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원룸 안.
식탁 위 큰 촛불에 붙은 작은 불이 세 개.
생일용 고깔모를 머리에 씌우며.
“해피벌스… 데이…… 나 자신…….”
혼자서 손뼉을 치며.
“해피벌스 데이…… 투…… 미…….”
나 자신의 30살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나 홀로 말이다.
“후.”
촛불을 끄자, 어둑어둑한 방안을 적막하게 비춰주던 세 개의 작은 불꽃이 사라지니 방 안에는 음울함만이 남아있었다.
“하아…….”
어두컴컴한 방 안. 조용한 정적 속에서 나는 서른 살 생일을 홀로 맞이하며 현타가 와버렸음을 느꼈다.
***
“끄어어…… 머리야.”
내가 왜 머리가 아프지?
그니까…… 어제? 저녁에 생일 케이크를…… 자르고, 깡주를 3병 연속으로 빨다가 확 밀려오는 간 수치 상승으로 인해 잠깐 기절했었나.
아니, 잠깐은 아닌가.
커튼 친 창문 밖에는 은은하게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아침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오늘 쉬는 날이어서, 날이 좋아서, 어제 죽을 때까지 마셔보자. 그러고는 소주를 5병이나 샀는데도 나이가 나이인지 3병 연속으로 나팔을 불어대니 순간 뻗어버렸나 보다 싶었다.
창문에 새어 나오는 빛이 흘러나오는데, 비추는 곳은 식탁 위에 있던 저녁 동안 방치된 푸석푸석해진 케이크 한 조각만을 쓸쓸히 비추었다.
그런 케이크를 보자하니 내 마음만 적적해져갔다.
“외롭다.”
그래, 외롭다. 그저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꿈을 키워왔었다. 그러는데 뭐냐 결국엔 뜻이 맞지않는 동료들 덕분에 이렇게 대차게 인생을 말아 버리지 않았는가.
솔직히 나한테 득이 되는 게 없었다. 그때 당시에는 말이다.
친한 동료 놈들이 있었는데 여차저차 일이 있었지만, 결론은 능력 없다고 버리더라고, 그래서 마지막에 큰 건 하나 터트리고 잠적했다.
“놓아줘? 놓아줘도 내가 놓아주는 거야. 시발…….”
내가 능력은 없어도 작전 짜주고 능력 강화 컨설팅도 해줬는데 결국엔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래서 동료들한테 버림받기 전에 내가 버렸다.
걔들은 동료도 아니다.
“하아…….”
현 종착점은 인생 2회차가 되어버린 24살서부터 30살 생일이 지난. 다음날인 오늘까지. 나는 그 뒤로 혼자였다.
능력없는 결국 몸 만있는, 그것마저도 신체 능력자한테 발려서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일용직 노가다로 생계를 이어 나가던 나…….
원룸 월세방.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빛을 받아 푸석푸석해진 케이크와 함께 있자하니 내 마음또한 푸석푸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으으……! 아침이라서 그런가, 좀 쌀쌀하네.”
숙취로 인하여 머리가 울리는 고통이 조금씩 옅어지자, 아침의 추위가 몸의 온기를 뺏어가고 있었다.
목이 갈라져서 좀 아프고 목소리 상태도 전과 달랐다.
이 나이 처먹고 이불도 안 덮고 방바닥에서 처자니 이건.
“감기 걸렸구만.”
짹짹-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니 지금 7시나 8시쯤 되었나 보다.
나는 침대 위로 올라가 전기장판을 틀고 이불 안으로 틀어박혔다.
1~2분 이불속은 차가웠지만, 서서히 침대가 기분 좋게 따뜻해져 가고 있었다.
숙취 때문에 머리는 아프지만, 정신은 말짱하니 자기엔 애매하고…….
유튜브나 볼까. 분명 침대 밑에 있었지.
손을 뻗어 왼쪽 바닥 충전기에 꽂혀 있는 휴대폰을…….
휴대폰을…….
어라? 왜 바닥에 손이 안 닿지?.
나는 일단 바닥이라도 짚으려고 허공에 손을 휙휙 저었다. 그런데도 바닥에 손이 안 닿았다.
“어라? 팔이 이렇게나 짧았던가?.”
뭔가의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 나는 몸을 좀 더 움직여 왼쪽 바닥에 손을 대었다.
바닥에 닿지 않는 손을 바라보니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지며 소름이 팍 들었다.
“손이…… 작아…….”
손이 전하고 비교가 될 정도로 작다!
