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밌는 게임을 해서 기분이 좋아 쓰는 후기.
DL에 평가도 4.9점대이고 솜붕이들 평가도 좋아서 당장 플레이해봤다.
중간 중간 버그가 몇몇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게임 자체가 재밌어서 버그가 생기는걸 보면 오히려 유쾌하게 느껴졌다.
마음에 들었던 점 중 하나는 게임을 하는 내내 왼쪽 하단에 '목표' 를 알려주는 점.
스스로 NPC들에게 말을 걸어서 단서를 모아 해결 방향을 잡아나가는 게 매력인 게임도 있지만
가끔씩 그 정도를 넘어서 빡치게 만드는 게임들이,
특히 이런 불편함으로 플레이타임을 질질 끌며 늘리는, 그래서 짜증을 유발하는 그런 게임이 많아졌다고 느낀다.
숨겨진 요소를 찾아야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는데 그걸 못 찾아서 한~두시간 고생하는 경우
또는 청소부 전설처럼 개같이 노가다를 시켜서 재미도 없는 게임을 억지로 몇시간씩 잡고 있어야 하는 걸 최근 겪었더니
이 게임의 친절함이 아주 반갑게 느껴졌다.
두번째는 야겜인데 게임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여러가지 담아놨다는 점이 있었다.
특히 제일 처음 적귀 구간은 이 게임이 공포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공포겜에서 숨바꼭질 특유의 스릴이나 점프스퀘어가 주는 긴장감도 그렇고, 적막함 속에서 빗소리만 들리는 분위기때문에 몰입이 잘 되었음.
그렇다고 무서운건 아니다. 그냥 언제 튀어나올까 좀 긴장되는 것 뿐이지 재밌게 할 수 있다.
야겜에서 이런 긴장감을 느꼈던 건 예전에 블랙 소울 2 DLC 할 때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위 짤도 블랙 소울 2인데 너무 과하지는 않은 맛있는 점프 스퀘어였던 것 같은데.. 색귀도 그런 느낌이다.
분위기나 몰입 요소 말고 전투도 꽤 재미있게 잘 만들어놨다. 최근 들어서 간간히, 한번씩 보이는 실시간 전투 형식이다.
어렵지 않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칼질 짤짤이만 해줘도 그냥 깰 수 있다. 체력 회복도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솔직히 체력 회복도 필요 없다. 조심해서 내가 때릴 수 있을 때에만 때리면 한 대도 안 맞고도 깰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반격이나 방어 쓰는 애들은 방어 뚫는 공격으로 후리면 그냥 허수아비나 다름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다들 이 게임에서 호평하는 부분이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스토리가 재밌어서 참 마음에 들지만 반대로 아쉽기도 한데, 먼저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해보자면
게임이 스토리에 너무 비중을 많이 두어서 '야' 에 어느 순간부터 집중이 안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씬을 볼거면 스토리를 쭉 밀고 회상에서 보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분명 그림체도 이쁘고 여자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어서 꼴리는데 스토리가 너무 진지해서 야한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스토리에서도 색귀한테 당하면 죽는다는 설정이고 주인공도 그것에 저항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야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어색하게 느껴졌다.
얘랑 관계를 가지면 죽는거 아닌가? 얘가 알고보면 색귀 아닌가? 그런 의구심을 품게 되어서 아쉬웠다.
또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스토리에 집중했는지, 나중에 나오는 색귀들은 H신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아쉽다..
특히 색귀랑 싸워서 이기면 그냥 넘어가고 지면 강간당해서 죽는 역강간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역강간 취향이 아니면 안 꼴린다.
또 메인 히로인이 빈유라서..
그래도 의붓 어머니 (진)은 개꼴림. 그녀는 내 엄마이자 아내이자 딸을 낳아줄 사람이었다.
스토리에서 좋았던 점은 주인공이 왜 강한지, 왜 발이 빠른지 등등 게임을 진행하면서 당연하게 생길 수 밖에 없는 의문을
시원하게, 하지만 자연스럽게 잘 풀어나간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또 스토리 후반부에 나오는 소소한 반전을 통해서 떡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아.. 알고보니 이게 떡밥이었구나 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냥 저냥 재밌네~ 하면서 플레이하다가 후반부에는 오.. 갓겜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한 번쯤 보거나 들어봤을 이야기를 조금씩 떼어와서 변형하고 잘 섞어서 만든 스토리이긴 하다.
그래도 약간의 클리셰를 잘 버무려서 재밌게 만들어낸 왕도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으니 무조건 평타 이상은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마지막에 최종 보스와의 전투 연출이 멋있다. 야겜에서는 보기 힘든 액션 연출이었음. 해보면 다들 기억에 남을듯 하다.
끝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만... 이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데에는 스토리의 비중이 너무 크지 않나 싶어서
더 이야기를 하면 재미를 떨어뜨릴 것 같기도 하니 못하겠다.
그래도 플레이타임이 4시간 정도. 게임 볼륨이 짧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데 노가다가 전혀 없어서 플레이 타임도 길지 않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재밌게 게임을 즐기고 난 후에도 휴일이 몇 시간이나 남아있다니 최고이지 않는가?
즉시 색귀를 플레이해보자 ㅋㅋ
아, 추가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슴 큰 루리랑 비슷하게 생긴 다른 색귀가 개인적으로 개꼴렸는데 씬이 별로 없어서 진짜 아쉬움...
