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꾸준히 올리는 작가들은 변화도없고 항상 똑같고 지루한 패턴이라 금방 질려서 이탈함 나는 개인적으로 일년에한번이든 몇달에 한번이든 제대로 상업지 그려서 판매하는 작가들이 작품성도 좋고 소장하고싶더라고
ㅇㅇ (11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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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으로 2년 좀 넘었고
수익은 감사하게도 평범하게 직장 사회초년생 겪는 것보다 훨씬 후하게 벌고 있는데
항상 내 실력이나 인지도, 체급에 비해서 좀 더 많이 버는 것 같다고 느낌.
그래서 내 그림 솜씨가 좋아서, 내 그림 존나 꼴리니까 많이 버는거지 ㅇㅇ 이렇게 생각할 건 아닌 거 같고
걍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보인 점이 어필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일주일에 하나씩, 가끔은 더 단축되기도 하는데 컨텐츠 하나씩은 무조건 올림. 그리고 2년간 휴재하거나 펑크낸 적 없이 정해진 시간동안 한달에 무조건 암묵적으로 정해둔 컨텐츠 정량을 제공하고 있어.
첫째주 n일에 하나, 둘째주 n일에 하나... 이런 식으로
거기서 오차는 하루 내외로 생길 수 있지만 2~3일씩 벗어나지 않게 하고 있음
부지런하게 하면 된다는 노오오오오오력 타령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않냐?라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 노력은 알아서들 하면 되고, 내가 말하는 바는 부지런함을 전략적으로 사용해야한다는 것임.
한달동안 우리들 각자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의 총량은 정해져있음.
예를 들어, 하루에 1페이지 그리는 사람이 있다치면, 그 사람은 깔롱하게 매달 30페이지 만화를 제공하는 게 정답일까?
긴 페이지의 만화엔 그만큼 서사도 담을 수 있고 변화구도 줄 수 있으니 유리하지. 매달 꾸준히 30페이지 만화가 나오는 것도 누군가에겐 대단히 매력적인 일일 것임.
근데 대략 단편 7~8페이지 정도로 나눠서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는 주간 연재를 하든, 아니면 그걸 또 반으로 나눠서 3~4페이지로 일주일에 주간 2연재를 하든
실제 작업량은 조삼모사 수준인데 사람들 인식에는
꾸준하고 부지런한 사람.
그림을 미친듯이 찍어내는 사람.
다음 컨텐츠 올라오는 날을 예상하기 쉬운 작가.
한달 컨텐츠 분량 개혜자인 작가
이런식으로 박힘. 30페이지 만화가 대단하지만 그 작가의 팬박스는 결국 컨텐츠가 한 달에 꼴랑 하나 나오는 작가고
짧은 단편으로 며칠마다, 혹은 일주일마다는 무조건 나오는 작가도 한달 작업분량 다 긁어모으면 똑같이 30페이지인데 컨텐츠가 미친듯이 나오는 작가가 됨.
물론, 자기가 30페이지 하나를 그려도 거기에 진심을 다해서 사람들에게 먹히는 작품 하나를 만들 수 있다거나
혹은 암만 생각해도 단편 여러개 만들 재주가 없다면 뭐 컨텐츠 한두개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지 ㅇㅇ 그렇게 돈 잘버는 작가들도 많고.
근데 너희가 만약 두 가지 방법에서 느끼는 피로감과 결과물의 수준이 비슷비슷하다면 그냥 작업량을 소분해서 자주 올리는 방향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단거야.
이러면 뭐가 좋냐.
픽시브는 새로운 작품 때문에 이전 작품들이 알아서 뒤로 밀려나고, 이건 검색을 통한 유입에 치명적인 구조임
단적으로 말하면 작업물 올리고 며칠 지나면 잊혀지거나 발견하기 힘들어짐. 나는 이 분기점을 대략 4일에서 5일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러다보니 그 리듬에 맞추려고 주 1회 업로드로 방향을 잡음.