“뭐, 뭐뭐뭐뭐뭐뭐 뭐야!”
지금 생각해보니 목소리가 갈라진 게 아니라 높아진 거 같았다.
“으억! 머, 머리가…….”
갑자기 일어난 현실에 몸을 일으키니, 숨죽이던 숙취가 갑자기 어퍼컷을 때린 듯 머리가 울리고 있었다.
“피, 피부가……!.”
머리가 울려 이마에 손을 대었더니 뭔가 내 얼굴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대로 마른 세수를 했더니 얼굴의 피부가 10대의 피부처럼 매끈매끈했었다.
손에 있던 잔 상처들도 사라졌고 어렸을 때부터 생겼던 손 등에 큰 상처도 안 보였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자기 이상해진 내 몸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보았다.
이제 보니 시야가 전보다 낮다.
내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곧장, 화장실로 이동하였고 세면대 위에 있는 거울을 보려했지만 키가 작아서 그런지 얼굴만 보였다. 그, 얼굴은 소녀의 얼굴이었다.
그래, 소녀.
소녀였다.
내 눈앞에 보이는 소녀의 얼굴은 3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었다.
“귀엽다…….”
내가 귀엽다고 말했을 때 거울 속 소녀도 같이 입을 움직였다.
그리고 생각했고 몇 초도 안 되어 결론에 도달했다.
“이게, 나라고?”
사파이어와도 같이 영롱하게 빛나는 파란 눈.
살짝 찢어지는 듯한 앙칼진 눈매 겨울 첫눈이 내리는 듯한 새 하얀 롱 헤어, 사랑스러우면서 귀여운 얼굴.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여 소중이를 더듬어보고는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이거, 그 건가? 그 30살 동안 모태솔로로 지냈더니 마법사가 아니라 마법 소녀가 되었습니다, 그 건가?
“이게 어떻게?”
계속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 24살 이후 안 굴렸던 짱돌을 계속 굴려본 결과 나온 답안.
후천적 능력 개화……?
그것밖에 생각이 안 났었다.
“확실히 능력사회에서 무 능력자였던 게 이상했었던 거야!”
처음에 무능력자였던 사람들이 후천적으로 능력을 개화시킬 때가 있다. 몸에 이변이 생겨 인외가 된다던 지 아니면 인간형 상태에서 능력만 얻는 다던지.
그래 이제야 내 인생의 전환점이 돌아오는 구나, 인생 3회차구나! 그래 아마도 몸에 이변이 생겨 인외(人外)가…….
몸에 이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는 세면대 거울을 다시 바라봤다.
확실히 귀여운 외모에 귀가 뾰족해진 건 없다.
“이게 엘프형이 아니라고?”
머리에 손을 대봤지만, 부드럽던 머리카락 말고는 다른 건 없었다.
“용인(龍人) 형태의 뿔도 없고 수인(獸人) 형태의 귀도 없고.”
나는 몸을 돌려 뒤쪽도 확인해 봤다.
“꼬리도, 날개도 없어.”
인외는 안 된 건가……? 왜지?
“보통 몸이 변하면 뭔가 이변이 생긴다고 했었는데.”
하지만 내 몸은 건장한 남자에서 가녀린 여자아이의 몸으로 변하기만 했지. 그 이외에 이상한 점은 없었다.
“일, 일단.”
무슨 능력이 생겼는지 확인을 하기위해 뮤튜브 영상을 확인…….
진짜로 인생 개판으로 살아서 그런가 대가리가 안돌아가네…….
거울을 바라보자 보이는 건 어여쁜 소녀의 얼굴.
“능력이 개화된 건 기쁘지만.”
성별이 바뀐 게 옥에 티네.
능력을 얻으며 먼저 해볼 것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성별이 바뀐게 능력이 아닐테고 분명히 보이지 않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손에서 마법이 나온다던지, 몸이 짱짱쌔진다던지. 그런 것들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안에 쳐박히지말고 노가다판 인력사무소에도 가지 않고 곧장 동네 뒷산으로 달려갔다.
젊음! 젊음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달리는데도 숨이 안찬다는거? 그것이 젊음이다! 젊은 게 좋아, 최고야!
기분 좋게 거리를 내달리자 길가에서 간혹가다 시민들이 보였는데 술렁거렸다.
“뭐야, 방금 저 아이 누구야?”
“나야 모르지, 여기 동네에서 처음 보는데?”
“귀엽게 생겼네, 중학생인가?”
