여요.」
이 아이는 얼마나 감수성이 풍부한 걸까 하고 선생은 속으로 감동했다.
「이 꽃은 수국이야. 다른 이름으로는 하이드레인저라고 하는데, 비의 그릇이라는 뜻이야*.」
「비의, 그릇……」
「수국은 몸 안에 물을 듬뿍 저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잎이 크고 수도 많아서, 수분이 잎에서 발산하는 증산도 많아. 그래서 그만큼 물을 많이 저장해야 해. 즉 수국에게 비는 해로운 것이 아니라 은혜를 주는 것이지.」
「선생님은 아는 게 많으시네요.」
그런 프라나의 얼굴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 아이에게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선생님 같은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꿈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꽃에 대해 조사하다가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나는 운이 좋다.
*역주 : 수국속을 뜻하는 Hydrangea는 water라는 뜻의 hudro와 vessel을 뜻하는 angeion 두 그리스어 단어가 합쳐져서 생긴 단어임
「수국은 다양한 색이 있어서, 보라색도 되고, 파란색도 되고, 심지어 빨간색도 될 수 있어. 왠지 너희들 같네.」
「……그런가요?」
「응. 보라색은 프라나, 파란색은 아로나.」
「빨간색은?」
「빨간색은 프라나의 헤일로.」
「후훗.」
프라나는 드물게――그녀로서는――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와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마음이 무척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 후 프라나는 흥미로운 듯 수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수국은 작은 꽃잎들이 많이 모여 공처럼 둥근 모양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각각의 꽃잎 색깔이 다르거나, 그라데이션으로 되어 있거나 해서 관찰 대상으로서는 재미있을 것이다.
그런 수국에 푹 빠져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리운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것은 지난주에 들렀던 정원 시설의 기억이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꽃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흥미를 가진 꽃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연령대도 보고 있는 꽃도 제각각이었지만, 한결같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이 모두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은 그 광경을 보고 힐링을 받았는데――
「아, 그렇구나.」
선생님은 깨달았다. 소중한 것은 꽃만이 아니었다. 다른 하나가 더 있었다.
갑자기 소리를 낸 선생님에게 프라나가 돌아본다.
「고마워, 프라나.」
꽃만큼 소중한 것, 그것은 사람이다.
물론 아름다운 꽃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즐거워하는 사람이 더해지면 그곳은 더욱 소중한 공간이 된다.
「?」
갑작스럽게 감사를 표하자 프라나가 당황했다.
그런 그녀에게, 선생은 자신이 얼마나 감사하는지를 전하기 위해, 힘껏, 마음을 담아 다음 말을 이었다.
「나는 프라나와 함께 수국을 볼 수 있어서 무척 힐링됐어.」
「함께?」
「응. 이건 나 혼자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었어. 하지만――」
「저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힐링이 되었다고요……?」
「응.」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프라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 광경은 얼마 전에 본 적이 있다.
선생님이 프라나에게 좋아하는 꽃을 물었을 때도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생각해 주었다.
그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녀는 이런 꿈속에서조차 나를 위해 열심히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때, 선생은 무언가를 느끼고 불현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프라나.」
「네.」
선생님이 부르자 프라나는 고개를 들었다.
「못다 한 일은 없어?」
「……그런 건 학생분과 놀이공원에 갔을 때 물어봐 주세요.」
그녀는 생각에 잠겨 있는 듯, 곧 다시 고개를 숙였다.
「프라나.」
「무슨 일이신가요, 선생님?」
「곧 잠에서 깰 것 같아.」
다시 프라나가 고개를 들었다.
올려다보니, 아까까지 어둑했던 하늘이 새벽보다 밝게 하얘지고 있었다.
「……이 세상은 역할을 다한 거군요.」
「꽤 시적인 표현이네.」
가만히 보고 있으니 하늘의 하얀 부분이 점점 넓어지는 것이 관측된다.
「잠에서 깨면, 분명 프라나의 프로그램이 멋진 꽃을 찾아줄 거야.」
「네, 약속할게요.」
프라나는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렇게 말했다.
이 아이에게 맡기면 분명 괜찮을 것이다.
주변을 보니 하늘뿐만 아니라, 주위도 점점 하얀 안개에 휩싸이는 것처럼 흐릿해졌다.
「선생님.」
불리자 선생님은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또――」
그녀의 온화한 얼굴을 보면서, 선생님은 하얀 안개에 휩싸였다.
*
눈을 뜨니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선생은 언제나처럼 샬레의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일어나 보니, 방금 전까지의 꿈과는 달리 땅에 발이 닿은 것처럼 의식이 뚜렷했다.
역시 방금 전까지의 그건 꿈이었다.
하지만 꿈치고는 이상하리만치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둑한 흐린 하늘에서 내리는 비, 선명한 색깔의 수국, 그리고 그 아이의 표정 변화도…….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선생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왠지 기대하며 소파 옆을 보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금 아쉬워하며 몸을 일으켜, 단말기의 상태를 보러 갔다.
단말기를 보니 프라나는 온화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검색 프로그램은 종료된 듯, 선생님의 희망에 맞는 꽃이 이미지와 함께 소개되어 있다.
거기에는 형형색색의 세 가지 색깔 수국이 표시되어 있었다.
일단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로그에는 그럴듯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가상 세계를 움직이는 프로그램 같은 로그를 발견했지만, 이건 아마 그녀들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니 관계없을 것이다.
이거, 그냥 프라나가 좋아하는 꽃을 고른 거 아닐까…….
「……뭐, 됐나.」
애초에 처음부터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사줄 생각이었다.
깊이 생각하는 것을 멈춘 선생은 로그 확인을 마치려 했다.
하지만 문득 단말기 표시에 있는 위화감을 느끼고 의식이 붙들렸다.
보니 아주 작은 텍스트 데이터가 생성되어 있었다.
그것은 정말 작은 크기의 데이터로, 굳이 표현하자면――
아주 작은 마음 정도였다.
선생님은 그 텍스트를 열어 보았다.
『저희는 언제나 선생님과 함께 있을 거예요.』
선생은 스케줄을 확인하고, 가장 가까운 빈 날에 동네 꽃집에 갈 예정이라고 적어 넣었다.
자, 이제 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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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요, 선배. 파쿠르는 어땠어요?」
「……3일입니다.」
「?」
「저는 3일 만에 앞구르기를 마스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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