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다가 글 쓰는 건 항상 망설여지지만..
풀지 않으면 영원히 응어리가 되기 위해서 풀어보도록 할께
엄마는 운동을 꽤 오래하시고 자부심도 갖고 계시는데 입상과는 거리가 멀었어
그때 한참 가짜사나이가 유행하던 때인데..엄마는 종종 나를 같이 지방에 대회가 있으면 항상 데리고 가셨거든..
이때가 아니면 아들하고 여행 같이 할 기회가 어디있겠냐고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엄마랑 나랑 부산에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참고로 이때 센터장마저도 나가지 않는 것을 추천했는데 엄마가 강행한거야
자존심인지..마지막이라 생각한 뭔지..
평소에 잘 입던 청바지도 관리 실패로 인해서 엄청 힘들게 입으시더라고.. 그때 진짜 바지가 터지는게 아닐까 조마조마했었어..
아무리 지방대회라도 대회는 대회라 천외천이라 엄마가 입상 할 수는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어..나도 그동안 본게 있으니까..
부산에 내려오니 부산에서 운동하시는 친구? 동료? 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네 어쨋든 엄마랑 같이 화보도 찍으신 분들도 와 계시더라고
다 같이 인사 나누고 하는데 자연스레 다른 분들한테 눈이 가는데..엄마만은 약간 뚱뚱하게 느껴지더라고..다른 사람들은 정말 말랐다고 느껴졌는데..
결과는 다들 예상했겠지만 친구라고 해야할지 동료라 하는 분들은 전부 입상했고, 엄마는 자연스럽게 떨어졌어..
친구들은 끝나고 위로하지만..모르겠어 그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은
비웃음이었을지..
이떄 엄마 모습이 너무 안타깝더라고..엄마가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무너지면 좀 심하게 무너지는 편이야
호텔로 돌아오고 나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나는 엄마 기분이라도 풀어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못 다가겠는 그 느낌..지금 다시 생각해도 싫네..
그러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서 엄마에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기분 전환을 위해 바다라도 보러 가자 라고 했어
엄마도 이러고 있는 것과 아들과 함께 왔는데 이런 모습 보여준다는 죄책감때문일까?
엄마도 알겠다며 곧 바로 옷을 챙기시더라고, 다행이다 싶었어.
나 역시 짐을 챙기고 나가려는데..뭔가 문 밖으로 나설때 느낌이 너무 이상한거야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 불안함? 그래서 나갈지 말지 고민을 엄청 했어
근데..바다 볼 생각에 신난 엄마 모습을 보니까 마저 그러지 못하겠더라고..갑자기 나가지 말자는 것도 웃기니까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호텔 앞 해수욕장으로 바로 나섰어..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