“그러게 근데, 진짜 잘 달린다”
달리는 곳곳마다 들리는 소리 귀엽다, 예쁘다 이런 소리만 들리자니 뭔가 창피한 것 같기도하고, 몸은 어린 소녀일지라도 마음만은 30살먹은 아저씨인데 뭔가 마음이 죄지은듯 심숭생숭했다.
그렇게 뒷 산에 도착했다.
내가 능력 개화라니…….
도대체 무슨 능력일까?
계속 되어가는 궁금증에 미쳐서 일단 언젠가 이런날이 올지 몰라 인터넷 홈쇼핑에서 산 기초 이능력 감응 마도구를 움켜쥐었다.
이 마도구는 구슬처럼 생겼는데, 만일 이능력이 있다면 구슬이 깨져 내가 나타낼 수 있는 간단한 이능력을 보여줄 수가 있었다.
그렇게 기대에 찬 마음으로 마도구를 움켜쥐었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
아니, 산지 5년되어서 그런가? 유통기한이 존재했던 것인가?
몇분, 몇십분이 지나도 미동도없는 구슬을 바라보며 내 멘탈 또한 조금 흔들렸지만 혹시나, 신체 능력일 수도 있으니 이번에는 기초 체력 마도구들을 사용했다.
그리고 결국 내게 능력이 있다는 것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이후 나에게 되돌아 오는 것은 적지 않는 절망감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 능력은 개화했다. 무슨 능력인지도 결국 알아냈다. 내 능력은…….
평범한 수준 이하인 미미한 정도에 신체 능력 강화 쪽 능력이었다.
대충 무슨 능력인가? 하면은.
보통 능력자들이 100미터 달리기를 3초에서 5초 정도 달린다 치면, 나는 10초컷 내는 개 쓰레기 능력이라는 것이다.
진짜로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알아낸 건 지속적인 신체 강화도 아닌 잠깐 일어나는 3분짜리 신체 강화다. 3분짜리라니……. 컵라면이랑 내 능력이랑 동시에 발동하면 일단, 면이 불지는 않겠네…….
솔직히…….
내 인생 3번째로 좌절했다.
갑작스러운 발현된 능력으로 인해.
와, 이제야 인생이 펴지나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신체 강화 능력 중에서 F등급 판정인 순간 강화. 그것도 3분이다. 이래서야 어딜 가서 저 3분동안 평범한 성인 남성보다 쬬큼 강한 F급 능력자에요~ 라고 얘기할 수 없는…….
내 인생 첫 번째로 좌절했을 때가 능력사회에서 처음으로 능력 발현 검진 테스트를 봤는데 그때가 아마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그렇게 치른 능력 발현 검진 때 능력이 없었다는 통보를 받았던 것과 인생 두 번째는 동료들이 나보고 놓아줘야 하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였다.
…….
“허허, 그래도 능력이 발현된 게 어디야. 누구는 이런 작은 능력 하나 없어서 끙끙 앓았는데.”
그렇게 실없는 소리로 자신을 다독이었으나 결국 거의 무능력자랑 다름이 없는 능력이지만, 이상 현상 발현되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결국엔 나는 거의 무능력자였다. 영원히. 이미 정해진 운명은 안 바뀐다.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고.
성장하려면 할 수 있는 능력 중 하나이다.
전에는 능력이 없었기에 영웅들의 지원 쪽으로 많이 활동했다. 능력이 없기에 마무리를 못 지었고 능력이 없었기에 먼저 당했었다. 그래서 동료들이 날 놓아줘야 한다는 말을 지껄였던 거고.
지금 나에겐 능력이 생겼다. 100미터 달리기를 보통 11초에 통과한다면 10초 통과로 바뀌는 효과가 미미한 3분 카레 신체 강화.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기에 나는 이 능력을 키워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포기하자.”
그때 이후로 나는 무언가에 제대로 도전해 본 적이 없었다. 도전하면 실패할 것을 알았기에, 6년 동안 포기만을 반복해 왔었다.
“일단 생긴 건 엄청 사랑스럽고 목소리도 엄청 좋고 말이야.”
인터넷 방송이나 할까? 나름 돈을 쏠쏠하게 벌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지금까지 번 돈으로 방송 장비 사서 방송할 생각에 싱글벙글하면서 대형마트에 들어가 방송 장비들을 쇼핑하고 있을 때 사건이 하나 터져버렸다.
방송 장비를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총성 소리.
그 총성 소리 쪽에는 명품 물건들이 즐비되어 있었다.
그래 명품점 쪽에서 들려오는 총성 소리.
이것은 테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