위에서 일주일이라 썼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자기 신작 유통기한이 더 길다고 느껴지면 그 유통기한에 맞추는 것도 좋음.
그런데 이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슬슬 신작이 잊혀져갈 때에 바로 이어서 신작 홍보를 때리면 나한테 관심을 보일 잠정적 고객들에게서 잊혀지지 않게 됨.
후원자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그거 어디 익헨이나 히토미 같은 데에서 공짜로 볼 수 있단 거 알고 있음. 그럼에도 꿋꿋하게 돈 쓰는 사람들은 작가에 대한 신뢰성을 나타내는 성의임.
그래서 팬박스 운영하다가 점점 업로드가 게을러지더니 잠적하는 작가들 보고 배신감 느끼는 후원자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지. "이제 그림 안 올리면 그냥 후원 끊으면 되는 거 아님?"으로 뭉갤 말이 아니라 액수를 떠나서 거래상대가 신뢰를 저버릴 때 오는 실망이니까 ㅇㅇ
많은 사람들이 "팬박스 후원하려고 해도 작가가 잠적타거나 먹튀하거나 보상이 매달 지좆대로 올라와서 후원하기 꺼려진다."라는 의견도 신뢰성의 부재에서 오는건데
목빠지게 기다려야만 한 달에 컨텐츠 한두개 올리는 작가를 후원한다면,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이 사람이 이번달에 만화 안 올리면 어떡하지" 같은 잡념이 많아질거임
반대로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꾸준히 신작펀치 날리면 '이 작가는 신뢰를 줄만한 거래상대'라고 인식하게 될거고.
중간중간 WIP 달고 러프나 스케치 작업과정 올리는 것도 효과가 분명히 있음. 뭐라도 올라왔으니 그거 구경하려고 유입이 생기기도 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들한테 "지금 일하고 있으니 걱정 마십쇼"하는 어필이 되기도 함.
이전 작품이 잊혀지고 신작을 내기 전의 공백감을 채워주기도 하니까 이건 올리는 게 무조건 좋은 선택임
결국 실제로도 부지런하게 그림을 그려야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지런한 사람으로 남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거고.
또한 그 부지런한 이미지로 구축한 신뢰성을 오래 끌고 가야지 후원자가 늘게 됨.
부지런하고 믿을만한 작가로 자기를 브랜딩하는 것.
이건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는 조금 별개의 이야기야. 일종의 '직업정신을 티내는 방법'임.
그리고 이 브랜딩이 깨지지 않게 유지하려고 애쓰다보면 진짜로 부지런한 작가가 됨.
그리고 이런 신뢰성은 적어도 팬박스 판에서는 사람들이 인정해줌. 같은 수준의 실력을 가진 사람끼리라면 신뢰를 줄만한 작가에게 돈을 쓸 것이기 때문에.
사실 이건 팬박스 아니라도 어디에나 적용되는 소리긴 해.
당장 무슨 웹소설 표지 작가들 PD 인맥으로 일감 꽂아줬는데 잠적타고 펑크내서 글 작가부터 PD, 마케팅 담당자까지 광역으로 똥뿌렸단 이야기 심심찮게 나오는 거 보면 실력이랑 직업정신은 다른 이야기니까.
누군가와 거래를 하지 않을 땐 오로지 그 사람의 실력만이 매력적이겠지만, 그 사람이 거래 상대가 되면 그 실력만큼이나 근면함과 신뢰성을 중요하게 보게 됨...
여기에 실력이 훌륭하면 훌륭할수록 당연히 더 좋고.
근면함과 신뢰성이 동일한 체급 내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이라면 실력을 늘리는 건 체급 자체를 키우는 거니까ㅇㅇ
대부분은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만, 이제 막 팬박스 시작해서 갈피를 잘 못잡는 친구들은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아두면 좋겠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